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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성의 조례 사랑 이야기

”?”법률 수요자는 국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규범은 궁극적으로 국민과 주민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민과 주민은 법률이나 조례의 수요자요, 국가와 자치단체는 공급자에 해당한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제품은 팔리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기업은 성장하지 못한다. 이런 취지를 입법에 적용하면 지금까지 규범의 제정은 수요자인 국민과 주민을 생각하기 보다는 대부분 입법자인 국가와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한때는 선량(善良)이라고 불린 적이 있었던 국회의원이 모인 국회를 민의(民意)의 전당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의장석을 둘러싼 힘겨루기, 난장판 국회가 국민의 머리에 더 짙게 그려져 있다면 지나친 표현인지 모르겠다. 결국 규범의 제정은 정당의 이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국민을 위한 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법률은 정치적(정당의) 이기주의에 따라 만들어고 개정된다. 가령, 주민참여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면서도 그 내용을 보면 과연 주민참여를 위한 법률인지, 아니면 주민참여를 억제하기 위해 만든 법률인지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의 입법도 수요자요, 소비자인 국민과 주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며, 실수요자인 국민을 위한 입법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

‘주민참여 제도’를 제압한 ‘주민불참 제도’

지난 2007년 12월12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실시된 주민소환투표 결과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하남시민들은 광역화장장 설치계획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하려다 실패하고 시장과 시의회 의장, 시의원 2명 등 4명을 상대로 주민소환투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시장과 시의회 의장은 투표율이 총투표권자 수의 3분의 1에 미달되면 투표함을 개봉하지 않는다는 법률규정에 따라 개표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결을 선언하고, 이날로 직무에 복귀하였다.

반면 다른 시의원 2명은 투표율이 각각 37.59퍼센트와 37.62퍼센트로 법정기준인 3분의 1을 넘어 개표를 하였는데, 개표결과 소환을 찬성하는 표가 반대하는 표보다 많이 나와 이날자로 의원직에서 해임됐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우선 시장과 시의장의 경우인데 투표에 불참한 수가 참여한 수보다 많았으며 이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보통 모든 투표를 할 때 선거관리위원회와 정부, 시민단체는 ‘국민의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자고 홍보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번 하남시 소환투표의 경우 선거관리위원회도 적극적인 참여를 권고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돼버렸다. 왜냐하면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 그 자체가 투표결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주민참여제도는 명칭 그대로 지방자치행정에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취지로 하는 제도이다. 그럼에도 소환대상자인 시장과 시의원들의 선전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투표참가자는 시장이 31.1퍼센트, 의장은 23.8%퍼센트에 불과해, 법정 유효기준인 3분의1인 33.34퍼센트에 미달했다. 역설적으로 주민불참제도가 주민참여제도를 누르고 승리한 희한한 사례라 할 수 있다.

* 보고서 다운로드를 누르시면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074197697.PDF                                       



글_ 전기성 (희망제작소 조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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