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두 명의 필자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합니다.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혁신·교육思考
(4) 노숙인 가이드가 안내하는 런던 골목길 탐방 – Unseen Tours

<언신투어즈(Unseen Tours)>는 노숙인이 안내하는 런던 도보 탐방 프로그램이다. 역사적인 명소나 요즘 뜨고 있는 핫플레이스를 둘러보는 일반적인 관광 상품과 달리 노숙인의 눈에 비친 런던 거리의 이야기를 그들의 인생 경험담과 함께 들을 수 있는 한마디로 ‘듣도 보도 못한’ 탐방 프로그램인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진진한 런던의 길거리 역사와 사회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고단한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언신투어즈>는 2010년 8월 ‘사크 마브 이벤츠(Sock Mob Events)’라는 사회적기업에 의해 시작되었다.

‘사크 마브 이벤츠’는 ‘더 사크 마브(The Sock Mob)’라는 자발적 시민 모임에 의해 설립되었다. ‘더 사크 마브’는 노숙인과의 만남과 대화의 시간을 통해 소외된 이웃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그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줄여 소수자의 사회 참여 기회를 높이기 위해 약 10년 전에 시작되었다. 노숙인과 말문을 트기 위해 양말이나 음식 등을 가져온 것에서 ‘사크(Sock, 양말) 마브(Mob, 사람들의 무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모임은 인터넷을 통해 약 400명의 자발적 시민 네트워크로 확대되었고, 이 모임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언리미티드(UnLtd)’라는 사회적기업 지원 단체로부터 4만 파운드(약 7천만 원)의 후원을 받아 ‘사크 마브 이벤츠’라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언신투어즈>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언신투어즈>와 별도로 ‘더 사크 마브’는 자발적 시민 모임으로 여전히 진행 중이며 모임 만들기 홈페이지 Meetup에서 신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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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보지 못한 투어’ 안내판을 들고 관광객을 기다리는 노숙인 가이드(좌)
잘 알려지지 않은 런던 뒷골목을 탐방하는 모습(우)

노숙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언신투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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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신투어즈>는 금요일 오후 7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투어 시간은 보통 1시간 30분 정도지만, 참가자들의 질문이 계속되거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3시간이 넘도록 계속되기도 한다. 금요일 투어는 사전 예약이 필수며, 토요일과 일요일 투어는 사전 예약 없이 참여 가능하다. 또한 5명 이상의 그룹이 주중에 신청하는 경우 그들만을 위한 투어 예약도 가능하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각 투어마다 2명의 참가 여유분을 남겨둔다는 점이다. 투어 요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 투어에 참여하는 노인이나 환자의 보호자 등이 무료로 투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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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요금은 일반적으로 10파운드(약 1만 7천 원)이며, 할인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7파운드(약 1만 2천 원)다. 티켓 판매액의 약 80%가 노숙인 가이드에게 돌아간다. 60%는 투어 가이드에 대한 수고비인데 노숙인의 선택에 따라 매주 또는 매월 지급되고, 20%는 교통비와 통신비로 지급된다. 나머지 20%는 보험료, 마케팅 비용, 자원활동가의 식비 및 교통비 등 단체 운영을 위해 쓰인다. 또한 노숙인에게 거의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어 거주 공간 마련 등을 돕기도 한다. 즉, <언신투어즈>의 대부분의 수익금은 노숙인의 생활 환경 개선과 자립을 돕기 위해 쓰인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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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민이 들려주는 6인 6색 런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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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신투어즈>의 런던 여행 코스는 모두 다섯 구역으로 나뉜다. 템스강변 골목 구석구석을 훑는 런던 브리지(London Bridge) 투어, 이주민들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쇼디치(Shoreditch) 투어, 거리의 예술가들로 북적대는 코번트 가든(Covent Garden) 투어, 거리 상점이 밀집된 다민족 커뮤니티인 브릭스톤(Brixton) 투어, 빈티지숍 및 벼룩시장으로 유명한 브릭레인(Brick Lane) 투어. 이 투어의 가이드를 맡은 사람들은 헤이즐(Hazel), 헨리(Henri), 비브(Viv), 리즈(Liz), 비니(Vinny), 잔(John) 이렇게 6명이다. 이들은 현재 노숙인이거나 이전에 노숙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각자 주로 거주하는 구역에 대한 가이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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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신투어즈>의 가이드

이들은 가이드를 시작하기 전에 약 3개월 동안 자원활동가로부터 훈련을 받았다. 이 훈련은 단순히 가이드를 위해 필요한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음식을 나누고 그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이나 괴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관계 형성을 더 중요시 했다. 자원활동가가 노숙인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노숙인은 투어 가이드로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자원활동가는 노숙인에게 훈련을 제공하는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했다. 이는 투어 참가자들에게 노숙인 가이드가 단순히 신기한 구경의 대상으로 비춰지지 않고, 사회에 공헌하는 동등한 시민으로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러한 관계의 연습을 통해 노숙인들은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였고 투어 가이드로서의 책임감도 키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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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노숙인(현재 또는 예전에 노숙인이었던) 가이드들의 자기소개 내용을 보면, 그들이 투어 가이드 활동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런던 거리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고 이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어하고, 그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또한, 투어 가이드로 나선 이후에 노숙인들의 삶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수입이 늘어 주거 환경이 나아지기도 하고, 저널리즘을 공부해보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된 경우도 있고 시를 쓰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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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르칠 것이 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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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런던 거리를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런던의 노숙인들. 그래서인지 노숙인의 눈을 통해 새롭게 재편된 런던의 모습을 경험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언신투어즈>를 신청한다. 매년 많은 수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런던의 특성상 외국인 관광객의 신청도 많지만, 이제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런던 거리의 속살이 궁금한 영국 사람의 신청 비중이 더 크다. 런던 거리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노숙인으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얻고자 지리학과 대학 교수가 투어에 신청하는 일도 종종 있다. 또한 호주, 루마니아, 싱가포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폴란드, 아일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언신투어즈>를 벤치마킹하고자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유사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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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숙인은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다. 함께 있기 보다는 피하고 싶은 존재다. 가진 것도, 나눌 것도 없는 사람의 대표격으로 여겨진다. 그들은 도움을 받아야 할 불쌍한 존재이지, 그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주 많다. 참 아이러니하다. ‘누구나 가르칠 것이 있다’라는 말을 그저 상징적 구호쯤으로 여겼었는데, <언신투어즈>는 그 말을 현실에서 생생히 증명하고 있다. 또한 <언신투어즈>는 우리의 두터운 편견과 선입관을 한꺼풀 걷어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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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정선영 (전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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