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돈을 좀 덜 받더라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이에 상관없이 일하다 필요하면 배우는 삶을 살면 좋겠어요.”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이 정신과 의사의 상담만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희망제작소와 <한겨레>가 함께 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소셜픽션 콘퍼런스’에서 20대 청년들은 꿈같으면서도 굵직한 정책의제를 담은 상상을 하나하나 내놓았다. 이들의 염원을 담아 한국사회를 재구성한다면, 경제든 복지든 정치든 그 운영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사회적 상상은 때로 거대한 변화의 싹을 잉태한다. 흔히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일컫는 스웨덴을 봐도 그렇다. 이 나라는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가난한 농업국가였다.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인구의 4분의 1이 살기 힘들다며 나라를 떠나 이민한 곳이다. 20세기 들어서 공업화가 시작되자 문제는 오히려 악화했다. 대량 해고와 파업으로 갈등은 첨예해지기만 했다.

그런 우울한 상황이 이어지던 1919년에 ‘예테보리 강령’이 작성된다. 나중에 스웨덴 재무장관을 지내게 되는 에른스트 비그포르스가 주도했다. 놀랍게도 여기에 지금의 스웨덴 복지국가의 골격이 상당 부분 담겨 있다. 한달짜리 유급휴가, 출산수당, 평등한 교육기회, 압도적으로 누진적인 상속세와 소득세 등이 핵심이다.

물론 1919년 당시 사람 중 이것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빈곤과 격차와 장시간노동에 지친 국민의 염원을 담은 한 정치가의 상상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강령이 스웨덴 사람들의 집단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수십년 뒤 스웨덴은 실제 그런 나라로 변모한다.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에 대한 대담한 상상이 결국 복지국가로 가는 변화의 첫걸음이었다.

이번에 20대 청년들이 함께 그린 소셜픽션은 함께 꾸는 사회적 상상으로의 첫걸음이다. 청년들의 30년 뒤 사회 상상에 뒤이어 전국 20여곳에서 열린 ‘상상테이블’이 그 걸음에 힘을 보탰다.

청년들의 소셜픽션이 한국 사회 전체를 놓고 상상했다면, 상상테이블에서는 각자 사는 지역과 소속된 기관과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바꾸기를 염원하는지를 상상하고 구체화했다. 상상테이블은 누구나 어디서나 원하는 주제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열린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부와 엄마 노릇을 병행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이 연 ‘가족친화적 캠퍼스’ 주제의 상상테이블에서는 ‘아기를 데리고 와서 들을 수 있는 강의’가 있는 미래의 대학과 ‘갑자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이웃’이 있는 미래의 동네를 상상했다. 지역 인형극단을 꿈꾸는 전북 완주 전업주부들의 ‘시골아줌마, 무대 위에 서다’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 공연을 보고 내는 웃음소리’를 활동의 주요 지표로 삼는 ‘깔깔깔 인형극단’을 만들자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소셜픽션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제약조건 없이 먼 미래를 상상한다는 데서 나온다. 현실이라는 잠금장치를 해제함으로써 여백이 생기고, 이 여백에서 문제 해결을 시작할 여지가 생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상상을 반영해야 장기적으로 더 좋은 정책이 나오고 더 나은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해관계의 날카로운 대립 속에 생긴 사람들의 상처가 치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글_ 이원재 희망제작소장 / wonjae.lee@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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