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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일본통신 (11)
 그들은 왜 지진 피해지역에 청년들을 파견했나

사회적기업을 통해 사회혁신을 꾀하려는 청년들이 있다. 도쿄 시부야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NPO 법인 ETIC (Entrepreneurial Training for Innovation Communities, 대표 미야기 하루오)는 1993년 창업 이래 18년간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을 지원해 왔다. ‘변혁과 혼돈의 시대에 젊은 세대가 뜻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를 열어가는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1]

ETIC은 1)장기 인턴십 프로그램과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책임 있는 실천(일)의 기회를 제공하고, 2)멘토가 될 수 있는 선배 기업가들과 사업 파트너와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3)대학?행정?기업과의 협동으로 사회적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을 만들어 갈 것을 기본 방침으로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해 가고 있다.

참가자들이 스스로 사업 구상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콘테스트, 기업?행정 등의 전문가와 선배 기업가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세미나와 오찬 모임 등, 실제 ETIC이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에는 연간 10,000명 이상의 청년들이 모인다. 또한 사업 계획을 갖고 조언과 지원을 구하러 오는 사람이 연간 약 300명을 넘는다. 뜻을 가진 젊은이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답은 현장에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있을 땐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하자” 조언을 한다.

지역의 주부들과 맞벌이 부모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역주민에게 보육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는 ‘NPO법인 프로렌스’, 건강검진을 받기 힘든 주부와 비정규직 노동자, 아르바이트 생활자 등이 500엔짜리 동전 하나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원코인(One coin) 검진 사업을 실행하고 있는 ‘주식회사 케어 프로’ 등이 ETIC의 지원을 받아 창업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중 NPO법인 프로렌스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성공적인 사회적기업 모델 55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ETIC의 설립자 미야기 하루오씨가 벤처 창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 2학년 때이다. 그때까지 ‘정치가나 저널리스트가 되어 사회를 바꾸자’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던 미야기씨는 대학 선배들이 단지 기업의 지명도나 수입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여, 1993년 창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을 모아 학습모임을 시작했다. 1997년에는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장기 실천형 인턴십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벤처 창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을 선배 벤처 기업가들의 기업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연간 100개 벤처 기업에 약 300명의 학생을 소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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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0년부터는 일반 벤처 기업의 창업에서 사회적기업의 창업 지원으로 그 활동의 축을 옮겨 왔다. 일반 벤처의 창업 지원은 시장의 기능에 맡기고, 사회적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2]

현재 ETIC에는 약 50여 명의 직원들이 본인들이 스스로 정한 업무 스타일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려는 젊은이들과 뜨거운 마음을 주고받고 있다. 이들 중에는 대기업이나 컨설팅 회사에서 전직해 온 사람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인터뷰에 응해준 이시카와 요시아키도 그 중의 한 명이다. “한국에도 뜻을 갖고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까?” 사무실을 들어선 내게 던진 그의 첫마디였다.

미야기 대표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한신 대지진 때 현지에 가서 땀 흘리며 일했던 젊은 세대들이 지금도 사회적 기업가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고 한다. 즉시 전 직원들과 ‘지금까지 수많은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해온 ETIC의 경험을 살려 재해 복구에 도움이 될 일을 할 수 없을까?’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한 사업이 ‘재해 복구 리더 지원 프로젝트’이다. 이는 재해지에서 복구 활동에 앞장서는 지역 리더들을 단기?중기?장기 페이스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중 가장 핵심은 재해 복구에 앞장서고 있는 지역 리더들에게 그들의 오른팔이 되어 일할 수 있는 젊은 일꾼들을 파견해 주는 이른바 ‘오른팔 파견 프로젝트’다. 지진이 발생한 동북지방은 이미 고령화율이 25%로,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경향이 그 어느 지역보다 강한 곳이다. 그래서 복구 작업에 가장 큰 문제가 인재 부족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과거 2,500명 이상의 인턴사원을 매칭했던 ETIC의 노하우를 살려, 2011년 5월부터, 동북지방에서 복구 사업을 추진 중인 지역 리더들에게 뜻을 가진 도시 청년들을 매칭시켜 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3개월에서 1년 정도 풀타임으로 근무할 수 있는 20~30대 청년으로 재해지의 엄혹한 환경 속에서도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골라  2)각 재해 지역에서 계획되고 있는 임팩트가 강한 프로젝트에 파견하며 3)파견하는 청년들에게는 재해 복구 리더 지원 기금으로 10~15만 엔의 활동비를 지급하며, 사전?사후 연수와 현지에서의 활동을 지원해 주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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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팔 파견 프로젝트 설명회 (후쿠시마 2012.3.20) : 피난지에서의 고용창출, 아동 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6명의 리더가 참가하여 오른팔로 일하고자 하는 청년 40여 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 ETIC 월간 레포트 Vol.11)


그리하여 2012년 7월 현재까지 50개 이상의 지역 사업 프로젝트에 100명 이상의 오른팔을 파견해 왔다. 그들 대부분은 도쿄 등 도시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혹은 대학을 휴학하고 재해지역에 가서 일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에서부터 사업 전략, 재무, 자금 조달, 조직 개발, 섭외 등 지역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맡아서 사업 리더들의 오른팔이 되어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ETIC은 2014년 3월까지 3년간에 걸쳐 약 200명을 파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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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팔 여름 합숙 (2012.6.2~2012.6.3) : 활동 중에도 정기적으로 집단 연수를 실시. 오른팔로 일하는 청년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의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사진출처: ETIC 월간 레포트 Vol.11)


지진 피해지역으로 간 도시 청년들        

무라이 카즈키씨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여행사에 근무하다 공정무역 회사로 이직했다. 재해 발생 후 지진 쓰레기 더미 처리 등의 단기 자원활동을 하면서, 재해 복구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복구에 나서는 동북 지방에 새로운 일본을 만들어 가기 위한 힌트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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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등의 전직 경험을 살려 재해 복구 사업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던 중 ETIC의 매칭 프로젝트를 통해, 2011년 9월부터 ‘미나미산리크 복구 아트리에 프로젝트’ (문어회라는 지역 클럽이 주도)에 참가하게 됐다. 미야기현 미나미산리크(宮城?南三陸)는 예로부터 문어의 명산지이다. 복구 아트리에 프로젝트란 지역의 폐교를 공방으로 바꿔, 복구의 상징인 문어 모습을 한 유메타코짱 옥토파스[3]군이라는 마스코트를 제조 및 판매하여, 주민의 고용을 창출하는 한편, 주민들이 꿈을 추구할 수 있는 활기 넘치는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녀는 여기서 전직의 노하우를 살려 판로개척, 생산 관리, 인터넷 마케팅, SNS 홍보 외에, 타코타코신문 발행 등의 활동으로 지역 주민들이 일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무라이씨의 참가로 지역의 리더가 생각해 온 아이디어가 실천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복구 지원 상품들이 기부 차원에서 1, 2회 구입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계속 판매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고민 끝에 유메타코찡 옥토파스군 인형과 지역 명산인 문어를 세트로 판매하는 타코타코세트라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다. 또한 문어회 제품 외에 지역의 타사 제품도 함께 취급하면서, 각종 미디어 전략을 통해 미나미산리크 지역의 재해 복구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있다. 결과 관광객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데, 우리들도 열심히 해야지’라며 그녀에게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고 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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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요시타카씨는 교토의 입명관 대학 재학 때부터 NPO 등에서 학생들의 의원 인턴십을 운영해왔고, 아시아 아프리카 등 국제적 교류에 적극적이었다. 졸업 후 투자 회사에서 영업 업무를, IT기업에서 경영기획 업무를 해 왔다. 2008년에는 아카시크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이벤트와 가상의 웹 세계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디자인하는 디렉터로서 일해왔다. 2011년 10월부터 ETIC의 오른팔 파견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이와테현 연안지역의 가설 주택 지원 사업의 총괄 매니저 보좌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가 활동하는 ‘오후나토 가설주택 지원사업’은 이와테현 연안지역의 오후나토시(大船渡市)와 키타카미시(北上市)의 행정조직, NPO, 민간 기업이 협력하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오후나토시의 재해 주민 약 8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오후나토시에는 가설주택단지가 37개 지역에 약 1800호가 건설되어 약 4,500명이 입주해 있는데, 고립세대와 노령자의 히키코모리(집안에서만 고립되어 생활하는 것), 자치 능력의 저하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재해 후방도시인 키타카미시는 재해로 행정 기능이 마비된 오후나토시를 대신하여, 이 지역 NPO법인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이와테 복구 지원 센터’와 협정을 맺고 정부의 긴급 고용 창출 기금을 활용하여 지원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시내 가설 주택을 7개 지구로 구분해 각 지구별로 10명씩의 지원 인원과 매니저 1명를 배치했다. 이들은 가설 주택의 집회소에 관리역으로 상주하면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을 걸어가면서, 그들의 생활과 정신 건강, 안전을 지켜가고 있다. 나리타씨는 이 사업의 총괄 매니저 보좌로 활동하면서, 이들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 재해 지역에서는 행정기능 상실로 민간의 거버넌스 참여가 필연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는‘자신의 생활과 인생을 스스로 거버넌스해 가는 것이 보다 본래의 건전한 모습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하며, 마을의 미래에 주민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5]

수많은 청년들이 ‘오른팔 파견 프로젝트’를 통해 재해 지역에서 복구 사업의 중핵으로 일하면서 날로 성장해 가고 있다. ETIC은 이들 차세대 리더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기업들을 조직하여 ‘미치노크 복구 사업 파트너즈’를 설립하고, 플랫폼인 웹사이트 ‘미치노크시고토’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재해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이 끊임없이 창출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야에서 이들을 지원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용자△ 동북 지방 재해 복구를 위한 각 지역의 사업 프로젝트 및 파견된 청년 활동가들의 정보 교류 웹페이지 미치노크 시코토[6]

참가 기업과 차세대 리더들이 정기적인 정보 교환 모임을 갖고 재해지역의 과제와 니즈, 지원의 방향성을 공유해 가고 있다. 또한, 기업의 인재를 재해지역 리더들에게 파견, 기업의 재해 지원 활동과 협력, 차세대 리더들의 사업의 PR을 도와주는 등, 참가 기업의 인재와 정보력, 노하우 등을 살려 다양하게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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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치노크 복구 기업 컨퍼런스(2012.5.12) : ‘과제를 새로운 창조의 계기로’ 도전하고 있는 기업가와 리더들을 초빙해 개최한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6명의 기업가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예비 기업가들의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왜 그 사업을 하려고 하는가? 과제는 무엇인가?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등 재해 현장에서 지금 탄생하고 있는 사업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출처: ETIC 복구 지원레포트 Vol.11)

뜻있는 도시의 청년들이 재해 복구에 고민하는 동북 지방에 가서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새로운 사업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고 있다. 엄혹한 시련은 때로는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된다. 그 도전을 통해 새로운 청년 사회적 기업가와 활동가들이 재해지역에서 성장해 가고 있다. 정말 새로운 사회의 모델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마을을 복구하며 새롭게 만들고 있는 동북 지방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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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_ more.. | less.. |[1] NPO법인 ETIC 홈페이지에서 인용
[2] 2011년 4월 23일 아사히 신문 ?be?
[3] 유메는 꿈이라는 뜻, 타코는 문어라는 뜻
[4] ETIC의 복구 지원 월간 레포트 Vol.7
[5] ETIC의 복구 지원 월간 레포트 Vol.8
[6] 미치노크란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인 이와테,후쿠시마, 미야기, 아오모리현의 옛 지명. 시고토(仕事)란 일이란 뜻. _M#]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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