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시사IN 기자들이 희망제작소가 제안한 천개의 직업 중 일부를 직접 체험하고 작성한 기사를 시사IN과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 동시에 연재합니다. 본 연재기사는 격주로 10회에 걸쳐 소개됩니다. (이번 기사는 소기업발전소 연구원이 직접 작성했습니다)


체험, 1000개의 직업 (8) 이혼식 플래너 

최근 연예가를 발칵 뒤집어놓은 대형 스캔들이 발생했다. 바로 ‘문화 대통령’ 서태지씨와 다재다능한 여배우 이지아씨의 이혼이다. 한때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그들의 이별이 비밀로 간직되지 못하고, 결별한 이후 2년이 지난 지금에야 밝혀진 이유는, 이혼 후 원만하게 청산되지 못했던 그들의 관계 탓이다. 이런 사례가 말해주듯이 이혼을 ‘재출발을 위한 좋은 끝맺음’으로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생각을 약 2년 전부터 실행에 옮긴 사람이 있다. 일본에서 ‘이혼 맨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혼식 플래너 데라이 히로키 씨가 바로 그다. 오래전부터 ‘결혼식은 있는데 왜 이혼식은 없을까? 재출발을 위한 결의를 선언하는 긍정적인 세리머니가 있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그는 2009년 4월 가까운 대학 선배에게 이혼식을 제안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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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불행으로 먹고산다’고 비난받기도

이혼식은 차분하게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결혼의 종결을 공표하는 상징적인 의식이다. 이혼식은 부부가 원하는 형식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가장 보편적인 이혼식은 다음과 같다. 간단한 예복을 차려입은 부부가 인력거를 타고 전통 사찰을 한 바퀴 돌며 지난날을 성찰한 후 이혼식을 거행하는 이혼 맨션으로 돌아와 이혼의 원인, 이혼 이후 서로에게 지켜야 할 약속 등을 발표한다. 이후 ‘변화’를 상징하는 개구리 모양의 큰 망치로 결혼반지를 깨거나 추억의 사진을 태우며 결혼 생활이 끝났음을 알린다. 이혼식 플래너로서 데라이 히로키 씨는 모든 과정을 총괄·기획한다.

굳이 이혼을 알리는 행사를, 그것도 공개적으로 치를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데라이 히로키 씨는 이혼식의 필요성을 이렇게 주장한다.

“첫째로 이혼하는 당사자에게는 구분을 확실히 두어 좋은 재출발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아직까지 이혼은 사회적 터부로, 이혼 후 개인은 스스로의 활동을 제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식을 통해 지인들에게 합의된 양쪽의 주장을 공식 성명으로 발표해 한쪽의 의견에 치우치는 것을 막고 뒤에서 이혼이 부정적으로 회부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따라서 부부는 주변의 긍정적인 응원을 바탕으로 각자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죠. 둘째로 이혼한 후에 남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재산 분할이나 자녀 양육 등 이혼 후 부속 사항을 선언하게 되어 성실한 실행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과합니다. 셋째로 이혼식은 부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결혼 생활 동안 알게 된 지인들은 부부의 이혼으로 관계가 소원해지기 마련이지만, 당당하게 이혼을 발표하고, 이후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주변 사람들도 이들을 더 이상 껄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혼식은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하던 부부를 냉정하게 가라앉혀 오히려 이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혼식을 의뢰하신 부부 중 6쌍이 이혼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사람의 불행으로 먹고산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아무런 겉치레 없이 진솔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정하며 남아 있는 감정의 앙금을 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를 보면서, 외려 결혼식보다 더 감동했다는 평이 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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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성실함·진솔함 지녀야 성공

이혼식의 필요성에 대해 데라이 히로키 씨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 그렇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그것도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후회는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가졌던 ‘재출발’에 대한 긍정적 인식만큼이나 현실에서 그의 사업 전망도 매우 밝았다. 블로그나 트위터, 혹은 이혼식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별다른 홍보 없이도 이혼식을 의뢰하는 고객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고, 샐러리맨 때보다 오히려 수입이 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나고야에서 20년간 웨딩 플래너로 일하던 한 50대 남성이 이혼식 플래너로 전향한 일도 있었다. 또한 자신이 오랜 기간 궁금해하던 ‘결혼식은 있는데 왜 이혼식은 없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직접 찾고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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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혼식 플래너를 생업으로 지속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이혼식 플래너를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덕목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평정심입니다. 각자 나름의 이유로 상처받은 두 사람의 주장을 아무런 편견 없이 듣고 이를 중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제 판단으로는 결혼을 이미 경험해 이들에게 감정이입할 가능성이 있는 기혼자보다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미혼이 더 적합합니다(데라이 히로키 씨 자신도 미혼이다). 둘째로 성실함입니다. 이혼에 이르게 된 이유를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두 사람의 주장을 일치시키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담 시간에 성실하게 임해 이를 잘 조정해야 이혼식이 성사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솔한 마음가짐입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혼식처럼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겉치레도 소용없는 것이 이혼식입니다. 찾아온 부부를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재출발 선에 서 있는 한 인간으로 바라볼 때 이혼식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습니다.”

이혼식 플래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혼을 조장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한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는 시대다. 이혼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한국의 풍토에서 이들이 더 이상 죄의식과 수치심을 가지지 않도록 사회가 이끌어주어야 할 때다. 지나간 결혼 생활을 후회하지 않도록, 또한 앞으로 나아갈 인생을 주도적으로 개진할 수 있도록 이들을 격려하는 첫 번째 조력자가 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 직업은
대중적 인지도는 아직 낮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 전망이다. CNN 등 외신에 이 직업이 소개된 뒤 한국인 등 외국인으로부터의 이혼식 의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혼 관련 심리 상담이나 행정·법무 대행, 재무 관리 등 다른 사업과 제휴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어떻게 시작할까?
아직은 일본에만 있는 직업이다. 관심이 있다면  www.rikonshiki.com을 참조할 것. 데라이 히로키 씨는 이혼식 플래너 지망생에게 기발한 발상보다 단순하지만 인간적인 고민을 먼저 하라고 말한다.    


소기업발전소 이보례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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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직업, 이번엔 성남이다!

● 일시: 6월 5일(일) 오후 12시
● 장소: 성남시청 온누리홀
● 출연: 박원순, 션, 정성하, 이지성
● 더 자세한 내용은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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