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편집자 주> “미국 지방자치가 들려주는 이야기” 기획 연재가 오늘부터 게재됩니다. 이번 기획 “미국 지방자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작년 말 연재되었던“미국 풀뿌리 민주주의 리포트”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필자 정보연님은 3대 도봉구 구의원, KYC(한국청년연합회) 공동대표, 도봉시민회 공동대표(현)를 지내다가 현재 Columbia 방문 연구원으로 뉴욕에 거주 중입니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지방자치에 대해서 연재했다. 그리고 이미 예고한 것처럼 이제부터는 한국의 지방자치에 대해서, 그 발전 방향에 대해서 2-3회에 걸쳐 이야기할 것이다.

오늘부터 이어질 연재의 소제목은 “동네가 촛불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촛불로 상징되는 시민의 역동을, 그 거센 참여의 열정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내면 한국은 또 한 발 나아갈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연이어 이뤄낸 한강의 기적은 여기서 끝날 것이다.

1987년의 시민들은 광화문에 모였다. 지금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일 일이 가끔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동네에서 모였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가 한발 더 내디뎌 나아가려고 하는 그 곳은 시민 이니셔티브의 사회이다. 시민 이니셔티브는 동네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필자는 “동네가 촛불에게 보내는 초대장”을 세 번 쓸 것이다.

첫 번째 초대장은 지방자치 제도의 변화를 담고 있다. 한국 지방자치의 계층과 유형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촛불의 에너지를 동네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거버넌스에 관한 제안이다. 필자는 “로체스터시”의 거버넌스를 우리 동네에서도 한번 해보고 싶다. 그것이 “민주주의 2.0”이고 진정한 “Government Of the People”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공공에 봉사하려는 사람들이 기성 정당을 통하지 않고도 자신의 정치조직을 만들고, 쉽게 동네 선거에 출마하고, 주민을 바라보며 정치할 수 있는 제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기성 정당만으로는 촛불을 담아내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 오늘의 주제는 지방자치 제도의 변화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서울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보자.

“여의도”다운 구상

지난 17대 국회는 2006년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행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방행정의 개편에 관해 연구했다.
그 연구의 핵심 주제는 “어떻게 하면 지방행정체계를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 것인가?”이다. 주요 내용은 현재 지방행정의 자치체계가 “도-시,군” 혹은 “광역시-구”로 2단계인데 이를 1단계로 통합하여 인구 100명 이하 대략 70만 정도의 “광역화된 지자체”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 당시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로 최종 확정되지 못했고 2010년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최근에 다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최근 논의도 17대 국회 특위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 안을 중심으로 오늘의 논의를 진행시키겠다.

17대 국회 특위안에 따르면 전국을 광역화된 지자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서울시도 영향을 받게 되는 바, 5개 혹은 8개의 독자적인 시로 분할하며(북서울시, 동서울시, 남서울시…) 도로교통, 상하수도 등의 종합적 조정권만을 갖는 상징적 서울시를 두되 별도의 선거 없이 국무총리가 시장을 겸한다는 내용이다.(열린우리당의 안을 중심으로.)
모든 행정 행위는 일정한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서 이뤄진다. 지방 행정의 근간을 바꾸는 이번 개편도 그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그 목표를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개편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17대 국회 특위안이 추구한 목표는 이미 밝힌 것처럼 “좀 더 효율적인 행정체계를 만들자.”이다. 그런 목표에 따라 행정 단위를 기존 2개 계층에서 적정 규모의 인구 비율에 따라 하나의 계층으로 줄이자는 구상을 하게 된 것이다.

정말 여의도다운 “목표”이고 여의도다운 “과정”이고 여의도다운 “안”이다.
다른 것은 논의를 좀 뒤로 미루더라도 논의 과정에서 여의도가 보여준 독선은 지방자치에 대한 그들의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다. 뉴욕시는 인구 820만 명에 뉴욕시 정부라는 하나의 지자체만이 존재한다. 분할을 하려면 서울보다는 뉴욕을 분할하자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그렇지만 연방 의회나 뉴욕주 의회에서 뉴욕시의 분할안을 논의하고 결정한다는 상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뉴욕시가 중심이 되어서 논의할 사안이며 최종 단계에서는 당연히 뉴욕 주민의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참고로 뉴욕시는 커뮤니티 보드라는 제도를 시 헌장에 삽입할 때에도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여의도에서 이런저런 필요로 행정개편을 논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지방행정의 계층과 범위에 대해서도 안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논의의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이 되어야 한다. 여의도 탁자 위에서 국회의원들이 그어 놓은 금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터의 행정이 순식간에 변한다면 그게 과연 지방자치인가? 그 과정 어디에 자치가 있는가? 17개 국회가 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울시의원, 도봉구의원 한명이라도 자기 의견을 이야기했는가?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지방자치에 관한 한, 국회의원들 정말 한심하다.
”?”지방행정 개편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적 가치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지방의 행정 개편이다. 중앙정부의 조직개편이 아니다. 당연히 지방행정개편의 핵심 목표는 “지방자치”와 “행정”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기초해서 설정되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지방행정개편의 핵심 목표는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권력을 중앙으로부터 지역으로, 특히 주민에게로 돌려주는 것이 지방행정개편의 첫 번째 목표이다. 필자는 이 목표를 “Home Rule의(내 지역은 내가 다스린다는 뜻을 내포함) 달성”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Home Rule이란 주민들의 풀뿌리 에너지를 끌어내고 이 에너지로 지역의 공공적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으로서 풀뿌리 민주주의 혹은 지방자치의 본래적 가치를 뜻한다.

Home Rule의 달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범위가 너무 크면 주민의 풀뿌리 에너지를 끌어내기 힘들다. 따라서 주민이 감당할 권리와 의무를 행정 관료나 선출된 대리인들이 차지하게 되고, 그들이 행정과 정치의 주인이 되어 주민의 의사가 왜곡되는 폐단이 생긴다. 이런 폐단을 막으려면 행정 단위가 작은 것이 좋다.
우리가 이미 살펴본 것처럼 미국의 경우 인구 5,000명~50,000명 수준의 Municipality(주민하고 가장 가까운 지자체를 통칭하는 용어)에서 주민참여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난다.

참고로 17대 국회특위가 현재의 안을 만드는 데는 “지방자치단체의 적정규모 검토를 위한 실증적 연구(최영출)”라는 논문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짐작된다. 이 논문은 지방자치단체의 적정규모를 50만명-60만명으로 결론내리고 있는데 이 결론이 여러 글에서 인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 그 논문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 가지.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인구 규모, 즉 서비스의 최저소요비용이 들어가는 인구규모에 대해서 연구한” 논문은 있는데 왜 “주민이 공적 의사결정과 행정 과정에 참여하기에 가장 용이한 인구 규모와 행정 형태에 대해 연구한” 논문은 없는지 궁금하다. 여의도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그리고 대학에서 연구하는 행정학자들에게 주민참여는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까?

둘째, 여의도 정가가 가장 앞줄에 내세우는 행정의 효율성이 그 두 번째 목표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높은 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모든 행정의 궁극적 목표 중의 하나이다. 17대 국회 특위처럼 행정 효율성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도 없지만 또 그것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Home Rule의 달성과 효율성의 관계

흔히 민주성과 효율성으로 요약되는 이 두 가지 가치는 일부 경합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Home Rule의 달성을 위해서는 대체로 지방자치단체의 구역을(Boundary) 작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행정구역이 작을수록 지방자치단체는 점점 많아지게 되고, 이들 작고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큰 중앙정부를 연결하기 위해 그리고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을 조율조정하기 위해 중간계층의 행정단위가 필요하게 된다. 즉 행정의 계층이(Tiers) 많아지는 것이다. 그럴 경우 대체로 행정 비용이 증가한다.
따라서 Home Rule과 행정의 효율성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며 이런 균형점에서 행정의 구역과(Boundary) 계층을(Tiers) 결정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이 두 가지 가치가 주민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행정의 효율성이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양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요약되는 바, 기본적으로 주민을 행정의 소비자로 간주한다. 여기서 행정의 공급자는 선출직 정치인, 특히 직업적 공무원들이다.

반면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지역의 중요한 공적 의사를 결정하며, 지역사회가 가진 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행정을 수행한다.”라는 관점을 가진 Home Rule의 입장에서 보면 주민은 행정수요자인 동시에 공급자, 즉 행정의 주인이기도 하다. 바로 이점이 지역이 중앙보다 더욱 세심하게 민주주의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필자는 미국의 지방자치를 둘러보면서 이 두 가지 가치가 경합 측면뿐만 아니라 상호의존하는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을 빙 둘러 순환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 건설 과정에서 불암산과 수락산, 북한산국립공원의 일부인 사패산에 터널 공사가 시작되었고 지역단체, 환경단체, 불교계가 이에 반대하여 2년간 공사가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되면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고 말하는 등 꽤 큰 이슈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2년 후 결국 공사가 다시 재개되었고 지금은 서울외곽순환도로가 완공되어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여러 연구 기관은 이 2년 동안의 공사 중지로 최소 5000억~최대 1조5천억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 할 때 어떤 비효율이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즉 풀뿌리민주주의가 왜곡되어 주민과 정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렇게 막대한 행정 비용이 지출되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위의 경우 해당 자치구가 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파악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부터 주민과 서울시를 제대로 연결시켰다면, 그래서 합리적 대안이 만들어졌다면 그렇게까지 막대한 행정비용을 소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의사결정의 민주성이 곧바로 행정의 효율성인 것이다.
”?”또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주민의 참여가 가장 왕성한 인구 5,000명~50,000명 수준의 Municipality에서 가장 다양한 행정 혁신이 시도되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이런 작은 단위의 혁신사례를 바탕으로 연방정부의 행정혁신안을 기초하기도 했다.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행정혁신도 촉진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지난 연재에서 살펴본 로체스터시가 생생하게 그 사실을 증명한다. 주민의 에너지가 최고의 효율이다.

정말 제대로 지방행정혁신을 하려면 이렇게 Home Rule과 효율적 행정이라는 두 가지 가치의 관계를 잘 살펴서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는 최적화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요컨대 행정의 효율성에만 기댄 17대 국회특위의 안은 한쪽만 바라보는 외눈박이 안이며, 현실에서는 효율성도 제고할 수 없는 안이라는 것이다.

핵심 컨셉

17대 국회 특위에 어떤 분들이 참여했는지 필자는 모른다. 아마도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과 교수님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분들은 대부분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나 집에 돌아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역을 모른다. 동네는 그저 잠자는 곳이다. 아마 편하게 불러내서 소주 한 잔할 동네 친구도 별로 없을 것이고, 비가 오면 걷기 좋은 동네 오솔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것이고, 요즘 지역 이슈가 뭔지 관심 없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효율을 기준으로 행정개편안을 만든 것은 당연하다.

필자는 행정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주민의 생활권(Boundary of Life)에 따른 개편”을 주장한다. 원래 행정의 범위란 것이 그렇다. “내일의 지방자치” 세미나에 논찬자로 참석하였던 권오을 전 의원이 한 말이다.
“현재의 한국 행정구역은 그 뼈대를 사실 조선시대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번 바꿔줄 때가 되기는 했지요. 그 당시는 사람이 아침에 걸어 나가서 저녁에 돌아올 수 있는 거리, 한 100리를 기준으로 군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맞다. 행정의 범위란 것은 “아침에 걸어 나가서 저녁에 돌아올 수 있는 거리” 즉 사람들의 생활권과 밀접히 관련되어 정해지는 것이다.

보통의 서울사람들은 어떤 생활권을 가지고 있을까?
다음의 두 가지이다.

서울시 광역 생활권

필자는 창동에 산다. 필자가 출근을 하는 KYC(한국청년연합회)와 초록정치연대는 각각 동대입구역과 서대문 사거리에 사무실이 있다. 한 달에 한두 번 대학 친구들과 종로에서 번개를 한다. 주말에는 가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잠실 롯데월드에 가거나 지인들과 북한산에 오른다.

마음먹고 멀리 여행을 가지 않는 한 서울시민의 생활은 대개 서울시 안에서 이뤄지며 한강 이남과 이북의 문턱이 있기는 하지만 서울을 동, 서, 남, 북, 중앙의 5개 시로 구분할 만한 생활권의 차이는 없다.
즉 서울시는 집-직장-여가생활을 포함한 비교적 단일한 광역 생활권이다.

”?”동네 풀뿌리 생활권

우리집 첫째 연우는 창4동 자운초등학교를 다닌다. 둘째 연서는 방학2동 어린이집에 나가는데 좀 멀지만 이사 전부터 다니던 곳이라 그냥 나간다. 장은 창동역 앞 농협에서 보고 동네 친구들과도 창동역 근처의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 일주일에 서너 번 집에서 5분 거리인 중랑천변을 뛰거나 창동체육센타에서 수영을 한다.

집-어린이집-초등학교-아이들의 친구 관계-산책-동네 친구와의 맥주 한잔-지역 COMMUNITY를 연결하는 풀뿌리 생활권은 보통 1-2개의 동 안에서 형성된다. 위에서 보듯 필자의 일상생활은 창4동과 그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필자는 이 두 가지 생활권으로 서울의 행정이 개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연재순서
0. [공지]기획연재 & 필자 소개
1. 태초에 지방정부가 있었다. 분권이라고? 임권이거든!
2. 작아야 참여하기 좋지. Municipality!
3. 뉴욕의 힌트 “Community Board”
4-1. 미래의 지방자치 “아! 로체스터”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낸 새로운 미래>
4-2. 미래의 지방자치 “아! 로체스터” <시민 이니셔티브>
5. 동네가 촛불에게 보내는 첫번째 초대장 지방자치 혁명!”
6. 도봉구 거버넌스 그리고 도봉구 유권자단체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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