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격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을 발행합니다. 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낙후된 이미지로 익히 알려져 있던 서울 금천구가 교육과 문화육성을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주민참여와 주민주도를 행정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이를 통해 구정을 이끌고 있는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을 만나 금천의 변화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윤) : 금천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이하 차) : 우리 금천구는 정조19년(1795년) 금천현에서 시흥현으로 명칭이 변경돼 불리다 1995년 구로구에서 분구되었습니다. 옛 명칭인 ‘시흥’은 글자 그대로 ‘일어난다, 뻗어난다’는 뜻으로, 이름 자체부터 긍정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현재는 서해안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남부순환로, KTX 광명역과 인접한 교통여건, 삼성산과 금천한내를 끼고 있는 서울 서남권의 요충지라 할 수 있습니다.

▲ 차성수 금천구청장

윤 : 교수,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지방자치단체장 등 여러 자리를 경험하셨는데요.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차 : 그림에 비유하면, 큰 밑그림부터 시작해 점점 세밀하게 그리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수, 청와대 수석, 구청장 순으로 일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교수라는 직업은 산이 어디에 있는지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청와대 수석 당시에는 산에 나무를 심을지 말지 큰 틀을 결정하는 경험을 했고요. 자치단체장으로 있는 지금은, 어떤 나무를 몇 그루 심을지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실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요.

지자체장을 하지 않았으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경영되는지 몰랐을 거예요. 전체종합행정을 하면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또한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행정시스템(차 구청장 표현 : 거버넌스 3.0)에 맞는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대한 공부나 고민을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고 있지요.

▲ 서울시 금천구 전경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

윤 : 취임 후, ‘구민 우선, 사람 중심의 금천’을 슬로건으로, 참여와 소통을 중시하는 구정을 펼쳐오셨습니다. 특히 마을리더아카데미 강좌가 눈에 띄네요. 소개해주시지요.

차 : 저는 지역에서 물적자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인적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교육에 투자하여 미래를 준비하고, 평생학습관을 통해 언제나 필요한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마을 속에서 주체가 되고자 하는 주민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마을리더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통장아카데미부터 시작했어요. 통장이 되길 원하는 분들께 10시간의 의무교육을 받게 했습니다. 이를 통해 구정과 행정체계를 이해하게 했지요. 이후 평생학습관에서 주민자치위원 아카데미를 했고, 이후에 본격적으로 마을리더 아카데미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존에 활동하시던 주민자치위원이나 통장분들, 그리고 아카데미를 통해 발굴되는 신규 인력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시키고자 했어요. 마을리더를 새로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을에서 기존에 봉사하시던 분들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건 사회적경제와도 관련이 있어요. 저는 사회적경제 육성에 있어 두 가지 측면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적기업 혹은 협동조합 등을 많이 만드는 데 초점을 둘 것이냐, 아니면 지역의 자영업자들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죠. 금천구만 해도 요식업종이 5,000개가 넘습니다. 전체 24만 세대 중 1인 가구 등을 제외하면, 8만 세대가 5,000개의 요식업을 먹여 살려야 해요. 20가구가 1개의 빵집이나 음식점을 책임지는 거죠. 자영업자들이 무한경쟁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들어갈 수 있는 업종이 굉장히 적습니다.

마을리더도 협동조합도 기존과 다른 흐름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기존의 흐름을 약간 바꾸고 여기에 새로운 인력을 투입해야만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금천 마을리더아카데미

윤 : 2013년 매니페스토 경진대회에서 금천구가 우수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주민참여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데요.

차 : 금천구에서 서울시의 문화예술분야 인센티브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상을 못 받다 2012년에 처음으로 상을 받았어요. 가장 큰 이유는 주민 스스로 문화 예술을 생산하면서 동시에 향유하는 주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업이 구민오케스트라예요. 7세부터 70대까지 각자 악기를 배워 오케스트라 협연을 하는 방식인데요. 첫 해인 2011년에는 약 750명, 2012년에는 약 800명 정도, 올해는 약 1,400명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여했어요. 단원들은 2개월 정도의 연습을 거쳐 공연을 하게 되는데요. 스스로 예술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음악을 배우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초등학교 오케스트라도 만들어졌는데요. 전교생에게 악기를 가르쳐 주는 학교도 늘어났어요. 문화예술 분야가 급속하게 성장한 것이죠.

지역의 부족한 자원을 채우기 위해 금천아트캠프도 만들었는데요. 비어있는 옛 군부대 땅에 예술인을 위한 거주지를 조성했습니다. 약 20개의 팀이 이곳에서 상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입주 후 6개월 뒤에 ‘마을이 학교다’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시작했어요. 주말에 아이들이 이곳에서 예술 교육을 받고, 예술인들은 아이들에게 작품제작 과정도 보여줍니다. 외부인력 접목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시킨 겁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 마을예술창작소도 금천구가 운영하게 됐고요.

문화예술분야 육성에 기업인들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됐어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유니폼 제공, 연습 시 식사 제공 등 많은 후원이 있었습니다.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함께 어우러지는 과정을 통해 문화예술의 불모지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었지요. 덕분에 금나래아트홀도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행사 진행을 위한 강당 수준에 불과했거든요. 요즘에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꽉 차 있어요.

문화예술 융성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인데요. 활성화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모으는 게 어려우니까요. 우리 금천구는 그런 부분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공동체성, 고향과 동네에 대한 애정이 강하기 때문이죠. 이 강점이 문화예술과 잘 만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금천아트캠프/구민하모니오케스트라 공연

윤 : 일본 가나자와에 가면 시민예술촌이 있는데요. 마을예술창작소도 그런 개념인가요?

차 : 금천구에 판자촌이 지어질 때 3만 명의 인원이 동시에 들어왔거든요. 이 때 수도를 위해 펌프장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개발 이후 10년 가까이 용도 폐기된 상태에서 폐가로 남아 있었죠. 이곳을 우리가 구입한 후 마을예술창작소를 만든 겁니다. 펌프장 건물이다 보니 지하에 대형펌프가 있고 숨어있는 공간도 많아요. 예술적 영감을 얻기에 더 없이 좋은 공간인 거죠. 이곳에서는 음악, 미술 관련 교육, 영화모임 등이 이뤄집니다. 30~40명 정도의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예요. 토론과 회의도 진행됩니다.

문화예술이 활성화되면서 교향악단도 생겼습니다. 그동안 우리 구에는 구립여성합창단과 금나래여성합창단 등 2개만 있었거든요. 2010년 이후에 문화예술 관련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여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 모여 금천교향악단이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었어요. 이 분들은 현재 관내 초등학교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분들께는 새로 왔다기 보다는 돌아왔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습니다. 열악한 조건 때문에 금천구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지원이 시작되면서 다시 돌아온 것이죠. 저희는 이런 분들이 지역에서 학교나 방과 후 강사 등으로 파견될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것이고요.

▲ 마을예술창작소 ‘어울샘’

윤 : 평생학습관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요?

차 : 마을교사를 키우고 있습니다. 책 읽기, 미술, 음악, 생활체육 등에 기술이나 능력을 가지신 분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분야를 가르치고 있는 거죠. 현재 교육이 진행 중이고요. 올해 하반기에 첫 수료생이 나오고, 직접 교육현장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예산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저는 이런 분들께 자원봉사의 차원이 아닌 적정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거죠. 지역도 바꾸고요. 지금처럼 방과 후 교육을 외부 업체에 맡겨서는 지역의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봅니다. 또한 문·예·체만큼은 지역에서 소화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전처럼 관이 기획해서 주민을 참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기획하고 주도할 수 있게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필요해요. 관은 철저하게 지원만 하고요. 마을을 공동체로 키울 수 있는 건 주민들에게 힘을 넣어주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이런 걸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행정도 바뀌어야 하고요.

정주성 고려하지 않는 임대주택정책 바뀌어야

윤 : 홀몸어르신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9월 29일 서울시 주최의 ‘자치구 지역현안 토론회’에서 ‘맞춤형 도시형생활주택 시범매입’을 주제로 발표하셨지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요?

차 : 토론회에 4개 권역별로 금천구, 서대문구, 노원구, 강동구 등이 참여했는데요. 시 전체에 확산할 필요가 있는 자치구 우수사업과 시와 구의 협력이 필요한 정책의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금천구에서는 지하와 반지하에 살고 계신 홀몸어르신들의 주거 개선 대책으로 ‘맞춤형 도시형생활주택(원룸형)’ 시범매입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현재 서울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임대주택방식은 총물량 확보, 저비용 방식만을 고려하고, 입주자 선정기준도 불리하기 때문에 홀몸어르신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많은 한계점을 갖고 있어요. 이런 저가매입방식을 설계공모방식으로 변경하자는 게 우리 구의 제안입니다. 이를 통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달라는 거죠.

지금도 우리 구에 SH공사의 임대주택빌라가 있습니다. 건물 밑에 주차장이 있는데요. 살펴보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세입자 중 차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저희가 제안한 반지하방 홀몸어르신들은 차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주차장이 쓰레기장이 되고 말죠. 하지만 구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SH공사에서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죠. 바로 옆 건물에서는 주차 때문에 주민들 간 다툼이 일어나는데 말입니다.

정주성을 고려하지 않는 임대주택정책도 바꿔야합니다. 현재 정책으로는 금천구 임대주택에 금천구 사람들만 가는 게 아니거든요. 주거의 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임대주택 입주민들의 사회적 인간관계가 고려돼야 해요. 지역에 계신 분들이 동네의 임대주택에 들어가야 네트워크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설계공모방식으로 변경하면, 디자인과 품질이 확보된 공공건물을 건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천구와 같이 단독주택이 60% 이상인 지역의 노후불량주택을 개선하는 촉매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보고요. 구로 넘어오는 SH공사의 관리업무는 지역의 사회적기업에 위탁하면 됩니다.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을 살릴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게 되는 거죠.

이 방식은 복지전달체계의 효율성 제고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보는데요. 지금은 복지담당 공무원이나 통장들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대아파트를 하나 제대로 지으면 관리가 수월해져요. 홀몸어르신들이 이 건물에 다 들어오시기 때문이죠.

물론 임대주택의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저가로 가야해요. 하지만 정주성이나 지역의 문제 해결, 주거개선, 복지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모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고 봅니다.

학교만이 아이들을 바꿀 수 있다

윤 : 민선 5기의 역점사업을 교육과 복지로 설정하셨지요? 임기 초부터 관련 정책을 정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오셨는데요. 특히 공교육 정상화를 주장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어떤 정책을 펼쳐오셨나요?

차 : 사실 주민들은 특목고 유치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교육을 살리는 게 목표라고 천명했어요.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성적을 향상하는 게 필요했습니다. 한 해 우리 구에서 서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전부 합쳐도, 강남에 있는 한 개 고등학교보다 그 수가 적었거든요. 지금까지는 영재학교 육성을 통해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지원하는 형태로 해결해 왔는데요. 이 방식으로는 뒤쳐진 아이들을 이끌 수 없었어요. 이에 우리 구는 전체 평균 성적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3년 만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데요. 지난 3년 동안 수능 최하위권 비율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어요. 이는 상위등급이 그만큼 많아졌음을 의미하는데요. 강남구 다음으로 상위 1~2 등급의 증가량이 많았습니다.

다른 구에서는 우스갯소리로 ‘꼴찌였으니까 올라가는 게 당연하지’라고 얘기하지만, 저희는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을 했거든요. 으랏차차대입역량강화, 논술을 위한 면접교육 등을 진행하면서 역량을 키워온 거죠. 적성교육도 가장 발 빠르게 진행했어요. 아이들이 성적과 상관없이 대입에서 좋은 조건을 가질 수 있게 한 겁니다.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해외탐방도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 5개 나라에 1년에 100여 명 정도를 보내고 있습니다. 성적순으로만 대상자를 선발하는 건 아닙니다. 라오스 같은 경우는 청소년 학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함께 보냅니다. 이를 통해 생활태도나 삶의 가치를 바꿀 수 있게 하는 거죠. 현재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 사업을 3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데요. 금천구의 아이들이 이곳에 가서 나무를 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1~2개월 정도의 학습을 반드시 해야 해요. 기후변화나 사막화 등에 대해 학습, 토론, 과제 등을 한 후 떠나는 거죠. 이를 통해 주체적인 리더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또한 구청에 별밭두레단이라는 청소년위원회를 따로 두어, 청소년 정책 구상 등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요.

저는 아이들을 바꿀 수 있는 공간은 학교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구청이 서로 힘을 합쳐 협력을 해야 해요. 이를 통해 학교 담장 안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가, 공교육이 살아나니까요. 이를 위해 교육청에 혁신교육지구를 제안해 교실의 학생 숫자를 25명으로 줄였어요. 체험학습이나 이런 것도 공교육비용으로 감당하게 했고요.

▲ 금천혁신교육지구 워크숍

윤 : 구청에서 혁신적인 사업들을 의욕적으로 추진 하셨군요. 그런데 예산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나요?

차 : 서울시교육청과 금천구가 각각 절반의 예산을 부담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업의 내용은 교육청에서, 예산은 자치구가 부담하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저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리고 사업의 내용에 대해 교육청, 구청, 학부모가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고요. 금천구 초등학교는 1개 반에 25명 넘는 곳이 거의 없어요. 가장 적은 곳은 한 반에 18~19명 정도입니다. 선진국 수준인 거죠. 그런데 중학교에 진학하면 32명으로 늘어나거든요. 자연스레 수업효과도 떨어지고 불만도 늘어나죠. 그래서 시범적으로 6개 중학교에 교실을 추가적으로 더 만들고, 기간제 교사를 지원했어요. 이를 통해 2학년 학생의 반을 한 반에 25명으로 줄였습니다. 사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만족도가 90%를 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 사업은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가 만족했어요. 교육청은 기간제 교사, 예산 등의 문제로 사업을 꺼려합니다. 하지만 저는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급의 인원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밀집돼 있는 상태에서는 힘듭니다.

윤 : 금천구가 서울시 자치구에서 혁신학교가 가장 많이 선정되었지요? 혁신학교와 드림학교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

차 : 2010년 하반기 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 정책을 수립할 때, 우리 구에서는 관내 학교들이 혁신학교에 많이 신청할 수 있도록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진했던 관련 자료들을 관내의 학교에 전달했어요. 교장선생님들을 모시고 1박2일 연수도 실시했죠. 덕분에 백산초등학교, 한울중학교, 안천중학교 등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학교가 혁신학교로 선정될 수 있었어요.

드림학교는 혁신학교로 가기 위해 1년 간 준비하는 예비혁신학교를 의미합니다. 금천구에서 특별히 정한 브랜드로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어요. 드림학교에서 혁신학교로는 대체적으로 성공적으로 옮겨가고 있는데요. 갈수록 드림학교 경쟁률이 높아져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드림학교가 지역의 명문학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문화, 문화예술 등 특색 있는 교육활동을 추진하는 학교에 적극 지원하고 있어요.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게 리더십학교인데요. 리더십학교는, 스티브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에 쓰인 리더십 정신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셀프리더십을 교육시키는 학교를 말합니다. 3년 이상 리더십학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곳을 등대학교라고 하는데요. 현재 아시아에는 인도네시아 한 곳에만 있어요. 우리 구에서는 신흥초등학교와 문일중학교가 등대학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흥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자연스레 문일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교육의 내용이 끊어지지 않고 연장될 수 있게 하려고요.

리더십학교를 하면 사실 선생님들이 제일 힘듭니다. 훈련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반발도 심하고요. 그래서 저희는 신흥초 선생님들과 연수를 가장 먼저 시행했어요. 학부모 연수도 진행했고요. 선생님들이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현재 6~7개월 정도 진행했는데요. 아이들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선생님들도 흥이 났죠.

신흥초등학교에 가면 매일 아침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요. 학부모들은 단순히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책도 직접 선정하고, 읽어주는 연습도 합니다. 이제는 5~6학년 언니, 오빠들이 1~2학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어요. 효과가 긍정적으로 전파되는 거죠. 아이들의 듣는 자세도 놀랍습니다. 저학년인데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집중해서 들어요. 자기주도리더십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경청’의 자세를 배우는 겁니다.

윤 : 다른 지자체와 달리 학부모 연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학부모 연수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차 : 2010년 10월에 금천교육개혁을 위한 프로젝트를 공모했어요. 보통은 교육개혁을 위해 외부에 용역을 주거든요. 저희는 주민들에게 공모를 받았습니다. 총 18개 프로젝트가 접수됐는데요. 이 중 12개가 선발됐습니다. 각 팀별로 연구주제를 정해 중간발표, 최종발표, 토론회 등의 과정을 거쳤어요. 이를 통해 교육의 큰 방향이 잡혔는데요. 여기서 연구했던 분들 중심으로 금천교육네트워크라는 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사교육 없는 세상 강의, 자기주도학습 등의 다양한 방식의 학습이 소규모로 진행됐어요.올해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하면서 학부모교육의 주체를 학교로 돌렸습니다. 이를 통해 개별학교에 예산을 지원하여 학부모아카데미를 진행하게 했어요. 감성, 성적, 두뇌 등 다양한 교육 내용을 학부모들이 직접 선택하게 했어요. 물론 학교마다 편차는 있습니다.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곳도 있고, 20~30명 참여하는 학교도 있어요. 학교 운영에 학부모들이 토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을 복지의 중심으로

윤 : 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해 오셨죠? 통통희망나래복지사업이 대표적인데요. 현장중심의 복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차 : 통통희망나래복지사업은 통통희망나래단(이하 나래단)과 복지전문상담콜센터로 구성돼 있어요. 나래단의 경우, 작년 봄에 시흥5동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고요. 이후 전 동으로 확산시켰습니다. 1명의 나래단이 6개 통을 담당하면서 지역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어요. 현재 각 동에서 나래단, 통장, 복지관, 방문강사 등 총 6개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나래단과 다른 관리주체들이 서로 중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집중 관리, 일상적 관리, 질병관리 등으로 서비스를 나눠 진행 중입니다. 또한 복지 제공 주체 간 회의구조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거죠. 동이 복지의 중심이 되는 겁니다. 복지공무원을 늘리지 않고 민간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거예요. 덕분에 그동안 지적됐던 중첩관리 등의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복지전문상담 콜센터는 주민에게 전화 한 통으로 통합적 복지정보와 상담을 제공하는 원스톱 복지서비스예요. 지난 해 5월 개통했고요. 현재 복지업무경력 5년 이상의 사회복지직 공무원 5명이 상담하고 있습니다. 콜센터 운영으로 민원인이 여러 부서를 전전할 수밖에 없었던 고질적인 전화돌리기가 사라졌고요. 자살위험율이 높은 가구를 선정해 해피콜을 진행함으로써 자살과 고독사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 통통희망나래단발대식/통통콜센터

윤 : 2012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인센티브 사업 평가에서 금천구가 최우수구로 선정되었죠? 장기계획으로 2012년에 ‘금천구 기후변화 대응 세부실행계획 2020’을 수립하셨는데요. 그동안 에너지 문제와 온실가스 감축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오셨는지요?

차 :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실시된 평가에서 우리 구는 태양광발전시설, 신재생에너지 보급, 중대형 건물 15개소에 단열창호 설치 등 절약시설 설치와 공공부문 LED 보급 등을 통해 에너지 생산과 효율화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또한 우리 구는 에코마일리지 주민가입율 1위, 금천에코라이프데이 지정 운영, 전 직원 주1회 대중교통 이용 등 원전하나 줄이기에 적극 참여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또한 시흥4동에서 에너지자립마을을 진행하면서, 에너지시범하우스를 만들었는데요. 놀랍게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서울지역에 있는 단독주택에서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잘 설치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12개 집을 모집하는데 3개월 만에 마감됐어요. 각 가구에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올 7월부터 가동이 시작됐는데요. 한 달에 6~7만 원 나오던 전기료가 1만5,000원으로 줄어들었다고 해요. 주민 분들의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죠. 사실 녹색, 기후변화라는 걸 구청에서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 혹은 마을 단위에서 실현가능한 것으로 바꿔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구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에도 이런 내용이 담겨져 있어요. 액션플랜이 겸비해 있는 거죠. 이에 따라 마을과 동이 움직이는 것이고요. 마을단위로 끌고 가지 않으면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구 단위는 사업을 진행하기에 너무 크고요.

윤 : 지금까지의 말씀을 들어보니 주민참여, 주민주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마을만들기도 이런 차원에서 진행 중이지요?

차 : 우리 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마을만들기가 진행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3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첫 번째가 박미사랑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시에서 지어준 마을회관의 운영방법을 두고 고민한 시흥3동 주민들의 도시재생사업 내용을 담고 있어요. 두 번째는 새재미마을입니다. 이곳은 방금 전 말씀드린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고 있는 마을이에요. 각 가구에서 3kw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암탉 우는 마을은 내용이 참 재미있는데요. 할머니들이 재개발을 기다리다 쓰레기 쌓여가는 마을을 텃밭으로 바꾼 곳이거든요. 처음에는 한 골목에서만 시작했는데, 소문이 나서 옆 골목도 하고, 결국엔 큰길까지 나와서 암탉광장이라는 것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벼룩시장과 공연 등이 진행되고 있어요. 이 세 가지 방식은 다양한 형태로 마을 공동체를 실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역별로는 학교 중심 커뮤니티, 아파트 중심 커뮤니티 등도 진행되고 있어요. 저는 마을이라는 것을 동으로 국한하지 않습니다. 획일적인 틀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주민 분들이 해보겠다고 하면 적극 지원하고 있어요.

▲ 새재미마을

지자체에 충분한 권한 주어져야

윤 : 금천구하면 공단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가산디지털단지가 대표적인데요. 이 단지의 부족한 지원시설 확충을 위해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셨죠?

차 : 과거 저층의 노동집약적 공장들이 최근 10년 간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로 변하면서 교통난과 편익시설부족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이에 컨벤션 등의 비즈니스 지원 기능, 주거·상업·체육·문화·보육시설 확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가산디지털단지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 산업시설용지를 지원시설용지로 변경 신청하는 공모를 추진할 예정이고요. 이에 따른 지가차액 일부를 기부 받아 부족한 공공시설을 확충하려 합니다.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작년 7월부터 국토해양부, 서울시, 한국산업단지공단, G밸리녹색산업도시추진위원회 등 관련 기관 및 민간단체와 긴밀한 협의를 했고요. 올 연말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윤 : 구청장으로 재직하시면서 한국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파악하셨을 텐데요. 개선점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차 : 취임 이후 제한된 권한과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인해 많은 고민을 해 왔습니다. 각 지자체에 결정 권한이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봐요.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분권을 좀 더 가속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또한 현재 부동산세에 의존하고 있는 지방재정의 전면적인 개편을 통해 지방자치 차원의 안정적인 재정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재정계획에 따른 정책수립과 집행을 위해, 행정 분권과 재정분권 두 가지고 지금보다 훨씬 더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윤 :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두실 예정인지요?

차 : 금천구의 숙원사업인 옛 군부대 부지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이 부지는 구청 뒤편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반 세기이상 군이 주둔했고, 1998년부터 우리 구에서 부대 이전을 추진해, 2010년 6월 경기도 이천으로 이전하고 지금은 나지로 있는 상태입니다. 이곳에는 장기전세주택과 임대주택을 포함해 아파트 3,200여 세대가 건립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오피스텔 1,200여 실, 업무·상업시설과 관광호텔(220실 규모)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또한 우리 구에 필요한 초등학교, 경찰서를 신규로 설치하고 공원(2개소), 문화체육시설, 사회복지시설도 설치할 계획이고요. 아파트 단지의 담장도 허물어 공공보행통로를 연결할 생각입니다. 시민들이 쉽게 접근, 이용 가능한 ‘사람 중심의 열린 공간’으로 조성하려 해요. 열린공간 조성으로 우려되는 방범문제는 범죄예방 환경설계인 셉티드(CPTED)를 조성계획에 반영해 ‘안전한 도시’로 만들 계획입니다.

윤 :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진행_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_ 최은영 (기획홍보실 연구원 bliss@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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