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 교육센터는 지난 5월 21일부터 1개월 과정으로 시흥의 네 권역을 돌며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희맹의 훈자오설 아카데미>를 위탁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와 학교, 마을의 발전과 공생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자연이, 도연이, 하연이,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힘겨운 존재인 나의 아이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아이 셋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들던지 무신론자였던 나는 위로받을 곳을 찾아 교회에 나갈 정도였다. 누구나 낳아 기르는 아이인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든지… 아이를 지혜롭게 기른 사람들을 닮고 싶고,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부모로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질문은 내 고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누누이 들어왔고, 나 또한 즐겨하는 말이다.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마을을 꿈꾸며 조금씩 활동을 하던 중, 이곳 경기도 시흥시 거모동으로 이사를 왔다. 지난 3월 이사를 하면서 다짐한 것은 ‘적어도 아파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열심히 하자’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누며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내자’였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이웃들은 이미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가 있는 듯 했고, 나는 그저 이방인이었다. 또래의 엄마들과 무언가 유익한 일을 하면서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생각에서 그치고 말았다. 친분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풀어놓는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저? 동네 사람들 얼굴을 익히며 마음속으로 더불어 사는 마을을 꿈꾸고 있다.

이런 내게 <강희맹의 훈자오설 학부모 아카데미>의 ‘마을에서 아이 키우기’ 강좌는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다. 정외영 녹색마을 사람들 이사님께서 강사로 오셨다. 강사님께서는 강좌에 참여한 학부모들에게 요즘 자녀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물으셨다. 자연스레?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젠 학교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우리 아이의 공부를 거부감 없이 잘 도와주고 싶다, 다른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과 친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주고 싶다, 놀이 문화가 다양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등의 이야기가 화이트보드에 쓰여졌다. 이러한 우리의 고민이 1995년 수유동에 모인 여성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한 우리는 빠르게 강사님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1995년 시작된 ‘녹색마을 사람들’의 설립 배경부터 성장과정, 지금의 성과와 가치 등에 대하여 열심히 말씀해주셨다.

1995년 이웃이었던 여섯 명의 여성들이 가진 모임에서 자연스레 자녀들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고, 그것은 곧 주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때 모인 의견은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잘 자라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다. ‘20년 전의 선배 엄마들도 지금 나와 똑같은 고민을 했구나. 그리고 대안을 마련하고 행동하여 끝내는 이렇게 성과를 나누며 행복해하는구나.’ 생각하니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강사님의 열강을 들으며 우리 동네에서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꼼꼼하게 메모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곳 찾아보기, 좋은 책 읽히기, 자투리 시간을 내고 공간을 마련해 방과 후 아이들이 놀 만한 공간 만들기,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자원봉사활동, 생협 등.

강의가 끝날 무렵 메모지를 나눠 주시며 마을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일들을 적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원봉사, 반찬, 간식 등 먹을거리 나눔, 책 읽어주기, 주말농장, 음악 동아리, 다양한 내용의 품앗이 공부방 등 실현 가능성 있는 활동들이 쏟아져 나왔다. 관심사가 다양한 가운데에서도 닮은 것들이 많이 있었다. 이번 강좌를 통해 동기 부여를 받은 학부모들이 씨앗이 되어, 내가 사는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들고, 그것이 네트워크 되어 더 넓은 마을이 되는 날을 꿈꾸어 본다. 내 아이를 위해 시작한 활동들이 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내게 절실한 것, 그것이 왜 절실한지 그 이유를 꺼내어 써보자.”
“내 아이를 키우기 위해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같이 모여 함께 키워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는 성장했다.” 강사님의 메시지가 내 가슴에 와 닿았다.

물론 강의를 들었다고 해서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1506호 정민이 엄마에게 차 한 잔 하자고 카톡 보내봐야겠다.’ ‘소민이 엄마에게 군자중학교에서 만나서 놀자고 해봐야겠다.’ 함께 하고 싶은 엄마들에게 먼저 연락을 할 용기도 생겼다. 마을의 품 안에서 더불어 건강하게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뿌듯해진다.

글_? 최미진 (도일초등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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