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여럿이 함께하는 경제 <2012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이하 위키대회)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3월29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최종 시민 아이디어 발표회’에는 그동안 대회를 준비한 서울시와 시민사회, 아이디어팀, 그리고 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모처럼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위키대회는 ‘우리 시대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이제 막 5기를 맞이한 지방자치의 흐름에 발맞춰, 각계각층의 시민사회와 서울시가 ‘거버넌스(협치)’를 통해 공동의 생태계(관계망)를 만들고 맞춤형 지원을 펼쳤습니다. 또한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사회혁신,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을 본격적으로 접목해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소통과 협업, 집단지성을 구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직 어렵고 생소해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 사회적경제를 서울 시민들 곁으로, ‘여럿이 함께하는 경제’ 로 구현하는 것이 대회의 핵심 목표이자, 과제였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1만 명 시민 참여, 1천 개의 아이디어, 그리고 과제들

이를 위해 우선 하자센터, 사회연대은행, 세스넷, 씨즈를 포함해,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서울지부, 사단법인 마을, (사)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각계각층의 민간 시민사회들이 서로 관계망을 연결했습니다. 민간기업으로는 Co-up, 쌈지농부, Daum, NHN도 함께 힘을 보태셨습니다.

또한 주최기관인 서울시를 비롯, 서울디자인재단, 세종문화회관 등 여러 행정기관도 대회에 결합해, 공동의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그리고 공동의 총괄 사무국을 꾸려 조직을 정비했습니다. 기관들의 네트워크와 자원, 각각의 전문성을 활용해 대회 세부기획을 완성하는  한편, 총 27회의 위키토크(순회 공청회 개최)를 개최해 1,700명이 넘는 시민들과 함께 서울시 곳곳에서 이야기마당을 열고 다양한 주제의 아이디어를 펼쳐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이어져 대회 누리집인 위키서울닷컴에는 가입회원 수가 1만 2천 명을 넘었고, 총 1,024개의 다양한 시민 아이디어가 제출되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집단지성을 통해 진화하면서 시민투표와 전문가 평가를 통해 총 37개의 아이디어가 ‘2012 서울시민의제’로 선정됐습니다.

통상의 아이디어 대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37개 팀에게는 6개의 인큐베이팅 중간지원기관들이 결연돼 사업계획(솔루션)을 2달 동안 함께 개발하고 완성하는 단계가 덧붙여졌습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초기 종잣돈 마련과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기회를 제공, 40팀 총액 기준 1억 원(팀 평균 23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시민들의 후원금 기부로 모이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역시 통상의 상금과 달리 모금액만큼 매칭펀드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초기 아이디어들의 마중물기금을 지원했고요.

대회 종료 이후에도 최종적으로 선정된 창업 우수 9팀을 포함, 37개의 아이디어 모두를 대상으로 서울시와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마을공동체지원센터, 청년일자리허브 등 지원기관들이 맞춤형 후속지원과 정책화를 지속해 나가기로 한 점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첫 대회이다 보니 갖는 한계도 명확했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이 남겨졌습니다. 민관거버넌스와 협력에 대한 전례와 경험이 부족하고, 과업에 비해 준비기간이 짧았으며, 행정법규 및 지침을 사전에 면밀히 점검하지 못해 사업기획을 일부 수정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홍보나 광고활동도 당초 예상보다 제약이 많아 상당 부분이 축소됐습니다.

또한 30회에 이르는 대화마당, 온라인플랫폼 구축운영, 크라우드펀딩 시행, 사업계획수립 및 인큐베이팅, 언론 캠페인, 콘텐츠 생산을 한 프로젝트 안에서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흔들리는 대회의 초점, 무게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운영상의 난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회에 참여해 주신 여러 시민분들과 아이디어팀들에게 혼선과 불편을 드리게 된 것은 무엇보다 아픈 대목입니다. 여럿이 함께하는 경제, 집단지성을 통해 서울시를 변화시키는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밀한 1회 대회 평가와 수정·보완, 아울러 참여시민 관점을 우선으로 하는 세부기획 방향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서울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해법 찾기

“마을 사회적기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부 지원금을 받아 현재 운영 중입니다. 지원을 받으면 좀 더 쉬울 줄 알았는데, 사실 어려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가끔은 제약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정책이 정말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 김삼중 (마을기업 카페바인 대표)

“박원순 시장님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 가지만 꼭 당부를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서울시 정책목표를 설정하실 때 수치목표를 너무 높지 않게 잡으셨으면 합니다. 물론 행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계량화된 목표는 필요하겠지만, 몇백 개 육성 몇천 개 발굴과 같은 목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지역이나 마을공동체 일, 협동조합, 사회적경제를 만들어가는 일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 김연순 (전 여성민우회생협연합회 회장, 현 도봉마을공동체기업 인큐베이터)

위키대회 최종 발표회에 영상 인터뷰로 참여한 김삼중 대표님의 ‘돌직구’ 질문에 행사장의 많은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공감을 표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국민과 시민들의 세금으로 마련된 사업비이기 때문에 명확한 준비와 증빙, 확인이 불가피하리라는 김연순 님의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였고요.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둘 사이에서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내는 것, 차고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목표치’를 우리 사회가 합의를 이루어 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실제 체감한 사회적경제 현실은 아직 접점을 논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사회적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과 다른 한 축을 맡고 있는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이제 막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언어를 통일해 가는 여정의 첫발을 뗐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오랫동안 시민운동 1세대이자, 리더로서 현장활동 경험이 풍부한 박원순 시장님 역시 이런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나랏돈을 받는 것, 무엇인가 꼬리표가 달린 돈을 받는다는 것은 이른바 ‘죽음의 키스’ 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또한 현재도 서울시 관계자분들에게 숫자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시민 주도로 현장 중심으로 일을 풀어가도록 하라는 조언을 계속하는 중이라고 하고요.

“제가 ‘아름다운가게’같은 사회적기업을 하면서 현장에 있어 보니까, 특히 사회적경제를 위해서 중요한 것이 디자인이나 마케팅을 지원해 주는 것, 판매 활로를 뚫어주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시가 지난해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조달 우선구매 규모를 3조 5천 억 (2011대비 5천 억 가량 증가)으로 늘렸습니다.

그런데 그렇다 해도 한계가 있지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 일은 행정도 행정이지만, 시민 여러분들께서 주체가 되어 주셔야 하거든요. 아직 주위에서 보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에서 일하시는 분 가운데 신뢰하고 믿음을 드릴만한 주체가 많지 않으세요. 여전히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앞으로 오늘 최종 창업 우수팀으로 선정된 10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1024개 아이디어 모두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서울시가 함께 돕고 지원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용자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 이후 노원구에서 새로 설립된 마을북카페 감사를 맡고 있는 강경표  님은 “공동육아부터 친환경 먹거리 소비자생협, 그리고 마을북카페까지 총 8개 협동조합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혀 참가자들의 감탄을 이끌어냈습니다. 강경표 님은 사회적경제나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역할과 자세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협동조합 활동과 삶을 계속 일치시켜 나가는 언행일치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셔서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이제 막 기본법이 제정되고, 사회적경제에 대한 개념과 이론이 떠오르기 시작한 이 시기에는 머리로만 혹은 이론으로만 ‘협동, 연대’ 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쉽기에 이를 경계해야만 한다는 조언이셨습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일치의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 행복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도 덧붙이셨고요.

“대회 구호인 ‘여럿이 함께하는 경제’처럼, 진정한 사회적경제는 전문가나 소수의 역량 있는 사람들만이 아닌 이 자리에 모이신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대회 주체측이, 마지막까지 자리한 모든 분들께 ‘모의가상투자’ 리모콘을 나눠 드리고 참여해 주십사 요청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에 아이디어를 내주시고, 종잣돈을 모금해 주시고, 전문 재능을 나누어 주신 모든  시민 여러분께서 진정한 주인공이십니다. 다시 한 번 지난 1년간 고생하신 38개 아이디어팀들에게 큰 격려의 박수와 함께 지속적인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황윤옥 조직위원 (하자센터 부센터장)

지난 1년간의 긴 여정, 함께 해 주신 모든 시민 여러분, 그리고 고생하신 모든 대회 실무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2013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최종 창업 우수팀


 
  1) 골목바람게스트하우스 : 서울살이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
  2) 반짝반작 동물의료생협 : 반려견, 유기견, 그리고 시민을 위한 커뮤니티, 의료생협
  3) 비영리IT지원센터 : 비영리단체, 사회적경제조직에게 ICT를 지원
  4) 솔깃 : 청소년들의 이야기로 청소년들이 직접 음악 제작과 콘서트 개최
  5) 열린옷장 : 구직 청년들에게 면접복을 나누고, 응원 메시지와 관계도 함께 연결하는 공유경제기업
  6) 오늘공작소 (청년가게101) : 3개의 대형마트에 둘러싸인 망원지역 전통시장을 복원
  7) 주차친구 : 유휴주차공간을 연결하는 공유경제 기업
  8) C-owl  : 커피 찌꺼기로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교육
  9) Fab Lab Seoul : 한국의 실리콘밸리 세운상가에 자리한 과학기술 공동작업소

글_ 이재흥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공동사무국장
                   weirdo@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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