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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숙의 낮은 목소리

정부가 서울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바꿔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롯데가 금명간 서울시의 건축허가를 받으면 2014년까지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대 8만7,182㎡ 부지에 연면적 60만7,849㎡, 높이 112층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다는 겁니다.

2007년 7월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초고층 건물을 건립할 경우 서울공항 비행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국방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2롯데월드 신축계획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바뀌었지만 서울공항은 그때나 지금이나 공군기지이고 초고층 건물을 건립하면 비행 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수요일에 열린 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에서는 이 사업을 위해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의 각도를 3도 변경하기로 하고 롯데와 공군에 활주로 변경관련 실무협의를 맡겼다고 합니다.

”?”

아무리 부자와 기업을 편드는 기업가 출신 부자 대통령이라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사람들이 있고, 마침 경기도 나빠졌으니 좋은 일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개 기업에 엄청난 이익을 주기 위해 나라를 지키는 군사시설에 피해를 주는 건 옳지 않으며, 공군비행장 바로 옆에 555m 높이의 건물을 짓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향후 5년간 총 1조7,000억 원의 공사비와 연인원 250만 명의 건설인력을 투입하고 완공 후 고용인원만 2만3,000여명에 달할 테니 ‘잠실 뉴딜’이라고 주장합니다.

조진수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지난 달 조선일보에, 제2롯데월드가 추진되는 곳은 법적으로는 현행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저촉되지 않지만, 성남기지는 전시 및 비상시 바로 전투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국가의 전략적 군기지라는 요지의 시론을 썼습니다. 그는 민간 여객기는 악천후에서 운항을 중지하면 되지만, 군용기들은 임무 완수를 위해 무리한 운항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순간적으로 기상이 악화될 경우 항공기가 비행 안전 구역을 벗어나기 쉽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용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실제 공식명칭인 ‘성남 공군기지’라는 말 대신 ‘서울공항’이라는 명칭만 쓰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새 고층빌딩의 안전을 입증하는 근거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민간 항공 관련 기관인 ICAO(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나 FAA(미국연방항공청) 출신 전문가들의 주장을 내세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서울공항’을 인천이나 김포처럼 정기 여객기가 뜨고 내리는 민간공항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성남 ‘기지’는 영어로 표현하면 ‘Air Base’이지 민간공항을 표현하는 ‘Air Port’가 아니다.”

”?”롯데측은 제2롯데월드를 지으면 연간 150만 명의 해외관광객을 유치, 2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일 거라고 합니다.

지난 12월 30일엔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에 필요한 조처를 자기네 부담으로 마련하겠다고 서울시에 밝혔으며, 기존 롯데월드로 인해 주변에 심각한 교통체증 문제를 일으켜온 것을 감안, “서울시에 650억 원을 지원해 주변 교통체계를 정비하고, 1,000억 원을 들여 잠실4거리 지하광장 확장 및 대중교통 편의 확대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활주로 각도를 변경하려면 1,000억 원 가까운 돈이 들어갈 수 있다는 예상 속에 국방부 관계자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롯데에서 모든 비용을 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활주로를 뜯어내고 다시 만드는 고난도 작업과 더불어 초고층 건물이 인근에 들어서는 데 따른 각종 첨단 비행 안전장비도 갖추어야 합니다. 서울시의 건축허가가 나오고 공군이 구체적인 비용을 산출하여 롯데에 제시했을 때 과연 롯데가 그 비용을 순순히 받아들일지 지극히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비용문제가 아닙니다. 이 계획이 안고 있는 위험입니다. 언제든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군 기지 옆에 555m의 건물을 짓는다는 건 누가 보아도 위험한 일입니다. 롯데는 이 계획을 모든 것이 최선의 결과만을 가져오리라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위에 세웠지만, 국민을 책임지는 정부는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를 경악하게 한 뉴욕 세계무역센터 대폭발참사와 같은 사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악천후 속에서 움직이던 비행기가 바로 옆의 112층 건물에게 돌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계획이 ‘부동산투자의 지존’인 신격호 그룹회장에게 ‘대박’을 가져올 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눈 먼 욕심과 크나큰 어리석음의 합작인 이 계획이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10년 전 바른 이유로 불허했던 계획을 갑자기 허용하기로 한 정부(政府)가 제 이름 속의 “바를 正”자를 알고는 있는지 궁금합니다.


* 이 칼럼은 자유칼럼에 함께 게재합니다.

코리아타임스와 연합통신 (현재의 YTN) 국제국 기자로 15년,
주한 미국대사관 문화과 전문위원으로 4년여를 보냈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글을 쓴다.
현재 코리아타임스, 자유칼럼, 한국일보에 칼럼을 연재중이다.
저서로 “그대를 부르고 나면 언제나 목이 마르고”와 “시선”이 있고, 10여권의 번역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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