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용자

20대 청년보다 활기차고,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미국 시니어, 그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젊은 한국인 경영학도가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 아래 자신의 눈에 비친 미국 시니어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적극적으로 노년의 삶을 해석하는 미국 시니어의 일과 삶, 그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10)
반세기 전 (1956년) 윌리엄 와이트 (William H. Whyte)가 조직인 (The Organization Man)이라는 책을 썼을 당시 미국에는 아이비엠 맨 (IBM Man)을 비롯하여 평생직장을 꿈꾸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대기업에 입사해서 땀을 흘려 일하며 그 회사 안에서 조금 더 나은 직책을 맡고, 조금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을 커리어의 목표로 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책이 나오고 딱 40년 후, 마이클 아서 (Michael B. Arthur)와 드니스 루소 (Denise M. Rousseau)는 경계 없는 커리어 (The Boundaryless Career)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한 조직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자기개발을 위해서 조직을 옮기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평생직장보다 ‘평생개발’

미국인들 사이에서 더 나은 연봉을 찾아 더 좋은 기회를 찾아 회사를 옮기는 것이 커리어 개발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번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미국 노동 통계청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현재 40대, 50대 초반에 해당하는 늦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지금까지 평균적으로 11개의 직장을 가졌다고 합니다. 첫 직장이 은퇴 전 마지막 직장이 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경기가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직장을 옮기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본인 경력 개발을 위해서 다른 직장을 찾아나서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갖는다는 것이 꼭 한 회사에서 이사, 부사장직까지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직급에 머물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흥미로운 일들을 하며 끊임 없이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평생직장을 찾는 사람보다 평생개발을 위한 일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인터뷰를 한 40, 50대분들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탄탄한 대기업에 들어가서 커다른 기계의 한 부품으로서 일하는 것보다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내 작품이다’라고 내세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을 더 보람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기업이라는 커다란 조직에서 얻는 사회적 지위보다 작은 기업 내에서 큰 임무를 맡고 조직 내 상대적 지위가 높은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입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많은 분들께서 생각하는 보람된 일의 정의 및 성공적인 커리어에 대한 정의는 그 분들이 생각하는 본인의 이상적인 모습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986년 대학 졸업 후 미국의 4개 주를 옮겨다니며 7개 회사를 다닌 분께 “지금까지 해오신 많은 일들 중에서 가장 본인다운 일이 무엇이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네 번째 회사를 짚으며 “작은 회사였지만 내가 일구어낸 회사였어요. 내가 일을 잘하면 잘 할수록 회사가 더욱 더 성장했고, 나 없이는 이 회사가 더 클 수 없을 것 같았죠.”라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시니어는 자신에게 맞는 직장이란 직위에 상관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직장 바로 전에 일하던 곳에서 나를 더 높은 자리로 승진시켰어요. 승진과 함께 무수히 많은 서류들이 제 책상에 쌓이게 되었고 행정적 일을 하는데 보내는 시간이 많이졌어요. 내가 원하는 것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일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 관리를 맡는 것인데 그 일 외에 다른 일에 쏟아붓는 시간이 너무 많이지게 되었죠. 그래서 그 일을 관두게 되었죠. 현재 직장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일을 다시 맡게 되었어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매니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울 수 있어요. 그래서 예전 직장에서보다 훨씬 더 행복해요.”

팀 홀 (Douglas T. Hall) 교수와 동료들은 평생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을 *프로티언 커리어 (Protean Career)중심의 사람들이라 정의합니다. 꾸준한 자아성찰을 바탕으로 한 일에 대한 정체성 그리고 조직의 경계, 직업의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일터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한 ‘평생 배우는 삶’을 중요시 여기는 프로티언 커리어 추구자를 21세기 커리어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프로티언 커리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성공적인 커리어에 대한 정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높은 직책, 더 많은 보수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가장 잘 반영하고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일입니다. 일에 대해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면, 평생직장에서 은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지금까지 무엇을 배워왔으며 앞으로 또 어떠한 것을 새롭게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희망이 생기게 됩니다.

* 용어 설명 (more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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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티언 커리어 (Protean Career): 유동화된 인력 사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커리어 유형으로 기존의 조직 중심 커리어가 아닌 개인 중심 커리어를 뜻한다. 프로티언 커리어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정의하는 승진, 보너스 등을 바탕으로 성공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 주관적 성공을 중요시 여기며, 조직에 충성을 바치는 것보다 개인적인 성장과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http://wfnetwork.bc.edu/encyclopedia_entry.php?id=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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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는 사람은 어딜 가든지 존재하고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끌어낸 정체성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평생배움이 커리어의 목표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러한 분들에게 은퇴라는 단어는 또 다른 변화에 불구하며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형태의 배움이 이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사용자김나정은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조직사회심리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미국 보스턴 걸리지 경영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일터에서 다양한 종류의 변화를 겪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박사 논문 주제로 은퇴기 사람들의 새터 적응기 및 정체성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najung.kim@b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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