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32)
여행은 최고의 재활치료다
– NPO법인 샤라크의 돌봄 여행 서비스

누구나 불현듯 여행을 떠나거나 외출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혼자서 움직이기 힘든 고령자와 장애인은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기가 미안해서 그런 욕구를 참고 여행과 외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2006년 고베 시에서 활동을 시작한 NPO법인 샤라크는 ‘여행은 최고의 재활(rehabilitation)치료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고령자와 장애인에게 ‘돌봄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200명 이상의 고령자와 장애인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백화점 쇼핑, 고향 방문, 성묘, 도쿄에서 열리는 손자의 결혼식 참석, 해외여행과 같은 장기에 걸친 여행을 다녀왔다. 이용자 개개인의 다양한 상황과 희망에 따라 여행을 기획하고, 장애 정도에 맞춰 에스코트 헬퍼와 간호사 등의 의료진이 동행하여 여행 중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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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이뤄진 자매 상봉

치매가 시작된 어머니에게 더 늦기 전에 언니를 만나게 해 드리고 싶다는 아들의 의뢰가 들어왔다. 휠체어로 이동해 멀리 떠나 머무는 것은 처음이었다. 침대에서 떨어져 부상을 당한 적이 있어서 현지 호텔에 침대 가드와 센서를 준비시켰다.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마치고 출발 당일 신고베역에서 열차를 탔다. 보통 누워서 지내는 경우가 많아 다목적룸을 사용했는데 노모와 아들과 함께 하카타역까지 5시간을 줄곧 앉아서 차창 너머의 경치를 즐겼다. 하카타역에 대기시킨 개호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식사는 호텔 측에서 미리 주문한 메뉴로 식재료를 잘게 다져서 준비했다.

둘째 날, 노모는 10년 만에 언니를 만났다. 만남은 언제든 누울 수 있게 호텔방에서 이뤄졌다. 너무 오랜만의 만남이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앨범을 보면서 전쟁 중에 상해에서 태어나 함께 학교에 다니던 이야기와 친척들의 소식을 나누며 눈물을 글썽였다. 마지막으로 헬퍼의 도움을 받으면서 모두 함께 노천 온천에서 하늘을 보며 목욕을 했다. 마지막 날은 시내 오오호리 공원에 가서 연못의 잉어와 오리를 구경하며 천천히 산보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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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동창회를 위해 12년 만의 귀향

뇌출혈로 쓰러진 지 8년, 재활치료를 받고 있던 80대 노신사에게 동창회 초대장이 날아왔다. 그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동창회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 그러나 고향 도쿠노시마는 고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가고시마 현 남쪽의 섬이었고, 그는 휠체어뿐만 아니라 많은 의료기기가 필요한 몸이었다. 과연 무사히 귀향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지 불안해 하는 이용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몇 개월전부터 이동경로의 엘리베이터, 계단 상황과 호텔 설비 등을 조사하면서 2박3일간의 여행을 준비했다.

당일 개호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 비행기도 사전 연락으로 수월하게 탑승하여 무사히 이따미 공항을 이륙했다. 가고시마 공항에서 환승할 때 동창회에 참가하러 귀향하는 친구들을 만나 함께 도쿠노시마에 향했다.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10여 명의 동창들이 도착해 있어 뜻하지 않은 전야제도 즐길 수 있었다. 다음 날 동창회에 참가했다. 모두 몸은 80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마음만은 고교생으로 다시 돌아온 듯 즐거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친척들을 만나고 성묘를 했다. 12년 만의 만남에 친척과 지인들은 반가움의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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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밭 나들이

혼자서 여행을 떠다는 것도 좋지만 좀처럼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 고령자들에게는 여러 사람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샤라크는 매월 소수의 고령자가 함께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을 기획하여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대환영이다. 올여름 고베시내 꽃향기 그윽한 수선화밭에 다녀왔다. 특히 외출 기회를 갖기 힘든 시설 생활자가 많이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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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발사를 보러 우주센터로

중학교 1학년 학생인 A군은 1살 때 소아암이 발병하여 지금도 재발의 위험을 안고 살고 있다. A군의 취미는 천체관측이다. 별을 보면서 ‘우주에 가고 싶다’, ‘로켓을 보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던 중, 지난 2013년 8월 22일 신형 로켓 이브시론의 발사를 보러 타네가시마로 갔다. 안타깝게도 발사는 연기됐다. 다시 찾은 27일도 발사 중지. 9월14일 세 번째 여행에서 드디어 발사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샤라크가 또 다른 사업 ‘마사유메 프로젝트’가 A군의 ‘소망’을 이루어 준 것이다. 마사유메 프로젝트란, 난치병이나 의료적 케어가 필요한 아이들이 스스로 챌린저가 되어 꿈에 도전하고 희망을 이루는 프로젝트다. 3명이 한 조를 이뤄 홈페이지에 영상이나 사진 등을 사용하여 자신의 꿈을 등록하여 그 꿈을 실현시켜 줄 기부자를 찾는다. 때로는 스스로 길거리 모금 활동도 펼친다. 10여 회 이상 길거리 모금 활동을 펼친 결과 약 2,000명으로부터 140만 엔의 기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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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자 사연 출처 : NPO법인 샤라크 홈페이지

여행은 최고의 재활치료다

“여행을 떠나거나,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면 사람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생깁니다. 표정도 밝아지고, 추억이 살아나 말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거죠. 그래서 여행이야말로 최고의 재활치료입니다.” 오그라(小倉) 샤라크 대표는 고령자와 장애인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현재 샤라크가 제공하는 돌봄 여행 서비스는 개호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용자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개호 택시 등의 배리어프리 장비가 필요하며 에스코트 헬퍼와 간호사가 동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80%가 재이용을 하고 있다. 혁신적인 사업 모델과 질 높은 서비스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계획을 실현한 오그라 대표. 그는 샤라크의 경험을 예로 들며 복지 분야에는 제도를 뛰어 넘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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