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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17)
아픈 아이를 돌보아 드립니다

“아침에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는데 보육원(일하는 엄마들을 대신해 아이를 맡아주는 일본 공공육아시설)에 맡길 수도 없고, 회사를 빠질 수도 없고……” 일하는 엄마들이 가장 곤란한 경우다. 가벼운 감기도 곤란한 상황인데 아이가 수두나 독감 등 전염성 질환을 앓을 때는 더욱 보육원에 맡길 수 없다. 실제로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가장 고민되는 문제는 ‘아이가 아파서 지각과 결석을 자주해 주위에 민폐를 끼치게 된다.’가 73% (인터넷 종합 조사 마크로미르, 2002년 조사),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육아 지원 제도는 ‘아이의 간호 휴가’ 86% (노무라 종합 연구소, 2006년 조사)이다. 이 조사를 통해 일하는 엄마들이 아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응급상황에 바로 대처해 주는 곳이 바로 NPO법인 플로렌스다. 당일 아침 8시까지 플로렌스에 전화를 하면, ‘어린이 레스큐 대원’(이하 레스큐 대원)이 집으로 찾아온다. 이들은 모두 보육 실무 경험이 있거나 육아 경험이 12년 이상된 베테랑들이다. 부모가 증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출근하면, 레스큐 대원은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지역별로 제휴를 맺고  있는 병원에서 진찰을 받게 하고 집에서 함께 놀아주고 낮잠을 재우고 이유식을 만들어 먹여준다. 또한 아이가 보육원에서 갑자기 아플 때도 일 때문에 조퇴할 수 없는 부모를 대신해 레스큐 대원이 보육원으로 직접 달려간다.

이처럼 플로렌스의 환아 보육은 1:1의 재택형 보육이기 때문에 아픈 아이는 낯선 곳에 가지 않아도 되고, 부모들은 퇴근해서 집으로 바로 돌아와 아이를 돌볼 수 있어서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다른 환아 보육 시설에서는 맡아 주지 않는 전염성 질병에 걸린 아이들도 맡아 준다. 플로렌스가 부모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당일에 전화해도 100%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플로렌스는 사전에 가입한 이용회원의 월회비로 운영되는 공제형의 조직으로, 플로렌스의 계산법에 기초해서 레스큐 대원 수에 맞춰서 회원 가입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일 접수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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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원 없이 시작하다
 
플로렌스는 올해 일본경제신문의 소셜비지니스 대상을 수상했다. 2005년 정부의 보조금 없이, 시설도 없이 맨손으로 플로렌스를 시작해서 매년 100% 가까운 성장을 기록하고 현재 이용회원 2500 세대, 월급제 풀타임 레스큐 대원 약 100명, 연간 순이익  4억 5천만엔(2011년도)이라는 국내 상위 1%의 NPO에 오르게 한 사람은 바로 34세의 젊은 사회적기업가 코마자키 히로끼(駒崎弘樹) 대표다.

그는 이미 게이오대학 3학년 재학시절 후배들과 함께 IT벤쳐 기업을 창업하여 연간 수천만엔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졸업 후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고 싶어 잘 나가던 회사를 동료에게 넘기고 사회적기업을 모색하고 있던 중, 어느 날 베이비시터 회사에 다니는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가 계기가 되어 플로렌스를 창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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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어머니가 회사에서 사실상 해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한 아이가 열이 나서 회사를 쉬었는데, 다른 쌍둥이에게도 감기가 옮아 휴가가 길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어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런 일이 경제 대국 일본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 내 귀를 의심했다. 아이들이 열이 나는 것은 다반사이며 엄마가 간호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런 당연한 일로 직장을 잃는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날부터 환아 보육 문제에 대해 파고 들었다.” (드림게이트 인터뷰 기사에서 발췌)

처음에는 지역 상점가의 빈 점포를 활용한 환아 보육 시설을 생각했다고 한다. 어느  지방 자치 단체와 교섭이 잘 진행됐으나 최종 단계에서 틀어졌다. NPO를 성가신 시민운동단체 정도로 생각하는 단체장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방침이 탈시설, 탈행정과 탈보조금이다. 아이가 아프면 지역의 베테랑 엄마가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1:1로 자택에서 돌보는 서비스 시스템을 생각했다. 또 아이들이 감기에 잘 걸리는 겨울에 집중하는 등, 계절별로 변동성이 커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월회비제의 공제형 서비스를 고안했다고 한다.

“도쿄의 2개 지역을 서비스 구역으로 설정하고, 5명의 ‘어린이 레스큐 대원’과 14세대의 이용 회원을 대상으로 2005년 4월에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몇 달 만에 40세대가 가입했고 250세대가 대기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드림 게이트 인터뷰 기사에서 발췌)

기부금으로 한부모가정에 서비스 지원

플로렌스의 환아 보육 서비스가 안정돼 가던 어느 날, 코마자키 대표는 한 어머니에게  “매우 좋은 서비스 체계지만, 비정규직 싱글 엄마는 회비조차 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플로렌스의 회비는 맞벌이 세대의 수입을 상정한 이용 요금이었던 것이다. 곧바로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를 시작했다. 1050엔의 월회비로 일반 회원과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용 횟수에 따른 연동제로 결정되는 일반 회원의 월 회비와 비교할 때 1/5에서 1/20 밖에 안 된다. 그래서 한부모 가정 지원 패키지 사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08년부터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환아 보육에 관심을 갖는 의사들을 비롯해 약 400명의 기부 회원들이 모였다. 기업 스폰서도 한몫을 해  현재 약 150명의 한부모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은 코마자키 대표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로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 놀지 못하고 있다.”는 후쿠시마가 고향인 아내와 아내의 고향 친구의 통화를 듣고 고민이 시작됐다. 아이들에게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가? 실험적으로 시작한 ‘인 도어 파크’를 재해지에서도 만들고자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대표와 제약회사 크락소 스미스크라인의 기부를 받아 코오리야마시 한 쇼핑센터 안에 영유아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각종 놀이시설을 갖춰 ‘후쿠시마 인도어 파크’를 설립했다.  (후쿠시마 인도어 파크 홍보 동영상)
 
누구나 안심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플로렌스는 환아 보육 서비스 지역을 수도권으로 제한하여 실시하고 있다. 대신 타지역에서 설립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연수를 통해 노하우를 확실히 전수한 뒤 설립하도록 하고 있다. 덕분에 그 1호점 ‘NPO법인 노벨’이 작년 12월 오사카에 설립됐다. 지금은 돗토리에서 2명의 연수생을 받아 약 1년간의 프로그램으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최근 기존의 보육 시설이나 회사에서도 환아 보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늘리고 있다. 플로렌스가 직접 지점을 내는 것보다 사업 모델을 공유하는 것이 환아 보 시설을 더 빨리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 코마자키 대표의 생각이다.

누구나 안심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를 향한 코마자키 대표의 새로운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눈앞에 나타나는 사회적 과제를 직시할 것이며, 그 누구에게도 미루지 않고 직접 해결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환아 보육, 한부모 가정으로 서비스 확대, 재해 지역 영유아들의 놀이 공간 확보로 이어진 그의 다음 행보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자칫 아동 학대로 이어지기 쉬운 고립된 육아 문제, 아이가 아파도 회사를 쉴 수 없게 만드는 장시간 노동 문제 등등 이런 사회적 문제들을 그가 또 어떤 창의적인 사업 모델로 해결해 나갈지 기대해 본다. 우리 사회의 과제를 솔선수범해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사회적기업에 거는 그의 각오이다.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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