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고백부터 하겠다.

나 공무원, 그냥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다.
몇몇 사람들이 말하듯 편견의 눈으로 공무원을 봤다.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지난 9월 17~18일, 그 편견이 깨졌다.
즐거운 집단,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그들.
능숙한 문서작업과 화려한 PPT에 발표실력, 그리고 여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까지 갖췄다.
편견에 반성했다.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는? 지난 9월 17일 ~ 18일, ?
서울시 수안보 연수원에서 마포구 ‘창의혁신 토론패널’ 소속 공무원들의 1박2일 워크숍을 기획ㆍ진행했다.

내년도 예산 편성기간이라서 며칠간 밤잠도 제대로 못잔 30여명의 마포구 공무원들이 일을 하던 중 나와 3시간을 달려 수안보로 왔다. 강의시간을 살짝 넘길 찰라였기에 이들은 짐조차 풀지 못한 채 그대로?강의실에 들어섰다. 쉴틈없이 워크숍의 첫 강의는 시작됐다.

제 1강. 상상하기, 기획하기

첫 시간은 ?’기획력 : Creative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 이라는 주제로 열린 김현성 공공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의 강의.

금연광고를 비롯한 공익광고 기획에서부터 정책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김 대표는 성공적인 광고 사례들을 소개하며 창의적인 발상법에 대해 설명했다. 광고를 기획하는 창의적인 발상법은 새로운 정책기획 마케팅, 그리고 주민과 정책 사이의 소통과도 궤를 같이 한다.

”사용자

김현성 대표가 제시하는 크리에이티브 발상법은 7가지

1. 보여주지 말고 상상하게 해라.
2. 다른 시선으로 보라.
3. 사람 속에 감동이 있다.
4. 니즈를 최대한 과장해라.
5.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라.
6. 매체를 크리에이티브로 활용하라.
7. 단점을 뒤집으면 매력이 된다.

이를 행정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3가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1. 열린사고: 정책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고하기.
2. 뒤집어보기: 창의적인 것은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내는 것.
3. 질문적 사고: 창조적 사고는 왜?라는 질문에 새로운 답을 하는 과정.

”사용자

몇 시간씩 차를 타고 내려와 강의실로 직행한 30여명의 마포구 ‘창의혁신 토론패널’ 동아리 소속? 공무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빛났고, 재미있는 김 대표의 강연 덕에 탄성과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공간을 메웠다.

제 2강.?불만합창단

약 두 시간에 걸친 강의가 끝나고, 공무원들은 각자 숙소에 짐을 풀고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바로 강의실로 돌아와야 했다.

”사용자

두번째 시간은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김이혜연 연구원이 진행하는 ‘불만합창단 워크숍’이다.? 불만합창단 워크숍은 앉아서 듣는 강연이 아니라 불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고, 한바탕 웃고 떠드는 공감과 공유의 시간이다.? 창의혁신 토론패널 멤버들은 6개의 팀으로 나뉘어 각 팀별로 다양한 불만들을 쏟아냈다.

‘예쁜 옷은 왜 나한테만 안 어울려?!’, ‘집안일은 하면 티 안나고 안하면 티나는 걸까’ ‘티코는 항상 무시당해’ ?등등의 개인적인 불만은 기본!

‘왜 쉬고 있을때만 과장님이 나타날까’? ‘공무원 철밥통 소리 이제 그만!’ ?’창구직원이 여직원이면 함부로 하고 걸핏하면 책임자 찾아’ 같은 업무에서 오는 불만, ‘ 버스 안내가 너무 조잡해서 불편해’ ‘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 짜증나’ ‘ 대체 학비는 왜이렇게 비싼거니’ 등 사회전반에 대한 불만까지 모두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사용자

이렇게 나온 불만들 중 30개를 추려서, ‘남행열차’ 곡에 가사를 입혔다. 금세 남행열차는 우리들의 ‘불만열차’로 바뀌었고,? 인디 밴드? ‘한강의 기적’ 주영찬님의 기타 반주를 따라 신나는 노래가 되었다.? 아래 가사를 남행열차 멜로디에 실어 흥얼대보자. 아, 떠오른다. 신나던 그 순간~

<마포구 토론패널의 불만합창곡>

1절
결혼은 왜 안하니 그만 물어봐 / 할 때 되면 나도 하겠지
성형수술 권하는 우리 엄마야 / 낳아준 대로 살고 싶어요.
많지 않은 연금, 왜 자꾸 깎으려 해
공공기관 메신저 너무 하고 싶어요. / 나 혼자 왕따 되는데
USB맘대로, 포털메일 맘대로 / 전화 친절 너무 비겁해

2절
일은 너무 많은데 너무 박봉이닷 / 공익들은 너무 배째라야
팀장님 술은 그만, 나 빼고 먹지마라 / 지금 맥주 너무 미지근해
아래층 아줌마 나보고 구청여자래
민원인은 공무원, 도둑으로 취급해 / 와서 한번 일해보라지
우리 패널 PT는 맨날?내 차지 / 서기보 무시하나요.

3절
요즘 건물 통유리 너무 답답해 / 구내식당 메뉴도 답답해
일하고 돌아가면 남편들은 휴식이야 / 여자들은 또 일이야
집안일은 해도 티 하나 안나요.
내 PC는 느려터져? 화장실 감 청소 중 / 점심시간 너무 짧아요
직장에 있는 시간 너무 길어요/ 주말은 너무 짧아요.

이렇게 다 같이 부르고 나니, 내 불만이 아니었던 불만들도 나의 불만인 것처럼 진심으로 공감하면서 부르게 된다. 이처럼 불만합창단은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과정.

오늘 모인 불만들, 그리고 오늘 불만합창단을 만들기 위해 서로 나눈 이야기들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좀 더 이해하고, 마포구, 마포구에서 일하는 나, 또 나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 3강.? 제안활동 활성화하기

전날 불만합창단 프로그램은 밤 10시쯤 끝났다. 이후 뒤풀이까지 해서 잠이 부족할텐데도 참가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다. 아침을 먹고, 연수원 주변으로 산책을 다니고, 오랫만의 사무실 밖 환담을 즐겼다.

이렇게 이튿날 첫 강의시간을 맞았다. 이번 강의는 CNP경영연구소 어용일 소장의 ‘제안활동 활성화 방법’에 대한 강의였다.

창의혁신 바람이 몰아닥치고 있는 공무원 사회에서 어용일 소장은 오랫동안 제안규정을 다듬고 공무원의 제안활동에 대해 강연하고 지원한 전문가. 어 소장은 공무원들이 정말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공무원들의 용어로 풀어내 좋은 호응을 얻었다.

”사용자

어용일 소장은 다양한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제안제도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제안에 대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란다. 즉, 일상을 살아가면서, 출근해서 일을 하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하는 숱한 생각들이 이미 제안인데, 전혀 새로운 것이 ‘제안’이라고 생각하는 틀에 갖혀 ‘제안’이라는 또 다른 일을 만들어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대상에 대해서 생각한다. 구내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면서, ‘왜 수저를 처음부터 줄까. 들고다니기 불편하게. 마지막에 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면, 제안을 한 것이다.

이를 내 속에 두지 않고 상대방에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자세히 말을 하는 것이 바로 제안활동이다. 내 뜻을 잘 설명하기 위해서 쓰는 게 ‘제안서’다. 남들이 알아보기 쉽게 설명하려다보니 자세하게 쓸 수밖에 없다.

제안에 대한 인센티브도 달리 생각해보자. 내가 출장을 다녀와서 출장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출장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듯, 제안의 경우도 어떤 내용을 제안하려고 하는지 제안서를 써야하고, 그에 따른 수당이 인센티브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어용일 소장의 핵심 메시지는 단 두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제안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자. 제안활동을 어려워하지 말자. 제안은 Side job이 아니라 My job이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는 특별보너스가 아니라 제안활동에 대한 수당이다.”

창의혁신 토론패널 공무원들의 ‘마포구 비전 2020’

마포구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2020년 마포구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 최고의 수변도시로서의 마포에 대한 구상,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노인복지정책으로 노인들이 행복한 마포, 그리고 녹색문화공간과 그린에너지가 넘쳐나는 곳이다.

마포구 공무원들의 머릿 속에는 어떠한 구상이든 주민과 함께 해간다는 민관협력의 마인드가 녹아 있었으며, 이들은 주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지원자, 촉진자로서 행정의 역할을 정의하고 있었다. 2020년 마포구는 어떠한 모습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사용자

이렇게 1박 2일의 ‘빡센’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피곤하고 고된 일정이었지만 모두의 얼굴엔 이 과정을 잘 마쳤다는 뿌듯함이 배어 있었다.

마포구 공무원들이 ‘우리는 어떤 토론패널이 되어야 할까’, ‘우리는 어떤 공무원이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면, 이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한 희망제작소, 우리 자신은 ‘시민사회와 공무원의 관계는 무엇일까’ ‘더 좋은 거버넌스를 위해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 희망제작소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교육이란 것이 당장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희망제작소와 함께 고민하고 공부한 공무원들이 점점 많아지고, 이들이 일하고 있는 지역사회가 더 많은 주민참여와 더 많은 민주주의로 살기 좋은 마을, 살고 싶은 동네가 되었다는 평을 듣는다면, 정말 좋겠다.

글_ 사회창안센터 이경희 연구원(olivia@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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