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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학교 (U3A서울)> (이하 지혜로운학교)는 희망제작소 은퇴자 교육 프로그램인 ‘행복설계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주축이 되어 영국의 U3A 정신을 바탕으로 2011년 6월에 열린 평생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우는 학교’라는 모토 아래, 순수 자원봉사로 운영되며 누구나 나누고 싶은 지식과 지혜가 있다면 강좌를 개설할 수 있고 누구나 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형태의 낯설고 흥미로운 학교를 8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나는 늙지 않는 학생이다

참 이상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시간이 없어서 퇴직하면 해야지 했던 것들이 그리도 많았는데, 막상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시간이 무진장 많아지니까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들이 다 시들해지고 마냥 허전하기만 했다. 그래서 난 소속감이 사라져 그런 것 같아 소속을 찾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가전제품 판매원도 해보고 자동차 보험 판매도 해보고, 봉사활동도 하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 과정에도 다녀보았다. 그런데 역시 허전함을 메우지는 못했다. 어쩐지 답이 아닌 것 같았다. 모두가 내가 설 곳이 아닌 것 같았고, 발에 맞지 않은 신발을 신은 듯 불편하고 어색했다. 사실 나는 젊었을 때 노년의 삶은 재미도 없고 그저 세월만 허송하면서 ? 저 세상 갈 날만 기다리는 존재가 되어, 어디를 가나 뒷방 늙은이 취급이나 받는 서글픈 존재가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아카데미 교육을 받으면서부터다.? 그때 만난 새로운 인연들로 인해서 내 노년의 궤도가 끊임없이 수정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지혜로운학교>를 만났다. “새로운 인연은 삶의 질을 바꾼다.” 는 말이 나에게 꽃을 피운 것이다.

<지혜로운학교>의 가장 큰 매력은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골라서 할 수 있고, 시험은 안 본다는 것이다. 내가 꽤나 시험 스트레스가 있었던 모양이다. 시험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바로 듣고 싶은 강좌만 골라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지혜로운학교>의 더 큰 매력을 알게 되었다. 학생 구성원들의 나이, 직업 등이 다양해서 다른 관점을 듣고, 보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젊은이들과 함께 공부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몸도 마음도 젊어지는 기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솔직히 젊은 친구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는 그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데, 그 친구들도 그럴까? 그들한테 의미 있는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등등 고민이 많다. 이런 고민이 내가 노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방향을 알려주는 시작인 것 같다.

요즘 나는 아침을 먹고 나면 책 한 권과 물병 하나를 등산 배낭에 넣고 북한산 둘레길로 향한다. 책 읽기 강좌에서 내 준 숙제를 하기 위해서다. 시험은 없지만 종종 숙제가 있는데? 그 숙제를 즐기며 할 수 있다니 정말 신나는 일이다. 숲이 우거진 산 속에 가서 책을 읽으면 머리에 아주 잘 들어온다. 운이 좋은 날은 해먹에 누워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그렇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책장을 거닐다보면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노년이구나’ 뿌듯해진다.

나는 새로운 배움에 눈을 뜬 20대 학생이다

<지혜로운학교>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중순 무렵이었다. 강연으로 알게 된 한 선생님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게 되었고, 그 선생님께서 <지혜로운학교>의 개강 소식과 수강신청 글을? 공유해주셨다. 학교 운영을 포함해서 모든 강좌가 오로지 자원봉사로만 이루어진다? 그게 가능한가? 궁금증이 생겼다.

무엇인가를 배우려면 독학을 하거나, 공공기관이나 사설 교육기관에서 수강료를 지불하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혜로운학교>는 순수 재능기부로 운영되는 곳이었고,? 학생은 운영비로 쓰이는 소정의 회비만 지불하면 되었다. 그래서 재미 반 호기심 반으로 2개의 강좌를 신청하게 되었다.

<지혜로운학교>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대학 같이 수강신청을 하는 등 형식을 갖추고 있고, 흥미로운 다양한 강좌가 개설되어 있고,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대학과 달리 2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고, 수업 장소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무엇보다도 시험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냥 배우고 가르치는 그 자체에 집중할 기회가 되었다. 그렇게 수업에 집중하며 난 두 가지 놀라움을 경험했다.

우선,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처음 느껴보았다는 것이다. 사실 나에게 배움이란 뛰어난 성취를 위한 수단이거나 개인적인 즐거움을 얻기 위한 도구였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효과와 효율이었다. 하지만 <지혜로운학교>를 통해 함께 배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알고 나니 개인적인 학습보다 함께 배우는 곳을 찾게 되고, 여럿이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또 다른 놀라움은 강사와 학생의 태도였다. 강사는 물론 학생까지 수업 내용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이기 쉽지 않은데 여기서는 이상하게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것이 쉬웠다.

이런 놀라움은 나에게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었다. 나는 이제 왜 공부하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어떻게 배움을 나누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지혜로운학교>의 한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처럼, ‘배워서 남 주자!’를 실천하고 싶다. 지혜로운학교의 수업에서 느꼈던 감정, 자유로운 학습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그 배움을 나누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글_ 나는 늙지 않는 학생이다 / 조경옥 (지혜로운학교 수강생)
나는 새로운 배움에 눈을 뜬 20대 학생이다 / 김승운 (지혜로운학교 수강생, 홍익대학교 재학 중)

* 지혜로운학교 홈페이지 (클릭)
* 지혜로운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클릭)
* 문의 u3aseo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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