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박명준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원 / 독일 체류 중

연구주제들

베텔스만 재단의 연구 프로젝트들은 대체로 수 년간 지속되는 장기적 성격을 지니며, 사회의 핵심 이슈들을 다룬다. 근래에 연구활동의 주된 주제영역은 교육과 평생학습, 복지국가와 사회적 시장경제, 인구학, 건강문제와 의료보험 시스템 등 대체로 사회-교육-보건 정책과 관련한 영역들이다. 이들은 크게 ‘변화하는 사회(changing society)’, ‘세계적 책임(global responsibility)’, ‘경쟁력(competitiveness)’, 그리고 ‘가치들(values)’ 등 크게 4가지의 주제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다.

‘변화하는 사회’ 영역에서는 대체로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그것을 토대로 노동시장을 어떻게 재구축하고 도시와 일터를 바람직한 삶의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 그리고 각 연방주들이 이러한 변화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어떻게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마련할 것인지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왔다. 특히 최근에는 고령화의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적 책임’ 여역에서는 글로벌 세계체제 속에서 유럽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바람직한 EU의 운영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주제와 중동문제를 포함한 국지적인 지역내 국가갈등의 문제,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의 민주화에 대한 새로운 조명 등 대체로 국제정치적인 주제를 다룬다.

‘경쟁력’을 화두로 한 영역에서는 어떻게 관료기구의 비효율성을 극복하면서 새롭고 효율적인 규제를 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가지 방안들을 탐구를 한다. 그 중에서 보건의료부문의 개혁을 위한 탐색, 그리고 독일의 규제개혁 상황을 다양한 부문들을 통해서 점검하는 작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치들’을 다루는 영역에서는 종교, 시민참여, 민주주의 등 사회적 통합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탐구하고, 노동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학교의 다양한 측면들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하여 어떻게 재구축되어야 하는지를 탐구함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최근 각광을 받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주제도 이런 사회변동에 대한 연구와 함께 다루고 있다.

대규모의 유용한 데이터 베이스 구축 및 실행 프로그램의 실험에도 열의

베텔스만 재단은 연구와 분석을 위한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정부나 학술연구기관이 갖는 관심과는 다르게, 매우 실용적이고 정책함의가 높은 데이터들을 광범위하고 투명하게 구축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정부가 지니고 있지 못한 유의미한 통계자료도 자체적으로 형성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체제이행 데이터(transformation data)’이다. 이는 베텔스만이 자랑하는 창의적이고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세계 약 125개국을 기반으로 국가별 정치운영(political management)의 수준과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표를 개발하고 구축한 것이다. 그 모든 내용은 인터넷에 올려 놓고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다른 예는 독일의 연방주州들간에 정책실행과 관련하여 그 퍼포먼스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한 데이터베이스이다. 이는 여러가지 정책들의 실행에 있어서 각 주들이 그간 어떠한 성취를 거두었는지를 비교하고 이를 피드백 받을 수 있도록 구축한 매우 유용한 자원이다.

정책모델을 구축하여 이를 실제상에 적용시키는 작업도 행하고 있다. 재단은 거시적이고 굵직한 단위를 다루는 개혁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일을 종이속에서만 추구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러한 프로그램의 현실적합성을 따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작업을 추진한다.
대표적인 예로, 교육개혁정책과 관련, 몇 년전에 NRW주 정부와 협약을 체결하고, 재단이 구축한 교육개혁 프로그램과 모델을 이 주의 여러 학교들에서 실제로 도입케하여, 정부가 학교운영 체계의 전환을 모색하는데 실제적인 참고사항이 되도록 일종의 ‘실험(experiment)’을 한 사례가 있다.

수입과 지출

베텔스만재단의 수입원은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모기업 베텔스만사로부터 제공되는 투자소득(investment income)이다. 재단이 기업의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모기업이의 성장을 통한 투자소득은 재단수입의 절대적인 근간을 이룬다. 이는 재단의 연年 총수입에서 9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 10% 가량은 기부나 파트너기관으로부터의 수입, 그리고 자산이자 등이다. 다른 독일 대기업 재단들과 마찬가지로 재단의 운영을 위한 명목으로 별도로 정부로부터 받는 재원은 없다.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2005년과 2006년의 경우 각각 총지출이 약 5천6백만 유로와 6천만 유로가량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프로젝트 운영에 할애한 액수가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였는데 – 각각 4천 2백만 유로와 4천7백만 유로 -, 전자는 총지출의 약 75%, 후자는 약 78%에 이르는 액수였다. 나머지는 소통과 홍보에 7%정도, 그리고 행정과 프로젝트 지원용역으로 약 15-18% 정도를 지출하였다.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를 지출하였는가를 살펴보면, 베텔스만재단이 주안점을 두는 정책영역이 무엇인지 더 잘 가름할 수 있다. 두 해 모두 교육정책에 각각 27%와 24%를 지출하여, 가장 주안점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국제관계, 보건의료 및 여타 학제간 프로젝트에 약 15% 가량이 할애되었고, 대체로 노동시장과 복지정책 등이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는 경제사회정책에도 총프로젝트 지출액의 약 12-13% 가량이 할애되어, 퍽 비중있게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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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베텔스만 재단은 본원적으로 사회변동과 관련한 핵심적인 주제에 대해서 정치적 논쟁을 이끌어 내려는 지향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다만 정당이나 운동단체들처럼 ‘당장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식의 단기적인 주문을 내오는 것에 촛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 보다 장기적인 호흡을 유지하면서, 보다 변동을 필요로 하는 부분의 근간을 이루는 측면들에 주목한다.
재단은 1년에 약 250차례의 크고 작은 토론회, 포럼, 컨퍼런스 등을 개최한다. 행사들의 일차적인 목적은 재단과 그 활동에 대한 홍보로서의 의미가 있다. 즉, 재단이 연구를 통해 확보한 결론을 전달하고, 정리한 생각과 지향을 외부에서 수용토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사들은 그 자체로 전문가 그룹들과의 ‘네트워킹’ 작업의 매개가 되기도 한다.

행사는 참가자 10명 내지 15명 가량의 소규모 행사에서 200여명 이상의 대규모 컨퍼런스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어떤 특정 프로젝트의 일부이기도 하고, 순전히 커뮤니케이션을 목표로 해서 꾸려진 독자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개별 연구그룹들이 주도하여 개최하는 전문가 회의는 가장 대표적이고 주요한 행사이다.

매년 적어도 4-5차례 가량은 국내외적으로 대규모의 행사를 직접 주관하고 있고, 그 중에 2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국제 베텔스만 포럼’은 국제적으로도 큰 명성을 얻고 있는 행사의 백미이다.
문화영역에도 역량을 기울여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매년 세계 성악계의 신예들을 발굴하는 성악경진대회 ’새로운 목소리(Neue Stimm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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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베텔스만상

1988년 이래로 매년 수여하는 ‘칼 베텔스만상(Carl Bertelsmann Preis)’은 베텔스만 재단의 대외활동 중에서 매우 높은 상징성을 지닌다. 이 상은 교육, 대학, 고용, 단체교섭, 보건, 미디어 정책 등 베텔스만재단이 주안점을 두는 영역들을 총망라하여 한 해에 가장 인상적으로 창조적(creative)인 활동을 전개한 부문과 단체들을 엄선하여 시상한다. 상금은 15만 EUR (한화로 약 2억원)이다.

이 상의 최초의 수상자는 ‘독일의 단체교섭 시스템의 발전’을 이끌고 기여해 온 노사단체들 ? 주요 산별노조들과 그들의 교섭파트너인 사용자 단체들 ? 이었다. 그 이후 매년 주제를 달리하여 그 해 최고의 ‘사회혁신상’을 선정하여 치하해 왔다. 올해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기관이 이 상을 수상했는지를 알면, 모든 나라들이 주목하고 밴치마킹을 할 만한 좋은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곳이 어디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에 따르면, 한국의 모시민단체도 민주화로의 체제이행에 기여한 공로로 한때 이 상의 후보로 결선까지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이번 연구과정에서 필자가 방문하였던 국제투명성기구 트렌스페런시 인터네셔널(Transparency International, 베를린 소재)은 사무실 현관에 상장을 걸어 놓고 칼베텔스만상의 수상경력을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기도 했다.

2006년의 수상주제도 ‘경제사회변동에서 능동적 고령화(active aging)’를 이끌어 내려는 취지에서 핀란드(Finland) 정부가 추진한 ‘고령노동자 프로그램(National Program on Aging Workers)’에 돌아갔다. 15만 유로의 상금을 수상한 주체는 핀란드의 수상 데느코 아호(Esko Aho)씨. 그와 그의 정부는 핀란드가 당면하였던 고용상의 어려운 과제를 고령노동자들에 대한 획기적인 개혁프로그램을 통해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타개해 간 점을 높이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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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행과 언론활동

지난 30년간 베텔스만재단은 수백 권의 책들을 출간했고, 이곳의 연구원들은 재단의 연구프로젝트의 결과를 바탕으로 수 많은 기고활동과 인터뷰 제공을 했다. 2005년과 2006년 두 해만 잡아도 각각 연간 35권과 39권의 간행물들이 출간되었다.

야닉씨에 따르면, 베텔스만 재단은 연구, 조사, 비교연구 등을 수행한 후에 발간되는 일체의 생산물들을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 다른 기관들이 주목하고 돋보이도록 노력한다. 동시에 내용적으로 적합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담는 것까지도 지향한다. 예컨데 앞서 언급한 바 주정부들의 개혁정책 퍼포먼스를 비교하는 데이터를 기초로 하여 여러 정책페이퍼들을 작성하면서, 단지 ‘NRW주는 나쁘고, 바이에른Bayern주는 좋다’는 식의 피상적인 수준이 아니라, 어떤 주를 그 주의 조건 속에서 좋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장기적 대안’이 무엇일지에 관한 고민을 담는다.

베텔스만재단의 정책개발과 영향력 확대의 채널은 언론과 메스미디어를 통한 대중홍보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보다 차분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독특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분석의 기반을 마련하며 이를 전문가들과의 협력작업을 통해 추구하는 점을 중시한다. 륀스트로트씨의 말대로 이곳은 민중(grassroots) 조직이나 시민운동단체가 아니다. 그야말로 컨텐츠의 질(quality)로 승부를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독일 싱크탱크를 대표하는 곳이라 할 만한 이 재단의 언론과 미디어 활동은 매우 활발한 편이다. 필자가 독일에 지난 8년간 체류하면서 TV, 라디오,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베텔스만 재단이 언급되는 경우를 직접 듣고 본 것만도 수 십차례에 이를 것이다. 이는 특히 1998년에서 2005년에 집권하였던 슈뢰더(Schröder) 정부가 베텔스만 재단의 개혁정책 아이디어를 전폭적으로 수용하였던 정치적인 선택을 배경으로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나름대로 이곳이 독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변화의 컨텐츠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곳의 미디어 전략은 선정적인 대중지가 아니라, 정론지를 겨냥하고 있다. 대중들의 눈에 쉽게 등장하기 보다는 한번을 등장해도 무겁고 의미있게 등장하려 한다. 대형 언론매체들은 늘 베텔스만 재단의 활동과 그 결과물에 시선을 놓지 않고 있다.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이곳은 독일 사회에서 남다른 싱크탱크임에 틀림없다.

근래에 들어 인터넷은 중요한 출간채널로 부상했다. 베텔스만재단의 홈페이지(http://www.bertelsmannstiftung.de)는 현재 약 65만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정책 페이퍼’들을 품고 있다. 그 내용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언제든 전세계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접근하고 내려받을 수 있다.

한편, 필자는 2007년 10월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도서박람회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다시 베텔스만재단의 부스(booth)에 들러 보았는데, 그곳에는 재단의 주요 출간물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인터뷰때 재단 관계자들이 언급을 했던 주요한 간행물들이 그대로 눈에 들어와 반갑기도 했고, 부스의 벽면을 가득 채운 간행물들을 보면서 이곳에 대한 더 많은 호기심이 생겨나기도 했다.

후기

방문을 하고서 필자는 베텔스만 재단을 두고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그로 기능한다고 비판하는 ? 그런 점이 분명 있다고 본다 ? 세인들의 폄하성 지적이 이곳을 이해하는 핵심 코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성향은 이들이 추구하는 창의력과 혁신지향성의 여러가지 다양한 표출방식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싶었다.

이곳의 연구와 실천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으로, 사회정치적으로 주변적인 주제들에만 맴돌면서 생생내기나 장식하는 수준이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행하는 가식적인 실천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어 보였다. 일단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을 추구하는 것을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베텔스만재단을 설립한 몬(Mohn)과 그의 정신과 그의 실천력은 절대적으로 칭송받을 일로 여겨진다.

싱크탱크로서 다양한 연구주제를 다루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경제에 치우쳐 있지 않고, 또 이행국가 지수나 지자체 비교연구 등을 통해 공적으로 유용한 데이터베이스들을 두텁게 구축하면서 경제이외의 영역에 관심도 높음을 확인했다.

기업에 뿌리를 둔 재단이 시시콜콜 사회적인 영역에까지 간여를 하면서 정치에 대해 훈수를 펴는 모습이 바람직 한가에 대해서는 분명 조심스럽게 성찰할 여지가 있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기관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시대의 문제와 적극적으로 맞닥드리느냐, 그리고 그 안에서 얼마나 창의적이고 현실적합한 해결책을 내 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베텔스만재단은 더 면밀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


[연재순서]

1. 연재를 시작하며
2. 쾰른의 막스플랑크 사회연구소 MPIfG
3. 뮌헨의 ‘경제를 위한 연구소 IfO’
4. 포츠담의 ‘기후영향연구소PIK’
5. 프랑크푸르트의 ‘헤센 평화와 갈등 연구 재단(HSFK)’
6. 뉘른베르그의 ‘노동시장과 직업연구를 위한 연구소IAB’
7. 도르트문트의 ‘도시와 공간정책 연구소ILS-NRW’
8-1. 본의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FES’
8-2. 본의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FES’
9. 베를린의 ‘콘라트 아데나워재단 KAS’
10. 베를린의 ‘하인리히 뵐 재단(Heinrich Böll Stiftung)’
11-1. 귀터스로의 ‘베텔스만 재단(Bertelsmann Stiftung)’
11-2. 귀터스로의 ‘베텔스만 재단(Bertelsmann Stiftung)’
12. 슈트트가르트의 ‘로베르트 보쉬 재단(Robert Bosch Stiftung)’
13. 뒤셀도르프의 ‘경제사회연구소(WSI)’
14.‘쾰른 경제연구소 (IW Köln)’
15. 베를린의 ‘베를린폴리스(Berlinpolis)
16. 베를린의 ‘위드(WEED)’


[기획연재] 독일의 정책브레인을 해부하다 는 매 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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