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사용자


‘집’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필수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집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총소득에서 음식과 의류에 관련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하고 있는데, 집값과 주거 관련 비용은 경제성장률 및 소득상승률을 초과하여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대략 1,000만 명 이상이 최저기준 이하의 주거지에 살고 있거나 전월세 및 이자 비용 때문에 기준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주택문제는 중산층에게도 막대한 경제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맥킨지는 “매달 적자를 내는 한국 중산층 가구 비율은 20년 사이 15%에서 25%로 늘었다.”며 “통계에 없는 주택담보대출 원금 상환액을 반영하면 약 55%가 적자상태”라고 진단했다. 집을 사기 위해 집에서 살지 못한다는 농담은 한국에서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주거문제는 즉 사회적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도시의 주거 형태는 사회적 관계망을 차단한 채 개인적인 삶을 사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교도소의 독방 구조가 대학 기숙사의 구조와 똑같다는 것은 현대의 사람들이 어떤 주거공간에서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웃 간의 관계가 단절되어 있어서 옆집에서 발생하는 죽음도 인지하지 못하는 안타가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물리적 구조가 인간의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반증이다. 낮은 담장과 마을회관 등 상시적으로 얼굴을 대면하며 서로를 돕고 살던 농촌의 모습과 판이하게 다르다.  

쉐어하우스(sharehouse)와 코하우징(cohousing)  

이러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을 비롯하여 미국, 아시아 지역에서는 ‘쉐어하우스(sharehouse)’와  ‘코하우징(cohousing)’의 방식이 추진되어 왔다. 쉐어하우스는 비혈연적인  관계의 개인이나 가족들이 같은 집에 살면서 침실은 개인이 독립적으로 사용하고 부엌과 식당, 거실 등의 공간은 공유하는 주거 형태를 일컫는다. 대학가의 하숙집 형태나 지인들끼리 주거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함께 집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쉐어하우스라고 할 수 있다.

코하우징은 이와 좀 다르다. 공동체 생활을 원하는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모여 주거단지를 구성하고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공동생활을 하는 방식으로 소유권은 임대나 자가 등 다양하다. 코하우징은 단순히 주택들이 모여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동생활시설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형성하여 주민들의 사회적 접촉면을 키우고, 함께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것을 필수 요소로 삼는다. 코하우징은 경제적 효과를 넘어 공동체 형성에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코하우징이 주거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되는 이유기도 하다.

덴마크는 1968년 전문직 맞벌이 가족들이 중심이 되어  공동양육과 공동저녁식사를 통한 커뮤니티 형성의 중요성을 느끼고 가사노동도 줄이기 위하여 최초의 코하우징을 시도한 나라다. 부모의 사회생활, 탁아소에 맡겨진 아이들, 새롭게 대두되는 성역할 등과 같은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코하우징 공동체가 시도됐으며 현재 300개 이상의 커뮤니티가 건설되어 운영 중이다. 스웨덴도 1980년대 코하우징이 시작되어 52개 이상 건설(2006년 기준)되어 42개가 운영 중이다. 미국도 1991년부터 90개 이상이 건설되어(2010년 기준) 1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사용자                                    ▲덴마크의 벨링햄 코하우징 단지 배치도
                                    (BELLING COHOUSING COMMUNITY THE COHOUSING COMPANY, Arohitecte)

한국의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시도되고 있는 코하우징과 쉐어하우스는 크게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협동조합 형태는 소비자들이 협동하여 주택의 건설과 유지, 보수, 관리 과정 등에 직접 결합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사회적기업 형태는 (인증 여부를 떠나) 특정 기업이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셜미션을 설정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다. 한국에서는 어떤 움직임 일어나고 있을까?
     
협동조합으로 주거문제 해결하기

이탈리아 볼로냐에는 협동조합 무리(Murri)가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조합원이 2만 3천 명에 이르는 이곳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주택을 건설하고 운영한다. 무리는 일반 건설회사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주택 분양사업을 하는 것과는 달리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된다. 조합원들의 수요에 맞춰 공급을 하다 보니 건설사들의 폭리 구조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주택이 일반주택보다 20% 가량 저렴한 이유다. 한국은 아직 무리와 같이 건설과 시공사업을 시행하는 협동조합이 없다. 하지만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협동조합 형태로 주택을 건축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곳도 존재한다. 바로 성미산마을 공동체에 자리 잡은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이하 소행주)’다.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 소행주
 
성미산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형성된 ‘소행주’는  단순히 함께 사는 공동주택이 아니라 ‘코하우징’을 염두하며 집을 짓고 있다. 소행주는 입주자를 모집하고 토지를 계약하며 설계와 시공, 입주 후 관리를 단계별로 지원하는 공동주택 코디네이터 회사다. 집 구조는 입주자의 생활 패턴과 필요에 맞게 설계되기 때문에 각 가정마다 구조가 다르며, 공용공간을 두어 공동창고, 손님맞이, 저녁식사 공간, 게스트 하우스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 또한 초기단계부터 커뮤니티를 형성한 후에 입주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집값 부담과 이사로 인한 불안한 마을살이 등 개인이 감당하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기 전부터 시도된 소행주는 자본의 49%는 외부에서, 51%는 마을에서 조성하고 이사 구성의 60%는 마을 내 주주에게 할애하여 이익의 일부를 마을 사업에 환원하는 마을기업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된다. 입주자는  설계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단계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건축가를 비롯한 전문가와 공동 집을 짓는다. 실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고 할 수 있다.


해방촌 주거공동체
– 빈집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빈집’은 게스트하우스(Guests’ house)다. 초기 전셋집 하나에 여러 사람들이 쉐어하우스 형태로 살던 이곳은 운영된 지 6년차를 맞이했다. 현재, 월세로 계약된 집 7채와 마을카페 1곳이 있다. 장투(장기투숙객)와 단투(단기투숙객) 약 30명의 인원이 함께 살고 있으며, 거쳐 간 인원은 약 3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빈집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주거를 소유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에 반기를 든다. 대신, 공유와 연대를 통해 가난한 이들도 주거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상상하며 지금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 왔다.

빈집의 각 집들은 ‘공동체은행-빙고’를 통해 보증금을 대출받아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집을 계약한다. 게스트들은 월세와 각종 잡비, 빙고 이자, 잉여금을 합친 가격에 1/n(구성원 수)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따로 보증금이 없어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한 이유다. 공동체은행-빙고는 빈집에 거주하고 있는 구성원이나 공동체 활동, 대안적인 금융 시스템에 동의하는 조합원이 출자금을 모아 운영하고 있다. 약 130명의 조합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공동체를 꿈꾸는 청년들
– 우동사

빈집과 유사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곳이 또 있다. ‘우리동네사람들’을 줄여서 ‘우동사’라 불리는 곳이다. 인천시 서구 검안동에 위치한 우동사는 정토회 지인 6명이 모여 1억 원의 전세 자금을 모아 빌린 집이다. 세 개의 방에 여자와 남자, 커플이 나뉘어 산다. 이들은 단순히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쉐어하우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귀농 귀촌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공동체와 자립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이들 중 몇몇은 협동조합으로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9명이 모여 살지만 점차 청년 공동체로 성장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만드는 마을
– 정릉생명평화마을

‘정릉생명평화마을’은 예술가들이 모여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예술가들이 쉐어하우스로 살아가던 형태가 마을 공동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들의 주요 사업은 재개발 예정지역으로 묶여있어 방치된 마을의 빈집을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주거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임대하거나, 마을형 게스트 하우스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릉골’ 지역은 지난해 8월 주택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기업의 형태는 사회적기업이지만 협동조합 형태로 구분하는 것은 예술가 당사자들이 협동의 방식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을의 빈집을 빌려 3인이 살 수 있는 레지던스로 개조하여 운영하기도 하며 이웃 주민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예술가다운 시도들을 벌이고 있다.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주거권이 확보된다는 것은 창작 활동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이것이 바로 정릉생명평화마을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주거문제 해결하기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든다
– 우주

주택협동조합과 달리 ‘서비스 제공’을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우주‘는 1인 주거 형태와 그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기업이다. 기존 공간을 전세로 임대한 후 젊은 감각에 맞게 리모델링하여 실수요자에게 무보증금의 월세로 전대하고 있다. 공간 공유 방식은 쉐어하우스다. 경제적으로 주거비의 부담을 겪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외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생은 30만 원을, 사회 초년생은 50만 원 정도의 월세를 지불한다.

현재 청년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인 종로구의 1호점, 재건축 전면 중단으로 빈집이 되어 버린 남산 시범아파트에 문을 연 2호점, 사회초년생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3호점이 현재 운영되고 있다. 보증금이 없어 비싼 월세를 지불할 수밖에 없던 대학생들에게 대안이 되고 있어 4호점, 5호점을 기다리는 이들만 150명이 넘는다고 한다. 경제적 도움뿐만 아니라 공동체 형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전역에 ‘우주人공동체’를 형성하여 소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포부다.

착한부동산
– 골목바람

착한부동산도 출연하고 있다. 서울에서 1인 주거비율이 가장 높은 신림동에 위치한 부동산, ‘골목바람‘이 그 사례다. 사회복지사이자 공인중개사인 조희재 대표는 ‘집은 인권’이라는 모토로 사회적 부동산을 운영해 왔다. 소외계층에게는 무료로 집을 구해주고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는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으며 일반 세입자에게 받은 수수료의 3%는 세입자 명의로 지역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최근 진행된 서울시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에 선정되기도 한 골목바람은 지방에서 온 청년들을 위한 임시거처이자 서울 주거정보 등을 나눌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기획하고 추진 중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선두주자
– 녹색친구들

녹색친구들도 새로운 주택 건설 구조에 변화를 가하는 기업이다. 이들은 토지의 공동체적 공공성을 극대화시켜 저소득층의 주거복지에 기여하며 친환경 공동주택을 건축하겠다는 사회적 미션을 갖고 있다. 현재 정릉동 1031-2, 3번지 토지 1527㎡를 30년간 빌려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정릉동 녹색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민간이 공공의 땅을 빌려 임대주택을 짓는 민간투자 공공임대주택 방식은 국내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사례다. 성북구가 이 땅을 민간 사업자에게 30년 이상 장기간 빌려주고 민간은 건축비만 조달해 임대주택을 지어 구에 기부채납하고 임대료를 받아 건축비를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사회적기업을 사업주체로 선정하여 공공성을 확보하고, 관의 지원을 통해 자금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저소득층이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측면으로 커뮤니티 형성과 생태적 주거문화를 구축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입주자들이 주축이 되어 스스로 워킹그룹을 형성하고 그룹조를 만들어서 차를 공유하고(카쉐어링) 도농직거래를 통해서한 로컬푸드(Local food)를 구현하고 자전거를 통한 녹색교통 이용 등의 방식이 그 계획이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후, 협동과 연대의 방식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관심을 쏟는 다는 데서 고무적이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유럽의 코하우징 개념을 소개했던 찰스 듀렛(Charles Durrett)은 당시 모든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취급했다고 한다. 코하우징을 적용하기에는 미국인들이 너무나도 독립적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현재 세계 어느 도시보다 큰 코하우징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에도 현 시대에 맞는 주거 형태가 다양하게 시도되길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 기노채 (2013), “코하우징의 의미와 활성화 방안”
  (2013.03.13, 박원순 서울시장 성미산 소행주 코하우징 방문기념 주제 발표 PT자료)
– 주거학연구회 (2000), “더불어 사는 이웃 세계의 코하우징”, 교문사

글_ 배민혜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
jwai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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