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배움터, 소셜디자이너스쿨(이하SDS) 12기가 지난 12월8일 토요일 시작되었습니다. 총 7강에 걸쳐 진행될 SDS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현장을 중계합니다.


소셜디자이너스쿨 12기 현장 중계
① 사회혁신 사용법

12월 8일 토요일 SDS 12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듯 전날에는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세상은 검붉은 옷을 벗고 새하얀 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사람들은 차가운 바람이 들어올세라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로 온몸을 칭칭 감고 눈길을 걷습니다. 하지만 하얀 눈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 그런지 표정들이 나빠 보이진 않습니다.

평창동 화정박물관 앞 버스정류장.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두리번거립니다. ‘이곳이라 했는데’ 하는 표정으로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 이내 맞은편의 건물을 보고 걷기 시작합니다. 거리에 눈이 쌓여 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발걸음은 가벼워 보입니다.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섰습니다. 맞은편엔 주황색으로 쓰여진 ‘희망제작소’ 간판이 보입니다. 녹색등으로 바뀌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생각이 듭니다. ‘내가 왜 SDS를 선택했지?’, ‘연말인데 빠지지 않고 강의를 잘 들을 수 있을까?’, ‘SDS에는 어떤 사람들이 올까?’, ‘어, 저 사람도 SDS에 왔나?’

설레는 첫 만남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이 북적거립니다. 난방기를 켜기 않아도 사람들이 내뿜는 온기로 희망모울이 따뜻합니다. 어색한 눈인사와 어정쩡한 목례를 주고받는 사람들, 희망제작소 내부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사람들, 차분히 음악을 듣는 사람들, 어디에 앉아야 될지 몰라 서성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학창시절 신학기 첫날, 반 배정을 새로 받고 낮선 교실에 들어선 신입생 모습 같습니다.

희망모울이 신입생들로 다 채워질 무렵 SDS의 첫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강의를 맡은 강사는 사회혁신센터 한선경 선임연구원입니다. 한선경 선임연구원이 마이크를 잡고 강단에 서자 수강생들이 그에게 집중합니다. 하나같이 영롱한 눈빛과 호기심 어린 표정입니다. 생각해보니 우린 신학기 첫 수업을 받을 때 항상 이런 눈빛과 표정을 만들곤 했습니다. ‘처음’이란 것은 항상 그렇지요.

그럼, 한선경 선임연구원이 들려준 사회혁신 이야기를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1. 사회혁신이란?
시장자본주의에서 해결하는 데 실패한 여러 사회문제를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해 나감으로써 점진적으로, 사회구조적으로 변화시켜 나아가는 것

2. 사회혁신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큐드럼 (Q-Drum) : 물을 구하기 위해 하루 6시간을 걷는 아프리카 아동들을 위해 만든 굴러가는 물통
– 라이프 스트로우 (Life Straw) : 빈민국의 사람들이 오염된 물을 바로 먹을 수 있게 만든 정수 빨대
– 마이크로크레딧 (Micro Credit) : 사회적 경제 약자를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 공정무역(Fair Trade) : 공평하고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세계 무역과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세계적인 운동
– 사회적 투자 : 사회사업시장에 투명성과 효율성 그리고 공동의 참여를 증진시키기 위해 사회적 기업가, 사회투자자, 자선가들을 모이게 하는 플랫폼
– 오픈 유니버시티(OU) :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적 지성의 전당, 영국에서 시작한 일종의 방송통신대학
– 리눅스(Linux) : 개발 소스를 공개해 사용자들 스스로 발전시키는 컴퓨터 기본 운영체계
– 참여예산제 : 시민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편성에 참여하는 혁신적 예산 제도
– 시민저널리즘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의 성공사례
– 회복적 사법 : 보복적인 입장에서 구금을 실행함으로써 범죄자를 개선시키기보다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받은 상처를 회복하도록 돕는 일과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로 인한 파괴된 상태를 고쳐 바로 잡는 사법정의론
– 공동체 법정 :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사회의 의사조정 기구
– EPP : 단기 처방 위주의 기존 의료시스템을 벗어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치료와 건강 유지를 목적으로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에게 환자가 생활하는 전반적인 모습을 듣고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방을 한다.
– 빅이슈와 노숙인 월드컵 :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는 대중문화잡지인 ‘빅이슈’ 그리고 운동을 통해 노숙인들의 자립 의지를  키우는 ‘노숙인 월드컵’

3. 사회혁신의 분야
– Social Design : 세상의 변화를 위한 디자인
– Social Business : 사회적 기업, 사회혁신기업, CSR
– Social ICT and Media : 웹(Web)과 앱(App)을 통한 사회변화, 오픈 소스, CCL(Creative Commons license), Wiki,
                                    Serious Game
·Social Education :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임파워먼트를 위한 교육
·Social Engineering : 적정기술,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기술

4. 사회혁신의 프로세스
촉발과 촉진 – 제안과 생각 – 모델과 시도 – 지속성 – 확산과 성장 – 구조적 변화


3개의 단어로 나를 표현하라

한선경 연구원의 강의가 끝나자마자 수강생들에게 첫 번째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이름하여 ‘3 Key words’, 진행자가 부여하는 세 개의 질문을 세 개의 단어를 이용해 답을 채워 넣고 주어진 시간 내에 주어진 수만큼 사람들을 만나는 게임입니다. 이날 주어진 질문은 다음의 3가지였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고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회적 문제?’, ‘자신은 혁신가인가? 혁신가의 활동을 도와주는 환경인가?’, ‘위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혁신 방법은?’ 

자신의 생각을 3개의 단어로 정리하는 시간. 한동안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15분. 이 시간 내에 16명의 사람들과 소통해야 했습니다. 2시간 전에 처음 만나 어색한 미소를 나누던 사람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듣느라 난리가 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유경제에 관심이 많아요. 회사를 다니다 얼마 전에 그만두게 되었는데요..”
“반갑습니다. 신호등에서 잠시 뵈었죠. 저는 소셜 디자인을 이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그렇게 전쟁같은 15분이 지나고 수강생들이 자기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짧은 시간 내에 짧은 눈빛과 대화가 오고 갔지만 그것만으로도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반가움과 놀라움, 든든함, 달리 살아온 서로가 ‘사회혁신’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우리’가 되어가는 첫 번째 과정이었습니다.


이날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Open Space Workshop이 시작됐습니다. 참석자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를 자유롭게 종이에 적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한곳에 모아 참석자들이 분류하기 시작합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참석자 모두가 돌아가며 분류작업을 진행한지 30분이 지나자 그 많던 질문과 생각들이 6개의 영역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사회적 경제, 주거, 교육, 양극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큰 주제로 선정됐습니다. 참석자들은 이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의 경험담,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사례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주어진 커다란 종이 위에 내용들이 채워졌습니다. 각 모둠에서 논의된 내용이 전체 참석자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은 웃음과 박수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진지하고 유쾌한 아이디어들이 희망모울을 가득 채웠습니다.

 
만난지 4시간 만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희망제작소와 사회혁신, 소셜 디자인을 알게 되고 30명의 소셜 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이정도면 커다란 성과죠?

이렇게 SDS 12기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느낌이 좋습니다. 잠잠했던 내 생활에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설레임이 있습니다. SDS 12기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다음 만남이 격하게 기다려집니다.


글_ 정승철 (소셜디자이너스쿨 12기 수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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