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편집자 주> “미국 지방자치가 들려주는 이야기” 기획 연재가 오늘부터 게재됩니다. 이번 기획 “미국 지방자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작년 말 연재되었던“미국 풀뿌리 민주주의 리포트”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필자 정보연님은 3대 도봉구 구의원, KYC(한국청년연합회) 공동대표, 도봉시민회 공동대표(현)를 지내다가 현재 Columbia 방문 연구원으로 뉴욕에 거주 중입니다.

중앙집권공화국 뉴욕시가 주민과 만나고 싶을 때는?
“Community Board”

버겐 카운티와 팔팍은 시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고로 현대화된 대도시도 아니다. 난 서울 사람이고 서울에서 지역운동을 하고 있다. 서울과 같은 거대도시의 지방자치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다.

“도시는 문명의 공간인가? 야만의 공간인가? 도시는 첨단 기술과 유행, 선진적 사상과 문화가 모여서 휘황한 문명을 이루고 있는 공간이다. 도시는 문명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도시야말로 진정한 야만의 세계이다. 도시는 익명에 기초한 무책임, 약자에 대한 무법과 폭력, 비인간적인 범죄와 차별의 공간이다.
세계평화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미국에서 안전하게 밤거리를 다닐 수 있는 도시는 거의 없다. 자기 도시의 안전과 평화조차 지키지 못하는 세계평화의 수호자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또 홈리스들은 도시의 곳곳에서 해가 갈수록 늘어 가는데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쌓고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병든 도시를 치유하는데 국가는 무능하다.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는 도시는 파괴적이다.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기준은 공동체를 가지고 있는가 여부이다… 인류는 지금 처음으로 공동체가 해체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 아름다운 가게 이강백 “사회적 기업을 누가 만들 것인가?” 중

위의 도시 모습에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뉴욕시이다. 관광객에게는 낙원이지만 사는 사람에게는 지옥이라는 뉴욕시는 파괴된 공동체를(Community) 어떻게 복원하고 있을까? 그게 궁금했다.
”?”중앙집권공화국 뉴욕시

뉴욕시는 인구 820만의 대도시이다. 도시 하나가 뉴저지주의 인구와 맞먹는다. 서울보다 더 집약적이고 서울보다 더 뜨내기가(뉴욕시의 뜨내기는 세계적 뜨내기들이다. 그들은 공부하기 위해, 돈을 벌려고, 그냥 북적거리는 세계의 수도를 보고 싶어서 뉴욕시에 왔다.) 많다. 뉴욕시를 고향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그 거대한 뉴욕시에는 단 하나의 지방정부만 존재한다. 필자가 “지방자치를 한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채근하는 서울만 해도 서울시와 25개 구청, 이렇게 26개의 지방정부가 존재하는데 비슷한 인구의 뉴욕시에 달랑 하나, 뉴욕시 정부만 존재한다. 산하에 5개 보로(Borough)가 있고 보로장을 선출하지만 그것뿐이다. 보로 의회가 없으니 자체 입법권도 없고, 행정력도 공무원 80-90명 수준으로 매우 약하다. 뉴욕시청이 23만명, 시장실에만 1000명이 넘는 공무원을 채용하고 일반 행정은 물론이요, 치안과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는 반면 보로는 그저 관할 지역의 예산안을 짜서 시에 올리고, 지역의 의견을 수렴해서 도시계획 등 여러 계획 수립에 자문하고, 시의 각종 행정 서비스를 모니터하여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자치정부가 아니다.

인구 2만의 팔팍도 시장에, 의회에, 판사에, 경찰에 다 갖추고 있었는데 200만에 가까운 보로에 겨우 보로장 하나를(그것도 사실 별다른 권한도 없는) 선출한다니. 역사적으로 뉴욕시는 하나의 Municipality로서 행정상으로만 보면 팔팍과 같은 급이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참 알다가도 모를 나라이다.

그래서 뉴욕시는 시장(The Mayor), 의회(The Council), 감사원장(The Comptroller.), 공익옹호관(The Public Advocate) 등 주요 요직의 힘이 매우 세다. 그들이 820만 뉴요커와 5개 보로, 그리고 그 막대한 예산을 분할하지 않고 모두 관할하기 때문이다.
뉴욕시! 가히 중앙집권공화국이라 할만하다.

중앙집권공화국에는 반드시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뉴욕시가 미국 동부를 대표하는 항구로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인구는 점점 많아지고 돈은 남아도는데, 정치와 행정의 방대한 권한이 단 하나의 정부, 몇몇 핵심 정치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보니 당연히 보스정치, 부패정치가 판을 치게 되었다. 당시 미국이 전체적으로 그랬다지만 뉴욕시는 그 정도에서 남달랐다.

그 당시의 대표적 부패 정치인인 “보스” 트위디는(William Magear Tweed) 뉴욕시 법원을 신축할 때에 3백만불이면 충분히 지을 수 있는 이 건물을 1천3백만불짜리 계약으로 만들어 그 차액을 횡령하였다. 그래서 아직도 이 법원 건물을 트위드 법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보스정치, 부패정치에 신물이 난 젊은 진보주의자들이(루즈벨트 대통령도 그 중의 한사람이다.) 대대적인 행정개혁을 단행하였고 그것이 미국 현대 행정시스템의 뼈대를 이루게 된다.

뉴욕시의 감사원장은(The Comptroller) 직선으로 뽑히는 서열 2-3위의 매우 중요한 직책이다. 재정 정책과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감사하고, 모든 계약에 대한 조사권을 가지고, 재정과 관련된 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재정 분야의 시장이라 할 만하다. 1921년, 처음 이 직책이 생겼으니 분명 당시의 극심했던 부패 정치를 척결하고자 하는 노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부패는 중앙집권공화국의 당연한 부작용이다.

”?”하지만 중앙집권공화국의 문제는 부패뿐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건물군을 형성하고 있는 맨하탄은 이미 1950년대부터 도시계획과 관련된 각종 문제에 부딪치고 있었다. 예전에야 모든 권한을 가진 뉴욕시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강제수용하고 건물을 철거한 후 새로운 도시계획을 시행하면 되었는데 이즈음부터 강제수용에 대한 주민 반발이 강해지고 조직화된 것이다. 더구나 연방정부가 대형 도시계획에 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하자 뉴욕시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커뮤니티에 기반한 도시계획”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뉴욕시 중앙집권공화국에서는 하나뿐인 높으신 지방정부와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주민으로 나뉘어 직접 만날 통로가 없었다.
바로 그때 맨하탄 보로장 와그너(Robert F. Wagner)가 도시계획과 예산수립에 관해 주민의견을 직접 접수하고자 커뮤니티계획위원회를(Community Planning Councils) 설립하였다. 그것이 오늘날 커뮤니티 보드의(Community Board. 지역사회위원회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으나 원어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그냥 커뮤니티 보드로 쓰겠다.) 전신이다.

3월20일 “내일의 지방자치” 세미나(이 기고의 앞글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한국에서 참가한 13명의 지방의원과 함께 뉴욕시, 뉴저지의 지방자치 현장을 살펴본 세미나) 참가자들은 커뮤니티 보드 #7을 방문하였다.
그날 난 문득 이런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뉴욕시 중앙집권공화국이라는 풍선에 바람을 세게 불어 넣고 있다. 그 바람은 종로통보다 3배쯤 심한 교통체증, 살인적인 주차난,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불안한 치안, 심각한 빈부격차와 넘쳐나는 홈리스들이다. 풍선은 점점 팽팽해지고 곧 터질 것 같다. 그 팽팽한 풍선에 다행히 작은 구멍이 나있다. 미약하지만 그 구멍을 통해 바람이 새어 나온다. 구멍이 너무 작아 언제 터질지 위태위태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고마운 구멍인지 모른다.
그 구멍이 바로 커뮤니티 보드 아닐까? 뉴욕시와 뉴요커를 연결시켜주는 구멍.

작지만 꼭 필요한 구멍 “커뮤니티 보드”

2003년 컬럼비아 대학이 “맨하탄빌(Manhattanville) 계획” 일명 “컬럼비아 대학 확장 계획”을 발표한다. 고밀도의 맨하탄에서 부족한 공간 때문에 곤란을 겪던 터라 현재 대학 자리의 위쪽으로 공간을 좀 더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발표되자 지역의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의 의견을 취합해 맨하탄빌 계획의 문제점을 백서로 발표한 프래트센타는(Pratt Center. 커뮤니티 베이스의 도시계획을 연구하는 시민단체) 강제수용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그간의 강제수용이 “거대자본에 의한 소수인종 및 저소득층 삶터 없애기”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 지적은 많은 공감을 얻게 되었다.
거리에 나선 주민들과 지역단체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잠시 갈팡질팡 하더니 속속 커뮤니티 보드 #9에 모이기 시작한다. 커뮤니티 보드에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지역발전계획 수립 권한인 197-a”라는 강력한 비밀 병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197-a는(시 헌장의 조항 이름이다.) 1975년 커뮤니티 보드가 뒤에서 언급할 ULURP의(Uniform Land Use Review Process. 표준토지이용검토절차) 검토 기관으로 인정될 당시, 시 헌장에(Charter. 지방정부의 헌법이다. 지방정부의 존립 근거이며 보통은 주민투표로 확정된다. 1975년 커뮤니티 보드가 현재의 이름과 역할로 시 헌장에 삽입될 때에도 주민투표를 통해서 최종 결정되었다.) 새로 도입된 제도로서 커뮤니티 보드에게 “주민이 직접 지역발전계획을 만들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들어진 지역발전계획이 해당 커뮤니티 보드를 통해서 발의되면 ULURP(표준토지이용검토절차)의 일반 절차를 거쳐 검토된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뉴욕시의 공식적인 장기지역발전계획에 포함된다. 거참! 주민이 스스로 자기 삶터의 지역발전계획을 발의하다니. 발상 한번 좋다.

컬럼비아 대학 확장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커뮤니티 보드 #9에 모여 도시계획 수립 능력을 갖춘 프래트센타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스스로의 지역발전계획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컬럼비아 대학의 계획에 맞서 커뮤니티 중심의 새로운 도시계획을 세우고 이것을 무기로 싸우기 위해서이다.

즉 한편에서는 단식도 하고, 컬럼비아 대학의 확장 계획에 따르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맨하탄빌의 역사 유적을 탐방하는 “반대하는 운동”을 진행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의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만들어 나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드디어 컬럼비아 대학의 공간 확장 필요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지역의 커뮤니티와 조화되는, 강제수용이 배제된 “커뮤니티 지향적인 새로운 도시계획”이 완성된다.
이 계획은 2005년 8월 뉴욕시에 제출되었고 2007년 11월, 드디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되었다. 그것도 컬럼비아 대학이 제출한 확장 계획과 나란히. 뉴욕의 눈이 서로 다른 두개의 도시계획을 심사하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집중되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부분은 열린사회시민연합 박희선님의 “도시재생과 주민참여”를 참고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뉴욕시 커뮤니티 보드의 역사, 운영, 역할에 대해서 살펴보자.

역사
(커뮤니티 보드의 역사, 운영과 역할 부분은 배웅규님의 “도시계획,개발과정에서 주민참여 시스템으로서 뉴욕시 커뮤니티보드의 운영특성 및 시사점 연구”를 참고했습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1951년 맨하탄 보로장 와그너(Robert F. Wagner)가 맨하턴 보로에 일반 주민이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12개의 커뮤니티계획위원회를(Community Planning Councils) 설립하면서 커뮤니티 보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 후 시 헌장(Charter)상의 기구로 격상되어 위원회가 5개 보로에 모두 설치된 1963년이 커뮤니티 보드에게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비록 권한도 적고 조직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후속조처도 부족했지만 뉴욕시라는 자치정부의 존립근거인 헌장에 규정된 기구가 되면서 법적 기반을 확실히 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보드 역사에서 두 번째 중요한 순간은 1975년이다.
“뉴욕시를 위한 주 헌장개정위원회”가 토지의 이용과 개발에 관해 커뮤니티 보드가 주민의 의견을 잘 수렴할 수 있는 중요한 기구라고 판단하여 ULURP의(Uniform Land Use Review Process. 표준토지이용검토절차) 공식 검토 기관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ULURP는 토지이용에 관한 방대한 범위의 행정을 “제안서 제출-제안서 인정-커뮤니티 보드 검토-보로장 검토-시도시계획위원회 검토-시의회 승인-시장의 거부 여부”라는 일괄 과정으로 표준화한 것인데 커뮤니티 보드는 그 첫 검토기관이 된 것이다. 이로서 커뮤니티 보드는 분명한 자기 역할을 가진, 그것도 도시계획이라는 핵심적 행정에 영향력을 가진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1989년 대규모 도시계획에 관한 환경검토 과정을 강화하면서 그 역할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운영과 역할

뉴욕시 전체에 59개의 커뮤니티 보드가 있고 1개의 커뮤니티 보드는 최고 25만명의 인구를 커버한다.

여기서 한 가지 설명하고 넘어가자. 우리의 방문을 반갑게 맞아준 커뮤니티 보드 #7의 지역 매니저(District Manager) 메릴린 비터만은 강하게 블룸버그 시장을 비판했다.
“우리는 싸우고 있어요. 최초 시 헌장에는 인구 10만명당 커뮤니티 보드 1개씩으로 규정했지요. 인구는 자꾸 증가하는 반면 커뮤니티 보드는 늘어나지 않아 지금은 상한선이 25만명이 되었고 커뮤니티 보드 #7은 그 상한선도 넘어 26만명을 커버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블룸버그 시장은 예산을 줄이려 합니다. 커뮤니티 보드를 없앨 생각인 것 같아요.“

25명이면 용산구만한 인구이다. 커뮤니티 보드라는 일반 주민이 자원봉사로 참여한 자문적 기구가 주민 의사를 수렴하기에는 많은 인구이다. 커뮤니티 보드를 지원하고 시와 주민을 연결하기 위해 설치된 오피스에는 3명의 풀타임, 1명의 파트타임 공무원이 일을 하고 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3과 1/2의 실무자가 소화하기에는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이 중앙집권공화국이 아직 “주민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뉴욕시의 커뮤니티 보드는 그야말로 간당간당 아슬아슬 “작은 구멍”이었다.
”?”#7은 47명의(50명 이내로 선임) 보드 위원들이 있는 바, 이들은 해당 지역의 주민들로서 시의원 등이 추천하고 보로장이 임명한다. 2년의 임기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연임된다. 이날 한국측 참가자를 안내해준 주성욱위원님은 10년 넘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위 사진에서 사진을 찍고 계신 분)
커뮤니티 보드가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에 비해 위원의 선임 과정은 투명하지 못했다. 보통 지역 정치인과의 친분 관계로 선임되는 형편이었다. 주성욱위원님도 줄리아 헤리슨이라는 민주당 출신 뉴욕시의원의 추천으로 위원이 되었다고 한다. 일정한 주민 추천을 받는다든지 하는 좀 더 객관적인 절차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47명의 위원들은 10여개의(특별한 일이 있으면 특위가 구성되므로 소위원회의 수는 그때그때 다르다.) 소위원회에 소속되어 활동한다. 주요 소위원회를 보면 예산위원회, 건축및구역설정위원회, 경제개발위원회, 교육및청소년위원회, 환경및위생위원회, 법률위원회, 공원및휴양위원회, 경찰화재공공안전위원회, 교통위원회 등이다.
각 소위원회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회의를 개최하며 전체 회의는 1달 1회가 기본이다. 이 와는 별도로 주민과 함께 하는 공청회도(Public Hearing) 1달 1회 열린다.

공청회는 두가지 경로로 개최된다.
시에서 요청하는 경우. 뉴욕시청의 “Board of Standards and Appeals”에서(표준항소위원회? 뭐라 번역할지 모르겠다. 도시계획 등의 행정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시 한번 검토해 줄 것은 요청하는 최후의 행정 과정이다. 여기서도 좋은 결과가 없으면 소송밖에는 방법이 없다.) 주민 의견을 수렴해 줄 것을 요청한 사안이거나 도시계획 관련 사항으로 앞에서 이미 언급한 ULURP에(표준토지이용검토절차) 따라 주민 의사를 묻는 경우는 공청회를 꼭 개최해서 주민의견을 물어야 한다.

또 하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요청에 따른 공청회로 양방향 도로를 일방 통행길로 만들어 주세요, 우리 블럭에서 모일모시에 길을 막고 축제나 퍼레이드를 할테니 검토해 주세요 등등의 요청에 대해서 토론하고 결정하는 공청회이다. 이 경우는 관련 소위원회에서 먼저 검토한 후 보드 의장이 안건으로 채택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커뮤니티 보드는 자문기관이기는 하지만 합리적이고 공개적인 과정을 거쳐 주민의견을 모으기 때문에 시의회나 시장도 그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공청회를 통해 도시계획 등 특별한 사안에 대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뉴욕시의 각종 행정 서비스 즉 소방, 치안, 환경, 공원관리, 상하수도 등에 대해서 협의와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 보드의 의장과 지역 매니저는 시의 각종 부, 청, 위원회, 지역 정치인과 협의를 진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낸다.

『컬럼비아 대학의 확장 계획』 vs 『197-a에 의한 커뮤니티 보드의 지역발전 계획』

다시 컬럼비아 대학의 확장과 관련된 논쟁으로 돌아가 보자. 과역 도시계획위원회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결국 컬럼비아 대학의 손을 들어준다. 컬럼비아 대학이 제출한 계획에 대해 문제가 되는 일부를 수정하여(2개 건물의 철거 계획을 페지하는 등 커뮤니티 보드 #9가 제출한 계획과 조화시키려고 나름 노력한 셈이다.) 통과시킨다. 또 커뮤니티 보드 #9가 제출한 계획에 대해서는 확장 예정지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만 지역발전계획으로 승인을 한다.

도시계획위원회가 강제수용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어놓지 않아 주민들로서는 안타깝지만 대학측도 상당한 액수의 지역기금을 내어 놓기로 하여 나름 노력한 셈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사안에 대한 평가는 입장에 따라 다르고 더구나 필자가 사례를 공부하면서 관심을 가진 것은 그 최종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필자는 시가 헌장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에게 지역발전계획을 스스로 입안할 권리를 부여하였으며 그것이 무분별한 도시개발을 저지하는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는 점이 참 부러웠다. 미국 쇠고기만 수입하지 말고 이런 것 좀 수입했으면 좋겠다.

대담한 제안

“뉴욕시에는 5개의 보로가 있지만 보로 자치정부는 없다. 최근 뉴욕시 정부가 너무 멀고 접근하기 어렵다는 주민들의 강한 이의 제기에 부딪치면서 분권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뉴욕주의 지방자치 핸드북 중)

그 첫번째 실험이 아마도 커뮤니티 보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뉴욕시 중앙집권공화국이 그나마 커뮤니티 보드 덕택에 주민들과 호흡할 통로를 갖게 되었다. 엇나가던 행정과 주민이 커뮤니티 보드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난 좀 더 대담한 제안을 하고 싶다.
지난 100년 동안 뉴욕시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히 뉴욕시를 상징했던 월가가 무너져 강력한 예산 삭감의 압력에 놓여진 지금의 상황에서는 뭔가 “간” 큰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행정학자의 제안

뉴욕시를 해체합시다. 그래서는 맨하탄시, 브롱스시, 브루클린시, 퀸즈시, 스테튼아일랜드시(현재의 5개 보로) 이렇게 5개의 독립된 시로 나눕시다. 여러 가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략 인구 100만명-150만명 정도가 가장 효율적인 행정단위입니다. 심각한 재정위기가 예상되는 지금, 행정의 소비자인 주민들을 위해서 가장 효율적인 행정 단위로 재편하는 것이 맞습니다.
”?”2006년 여의도 정가는 행정개편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했다. 여러 논쟁이 있었지만 민주당이건, 한나라당이건 서울을 5개 혹은 8개로 쪼개는 것에 대해서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핵심 논리는 행정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였다. 난 그 의견과 논리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여기에 소개된 뉴욕시 행정개편에 관한 논쟁은 내가 지어낸 것이다. 뉴욕시에는 행정개편에 관해 별다른 논쟁이 없다. 뉴욕에 빗대어 서울 행정개편에 관한 논쟁을 소개한 것이다. 필자가 이 기고를 시작한 이유는 새로운 지방자치 특히, 서울의 새로운 지방자치를 제안하기 위해서이다. 아래 “어느 지역활동가의 제안”이라고 소개된 내용은 사실 내가 생각하는 서울시 행정개편의 두개 방향 중 하나를 뉴욕시에 맞춰 설명한 것이니 참고하시라. 자세한 것은 이후 기고를 통해서 설명하게 될 것이다.

어느 지역활동가의 제안

뉴욕시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하나의 단일한 단위입니다. 정서적으로도 그렇고 또 사람들의 생활 바운더리도 그렇고 유지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유지시키되 광역적이고 장기적인 행정만을 담당하며 나머지 일상의 행정은 작은 단위의 자치정부를 구성하여 맡깁시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인구 11만의 커뮤니티 보드 #9를 예로 들어 봅시다.
모닝사이드 하이츠, 맨하탄빌, 해밀턴 하이츠에(각각 인구 3만명 정도) 저마다 지방정부를 구성합니다. 팔팍처럼 동장도 뽑고 동의원도 뽑고 말입니다. 이 작은 단위 지방정부가 지역 도서관, 어린이집, 청소년 센타, 홈리스 쉼터, 노인복지센타, 지역축제 등 지역 주민의 삶과 밀접히 연결된 행정을 담당합니다. “시민의 참여를 통해 뉴욕시를 재조직”하지 않으면,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그들을 커뮤니티로 끌어내지 않으면 홈 리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헬스 케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돈을 쏟아 붓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민이 행정의 소비자라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일까요?
그들이 행정의 생산자(주인)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홈룰(우리 동네는 내가 다스린다는 지방자치의 핵심 정신)”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 연재순서
0. [공지]기획연재 & 필자 소개
1. 태초에 지방정부가 있었다. 분권이라고? 임권이거든!
2. 작아야 참여하기 좋지. Municipality!
3. 뉴욕의 힌트 “Community Board”
4-1. 미래의 지방자치 “아! 로체스터”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낸 새로운 미래>
4-2. 미래의 지방자치 “아! 로체스터” <시민 이니셔티브>
5-1. 동네가 촛불에게 보내는 첫번째 초대장 지방자치 혁명!”
5-2. 동네가 촛불에게 보내는 첫번째 초대장 지방자치 혁명!”
6. 도봉구 거버넌스 그리고 도봉구 유권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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