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07년 03월 20일

[미국의 싱크탱크를 가다 3] 미래연구소(Institute For The Future)를 가다
–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지역 3
희망제작소 싱크탱크 연구팀은 2006년 4월 5일에서 4월 10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일대의 후버연구소 등 8개 싱크탱크들을 방문하였다. 박원순 상임이사와 함께 이 방문일정에 참여한 최은진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브레인투데이(GBT, Global Brain Today) ‘싱크탱크 방문기’에 <미국의 싱크탱크를 가다>를 연재하고 있다. 이 글은 그 세 번째 글로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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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으로 그 위상을 설명하다

사무실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보고 이곳이 뭐 하는 곳인가 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우리들에게 미래연구소의 디렉터이자 스탠포드대학 공학부 부교수인 폴 사포(Paul Saffo)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이렇게 도표를 그렸다.

그는 미래연구소가 하이브리드 상태와 같다고 말했다. 정책 지향성과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본다면, ‘후버연구소’처럼 학술 중심의 연구기관과 ‘맥킨지’처럼 산업에 대한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컨설팅회사 사이의 중간쯤 어디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연구 리서치와 실천 지향성 사이에서 보아도 또한 중간쯤에 위치한다. 즉 전망하고 예측하며, 미래연구소의 그 통찰력이 고객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지만, 행동을 취하는 것은 연구소가 아닌 고객들이다. 맥킨지가 행동을 위한 통찰을 주로 한다면, 미래연구소는 통찰을 위한 ‘예측’을 한다고 말한다.

그에 비하면 ‘희망제작소’는 비즈니스보다는 연구조사기관으로서, 학술적 정책연구보다는 실천적 연구 쪽에 더 무게를 두는 기관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림 하나로 미래연구소와 다른 연구기관들의 위상을 한 눈에 들어오게 하다니 놀랍다.

예측학의 새로운 경지에 오르다

미래연구소는 1968년 세 사람의 전직 ‘랜드연구소’(RAND; 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원에 의해 설립되었다. 폴 바란(Paul Baran), 올라프 헬머(Olaf Helmer), 자크 발레(Jacques Vallee)가 바로 그들이다. 헬머는 특히 델파이(Delphi) 조사방법을 창안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델파이법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오래된 질적 예측방법의 하나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되풀이하여 모으고 교환하고 발전시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이 3명의 설립자들은 당시 군사관련 연구에만 집중했던 랜드연구소를 떠나 미래연구소를 창립하면서 초기부터 미래를 예측하는 새로운 방법론 개발에 집중했다. 이 시기는 21세기에 대하여 예측하려는 연구들이 태동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설립 초기 미래연구소의 비전은 다른 싱크탱크들에서 사용하게 될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있었다는 것이다. 즉 애초 미래연구소는 컨설팅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1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선 10년의 미래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부터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5년 이후부터 세계의 주요 트렌드를 담은『10년 예측』(10 Years Forecast)이라는 연례 보고서를 발행해 왔다. 미래연구소의 연구자들은 당시에 이미 개인 인터넷 주소를 가지고 있을 만큼 인터넷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발전해왔다.

사실 이러한 ‘예측’은 미래연구소만의 창안은 아니다. 이미 기후와 환경 예측을 매년 해 온 ‘지구감시망’(Earth Watch)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까? 그리고 지금까지 미래연구소가 한 예측들은 얼마나 정확했는가? 이 물음에 사포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정확한 예측(prediction)은 불가능합니다. 당신이 종교 근본주의자이며 신의 의도대로 세상이 이루어진다고 믿지 않는 이상 그렇습니다. 다만 예측은 현재의 상황에서 좀 더 가능하고(possible), 그럴 듯하고(plausible), 개연성이 높고(probable), 더 좋아할 수 있는(preferred) 것을 찾아가고, 동시에 불확실성을 줄여가면서 기업이나 사람, 사회에 대한 미래를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help visualize the future). 불확실성을 아는 것은 가능성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즉 미래연구소와 자신은 결코 미래학자(futurist)가 아니라 ‘예측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연구소는 ‘예측’과 ‘현실’의 차이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좋은 예측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논리적이어야 하며, 믿을 만해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현실상황에서 시기적절하게 미래 예측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나 사건의 성격을 짚어낼 수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우리 모두가 사실 예측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집을 사면서 부동산 경기를 예측하고, 집을 나서면서 그날의 날씨를 예측하기도 한다. 그런데 직업으로서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예측된 결과를 가지고 행동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는 이사회에 직접 출석해서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고객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논의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고등학생들과 만나서 질의하는 시간도, 미래를 살아갈 이들과의 대화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통찰력을 끌어내고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을 때 예측은 비로소 마술이 된다. 예측에 대한 그의 글은 2006년 5월 하버드대학에서 책으로 출판되었다.

미래연구소는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으로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개발하여 발전시켜 왔다. 어떤 하나의 조건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해가면서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조건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면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단지 하나의 수단으로서만 규정해 참고하고 그것조차도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지도 제작(mapping)
● 인종, 민족, 인구학적 테크닉(ethnographic techniques)
● 전문가, 워크숍과 인터뷰
● 시나리오 발전과 분석
● 표본 조사(survey)와 계량적 분석
● 콘텐츠 원활화(content facilitation)
● 인공 산물(artifacts)

폴 사포 교수는 심지어 이 기관의 창립자가 발명한 ‘델파이’ 방법조차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map)를 사랑하기도 하고 증오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지도가 연구를 시각화하여 책을 읽을 시간이 충분히 없는 현대인에게 쉽게 특정 영역의 주제를 선별하여 탐구할 기회를 줄 가장 유용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예측의 모두를 표현하거나 표시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단적으로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경우 발생 가능한 폐해를 예로 든다. 빠르게 지름길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는 그 장치가 때로는 오히려 이용자의 위치 파악력을 저하시키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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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고객은 기업, 수입은 용역비

미래연구소는 결국 기업을 상대로 미래시장이나 환경을 예측하고 그 대안과 대비책을 제공해주는 용역 수익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어떻게 보면 컨설팅회사와 비슷하다. 그러나 단기적 대안이나 처방책을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그것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전략적 통찰력 프로세스(Strategic Visioning Process)의 도표.
국제경제네트워크의 미래에 대한 연구기관인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GBN; Global Business Network)의 관심사와도 유사한 예측을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예측을 담아내고 그에 적합한 사회적 가치를 부가한다는 측면에서 미래연구소는 차별성이 있다.

미래연구소는 담배회사 등 몇몇 사회적 위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대기업과의 계약은 삼가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다른 컨설팅회사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 재능 있는 인재들이지만, 단기적인 작업에 시달리기 쉬운 그런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기업용역 외에도 재단 등에서 받는 아주 소액의 지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무시할 정도로 작은 비율이다. 또한 과거 두 재단과 거래한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기금 프로젝트에서 손실을 봤다고 한다. 간접비용을 지불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규모 재단만을 상대할 수 없는 것이 큰 딜레마 중의 하나라고 그는 설명했다.

사포는 또 정부와 함께 일하는 것은 악몽에 다름 아니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연구소 일들이 대부분 정부기관으로부터 의뢰받은 것이었지만, 1980년대 큰 변화가 있어 기업에 대한 컨설팅에 몰두하게 되었다. 정부기관은 그만큼 관료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들이 개발해온 업무영역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① 다채로운 고객 프로그램(Multi-Client Programs): 이것은 특정기업이나 고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친 이슈를 공익적 관점에서 조사하고 연구하며 예측함을 말한다. 여기에는 10년 예측(Ten year forecast), 과학기술 수평선(Technology Horizons) 및 건강 수평선(Health Horizons)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다.
② 주문에 따른 예측(Customized Forecasts)
③ 비즈니스 기회를 표현하는 지도(Emerging Business Opportunities Map)
④ 몰입 학습(Immersive Learning)
⑤ 현장 조사와 경험적 체험(Field Trip & Experiential Experience): 여기에는 유사혁신사례 등을 연구하기 위한 현장 방문 및 강연과 세미나 등이 포함된다.

설명 자료를 보면 ‘미래연구소’의 고객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하지만 ‘딜로이트’(Deloitte)와 ‘유니레버’(Unilever) 등 세계의 쟁쟁한 대기업이나 유명한 비영리기관들이 수두룩하게 고객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시장이 아주 작다고 말한다. 심지어 최악의 비즈니스(terrible business)라고 규정한다. 이 방면에서 아주 큰 조직이기는 하지만 실제 용역의 수주라든가 업무 수행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당장의 어떤 결과를 원하기 때문이란다.

* 다른 GBT 원고 바로가기: http://old.makehope.org/info/info_GBT_0102.php?menu=article5&leftmenu=4
* 문의: 최은진 연구원 (02-3210-0909, 내선 312번, dongcho@makehope.org)

※ <세계의 싱크탱크를 가다> 방문프로젝트는 유한8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유한킴벌리가 후원합니다.

지혜창고실 최은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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