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내 이웃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 인생의 목표가 확실하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그에게서 특별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 백만기(59)씨를 만나보자.

겨울의 끝자락 찬바람이 휘감기던 날, 그를 만나기 위해 분당FM 방송사를 찾았다. 차분한 음성, 깔끔하고 부드러운 인상이 시니어라 하기엔 아직은 젊어 보였다. 그는 4년째 자원활동가로 이곳에서 ‘문화 산책’ 프로그램을 맡아오고 있다. 소출력 지역방송인 분당FM.  여건상 방송진행자가 PD, 작가, 엔지니어, MC까지 모든 걸 해야한다고 하니 말하자면 멀티 1인 방송인 셈이다.

”사용자

목소리로 재능 기부

“소중한 인연을 기억해주며, 이웃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해주기도 하지요. 이렇게 목소리를 통해 봉사하는 것도 아주 즐겁습니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한권의 책을 선정해 책 내용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 읽어주는 남자’이다. 특히 눈이 불편한 시각장애인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아주 특별한 방송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이 계기가 되어 그의 활동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녹음 봉사로 이어졌다.

“우리 몸이 천 냥이라면 눈은 구백 냥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느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얻는 것 중 90% 이상은 눈을 통해 얻는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은 약 5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그들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점자도서관은 40여개에 불과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제가 낭독봉사를 하고 있는 하상점자도서관은 점자도서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이 책을 낭독하고 이를 녹음해서 MP3 파일이나 테이프로 만듭니다. 7개의 스튜디오가 있는데 100여명의 봉사자들이 일주일에 1회 이상 책을 낭독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녹음된 것을 이곳에 등록된 5천여 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거죠”

그는 방송과 녹음 봉사를 통해 더 많은 이웃을 만나고 지역문화 네트워크를 키워가는 중이다. 이렇듯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게 된 동기와 그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지호락(知好樂)의 삶

대학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30년간 금융회사에서 근무했다, 대안문화공간 ‘필하모니’를 운영했으며, 제일창업투자 고문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가 53세가 되던 해인 2003년, 소위 억대연봉에 잘나가던 금융업계 임원으로 지내던 어느 날 자발적인 은퇴를 선언했다고 한다. 은퇴의 이유를 들어보니 남들보다 10년 앞서 세워둔 자신의 중장기 인생계획을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하니, 어쨌거나 자못 흥미롭다.

은퇴 후, 그는 자신의 재능과 특기를 살려서 그림, 사진, 음악연주, 도서낭독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보듬고 나눔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한발한발 다가갔다. 자유로운 삶을 배우고, 그의 삶이 봉사하는 즐거움으로 채워지면서 어느 사이에 은퇴가 은퇴 아닌 생활로 변해간 것이다.

”사용자

“2006년 성남아트센터가 개관할 때부터 자원봉사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100여명이 자원봉사교육을 받았고, 교육을 마친 후 미술전시기획팀에 소속되어 주로 관람객 안내를 맡았지요. 그러다가 ‘미술 가이드북’을 발간하는 데 참여했습니다.”

미술 가이드북은 성남아트센터 측의 요청도 있었지만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미술 자원봉사요원들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것이었다.

“ ‘영국 현대회화전’ 등 미술전시회에서 미술관 도슨트 봉사활동도 했었죠. 그런 일들을 계기로 스터디그룹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한 달에 두 번씩 센터 휴관일인 월요일이면 오페라극장 한쪽 휴게실에 모여서 미술반 스터디를 해오고 있습니다.”

회원 모두가 관심과 취미로 시작한 자원봉사자들이지만 이젠 전문가가 다 되었다. 모임의 내용도 특정작가나 미술시장 전반에 관한 연구 및 발표 등으로 진행되며 미술분야 전문영역에까지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고 한다.

“공자님 말씀에 지호락(知好樂)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아는 자(知)는 좋아하는 자(好)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樂)만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모임이 꾸준히 지속되어질 수 있었던 것은 참여하는 회원 모두가 좋아하고 즐긴다는 것 이지요”

그는 이 지역의 자랑거리인 사랑방문화클럽 초대운영위원장을 지냈다.

“분당은 타 지역에 비해 문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편입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도 상당히 높습니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모 대학에 의뢰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이 지역 동호인 클럽 수만 1,103개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설문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클럽 수를 추정해보니까 약 3,000여개쯤 될 거라는 겁니다. 대단한 거죠. 그래서 성남아트센터에서는 이들 모임을 위해 ‘사랑방문화클럽’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활성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당시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솔선수범하는 그의 리더십이 아낌없이 발휘되었는데, 공공기관의 유휴시설을 문화예술인들이 연습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동시에 기량 향상을 위한 전문 강사 파견과 발표를 위한 지원 등 회원들간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에 힘입어 사랑방클럽을 중심으로 지역문화네트워크가 구축되는 등 출발과 함께 많은 성과를 거뒀다. 

”사용자

그는 또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달랐는데 고교시절 때부터 갈고닦은 드럼 연주 실력은 이곳 블루그래스 음악(Bluegrass Music)클럽인 ‘블루마운틴 보이즈(Blue Mt. Boys)’에서 유감없이 발휘를 하고 있다. 일명 ‘오빠밴드’다.

블루마운틴 보이즈 밴드는 주로 밝고, 경쾌한 리듬인 컨추리 음악의 한 장르인 블루그래스 음악과 벤처스(Ventures)음악을 연주하는데 맴버들은 물론 그 역시 자신이 다루는 드럼과 콘트라베이스 실력이 이미 프로급이다.

밴드 사람들은 장애인 단체나 지역에 있는 종합병원들을 직접 찾아가서 봉사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지금도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하우스음악회를 열어 이웃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인생의 대부분은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진다. 그 사소함에서 얻어지는 소소한 기쁨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와 감동을 준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에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유대감을 나누고 진솔한 소통을 나누려는 그의 노력에서 신뢰가 느껴졌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능력만이 최고가 될 수 는 없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능을 아낌없이 베풀 줄 알고, 세상을 여유롭게 품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만 있다면 행복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그는 말한다.

“가족과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막상 은퇴를 하고 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가 들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미리 준비하라고 권합니다. 이를테면 그림이나 사진, 악기연주도 좋고 어쨌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꼭 필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것을 배우다보면 새로운 열정이 생기고, 도전의식도 가질 수 있습니다. 거기에 모임이나 봉사활동도 같이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겠지요. 봉사는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의 기쁨이 더 큽니다.”

”사용자

글_이성자(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LETS)
사진_정운석(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L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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