소식

<협동조합 창업 아카데미 Let’s Coop>(이하 렛츠쿱)이 진행된 지 1년이 됐다. 2기까지 운영된 렛츠쿱 수료생들은 약 9개의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거나 신고를 완료한 상태다. 렛츠쿱은 그동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가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시민주주기업 등 협동조합형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인큐베이팅하거나 컨설팅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획한 아카데미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조직화가 중요한 만큼 교육 후 법인체를 바로 설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3개월간의 아카데미 여정을 함께 했던 수료생들은 실제 협동조합을 어떻게 실현시키고 있을까.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2) 약초협동조합 이풀

‘아이는 태어날 때 자기 먹을 복은 갖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죠? <렛츠쿱>을 수강한 그녀가 협동조합을 설립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녀뿐만이 아닙니다. <렛츠쿱> 수료생들이 지난 1년간 약 10개의 협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간절한 ‘필요’가 스스로 길을 개척하게 만드는구나. 놀라곤 합니다.

협동조합을 단념하는 것 같았던 그녀. 지난 1년 간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걸까요? 직접 찾아가서 물어 봤습니다.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약초 농가들은 농사에 손을 놓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로운 풀’의 줄임말을 딴 ‘이풀약초 협동조합’은 한국 생약협회에서 18년간 근무해 온 약초 업계 전문가, 노봉래 이사장과 문정희 상임이사가 주축이 되어 만든 약초 관련 협동조합입니다. <렛츠쿱>을 수강할 때만 해도 협동조합 추진이 힘들 것 같다고 한 문정희 상임이사. 그녀의 입에서 어떻게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얘기가 쏟아졌습니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약초산업은 시장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1차산업 즉 원료 생산은 기반을 잃어가는 중이죠. 농가들은 약초 재배를 포기하거나 손을 놓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30~40년 약초를 재배한 분들마저 대가 끊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약초산업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예요. 약초 산업 시장은 점점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는데.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실제로 약용작물 시장은 2007년 13만 6천 톤에서 2008년 15만 5백 톤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급률은 2007년 6만 톤(43%)에서 2008년 5만 5백 톤(35%)으로 줄고 있습니다. 약용작물의 65%를 수입에 의존하는 셈입니다. 더욱이 수입약재의 대부분이 식품가공용으로 반입돼 한약재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식품가공용과 의약품의 수입관세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죠. 유통과정에서는 물론 국내 주산지에서 원산지를 둔갑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한국 농어민신문, 2013년8월1일자)

이런 약용작물 시장이 이풀 협동조합을 태동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풀 협동조합은 △약초를 생산하는 농부와 약초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의 희망네트워크 구축 △영세 약초농부들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 활동 보장 △고품질의 우리약초 생산 공급체계 구축 △건전한 약초 소비문화 확산 등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최근 협동조합 신고 절차를 밟았습니다.


”사용자

이렇게 필요가 확실했던 그녀는 왜 협동조합 설립을 망설였던 것일까요? 듣다 보니 궁금증이 발동했습니다.

 “<렛츠쿱> 수업을 들으면서 협동조합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다 싶었어요. 부담감이 짓눌리면서 갈등과 고민이 깊어졌던 거죠.” 그녀의 말에 괜스레 미안해졌습니다. 준비 없는 협동조합들이 우후죽순 설립되는 것을 막고자 <렛츠쿱>을 좀 진지하게 운영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그녀에게 <렛츠쿱> 과정이 가능성과 용기보다는 부담감을 안겨줬다니… 그만큼 이풀약초 협동조합이 더 튼실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자극제가 되지 않았냐고 답한다면 변명이 될까요? ^^;

협동조합 얘기도 꺼낼 수 없었던 그녀
두려움을 떨치고 이야기를 꺼내자
‘당신들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 선뜻 손 잡아줘

이풀약초 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 노동자가 결합한 다중 이해관계자 협동조합입니다. 생산자 10명, 소비자 5명으로 출발한 이풀 협동조합은 올 6월 창립총회를 개최했습니다. 출자금은 생산자 100만 원, 소비자는 10만 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인데요, 조합원들은 어떻게  조직하게 됐는지 물었습니다.

“한국 생약협회에서  18년간 GAP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Good Agricultural Practices)란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농산물의 생산단계부터 수확 후 포장단계까지 토양, 수질 등의 농업환경 및 농산물에 잔류될 수 있는 농약, 중금속 또는 유해생물 등의 위해요소를 관리하고, 그와 더불어 관리된 사항을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하는 체계이다.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http://www.naqs.go.kr)) 인증 심사를 해 왔어요. 약초 생산농가들과는 오랜 기간 동안 만나왔던 거죠. 처음에는 그분들께 협동조합을 이해시키고 함께하자는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저도 여러모로 고민스러웠으니까요. 그런데 이도저도 안 되겠다  싶어서 1:1로 얘기하기 시작했죠. 그러자 선뜻 “당신들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고 해 주시는 거예요.”

소비자 조합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정희 상임이사는 한국 생약협회에서 진행했던 약초 학교를 통해 수강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쌓인 신뢰가 이풀 협동조합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됐던 것이죠.




정말 ‘필요’에 의해 뭉친 것일까?

여기서 또 의심병이 발동했습니다. 그들의 관계가 ‘신뢰’로만 이뤄진 건 아닐까? 그러니까 참여한 조합원들은 그저 출자금을 내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정말 그들에겐 절실한 ‘필요’가 있었던 걸까요? 다시 한 번 되물었습니다.

“약용작물은 한 품목으로 소비되는 게 아녜요. 예를 들어 황기를 쓸 땐 기타 다른 작물을 함께 써야 해요. 그런데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지역별로 생산되는 약초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어요. 어떤 작물보다도 협동이 필요한 분야죠. 그런데 현재 만들어져 있는 작목반은 오미자면 오미자, 당귀면 당귀, 한 가지 품목만 다루고 있어요. 한 품목을 마케팅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위와 같은 문제는 약초 생산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한국 생약협회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굳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야만 했을까? 이 질문에 그녀는 협회가 사단법인이라는 조직적 특성을 갖고 있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약초 농가를 위해 설립된 농협이나 영농조합법인도 마찬가지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농사짓기에도 바쁜 농가들은 함께 힘을 모으기보다 농작물을 가장 많이 팔아주는 기관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풀약초 협동조합에 가입한 생산자들이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죠. 또한 소비자도 수입산이 국산으로 둔갑되어 유통되는 현실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니 이풀약초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오히려 제가 신뢰가 부족했다는 것을 자각했어요.’ 그녀는 인터뷰 도중 한 가지 자기고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어요. 보수적인 분위기에 익숙한 농가분들이 기존의 조직 형태와는 다른 이풀 협동조합에 결합해서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할까? 농협조직에 가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형식적이고 의무적이기만 했는데.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자신이 생산하는 것을 팔아주는 것에만 관심을 갖으며 이풀약초 협동조합을 거래처로 밖에 인식하지 않으면 어쩌지?” 몇 번의 대화에서 생산자들과 벽에 부딪히는 경험을 할 때면, 그녀는 쉽게 좌절하곤 했다며 힘겨웠던 지난 시간을 돼내었습니다. 

‘이대로 고민만 할 수는 없다. 섣부른 판단일지 모른다.’ 마음을 고쳐먹은 그녀는 생산자들과 깊이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여러 차례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깨달은 게 있었다네요. 도리어 자신이 농민들을 신뢰하지 않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생산자들은 오히려 문정희 상임이사를 신뢰하며 기꺼이 출자하며 협동조합에 참여해 왔지만, 그녀는 정작 그들이 쉽게 변하지 않을 거라 단정 지었던 겁니다.

이풀약초 협동조합의 창립총회를 1박 2일 워크숍으로 기획한 것도 이런 자각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로 깊이 있게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창립총회를 통해 함께 미션과 비전을 절실하게 공감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기도 하고 협동조합 전문가와 함께 정관과 규약을 협의하는 시간도 갖었지요. 이렇게 그녀 역시도 이풀약초 협동조합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이풀약초 협동조합이 내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나아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약초 판매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일, 약초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하여 농부들의 안정적인 생산 활동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생산자, 소비자 조합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갖는 것. 관계망 확대를 위한 노력도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겠지요.

최근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약초 학교’입니다. ‘몸에 좋은 우리 약초, 바르게 알고 내 몸에  맞게 활용하는 법을 알려 주는‘ 약초학교를 통해 이풀약초 협동조합의 뜻에 동의하는 소비자 조합원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18년간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한 아카데미라 프로그램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약초학교는 교육생 정원 30명 중에서 15%는 경력단절여성이나, 55세 이상 저소득층, 미취업 청소년 중 약초 또는 한방차 만들기에 관심 있지만 교육비 부담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서 선발, 교육비의 70%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렛츠쿱>이 이풀약초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는지 물어봤습니다. “굉장히 도움이 됐어요. 교육을 받기 전에는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몰랐거든요. 수업 끝난 후 새롭게 시도를 하려고 했을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했어요. 그런데 <렛츠쿱>에서 배웠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미션수립과 비즈니스 모델 수립 등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사용자


이렇게 이풀약초 협동조합은 조합원들과 서서히 실체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준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이풀 협동조합. 더딘 발걸음일지라도 한국 약초시장에서 믿을 수 있는 약용작물 판로의 장을 여는 협동조합으로 성장하길 기원해 봅니다.

글_  배민혜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 jwain@makehope.org)
사진_ 조나연 (사회적경제센터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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