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간판문화연구소 연중토론회 1회차-공공디자인 현장의 소리를 듣다

희망제작소 공공문화센터 부설 간판문화연구소는 간판과 관련된 다양한 현장 주체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토론회를 진행한다. 정책제안과 시민캠페인을 벌이는 데 다양한 입장을 가진 현장 주체들과의 소통의 과정은 매우 중요한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연속토론회 1회차에서는 서울시 각 구청의 옥외광고물 및 도시디자인팀의 담당자로 있는 전문직 공무원들과 각 지자체에서 이루어졌던 시범사업의 진행경과, 불법광고물을 줄이기 위한 방안, 사업자 교육체계 등에 관해 자유롭게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간담회는 2월28일 수송동 희망제작소 3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사 회 : 최범(희망제작소 간판문화연구소장)
참석자 : 최영래(송파구), 김남주(성북구), 박희정(광진구), 신재훈(중랑구), 강상현(금천구),
백현주(희망제작소 공공문화센터 팀장)
정 리 : 이미연(희망제작소 연구원)

디자인 전공 공무원들의 실질적 권한 미미

사회 : 간판문화연구소는 작년에 이어 간판문화 개선을 위한 여러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간판 제작자, 상점주, 행정가 등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고자 합니다. 먼저 디자인 전공자들이 행정을 담당하면서 느낀 소회나 경험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상현(강) : 디자인 전공자들이 별정직으로 들어오는데, 광고물 전문 요원으로 분류되죠. 그동안은 대부분 옥외광고물 업무를 전담하였는데 올해 초부터 각 자치구의 디자인 업무가 강화되면서 현재는 ‘디자인 서울거리나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서는 ‘옥외광고물등관리법’에 대해 제대로 아는 공무원들이 많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위에서 지시는 내려오는데 어디로 갈지를 몰라 우왕좌왕합니다. 서울시에서 디자인이나 광고물과 관련한 정책을 마련할 때 현재 각 자치구에 10년 이상 된 전문직 공무원들이 있는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배제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봐요. 최근 서울시나 정부에서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려면 서울시에서 각 자치구에 소속된 기존의 전문직 공무원을 스카웃해 우선적으로 활용하고, 이들을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디자인전공 인력을 충원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일시적인 사업으로 생각하다 보니 서울시에서 각 자치구의 전문직 공무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그냥 단순히 계약직으로 신규직원을 채용하는데 그치고 말아요.

신재훈(신) : 관공서에서는 통상 디자인 비용을 인정하지 않아요. 디자인에 대한 필요성을 이해하는 공무원이 있거나 디자인전공자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전공자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요. 디자인 전공자가 일년에 몇천 명 배출되지만 공무원으로 들어올 여건이 안 되는 거지요. 옥외환경 등 많은 사업에서 정책을 만들고 방향을 제안할 수 있는 역할, 실무 디자이너와 행정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중간자 역할이 절실합니다.

박희정(박) : 저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공무원이 됐어요. 그런데 들어오고 나서 7년간 디자인 업무가 아닌 행정업무만 했어요. 디자인 서울 거리 사업을 하면서 관련 업무를 하게 돼 기대가 컸었지요. 그런데 1차 MP(Master Planer, 서울시가 공공디자인사업을 하면서 운영하고 있는 전문가 참여제도)를 다녀오고 실망이 컸어요. 많은 디자이너가 참여하고 있으나, 현재의 행정시스템 속에서는 이들의 의견들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사회 : 제도개선이나 시범사업을 위한 관련 조직이 있고, 3월6일에 가이드라인이 나왔는데, 행자부와 서울시가 따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디자인 전문직의 입장에서 행정현장의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눠봤으면 합니다.

최영래(최) : 자치단체장이 디자인 관련 교육을 강조하지만 조직에서는 인정하지 않아요. 10년 넘게 간판 일만 해왔으니 간판에만 신경 쓰라는 식이에요.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줘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거죠. 또한 가시적인 성과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로나 청계천도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김남주(김) : 공무원 사회에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도 근래의 일이에요. 시스템과 의식이 밑받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문화라는 개념을 도입하려 하지만 방향을 잡기 힘들고요.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관공서 출판물과 CI 등이 수시로 바뀌어요. 지속적인 홍보효과나 이미지 구축은 요원한 거죠.

사업 현장의 노하우가 정책에는 반영안 돼

사회 :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디자인 관련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준비가 전혀 없어서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요.

김 : 디자인 거리 사업을 조성하는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너무 서두르는거 같아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주민협의체도 제대로 구성이 안 되고 있어요. 그런데도 일정은 10월로 잡혀있으니 우려하는 것이 당연하죠.

강: 밀어붙이기식 사업방식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커요. 10년 동안 시범사업을 했는데도 많은 부분에서 제자리걸음이라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박 : 서울시에서도 10년간 시범사업의 문제점 등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치구에서 보기엔 그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죠. 또한 디자인 관련 사업을 시행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디자인이라는 것을 다들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디자인행정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직렬별로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공공디자인 분야에 참여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시스템은 그대로 이고 디자인이라는 이름만 도입하다보니 업무의 범위, 비용의 문제, 행정적 지원의 어려움 때문에 함께 일하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단체장들이 정치적 입장에서 사업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교육을 통한 각 주체의 의식변화가 가장 중요

김: 시범 가로사업을 전문가에게 용역을 주어서 매년 했는데, 시대에 따라 가치관과 문화가 변해요. 몇년 전 잘했다고 한 사업이 획일화된 간판사업의 대표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간판 개선사업 모델로 주로 유럽을 벤치마킹 하는데, 우리 문화에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너무 획일적으로 이식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고요. 주민들의 의견이나 감수성 반영되지 않는 사업방식 탓인 거 같아요. 종로나 청계천도 지금은 너무 획일적이라고 비판받고 있죠. 강남구의 경우 알아서 잘 하고 있는 간판주도 있어요. 결국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봐요. 단지 물리적 수량을 줄이는 것 보다는 간판주들의 의식을 변화시켜가야 한다는 거죠.

사회: 60년대 박정희 정권이 얘기했던 ‘미술수출’이라는 휘호에 담긴 이념은 모든 예술을 산업의 수단으로 본 것입니다. 현재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담론도 문화나 디자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인식확산에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문화적 자생성이 없는 상태에서 내려오는 정책과 결과물은 소외되고, 그렇게 생산된 문화는 시민들 자기 것이 되지 못합니다.

강: 간판개선 사업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간판 한번 정비해 보자라는 식이죠.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핵심은 교육에서 시작해야한다고 봐요. 간판업자들과 간판주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중앙과 시.도와 시.군.구의 역할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현재는 옥외광고업자에 대한 교육에 대한 책임을 일선 기초자치단체에만 맡겨놓고 있어요. 제대로 된 교육기관도 없는데 말이죠.

옥외광고업자에 대한 교육은 우선 중앙부처에서 관심을 갖고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봐요. 물론 시ㆍ도와 시ㆍ군ㆍ구의 역할도 일정부분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일 년에 한 번만 교육하는 것인데요. 인터넷 교육도 가능하고 대학이나 일선학원 등과 연계해서 지속적인 상시교육을 실시하고 대학이나 학원에는 교육위탁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보다 활발하고 실효성 있는 교육이 되지 않을까요. 즉 상시 교육체계를 만들어 보자는 거죠. 현재 법을 모르면서 옥외광고업 등록을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불법광고물이 늘어날 수밖에 없죠.

광고업자가 사업자 등록을 한 후 그냥 영업을 하다가, 교육받을 시기가 지나면 다른 구에 가서 또 등록을 할 수 있어요. 이럴 경우 계속해서 교육을 회피한 채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면서 불법 광고물을 설치하게 되는 것이지요.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경우 해당구청에서는 그냥 사업자등록을 말소하는 것으로 종결됩니다. 물론 1년안에 재등록을 할 수 없도록 법에서 규정은 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모두 다 빠져나갑니다. 등록말소된 업소의 전산이 공유되지 않아 일일이 확인도 안되고, 국가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본적 시스템이 없는 상태인거죠.

김: 현재처럼 누구나 간판업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생기는 문제인데 교육받으면 불법광고물을 설치하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낙관인거 같은데요?

백: 교육을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는 없고, 선도적 업자들이 변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김: 2~3년 전에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자는 의견을 낸 적이 있어요. 현재 업자가 과포화상태여서 지나친 경쟁상태입니다. 차별화해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자격을 강화하고, 규모도 일정 이상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업자들 기본 소양의 문제가 아닐까 해요.

강: 기본소양 부분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교육이 필요한 거죠. 현수막, 대행광고, 전광판 등으로 교육을 세분해야 하는데 현재의 교육은 민방위 교육식으로 즉, 필요한 부분, 가려운 곳을 전혀 긁어주지 못하는 형식적인 집체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각 제작업자 별로 등록기준과 자격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봐요. 현재는 획일적인 자격증을 요구하고 있어요. 업종별로 요구되는 사업장 규모도 다른데, 영세업체의 경우 그 업체가 책임질 수 있는 역할만 허가해주는 식이죠. 옥외광고업 등록전에 교육은 최소한 몇 주는 교육해야 한다고 봐요. 제도, 디자인, 설계, 현장시공 등의 분야가 되겠죠. 인터넷을 활용한 교육도 물론 가능할 테고요.

광고물 및 업체관리를 위한 시스템 도입 절실, 옥외광고센터에도 기대

신: 국가에서 사업체를 직접 교육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통한 교육 확대나 사업체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주력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현재 소규모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경우 50대가 많아, 머지 않아 새로운 사람들이 이 업계에 유입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게 누구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면 자연스런 업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광고업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는 분야로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함에도 어렵게 만들어졌던 몇몇 학교마저도 문을 닫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한 지원 확대와 교육받은 사람들에 대한 기회제공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것에 힘을 실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현재 업체에 대한 중요한 문제점중 하나는 업체관리를 위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 점인데요. 경기도 업자가 서울시에 와서 시공하는 경우, 등록된 업체인지에 대한 확인조차 어려워 관리를 위한 네트워크 조성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불법광고물을 설치하여 조치를 할 때도 업체의 이전의 위법행위에 대한 파악 등이 안 되서 조치를 못하거나 약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많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간판시범사업 등 환경개선사업의 경우 일방적으로 지역을 정하여 추진을 하는데, 그 보다는 지역주민들 스스로가 필요에 의하여 사업을 만들고 그에 대한 지원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많은 사업들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로 인한 실효성을 못 거두는 경우와 사유재산인 간판을 돈을 받아야만 교체를 한다는 잘못된 인식들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구 경우 무상으로 불법간판철거를 해주던 것을 사업조차 중단했습니다. 불법간판에 대하여 자기가 한 것은 스스로가 해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강: 현재 교육부분에 있어서 협회와 학회에서만 움직였지 그동안 정부에서는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하여 한 번도 고민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옥외광고센터의 역할이 그런 면에서 중요하다고 봐요.

최: 시범사업을 대로변 위주로 하고 있어요. 동네나 골목길은 10~20년 전 그대로인 곳이 많죠. 단속하는 데만 계속하고 이면도로는 그대로에요. 수량만이라도 전체적으로 단속을 해야 한다고 봐요. 뒷골목, 먹자골목 등은 손도 안대고 있어요. 시범 사업 할 수 있는 편한 데만 하고 있어요. 또 예쁘고 보기 좋은 것만 디자인한다는 문제도 있어요. 간판도 예쁜 것, 세련되었다고 하는 것만 붙여놓았는데, 거리나 정서에 맞는지는 의문이에요.

강: 기존에 정비한 시범거리도 현재 제대로 관리가 안 되어 엉망이 되어 있는데, 왜 자꾸 시범 가로수의 수만 늘려만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범가로의 수를 계속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시범가로를 처음의 의도대로 계속 유지ㆍ관리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간판 개선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데 더 중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현재의 개선사업이 각 자치구의 지역여건이나 현실상황에 제대로 부합하는지도 의문이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도 진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회: 오랜 시간의 토론 감사합니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하고 민원인을 상담한 분들만이 내놓을 수 있는 생생하고 깊이 있는 의견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성공적인 시범사업을 위해서는 주민참여의 활성화가 관건이라거나, 간판개선 사업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 주신 것이 인상에 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나 제안이 정책결정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정책을 만드는 과정, 집행하는 과정, 따르는 과정이 별개가 아닌 통합적 과정이 될 때 우리나라의 행정시스템 전반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번 토론회가 남긴 중요한 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이 정책 및 행정적 시행착오를 줄이고 살기 좋은 문화도시를 만드는 데 반영될 수 있도록 간판문화연구소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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