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STL(Sunhill Transocean Logistics). 매달 ‘희망의 나무’에 자양분을 공급해주는 든든한 후원 회사이다. 서울시 중구 태평로 2가 한화손해보험빌딩 16층. 사무실 입구를 은은하게 비추는 푸른색 사인보드가 인상적이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회사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쉽게 말해서 해운업이죠. 해운 중계, 선박 건조, 물류 대행…. 해운과 관련된 일은 거의 다하는 국제해운대리점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야말로 글로벌한 일을 하는 것 같다”고 하자 황재웅 대표(40)가 활짝 웃으며 설명한다. 젊다. 사람도 젊고, 회사도 젊다. 열정과 패기가 느껴진다. 2000년 설립된 STL은 한창 성장세에 접어든 중견업체이다. 목포해양대에서 통신공학을 전공한 황 대표는 STL 창립 멤버로 지난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바다와 선박 이야기를 하니까 괜히 가슴이 설렌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오대양을 누비는 거대한 배. 그것은 우리 몸에 어딘가에 새겨진 여행자 코드를 자극하는 강력한 자성(磁性)을 지니고 있다. 지구는 사실 ‘바다의 별’이다. 3억6천만 제곱킬로미터. 바다는 대륙을 다 합친 것보다 네 배나 넓다. 그 광활한 바다가 STL이 말달리는 초원이자 무대이다. 바다를 상대로 사업을 해보겠다는 발상엔 남다른 배경이 있지 않을까.

“먹고 살려다 보니 여기까지 왔지요? 하하. 제 고향이 전남 완도예요. 장보고의 고장이니까 어려서부터 바다를 벗 삼아 살아왔지요. 섬사람들에게는 섬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저도 그런 사람인데, 넓은 데로 자꾸 나가려다보니 바다를 상대로 장사를 하게 됐네요.”

황 대표가 희망제작소와 인연을 맺은 건 1년 전. 지인에게서 희망제작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후원을 결심했다. “큰 도움도 못되는데…”라며 겸손해 하는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데 못하는 일, 예컨대 거리의 어지러운 간판을 아름답게 바꾸는 운동 같은 것을 희망제작소가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STL은 전 직원이 이익의 일부는 반드시 사회단체에 기부한다고 뜻을 모으고 실천하고 있다. 황 대표는 사회 문제 가운데 특히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한다.

“선박 관련 사업을 하다보니까 아무래도 선원들의 실태를 잘 알게 되지요. 일이 워낙 위험하고 힘드니까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은 거의 없고, 가난한 제3세계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에요.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무척 열악한데다 기본권도 보장 못 받고 있지요.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워요.”

그래서 황 대표는 기회가 닿는 대로 이들을 돕고 싶어한다. 젊은 사업가로서 그는 골고루 나눌수록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황 대표를 만난 날이 마침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직후였다. 그래서 물었다. 해운업을 하는 입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대운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한마디로 황당한 얘기죠. 삼면이 바다인데, 멀쩡한 바닷길을 놔두고 왜 물길을 따로 파야 한다는 것인지…. 더욱이 내륙에 운하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물동량이 많지도 않아요. 선박 운송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나를 수 있다는 점인데, 운하로는 큰 배를 띄울 수가 없어요. 속도도 느리고…. 도대체 말도 안되는 얘기를 밀어붙이고 있는데, 걱정입니다.”

황 대표가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한반도대운하 사업과 관련한 세미나를 열었는데, 사전에 황 대표에게도 연락이 왔다. 그래서 “그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더니, 찬성하는 쪽 교수들만 모아서 세미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폐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바다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잖아요. 다른 나라는 해양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데,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는 거꾸로 가는 꼴이지요.”
”?”STL은 국내 최초로 포스코와 함께 JID(Just Intime Delivery)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완공되면 포스코에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재고 없이 필요한 만큼의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TL은 또 올해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행이나 중계 업무에 더해, 자체 선박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운송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젊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무척 자유로운 편입니다. 다들 해운업에 대해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있고,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고 있지요. 회사가 잘 돼서 직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고, 사회에 조금이라도 공헌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새해 바람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황 대표에게 “대표 덕에 큰 배 한번 타봐야겠네요”라고 농담을 하자 “화물선이 아니라 크루즈 타셔야죠” 하고 받는다.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한참을 웃다가 이 세상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크루즈를 타는 날을 상상해 보았다. STL이 운항하는 멋진 크루즈를 타는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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