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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톺아보기 (2) ‘같이의 가치’를 공유하는 경제

“무엇이든 가치 있는 물건을 가져오시면, 원하는 물건과 교환해 드립니다.”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를 보셨나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영화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치 있는 물건을 물물교환을 통해 서로 공유하는 카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로봇 장난감이 유명한 화가의 그림보다 가치가 있고,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더 소중한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이렇게 사람들마다 다른 가치 기준을 갖는 이유는 그 물건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용자불쑥 영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공유경제가 기존 시장 경제에서 중요하게 생각해 온 물질적 가치를 넘어서 다양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공유경제의 개념과 현재의 상황,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많은 관심과 우려가 함께하는 지금, 공유경제의 원칙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어떤 ‘가치’가 어떻게 공유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공유경제는 새로운 대안일까?

공유경제는 최근 몇 년 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2011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개의 아이디어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2013년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공유경제를 커버기사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가까이 서울시는 공유도시를 표방하며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공유경제 기업들이 나타나고 성장을 했으며, 숙소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 B&B)의 경우처럼 대기업이 해당 사업 분야에서 쌓아 온 다양한 기록들을 바꿔가며 놀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기도 합니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후 공유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신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나는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흐름이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경제 활동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사회 문화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세기, 절약보다 소비가 미덕으로 여겨지던 ‘대량생산과 과잉소비’의 시대에서는 ‘소유’가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규정하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대량생산을 통해 공급이 소비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권장되어 온 ‘소유’ 중심의 가치는 사회 전반과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도 큰 영향을 끼쳐 왔습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소비지상주의’는 사람들이 소비 활동을 통해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왔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간의 협동이나 협력보다는 기업에 의지하는 수많은 개인들을 키워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소비를 위한 소비’를 조장하는 이 시스템은 그동안 많은 문제를 만들어 왔습니다. 시장경제 시스템 하에서의 경제적 불평등, 상대적 박탈감, 사회적 소외 등의 문제부터 무분별한 소비로 인한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에 이르기까지 사회에 위험 신호가 울리고 있는 최근까지 다양한 문제를 악화시켜 왔습니다.

빨간 경고등이 들어 온 최근에서야 사람들은 그동안의 소비생활에 문제가 있었음을 깨달았고, ‘소유’가 아닌 ‘절약’, ‘검약’ 등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풍요를 포기한 ‘절약’보다는 함께 나눔으로써 삶의 편리성을 지켜가는 ‘공유’의 가치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무엇을 소비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소비하는가에 더 초점을 맞춘 ‘공유경제’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며 그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사용자
집카(ZIP CAR)는 공유경제인가?

차를 공유하는 업체 집카(Zip Car)를 놓고 이를 공유경제 모델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유경제에 대한 개념조차 낯설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여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에서 다수가 하나의 자동차를 공유하는 것으로 가치의 전환을 꾀했다는 점에서 집카는 대표적인 공유경제 모델로 이야기됩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에 편리하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에 기반한 소비(Access based consumption)’를 강화한 것일 뿐, 사람들 간에 소유한 재화나 서비스 등을 서로 공유하는 공유경제 모델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집카의 경우, 업체에서 다량으로 구매하여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불특정한 익명의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강화한 비즈니스 사례일 뿐, 그 과정에서 공유경제의 특징이자 강점인 ‘커뮤니티’ 기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른 차량 공유 업체인 릴레이라이즈 (RelayRides)의 경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집카에 비해 늦게 시장에 진출한 릴레이라이즈는 업체가 차량을 소유하는 대신, 차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과 개인이 편하고 빠르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만을 전담합니다. 어디에 살고 있는 누가 차를 공유하고 싶어하는지 모바일이나 웹을 통해 정보를 알려주고, 사람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 사용자가 서로를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집카도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1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카의 고객들은 일반 렌탈 업체에서의 경우에서처럼 공유되는 차량에 대한 책임감이 낮고, 집카를 공유경제 플랫폼의 하나로 인식하기보다는 일반 서비스 제공자로 여긴다고 합니다.

또한, 집카에서 제공하는 브랜드 커뮤니티 기능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업체에서 만드는 인위적인 관계 형성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에 공감하지 못합니다. 차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보다는 여전히 ‘업체와 고객’의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이겠지요. 이를 두고 혹자는 ‘공유(sharing)가 모두 돌봄(caring)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위의 두 가지 사례 비교를 볼 때, 공유경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단순한 ‘공유’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더불어 함께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관계는 누군가의 인위적인 계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간의 자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가 쌓일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일 것입니다. 이 같은 점은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자 한편으로는 가장 큰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사용자


공유경제, 지속가능한가?

앞서 말한 새로운 가치를 공유경제의 특징으로 보았을 때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업체들은 크게 두 가지 기회와 약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온라인이라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큰 자본이 없이도 소규모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경제 비즈니스는 유망한 소자본 창업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연령, 나이, 학벌 등 기존의 시장에서 차별 요소로 여겨져 왔던 요소들이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장에서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나눔과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규모 자본과 노동력을 중심으로 기존 시장을 장악해 온 대기업 등과의 경쟁에서 오히려 소규모로 우위를 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공유경제 시장의 전망을 보고 다수의 대기업들이 공유경제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체 인프라를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업체와 사람’에 집중해 온 대기업들은 빠르고 민감하게 ‘사람들 간의 관계와 신뢰 형성’에 대응해야 하는 공유경제 영역으로 체질을 개선하기는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듯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사람들 간의 관계와 신뢰가 공유경제 비즈니스의 가장 큰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사례로, 2009년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공유한 한 사용자가 도둑을 맞는 사건을 겪으면서 낯선 이와의 집 공유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했던 사용자간의 ‘신뢰’가 깨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사용자 간의 불신이 늘어나면서 에어비앤비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여느 사업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모델 등이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요건이지만, 공유경제 영역의 특성상 사람들 간의 신뢰와 관계가 투명하지 못할 때 사업은 순식간에 재기불능의 상태로 빠질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키(wiki) 방식’으로 모아진 사용자의 요구를 모두 귀 기울여 듣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40개의 방안을 사용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인위적인 제어장치로 사람들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선택하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접근한 결과 에어비앤비는 위기를 넘기고 여전히 순항 중입니다.

정부의 지원, 공유경제에 약이 될 것인가?

서울시가 공유도시 서울을 선포한 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시민들의 눈에 보이는 큰 성과는 미비하였지만 ‘공유경제’와 관련한 포럼 등 시민 인식개선 활동 등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앞으로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한 자리에서 검색해 볼 수 있는 ‘공유경제’ 포털사이트 및 ‘그린카’ 서비스 등 시민들의 편리한 ‘공유’ 생활을 위해 다양한 지원과 사업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서울시가 공유도시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무적인 일일 것입니다. 일단,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기존의 시장 기준과 다른 새로운 영역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민 인식 개선의 필요성이나, 사업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 제한이 되는 법적 문제의 해결 등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정부와 함께 논의하고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공유경제는 단순히 ‘공유’가 아니라 그 이상의 ‘관계’이자 ‘나눔’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공유경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재화나 서비스, 경험이나 지식 등을 ‘공유’하는데 그치거나, 정부나 외부의 힘으로 인위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면 ‘공유’는 이루어지더라도 진정한 공유경제는 한 걸음 멀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공유경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같이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한 걸음입니다. 사회적경제에서 이야기하는 호혜와 연대의 마음처럼 공유경제도 같은 문제인식으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혼자 가는 걸음보다 여럿이 가는 걸음이 더 멀리 간다고 합니다. 공유경제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럿이 함께’ 가는 더딘 걸음이 필요할 것입니다.

글_노율 (사회적경제센터 위촉연구원 nyoul1002@makehope.org)

* 참고자료
– KBS 시사기획 창 <공유, 경제를 바꾸다> (2013.03.19 방송)
– 김상훈 <빅스몰, 인터넷과 공유경제가 만들어낸 백만 개의 작은 성공> 자음과 모음 (2012)
– 레이철 보츠먼, 루 로저스 <다음 10년을 지배할 머니코드, 위제너레이션> 모멘텀 (2011)
–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 <세상의 수요를 미리 알아챈 사람들, 디맨드> 다산북스 (2012)

* 공유경제 톺아보기 연재목록
(1) 이장님에게 듣는 ‘공유경제’
(2) ‘같이의 가치’를 공유하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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