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일본 신주쿠 요쓰야에 있는 도쿄 ‘장난감 미술관’(NPO 법인 일본굿토이위원회 운영, 관장 다다 치히로)에 가면 ‘장난감 숲’이 있다. 삼나무·편백나무 등 자연목 향취가 물씬 풍기는 숲에서 장난감 1만5000여 점과 함께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이 미술관을 찾는 사람은 평일 평균 200~ 300명(주말에는 400~500명). 특히 요즘 같은 여름 휴가철에는 관람객이 800명을 웃돈다고 바바 기요시 사무국장이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다는 ‘목육(木育) 광장’에 가 보았다. 1층에 자리 잡은 0~2세 아기들 전용 공간이다. 바닥과 벽, 그 위에 놓인 장난감까지 모두 부드러운 일본 국내산 삼나무로 되어 있어 방 안 전체에서 삼나무 향이 물씬 풍긴다. 장인들이 손으로 하나하나 제작한 것들이다. 바바 사무국장은 값비싼 나무 장난감을 고집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무 장난감은 열전도율이 낮아 체온을 빼앗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장시간 노는 데 집중할 수 있다. 형태가 단순해 다양한 용도로 상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목육(木育), 즉 ‘태어난 순간부터 나무로 아이들을 키우자’는 생각은 미술관이 가장 중시하는 이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이 미술관은 개관 이래 나무 장난감 보급 활동도 꾸준히 전개해왔다. 올 11월에는 오키나와에 체험형 장난감 뮤지엄을 자매 시설로 개관한다.

‘태어난 순간부터 나무와 더불어 키우자’

장난감 미술관은 현재 관장인 다다 씨의 부친이 생전에 세계 각국에서 모아온 장난감을 1987년 나가노의 작은 사무실 한쪽에 전시하면서 시작됐다. “미술 교육 전문가였던 아버지는 아이들이 인생에서 처음 접하는 예술이 곧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다다 관장은 말했다. 이 작은 미술관은 2008년 폐교 상태였던 옛 요쓰야 제4초등학교로 확대 이전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1907년 개교해 100년 역사를 지역사회와 함께해온 학교가 도심 공동화로 2007년 폐교되자, 지역 주민들은 학교를 역사적 건물로 보존코자 했다. 협의회를 구성해 2년여에 걸쳐 폐교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던 주민들은 최종적으로 장난감 미술관 이전을 제안하기로 했다.

문제는 12개 교실을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과 10배 이상으로 규모가 커지게 될 미술관을 운영할 경비였다. 다다 관장은 궁리 끝에 시민들에게 돈과 시간을 기부해줄 것을 호소했다. 한 계좌(1만 엔) 이상 기부한 후원자에게는 ‘한 계좌 관장’이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크라우드 펀드가 아직 생소했던 일본에서 이 같은 기획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주민들은 또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장난감 학예원’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현재 장난감 학예원 등록자 수는 240명. 이들은 교대로 출근해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장난감 놀이를 지도하면서 아이들에게 놀이의 세계를 넓혀주고 있다.

다다 관장은 “도쿄 장난감 미술관은 시민립(市民立) 미술관이다”라고 자랑스레 얘기하곤 한다. 참여하는 시민들의 힘이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던 폐교를 살리고 ‘시민에 의한 공공’이라는 이상을 싹틔운 셈이다.

[ 시사인 / 2013.09.03 / 안신숙 일본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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