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일흔을 넘긴 나이지만 할아버지라기보다는 현역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경기도 군포시 지구사랑회 회장 이병찬 님은 봉사 DNA로 무장하고 하루를 바쁘게 사느라 늙을 시간이 도통 없다고 한다. 


”사용자이병찬(73) 지구사랑회 회장은 군포에서 유명인이다. 과장을 섞어 이야기하자면 군포사람인가 아닌가는 그를 아느냐 모르느냐로 판가름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97년부터 15년간 청소년 교육을 비롯, 숲 해설ㆍ환경운동ㆍ노인 일자리창출 등을 해오고 있으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 덕택에 군포지역이라면 다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 모든 일이 ‘신바람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며 ‘대한민국의 저력을 드높이고자’ 시작된 일들이다.

그의 봉사이력을 작성하려면 A4 용지 한 장으로는 턱도 없다. 아니, 지금 벌이고 있는 일만 꼽으려 해도 양손가락을 다 동원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독거노인 전화 상담, 안양시?군포시 초중고교 숲 생태교육, 산본역사 껌 제거, 호스피스 봉사, 이야기 할아버지, 군포시 중고등학교 봉사 액션스쿨, 노인대학 복지관 건강강사, 등산로 가꾸기, 행복한 홈스쿨 교장, 꿈의 집 어린이 수학교육, 유용미생물 EM을 통한 환경운동, 지역연극단체 조직 등 실로 숨 가쁘다.  군포시청에는 이런 그를 전담하는 담당이 있다. 기획조정실의 ‘5분 대기조’가 그것이다.

“관이 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어요. 내가 하는 민원은 별거 아니에요. 가령 전철역 계단 미끄럼 방지턱이 덜렁거린다, 보도 블럭이 튀어나와 사람들이 다치기 십상이다, 전깃줄이 늘어져서 위험하다, 뭐 그런 것들이죠. 다니다보면 위험요소가 수없이 눈에 들어와요. 처음에 민원을 넣으러 갔더니 이리가라 저리가라 하며 기분을 상하게 해. 좋은 일하러 간 사람에게 왜 그러냔 말야. 그래서 아예 원스톱으로 하라고 제안을 했죠. 공무원들이 처음엔 나더러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을 거예요. 그러던 시청에서 기획조정실을 만들어 지금은 대장에 불편사항을 기입하면 즉각 처리하는 5분대기조까지 만들었어요.”

대야미역에 ‘잠입’하다

대학생(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이던 60년대부터 산과 숲을 사랑해서 자칭 타칭 ‘산사나이’인 이병찬 회장은 11년전 대야미역 관상수 사이에서 칡덩굴, 환삼덩굴에 파묻혀 죽어가는 노간주 나무를 발견한다.

“내가 원래 호기심도 많고 겁도 없는 성격이야. 그동안에도 여기저기 산을 다니면서 칡덩굴, 환삼덩굴을 보이는 대로 걷어내곤 했어요. 대야미역 그 나무가 눈에 들어오는데,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는 마음이 생기더라고. 그날 이후로 계속 해 뜨는 시간부터 출근시간 전까지 혼자 몰래 역으로 들어가 나무들을 돌보았어요. 그러다가 2년 만에 역무원에게 딱 걸렸지 뭐야. ‘나 이상한 사람 아니다. 이 동네 사람이니 야단치지 말라’고 누가 뭐라지도 않았는데 먼저 야단을 했지. 그랬더니 역무원이 웃으면서 ‘그게 아니라 얼마 전에 역사 나무를 돌보는 선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역장님께서 차 한 잔 하자고 기다리고 계시니 함께 가자’ 그러는 거야.”

그 후로 혼자서 하던 일에 봉사자들이 합세하게 되었다. 처음엔 잡초인지 화초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봉사자들 덕에 웃지 못할 일들도 많았다. 그는 항상 생각한다. ‘천천히 하자. 내 일이라 생각하면 못할 것이 없다. 봉사는 순교사업이 아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못할 일처럼 보이지만 함께 하면 해낼 수 있다.’
 
다 내려놓고 얻은 것

이런 특별한 인생을 살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60년대 대학을 나온 것은 대단한 혜택을 받은 겁니다. 당연히 세상에 보답을 해야죠. 봉사는 어느 날 새삼스레 하게 된 건 아니고, 열린 마음으로 보니 일 할 게 보였던 거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 일이라 생각하고 보면 사방에 할 일 천지입니다. 내가 내 몸 움직여서 일하는데 얼마나 신바람이 납니까. 이 좋은 세상에 죽겠다는 소리, 힘들다는 소리 할 새가 어디 있어요.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사용자
원래 긍정적인 성격에 건강까지 받쳐주니 뭐가 두려울까. 세는 나이로 올해 73세, 그런데 얼마 전 측정한 건강 나이는 49세란다. 다만 이제는 순발력이 조금 떨어져서 종합 건강나이 50대라고.  그는 지금도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금전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활동 한다. 개인 자격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역사에 쪼그리고 앉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껌을 제거한다. 그는 1970년부터 10년간 여고 수학교사로 교편을 잡았다. 그 후 우리나라 최초의 로펌이 된 중앙국제법률특허사무소에서 1994년까지 13년간 근무하면서 소장직을 역임했는데 로펌이라는 말도 생기기 이전이었다.

“변호사, 변리사 합해 365명이 직원으로 있던 최고 전문 인력 로펌이었어요. 그때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잘 산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풍요로운 생활을 했죠. 직장을 그만두고 얼마 후 IMF가 왔고 그동안 마련했던 재산이 순식간에 반의 반 토막이 나는데… 다른 사람들 같으면 좌절해서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빈털터리가 된 뒤 집사람과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참 묘하다, 우리가 계속 잘 살면 고마운 걸 모를텐데, 이렇게 되어서야 고마움을 알게 되네.’”

‘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고 모든 게 필연이다. 바른 길을 가고 양심을 지키면 틀림없이 깜짝 놀랄 일들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일은 하면 할수록 용기가 나고 큰 일이 벌어진다.’ 이것이 이병찬 회장의 인생관이다.

“할 일 못찾으면 찾아오라”

그는 요즘 청소년들을 만날 때마다 “너희들이 최고다, 우리나라는 대단한 나라”라고 격려하기 바쁘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어서다.

“기회만 생기면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노소를 가리지 않고 계속 이야기합니다. 노인들도 가만있으면 몸살 나는 사람들 많습니다. 그 사람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일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나를 불러줄 곳이 많을 거라 생각하고 일이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안 와요. 안 되겠더라고. 그래서 꽃밭 만들기부터 시작했지요. 기다리지 말고 찾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인문제도 그래요. 우리나라 의료비 43조 중에서 노인 관련 비용이 12~13조랍니다. 30% 정도 되죠. 노인은 움직여야 건강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로당 활성화는 무척 중요 사안이에요. 모여 앉아 화투만 칠 게 아니라 건강, 봉사, 오락 프로그램을 만들고 노인들을 움직이게 하면 병원갈 일이 적어지고 그러면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이익입니까. 그 비용 절약해서 다시 재투자하라고 내가 만날  주장하는데 사실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우선 노인들이 바뀌어야 해서.”

그의 전방위 봉사에도 규칙이 있다. 우선 오후 3시가 되면 ‘퇴근’해 본인을 위한 투자를 시작한다. 매일 철봉 30회, 팔굽혀펴기 1백회를 하고 8~12km를 걷는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것을 신조로 삼고 움직이는 것이다.

”사용자“덕분에 감기도 안 걸려요. 나를 속일 수는 없는 겁니다. 왜 남 탓을 합니까. 할 일은 사방에 널려있어요. 죽는 날까지 할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봉사하고 싶은데 방법을 못 찾겠다거나 할 일을 찾지 못하면 나를 찾아오세요. 방법을 알려드릴테니.”

말을 마치자마자 산본역사로 껌 제거 작업을 하러 바삐 걸어가는 70대 청년 이병찬 회장의 은발이 햇살에 비쳐 반짝였다.

글_ 이신숙(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LET’S)
사진_ 나종민(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LET’S)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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