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시사IN 기자들이 희망제작소가 제안한 천개의 직업 중 일부를 직접 체험하고 작성한 기사를 시사IN과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 동시에 연재합니다. 본 연재기사는 격주로 10회에 걸쳐 소개됩니다.  


체험, 1000개의 직업 (7) 친환경 바느질 공방 

이탈리아 장인만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이는 게 아니다. 중학교 가사 실습 시간 이후 처음 하는 본격 바느질이다 보니 온 신경이 바늘 끝에 집중되었다. 강사가 알려주는 쉬운 매듭 묶기가 외려 더 어려웠다. 분명히 똑같이 따라 한 것 같은데, 바늘귀에 실을 한 바퀴 돌리고 나면 매듭은 마술처럼 풀려 있었다. 바늘을 쥔 손이 가끔 미끄러져 “아”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딴에는 촘촘히 한다고 한 홈질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다가도 천을 뒤집어보면 비죽거리는 선이 눈에 들어왔다. 내 몸과 좀 더 친해지기 위해 면 생리대를 사용한 지 4년이 다 되어가지만, 직접 만들어본 건 처음이었다.

4월19일 서울 마포구의 ‘네모의 꿈’을 찾았다. 바늘과 재봉틀을 가지고 면 생리대를 만드는 ‘네모’ 이지은씨(48)와 ‘꿈’ 김윤주씨(40)가 의기투합해 만든 친환경 바느질 공방이다. 지난해 여성환경연대와 공동으로 <핸드메이드 생리대>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두 사람은 이른바 ‘친환경 바느질장이’이다. 아마(亞麻)실로 짠 얇은 직물인 리넨으로 주로 작업하는 이들은 면 생리대와 에코백·에코슬리브(뜨거운 일회용 커피 용기를 쥐기 위해 덧대는 천) 등을 만들고,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그 방법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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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몸을 동시에 생각하는 이 직업을 소개하기 위해 기자도 잠시 펜은 놓고 바늘을 들었다. ‘손재주가 없다’ ‘바느질은 정말 오랜만이다’라며 엄살을 떠는 기자를 김윤주씨는 세심히 지도해주었다. 2주 전에도 한 중학교 클럽활동(C.A)에서 생리대 만들기 강의를 했다는 그는 “더 헤매는 사람도 있다”라며 바느질 초보자의 사기를 북돋웠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김윤주씨와 주부 이지은씨는 문화센터에서 바느질을 배우다 2007년 함께 공방을 차렸다. 시작은 퀼트였지만 자연스레 몸에 닿는 천으로 관심이 옮아갔다. 친환경적인 천을 찾다보니 환경 운동하는 사람들과 교류가 잦아졌고 그 덕에 면 생리대를 알게 되었다. 생리할 때 나던 불쾌한 냄새는 생리혈이 일회용품의 화학 성분과 만나서이고, 생리대와 맞닿은 예민한 피부가 짓무르는 것은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일회용 생리대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그뿐인가. 1년에 일회용 생리대가 20억 개 이상 버려지고 하나 썩는 데 100년이 걸린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원단으로 이것저것 만들던 우리가 왜 한 번도 면 생리대를 만들어 쓴다는 생각은 못했을까?’라고 되물으며 생리대 바느질을 시작했다.

“고등학생 아들도 면 생리대 자연스러워해”

김윤주씨는 친환경 바느질장이가 되면서 일상도 바뀌었다. 그녀는 처음에 세탁한 생리대를 빨랫줄에 걸기가 껄끄러웠다. 고등학생 아들의 시선이 염려되어서였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속옷을 널어놓았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김씨의 아들도 면 생리대를 자연스럽게 여긴다. 며칠 전 초경을 시작한 중학생 딸은 김씨가 만든 면 생리대를 쓴 이후, 일회용 생리대 가격을 보고서는 “이 돈이면 한 달에 내 용돈이 얼마야?”라며 놀라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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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반응도 좋다. 키트(생리대를 만들 본과 천, 단추 등이 담긴 세트로 1만800원, 9800원짜리 두 종류가 있다)가 한 달에 100개 정도 나간다. 학교나 단체에서 실습 강의 요청도 꽤 들어온다. 한 달에 한 번 여는 생리대 워크숍 참석자는 20~30대 여성이 주를 이룬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사탕 대신 생리대’ 캠페인을 벌였는데 남녀 커플이 와서 생리대를 만들어 가기도 했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할 거라며 생리대를 만드는 남자 대학생도 있었다.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꾼다며 공방을 찾아와, 생리대뿐만 아니라 속옷 만들기 등을 배워간 수강생들은 제주도와 경북 봉화군 등으로 귀농했다.

바느질 자체를 좋아하는 게 중요

두 시간 정도 지나자 바느질이 어느 정도 손에 익었다. 기자가 만든 ‘베이직 생리대’도 그럴듯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바느질에 여유가 생기자 손을 놀리며 옆에 있던 김씨에게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뭐냐고 물었다. 그는 “이 일이 재미있어서 좋다”라고만 말했다. 흥미와 적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네모의 꿈’은, 그래서 재능 있는 이보다는 바느질을 좋아하는 이에게 이 직업을 권한다. 솜씨가 모자라도 즐기면 잘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꼼꼼함은 필요 없을까. 김씨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인 만큼 꼼꼼함이 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바느질 자체를 즐겁게 하지 못하면 더 힘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바느질이 재미있고 바느질을 통해 일상에서 삶을 바꿔가려는 그들이 1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쓴 <핸드메이드 생리대>에는, 시마무라 나쓰의 <슬로 푸드적 인생!>에서 재인용한 이런 구절이 있다. “다소 거창하게 말한다면, ‘면 생리대 만들기’란 ‘바느질’을 통해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천천히 되묻는 작업이다. 나와 친구, 나와 가족, 나와 사회, 나와 자연, 나와 지구 전체의 관계를 말이다’.”

이 직업은
대바늘과 천만으로 출발할 수 있는, 비교적 문턱이 낮은 직종이다. 친환경 바느질 공방 국내 1호를 자처하는 ‘네모의 꿈’은 주로 물품 판매, 강의 등으로 월평균 150 ~180만원 수익을 올린다. 부업이나 취미 삼아 시작할 수도 있는 이 직업은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따라 수입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초보자는?
바느질 공방 ‘네모의 꿈(blog.naver.com/nemo 2007)’이나 시민단체 ‘피자매연대(www.bloodsisters.or.kr) 같은 홈페이지에 가면 면 생리대 만들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생리대 본, 천, 상가 정보까지 다양한 기초 지식이 자세히 나와 있어서 초보자에게 유용하다. 각 단체에서 여는 워크숍 일정을 확인하고 참석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시사IN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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