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용자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가 있다. SWOT분석으로 비유하자면 S(강점)와 O(기회)는 크게, W(약점)와 T(위협)는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오류는 사회적기업 또는 사회혁신기업의 창업 과정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사회적 가치(Social Value)에 흠뻑 빠진 나머지, 일단 문을 열고 보자는 지르기 형, 하다보면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낙관주의 형, 정부 등 외부기관의 지원을 아예 상수로 놓고 사업계획을 짜는 빈대 형 등 유형도 다양하다.

이런 접근방식 및 태도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기업의 창업 및 경영은 일반 기업보다 몇 배는 더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사회혁신기업 등 이른바 가치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가(Entrepreneur)는 일반기업보다 훨씬 정밀하고 높은 수준의 SWOT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S와 O는 적게, W와 T는 무겁게 생각하라는 말이다.

빨대와 인공관절의 교훈

기업 활동의 3요소(3M)는 돈(Money), 사람(Man), 시장(Market)이다. 훌륭한 인재와 자금이 준비되어 있고 진출할 시장이 있다면 기업은 자립,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원칙은 사회적 기업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혁신(Innovation)적 요소가 바로 그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에 비해 이 3가지 요소를 갖추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기도 힘들고 자금도 부족하고 시장의 진입장벽도 높은 차가운 현실 앞에서 사회적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기존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방식 그리고 해법이 필요하다. 혁신성 혹은 혁신적 요소는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을 위한 필수적인 항목이다. 혁신적 요소가 반드시 첨단기술과 고도의 전문지식을 동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이 혁신요소일수도 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그 요소일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혁신적 요소가 있는가’라는 사실이다.

덴마크의 한 기업은 오염된 물을 마시며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휴대용 정수기를 싸게 만들어 보급했다. 라이프스트로우(Lifestraw)라고 불리우는 이 빨대 모양의 정수기는 휴대가 용이하며, 정화되지 않은 물을 정화해주는 기능을 가진 ‘혁신적인’ 기구다. 생산원가가 5불에 불과한 빨대 하나가 세균에 노출된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절단 장애인을 위한 인공 무릎관절을 값싸게 만들어 공급하는 리모션(RE:motion) 디자인의 대표 조엘 세들러(Joel Sadler)는 26살의 청년이다. 자마이커 태생의 이 젊은 사회적기업가는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술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플라스틱, 볼트, 너트, 베어링만으로 조립이 가능한 인공무릎관절을 발명해 제3세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기존 인공관절의 가격이 최대 만 불이라면 그가 만든 ‘자이푸르 무릎’의 가격은 불과 20불이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활용한 STSR(Science, Technology, Social Responsibility)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품화하기 어려운 B급 농산물을 값싸게 매입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붙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착한 브로커 빛트인(Between), 시장가격보다 30%나 더 저렴한 혁신적 가격으로 노인들에게 보청기를 판매하는 청년 소셜벤처 딜라이트(Delight), 돈을 쓰면서 만족을 느끼는 기존의 관광 패턴에서 벗어나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길 위에서 배움을 얻는 새로운 여행의 길을 닦고 있는 20대 청년기업 공감만세 등 혁신적 방법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창업에 성공했다고 해서 모두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경영전략, 재무회계, 마케팅, 인사관리 등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있다. 주어진 조건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경영이 아닌가? 그러므로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사회적기업가에게는 가치와 신념체계 뿐만 아니라 경영자적 마인드와 능력 또한 요구된다.

현장 사회적기업가 가운데 이 두 가지 요소를 함께 겸비한 인재는 흔하지 않다. 마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나오는 공의 원리처럼 어느 한 쪽이 강하면 다른 쪽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도리가 없다. 힘들고 고단하더라도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사회적기업가의 운명이다. 가치와 수익이라는 서로 이율배반적인 목적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것이 어떻게 쉽겠는가?

왜 인고(忍孤)일까

경영은 홀로 서는 게임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으나 기업 스스로 자신의 길을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놀랍게도 많은 사회적기업가들이 이 사실을 깊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실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도전하기 보다는 추가적인 지원을 통해 연명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이들도 많고, 외부 지원에 의존해 회사를 운영하다가 지원이 끊기면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급기야 회사 문을 닫게 되는 사례들도 자주 목격된다.

영리기업이건 비영리단체건 또는 사회적기업이건 경영자의 역할은 모두 같다. 망하지 않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것.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것. 그것이 경영자 혹은 리더의 역할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으나 판단과 결정은 늘 경영자의 몫이며, 또 많은 부분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리더는 외롭다. 오죽했으면 리더의 최고덕목을 인고(忍孤)라 했겠는가? 외로움을 참고 견디는 것. 그것이 리더의 길이다.

두꺼운 얼음을 깨고 앞으로 달려 나가는 쇄빙선처럼 강건한 힘과 정신력을 가진 자. 남들이 뭐라 하건 자신이 믿는 가치와 신념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 기준과 원칙에 충실하되 주어진 상황 안에서 유연하게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이. 기존의 관행과 익숙한 패턴을 탈피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 안에서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이단아. 그러면서도 늘 주변과 이웃, 세상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휴머니스트.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회혁신기업가라고 부른다.           

글_소기업발전소 문진수 소장 (mountai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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