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2009년 한국사회, 희망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희망제작소는 우리사회 희망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이런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발랄하고 전복적인 상상력으로, 자본경쟁에 지친 우리의 사고를 한 뼘 더 넓혀줄 수 있는 사람들. 의미 있는 실험을 계속하는 사람들. 그 연속 인터뷰의 첫 타자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입니다. 또 한번 새로운 미디어를 실험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김 총수를 4월 6일, 생명이 본격적으로 움트기 시작하는 봄날, 인사동에서 만났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두 번에 나누어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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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대론, 타당과 함정 사이

정송 : 현재 유통되고 있는 ‘세대론’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88만원 세대>로부터 촛불집회 시기 아고라에서의 ‘세대론’, 고재열의 <독설닷컴> 386, 298세대 경험담 연재, 연극 <누가 20대를 구원하는가>까지. 또 최근에 ‘세대론’은 각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지럽게 해석되고 유통되고 있다.
: 그거 마케팅 아니었나?

정송 : 공저자 박권일은 <88만원 세대>의 핵심은 계급, 즉 비정규직, 양극화 문제이고 세대론은 당의정이었다고 이야기하면서, 386과 20대의 전선을 만들고자 하는 조선일보식 ‘세대론’에 우석훈이 <한겨레> 지면을 통해 응답함으로써 우파의 꼼수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식의 글을 올렸다.
: 나는 세대론에 관심이 없다. <88만원 세대>가 얘기하는 건, 소위 기성세대가 20대를 구조적으로 착취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탓인 건 분명하고, 구조적인 것은 확실하다. 그 분석에 거기까지는 동의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언제 기성세대가 20대한테 시대의 의사결정을 맡겼다든가, 엄청난 보수를 줬다든가, 그런 시대가 존재했냐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언제나 20대는 무시돼 왔다. 386은 스스로 자화자찬한 거지, 다른 세대가 그들이 20대일 때 그들에게 희망을 발견한 게 아니다. 그런 식의 세대론으로 맞서는 건 웃기는 짓이다. 이 세대가 지난 시대에 비해 자본이란 측면에서 더 착취당하는 것은 분명하나 특별하지 않은 건, 10대는 낭만적으로 바라봐주고, 20대는 x삐리로 보는 거, 사회에 나갔는데 경험도 없고 능력도 없는 x삐리로 보는 건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거라고.

”?”정송 : 그럼 어떤 면에 더 관심이 가나.
: 나는 개인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 어른을 못 만들어 내는 사회가 되었다는 생각 많이 한다. 지금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사회다. 어린애들의 불확실성은 어른들이 대신 처리해준다. 당연하다. 그 불확실성을 스스로 대면할 때 어른이 된다. 우리는 이 기간이 길다. 점점. 유치원 학원, 중고등학교, 대학 어떤 과목 들을까 누구와 결혼, 어떤 직장, 어디서 살까. 부모의 결정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요새 상담하다보니 이런 질문이 있다. 30대 남자다. 몸짱이 대세고, 여자친구도 권유해서 헬스클럽 다닌다. 근데 회사 끝나고 헬스클럽에 가면 너무 피곤하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요? 이런 고민이다.

정송 : 안 가면 되지(웃음).
: 그걸 내가 어떻게 말해(웃음). 지가 힘들어도 몸짱이 돼서 즐거워지든가. 아니면 몸짱이 안 되더라도 배나왔어도 편히 살든가. 둘 중 하나 선택을 해야 하는데, 선택에는 비용이 따르는 거다. 몸짱이 되려면 힘들고, 몸짱이 안 되면 배나왔다는 비난을 받아야 하는 거고. 요즘 세대의 삶이라는 게 아주 어릴 때부터 비용을 부모가 다 감당했던 거다. 부모는 자식이 아무런 기회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최선의 선택만 하도록 자기가 자식을 위해서 대신 선택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새 30대고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살다가, 어느 순간 무기력증에 빠진다. 30이 넘어서 무기력증에 빠진 거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니까 패닉상태에 빠진다. 몸은 어른인데,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 상태에 머문다.

정송 : 큰일이다. 자아가 자라지 못하는 사회가 돼 버렸다.
: 그렇게 어른을 양성하지 못하는 사회, 불확실성의 시대다. 직업은 빨리 변하고 버티질 못하는 거다. 그래서 여기저기 앵겨서 울고 있는 거다. 20대는 원래 그렇게 불확실하고 울고불고 하는 시기이기는 한데, 유난히 더 그게 강하게 보이는 건. 물론 신자유주의가 그들을 더 압박한 것도 있으나, 거기에 대응하는 그들의 태도 역시 신자유주의의 강한 압박 이상으로 유약해졌다. 그건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어른으로 기르는데 실패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모든 문제를 개인으로 환원하는 것 같지만, 구조적인 문제만큼이나 개인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구조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다 모여서 혁명하기 전에는. 모든 잘못은 사회의 탓으로 돌릴 순 없잖나. 무슨 얘기를 이렇게 열라게 하고 있는거야, 씨바(웃음).

#6. 소통, 언어의 바벨탑을 쌓지 않으려면

정송: 좀 쉬자(웃음). 세대간 직급간 성별간 소통문제에 대한 상담을 한번 받아보고 싶다. 희망제작소도 이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주로 직급 낮고 젊은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구원단과 직급 높고 나이 많은 남성 간부단 사이에 소통문제가 있다.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가.
: 그건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불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언어가 다르다. 부모와 자식간은 원래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은 그 시대에 맞는 살아온 방식이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은 대부분 현재의 방식과 잘 맞지 않는다. 그런데 그걸 지적하면 부모들에게는 자기가 존재했던 방식 자체를 부정하라고 요구하는 거다. 내가 틀리게 살았다고 말하라는 거거든. 그 시절엔 그게 맞았는데. 어디까지 서로가 양보하고 인정해주냐는 문제지, 온전히 소통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특별히 예외적인 케이스가 있는데, 그건 보통 부모가 잘 해야 돼(웃음). 그러니까 여기서는 노땅들이 잘 해야지. 노땅들이 굉장히 유연하고 권위의식이 희박하고. 그리고 경험이나 나이가 권위를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해. 근데, 경험이나 나이와 자리가 권위를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뭐가 보장해 주는 거야?(웃음).

정송 : 부모 자식보다는 나이 차이가 적잖나? 선후배는 10년 남짓이다.
: 하지만 부모 자식보다 덜 친하잖아.(웃음)
정송 : 본질적으로는 잘 안 되지만, 얼마나 서로 이해하고 인정해주느냐는 정도의 차이인데, 결국, 윗사람이 잘 해야 한다는 결론인가.
: 그치, 내줄 게 있는 사람이 윗사람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있는 걸 가진 사람은. 근데 윗사람은 이미 그런 시절을 다 겪었고 경험과 나이와 지혜가 있는데,, 그걸 왜 포기해. 쉽지 않지.

정송 : 딴지에서 총수하면서 조직을 거느렸다. 그때 총수의 리더십은 어땠나?
: 총수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일방통행과 무조건 상명하복. 그래서 밑에 갈등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난(웃음). 아무리 들어도 내 생각이 맞으면, 그럼, 내가 틀렸단 걸 입증하려 하지 말고, 내가 한 말을 니가 메워서 맞게 만들려고 노력해라. 그렇게 얘기한다.

정송 : 그럼 결과는?
: 결과는 그거랑 상관없이 망할 때도 잘될 때도 있다. 의지와 상관없이(웃음). 안 되는 이유를 막 얘기한다. 그럼 난 이렇게 얘기한다. “니가 있는 이유는 그게 저절로 안 되기 때문이야. 되게 해 그러면!” 내가 항상 옳아서가 아니라 내가 조직의 대표로 이 결정을 한 이상, 내 결정을 맞도록 니가 노력을 하고, 못하겠으면 니가 나가야지, 새끼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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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이코패스정부 혹은 투명정부를 상대하는 방법

정송 : 요새는 어떤 놈이 젤 밉냐?
: 이명박이 젤 밉다. 압도적으로. 사이코패스니까. 난 이명박 정부가 사이코패스 정부라서 좋은 점이 한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투명정부야.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왜 그러는지 알 수 있어. 굉장히 심플하기 때문에. 감정이입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걸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정송 : 그래도 세상이나 사람들이 좀 앞으로 좀 나아질 거다. 이런 쪽으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근원적인 한계, 동물이어서 안 돼, 이렇게 생각하는지?
: 이렇게 말하면 진보의 정신에 위배되나, 역사가 선형의 방향성 지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우파에 가깝다. 사회가 생태계 같다고 생각한다. 동물처럼. 다만 동적 균형을 유지한다. 이명박이 나오면 반작용이 나오게 마련이다.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선형의 역사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기보다, 마치 세차운동처럼 움직이는 거다. 팽이가 돌다가, 동력이 떨어지면 중심을 바꾼다. 아예 자빠지면 멸종하는 거다. 멸종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멸종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반작용이 튀어나와 새로운 중심이 잡혀갈 거고 그렇게 동적균형을 유지하며 팽이는 돌 거다.

정송 : 얼마 전 유시민 전 장관의 책, <후불제 민주주의> 저자와의 대화 사회를 봤다. 시민사회 쪽에서는 지난 정부에 대해 일부 비판 세력은 있으나 많은 부분 동일시하는 편인 것 같다. 인적 구성에 있어서도 386을 많이 기용했던 것은 사실이고. 그런데 한미 FTA나, 파병, 신자유주의 강화,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책을 받아 집행했던 모습들이 진보적인 정부와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여전히 노무현 정권 이후 대선에서 범민주 세력이 패배한 것을 진보진영의 패배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동의할 수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노무현 정부가 좌파는 아니었다. 명확하게. 사회자유주의, 좌파신자유주의 이런 희한한 용어를 사용했다. 우선 이해해주자면, 그런 측면이 있다, 권력은 경쟁의 영역. 우파의 속성에 맞는 영역이다. 경쟁에서 싸워서 누르고 올라가는 이런. 실제 물리적 권력을 잡게 됐을 때. 담론이나 정책의 영역에서 이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적어도 상식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진보진영에서 공격받을 결정을 많이 하긴 했는데, 상식적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상식은, 평균대중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결정이다, 라고 생각지 않는 수준을 말한다.

정송 : 이명박이 이긴 건 노무현이 개판 쳤기 때문이라고 보는가.
: 이명박이 이긴 건 소위 프레임 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 살게 해줄게’라는 프레임이었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이 폭등할 때 박탈감을 가지고 있던 서민들이 이명박이 오면 나도 거기 올라탈 수 있을 것 같았거든. 이명박은 정확하게 그 욕망을 타고 갔다. 프레임을 먼저 짜고 마케팅 했다. 근데 얘네들은 ‘이명박 나쁘다’밖에 프레임이 없다. 자기 철학이 없었던 것. 그리고 그렇게 프레임을 짤 여유를 못 준 것은 노무현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여유, 인물, 철학이 없었다. 우리 편이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씨바, 이명박 나쁘다는 것밖에 모르겠고. 그런 싸움은 반드시 지는 거다. 여집합으로 이기는 꼴을 못 봤다. 대통령은 안티테제가 아니라 테제인 자가 되는 거다, 돈 많이 벌게 해줄게, 명쾌하잖나?

정송 : 그런 욕망의 공학이 작동하는 데서 다른 테제가 끼어들 틈이 없지 않았는가. 굉장히 경쟁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사회에서.
: 욕망은 자본욕망만 있는 게 아니다. 자본에 치우친 사고를 하고 그런 세계에 살고 있긴 한데, 나는 한편으로 이명박 당선이 가져온 긍정적 단초가 있다고 하면 이제 시대가 개인의 욕망에 부응하지 않고는 안 되는 시대라는 거다. 과거에는 이데올로기, 정당한 것과 정당하지 않은 것의 싸움이었다. 노무현 대 이회창, 김대중 대 이회창, 그런 것들은 민주 대 반민주를 표상했다. 하지만 이명박과 정동영을 민주 반민주로 나눌 수 있느냐.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상관이 없어, 이제 사람들한텐. 개인욕망이 중요한 시대로 넘어갔다. 앞으로는 개개인의 욕망에 타게팅하고 거기에 부응하는 구체적인 언어를 만들어내고 프레임을 짜내지 않으면 진보고,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이유만으로 이길 수 없다.

정송 : 한홍구 교수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욕망이 좌절된 사람들이 파시즘에 경도될 수 있다고 했다. 자기욕망에 충실하고, 그런 것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사회가 되면, 그런 점을 이용하는 정치세력이 나올 수 있고, 전후 독일에서 히틀러의 출현도 그런 배경이 아니었나.
: 일리 있다. 일리 있는데, 대부분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는데, 적어도 히틀러는 히틀러가 시대를 만든 것 같다(웃음). 그런 조건이 갖춰졌다고 해서, 히틀러가 나올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는 거다. 패전 열패감, 경제적 궁핍함, 이전 리더들에 대한 실망감. 메시아를 원하는 열망도 있고. 그런데 그것만으로 파시즘에 가지는 않고, 그것의 총아에 해당되는 악마적이고 압도적인 인물이 나와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보지만, 우리나라가 파시즘 국가로 가기는 어렵다. 그 정도의 악마적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어디 있나? 그리고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할지라도 시대적 평균 지성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에. 근데 이럴 순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독일 프랑스의 네오나치 같은 젊은 극우세력이 증가할 순 있을 것이다.

김어준씨와 1시간 가량 진행한 인터뷰는 진화생물학과 사이코패스에서 시작해 소통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딴지일보>의 탄생을 본 한 언론인은 이런 얘기를 했다.

“나는 그 때 딴지일보의 출현을 지켜보면서, 아 글을 저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 신기했지.”

처음 만나본 김어준 딴지 총수는 자기만의 독특한 프레임을 가진 사람이었다. 진보와 보수의 구태의연한 담론을 들이대면, “나는 이렇게 생각해” 혹은 “나는 이게 더 관심있어”라면서 본인만의 프레임을 제시한다. 그런 ‘다르게 보기’가 1세대 인터넷 정치패러디신문 <딴지일보>를 탄생시켰던 것이고, 다시 한번 모바일 버전의 딴지를 기대하게 한다. 모바일딴지는 사이코패스정부를 상대하는 재미있고도 유쾌한 방법일 뿐 아니라, 미디어의 확장성과 참여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실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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