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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21) 노인을 돌보는 이웃 사람들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멀리 사는 친척보다 자주 얼굴을 보고 사는 이웃이 서로 잘 돕는다는 뜻으로 이웃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속담이다. 일본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이웃’은 중요한 존재일 것이다. 일본은 베이비붐 세대가 이미 고령자(65세~74세)가 되어서 65세 이상의 인구가 3,079만 명으로 총인구의 25%(2012년 통계)에 육박하고 있다. 고령자들의 24.2%가 혼자 생활하고 있으며, 29.9%가 부부끼리 생활하고 있고, 18.5%가 미혼의 자식과 생활하고 있다. 즉 고령자들만 생활하는 집이 8집 건너 한 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른 사회 보장 비용의 증가가 재정을 압박해 정부는 소비세율 인상을 서두르고, 부족한 개호 시설과 개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은 실버 비즈니스로 새로운 이윤 창출을 서둘렀다. 이미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도 곧 닥칠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일본의 고령자들은 어떤 노후 생활을 보내길 바랄까? 40대~60대 중장년층들은 어떤 노후 생활을 꿈꾸고 있을까? 공공복지의 최저 생활 보장도, 실버 비즈니스의 비싼 서비스도 그 답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터전에서 이웃들과 함께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행복한 삶을 살다가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이미 24년 전부터 협동조합을 만들어 ‘고령자가 되어도, 장애인이 되어도, 지역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상부상조의 마을만들기’를 해 온 사람들이 있다. 1989년 요코하마 지역에서 일본 최초로 복지 전문 생활 협동조합 ‘복지 클럽 생협’을 만든 조합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상부상조의 힘으로 고령자를 돌보다

복지 클럽 생협이 탄생한 1989년은 아직 고령자의 재택 생활을 지원하는 개호 보험이 없었던 시대였다. 나이가 들어서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아픈 곳이 생기면 행정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특별 양호 노인 홈’이나, 개인이 비용을 지출하는 ‘유료 노인 홈’ 중 본인에게 맞는 곳을 선택해서 입주해야 했다. 재택 생활을 할 경우에는 온전히 가족이 특히 여성들이 고령자를 돌보았으며, 그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요코하마시 코우후쿠구(?浜港北?) 지역의 주부들은 1987년부터 스스로 주체가 되는 참가형 운동으로 워커즈 콜랙티브(노동자 협동조합)라는 비영리?협동의 조직을 만들어 고령자들의 재택 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클럽 생협 설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본인들이 고령자가 됐을 때 공공 복지나, 자본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가족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해 왔던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적의 재택 복지 시스템을 미리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주부들이 한 집 한 집 방문하여 1,020명의 조합원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일을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이 워커즈 콜랙티브를 조직해 지역 고령자들의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합원들은 2인 1조가 되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령자들을 찾아 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복지 클럽 생협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설립 당시부터 복지 클럽 생협에 참여한 무라카미 아키오(村上明男) 전무의 설명이다.

장보기에서 애완동물 산책까지

“건강하게 늙기 위해서 안전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싶은데, 동네 골목 가게는 점점 사라지고 대형 슈퍼마켓은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장을 보기가 힘들어요.” 고령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복지 클럽 생협은 고령자들이 ‘쇼핑 난민’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약 공동 구매 사업을 시작했다. 돌봄 서비스 워커즈 콜랙티브를 조직해 포인트라고 부르는 조합원이 고령자의 집을 매주 1번씩 방문해 신청받은 물품을 배달해 준다. 이들은 다른 생협의 택배 서비스와 다른 점이 있다.

후지사와(神奈川?藤?市) 지역에서 결성된 돌봄 워커즈 콜랙티브 하마유우(해변의 친구라는 뜻)의 조합원으로 지역 고령자들의 재택 생활을 돕고 있는 T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워커즈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생산자 그룹이 생산한 안전한 식재료와 친환경 생활용품 등을 고령자에게 배달하고 있습니다. 배달을 하면서 근황을 묻고 몸이 불편한 고령자를 대신해서 식재료를 냉장고에 정리해 주기도 하며, 주문 용지를 대신 작성해 주기도 합니다. 매달 조합원들과 요리 교실을 열어 건강한 식생활을 공유하기도 하고, 생산 현장에 견학을 가기도 하지요.” 즉 이들은 고령자들을 돌보고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복지 클럽 생협에는 각 행정 구역별로 24개의 돌봄 워커즈 콜랙티브가 결성돼 지역 고령자들의 돌보미로 활동하고 있다.

공동구매로 형성된 조합원과 워커즈 콜랙티브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령자들이 재택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가사 및 개호 서비스가 탄생했다. ‘가사 개호 워커즈 콜랙티브’의 조합원들은 세탁, 청소, 장보기, 식사 만들기 등의 일반적인 집안일에서부터, 각종 서류의 작성과 제출, 목욕과 산책 등의 개호,애완동물의 산책, 말 상대에 이르기까지 고령자 조합원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가 도움을 준다.

코우호쿠구에서 시작된 복지 클럽 생협 활동은 그 다음 해에 바로 카나가와구(?浜市神奈川?)로 확산됐다. “20명의 주부들이 구 전체를 뛰어 다니면서 290명의 조합원을 모아 복지 클럽 생협 ‘카나가와’를 설립했습니다. 그리하여 ‘돌봄 워커즈 콜랙티브 코스모스’와 ‘가사 개호 워커즈 콜랙티브 키즈나(정이란 뜻)’를 1990년 10월에 결성했지요. 초기에는 조합원들이 개호활동은 초보이지만, 가사에는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가사 도움을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처음에는 남의 집의 살림을 돕는다는 것이 낯설어 서먹서먹했으나 곧 이용자들과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지요. 당시의 조합원들이 고령자가 되어 이제는 이용자가 됐습니다.” 이렇게 지역에서 20여 년간 고령자들의 생활을 지원해 온 ‘워커즈 콜랙티브 키즈나’는 현재 50여 명의 조합원들이 가사와 개호를 통해 지역 고령자들의 지키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24개의 ‘가사 개호 워커즈 콜랙티브’가 24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동구매와 가사 개호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다양하게 파악되면서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워커즈 콜랙티브가 연이어 탄생했다. 그 중 가장 이용율이 높은 것은 식사 배달 서비스와 이동 서비스라고 한다.

영양 발란스를 갖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할 수만 있으면 다른 가사일은 필요 없다는 이용자들을 위해서 각 지역에 ‘식사 서비스 워커즈 콜랙티브’가 조직되었고 지역의 빈 가게 등을 이용해 주방을 만들었다. 주방에서 금방 만든 따끈따끈한 식사를 각 가정에 배달하면서 고령자들의 건강도 함께 살핀다. 거동이 불편해 외출을 기피하고 집안에 갇혀 생활하는 고령자들을 위해 ‘이동 서비스 워커즈 콜랙티브’도 각 지역에서 조직되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본인의 자동차를 이용해 병원, 미장원, 공원 나들이에 이르기까지 고령자의 발이 되어 외출하는 것을 도와준다.

카와사키시(川崎市) 미야마에구(宮前) 지역에 1992년 결성된 ‘식사 서비스 워커즈 콜랙티브 코노미(취향이란 뜻)’는 17명의 조합원이 지역의 빈 상점을 임대해 활동을 시작했다. 10여 년 이상 매일 저녁 따끈따끈한 밥을 조합원들에게 배달하면서 지역 활동을 해 온 결과, 처음에 7명이었던 이용자가 지금은 90여 명으로 늘어났고 조합원 수도 28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조합원 H씨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계획적인 정전이 실시됐을 때, 불안에 떨고 있던 고령자들이 식사 배달을 받고 안심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그때 우리의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처음으로 실감할 수 있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복지 클럽 생협에는 코노미와 같이 식사 배달 서비스를 하는 워커즈 콜랙티브가 9개 행정 구역에 10개 그룹이 조직돼 있으며, 본인의 차량으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의 이동을 돕는 워커즈 콜랙티브가 13개 행정구역에 12개 그룹이 조직돼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에어컨 청소 서비스, 모기창 교체 서비스, 정원 손질 서비스, 출장 미용 서비스, 옷 리폼 서비스 등의 전문적인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워커즈 콜랙티브, 개호 용품의 상담과 제공을 하는 워커즈 콜랙티브, 법적으로 성년 후견인 역할을 하는 워커즈 콜랙티브, 고령자를 위한 문화 강좌를 개최하는 워커즈 콜랙티브 등의 다양한 전문 워커즈 콜랙티브가 조직되어 고령자들의 재택 생활을 돕고 있다.

또 하나의 집, ‘노인 홈’ 운영

“가족들이 모두 외출한 시간을 안전하게 보내고 싶다.” “낮에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적당한 운동과 레크레이션으로 치매를 예방하고 싶다.”라는 고령자들의 요청으로 데이 케어 서비스 센터가 설립됐다. 현재 9개의 지역에 데이 케어 서비스 센터가 설립됐고, 9개의 ‘데이 서비스 워커즈 콜랙티브’가 각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 케어 서비스 센터는 이용자들에게 레크레이션, 목욕, 식사, 기능 훈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 4곳은 사회 공헌에 뜻을 가진 조합원이 기증한 주택을 개조하여 데이 케어 서비스 센터를 열었다.

일본의 사무라이와 불교 문화를 대표하는 고도 카마크라(神奈川?鎌倉市)의 쾌적한 주택가에 복지 클럽 생협 카마크라의 데이 서비스 센터 ‘데이 살롱 하루(봄이라는 뜻)’가 있다. 이곳은 2008년 오랫동안 복지 클럽 생협을 이용하셨던 조합원이 세상을 떠나면서 기증한 집을 개조하여 개소한 곳이다. 옛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일본식 가옥으로 넓은 정원이 있어서 창문 너머로 계절마다 다양하게 피는 꽃을 감상할 수 있고,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재배할 수도 있다. “식사도 간식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아주 맛있고, 커피도 아주 맛있어요.” 밝은 얼굴로 오셀로 게임을 준비하는 이용자를 보니 마치 이곳이 작은 카페처럼 느껴진다. 때때로 동네 아이들이 놀러 오면 떠들썩해지는데 이때 이용자들도 덩달아 신이 난다고 한다.

대부분 종일제로 운영되는 데이 서비스 센터와 달리 이곳은 20명의 이용자들이 오전, 오후로 나뉘어 이용하고 있다. 이곳의 운영을 맡고 있는 ‘데이 서비스 워커즈 콜랙티브 와카나(봄나물이란 뜻)’의 H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나이 때문에 집에서만 생활하는 분들 중에는 낮에 잠깐이라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곳을 원하는 분들이 많지요. 마치 자기 집에서 이웃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31명의 조합원들이 아이디어를 모아서 오전, 오후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9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복지 클럽 생협의 데이 서비스는 담당 워커즈 콜랙티브가 이용자들에 맞춰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하루 일과 프로그램과 제공하는 서비스가 조금씩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정원이 10명 이내로 소수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 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방문이 쉽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복지 클럽 생협은 현재 2곳의 노인 홈을 운영하고 있다. 2003년 카마크라시에 ‘코어’(중심이란 뜻, 20명 정원)를 2012년 요코하마시 코우호크구에 ‘키라리’(반짝반짝이라는 뜻, 42명 정원)를 설립했다. 복지 클럽 생협은 안심·안전의 재택 생활이 가능한 복지 만들기를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병이 악화되면서 “밤에 혼자 자는 것이 불안하다.” “일상생활에서 개호가 전적으로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노인 홈을 운영하게 되었다.

복지 클럽 생협은 입주자들이 노인 홈을 ‘또 하나의 집’으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코어’를 운영하고 있는 ‘생활 지원 워커즈 콜랙티브 마니쓰’의 O씨는 “우선 이용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노임홈에 입주하기 때문에 고립감을 별로 느끼지 않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던 가구도 그대로 가져 와서 생활하며, 지금까지 이용했던 병원이나 데이 서비스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고, 가족들도 자주 방문할 수 있어서 마치 이사를 온 것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옥상 정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바베큐를 즐기기도 하지요.” 생활 지원 워커즈 콜랙티브 외에도 식사 서비스 워커즈 콜랙티브, 가사 개호 워커즈 콜랙티브, 이동 서비스 워커즈 콜랙티브 등 7개의 워커즈 콜랙티브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면서 긴밀한 협력 체제를 갖고 20여 명의 입주자를 돌보고 있다.

마을만들기에 나서다

복지 클럽 생협은 지난 24년간 조합원의 요구에 맞춰 고령자들의 재택 복지 서비스를 다양하게 마련해 왔다. 그동안 소비재의 공동 구매를 근간으로 조합원은 16,000여 세대로 늘어났고, 물류센터도 4곳으로 확장됐다. 참가하는 워커즈 콜랙티브도 총 17업종 96개 그룹으로 증가해 3,292명의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요코하마시 코우호크구 한 곳에서 시작한 조합 활동은 카나가와현 내 23개 행정 구역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조직과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업종별 협의회와 지역별 협의회로 협동의 네트워크를 강화시키고 있다.

지난 2011년 설립 20주년을 맞이하여 ‘마을만들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가할 것’을 표명하고 기초 행정 구역 단위로 마을만들기 지역 회의를 구성했다. 즉 지역 밀착형의 재택 복지 지원 시스템을 더욱 확대하고, 본인 참가형의 워커즈 콜랙티브 운영 방식으로 시장 가격의 2/3~1/2의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또한 워커즈 콜랙티브가 다리가 되어 무연사회에서 지역 커뮤니티를 재건하여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협동의 마을 만들기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커뮤니티 옵티멈 복지=우리가 지역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는 최적의 복지’ 실현이 그들이 지역을 누비며 땀 흘리는 궁극적 목적이라고 한다.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사진_ 복지 클럽 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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