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작년 수해 올봄에야 복구 첫삽 조금 있으면 다시 태풍 올텐데
[재해는 再해다!] ① 그후 1년, 단양 동대천은 아직도 공사중
정민규 기자

매년 태풍 및 장마로 인해 재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재난 피해지역에 대한 복구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복구 지연’ ‘부실 공사’ 등으로 인한 2·3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재)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소장 이재은)와 공동으로 재난피해 현장을 조사해 분석한 뒤 해마다 되풀이되는 재해구조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대한 대안 모델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 동대리 마을 주민이 작년 수해 피해를 입은 지붕을 손보고 있다
ⓒ 정민규

사실 좀 지겹다. 매년 찾아오는 재해며 또 어김없이 진행되는 복구의 공식이 말이다. 어김없이 정부는 ‘항구복구’를 외치며 삽을 들지만 이듬해에는 ‘땜질복구’라는 비난이 돌아온다. 그러고 보면 정부도 우리 못지않게 지겨울 듯 하다.

지난 20세기부터 발생한 태풍 중 그 피해가 가장 컸던 태풍이 최근 5년 새 발생했다. 나아가 가까운 미래에 수퍼태풍이 한반도를 휩쓸 것이라는 기상학자들의 경고를 듣자면 덜컥 겁도 난다. 천재라면 어떻게 막겠냐 싶지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인재’라는 수식어를 보자면 하늘만 원망할 수도 없을 노릇이다.

그래서 지난해 태풍 ‘에위니아’ 피해를 입은 충북 단양을 찾아가봤다.

이날 조사에는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 이재은 소장(충북대 교수), 최희천 · 이주호 연구원, 류재호 충북이재민사랑본부 이사, 류상일 사무국장, 국가위기관리연구소 변성수·송유진 연구원 등 10여명의 전문가가 함께했다.

[장면①] “도대체 공사는 언제 끝나는겨?”

또 비가 온단다. 지난해 태풍 에위니아로 하천이 범람하여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충북 단양의 동대리 마을 주민들은 비 소식이 들리면 불안하다. 널려있는 공사자재, 군데군데 언덕이라도 이룬 듯 쌓여있는 흙더미,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오고가는 중장비들…. 장마가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복구공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민들은 오히려 흙을 전부 파놓는 바람에 비가 오면 더 큰 피해가 나지 않을까 오늘도 노심초사 하고있다.

[장면②] 밭보다 높은 수로

한 노인이 기자에게로 다가오더니 “워서 왔는감? 우리 밭도 좀 볼껴?”하더니 다짜고짜 기자를 자신의 고추밭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자세히 보기위해 발을 내딛는 순간 발이 쑥하고 땅으로 빠졌다. 밭 주인인 엄병두 씨는 “저짜 저 수로 놈서(놓으면서) 이렇게 된겨?”고 가슴을 툭툭 쳤다. 물을 빼주라고 만든 수로가 밭보다 높게 건설됐기 때문에 외려 비가 올 경우 밭으로 물이 역류하고 있는 것이다.

[장면③] “이건 다리도 아니고, 댐도 아녀”

충북 진천 대문리의 다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다리 상판위에 3m 가량의 토사가 얹혀져있다. 대개의 침수지역이 그렇듯 폭우로 떠내려 온 목재가 교각에 걸려 물길을 막을 경우 다리는 하나의 댐으로 변하게 된다. 대문리의 경우 다리 위에 토사까지 얹혀져있으니, 이럴 경우 물길이 막힌 상류지역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위기를 느낀 한 마을 주민은 자비를 털어 자신의 밭에 제방을 쌓았다. 다리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진천군 관계자는 “새 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사업비 확보가 쉽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수해복구? 태풍 지나가면 완공됩니다”

[왼쪽]충북 진천 대문리의 다리. 교각에 나무가 걸려 막히면 상류쪽 논밭은 물에 잠기게 된다.
[오른쪽]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동대천 일대.
ⓒ 국가위기관리연구소·정민규

6월 30일, 장마가 막 시작된 충북 단양은 누런 강물만 흘러내려가고 있지 여느 시골의 목가적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1년 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이 어디에 남았는지 궁금할 만큼 도로는 말끔했다.

하지만 피해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스팔트 도로는 어디로 휩쓸려 가버렸는지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이 나타났고, 그 위로 덤프트럭과 포크레인같은 중장비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분주히 오갔다. 곳곳에 작년 수해가 훑고 지나간 산등성이가 앙상한 속살을 내비치고 있었다. 동행했던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 이재은 소장이 “조금 있으면 태풍도 올텐데”라며 읊조렸다.

충청북도 건설재난관리본부의 말대로라면 수해복구 진척 상황은 70%.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동대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은 “우리가 보기에는 10~20%도 안 된거 같은데 관청에서는 80%가 넘었다네요”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한 주민은 “작년같은 경우는 땅이 굳어서 그래도 피해가 적었지, 저렇게 다 파헤쳐놓은 상태에서 작년만큼 비가 오면 마을이 다 떠내려가는거 아니냐”며 한숨지었다. 뉴스에서 비가 온다는 소식만 들어도 덜컥 겁부터 난다는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어서 빨리 공사나 마무리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송영화 건설재난관리본부장은 “하천을 넓혀놓았기 때문에 작년같은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공사 때문에 물 흐름이 막혀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강물이 불어나면 공사를 위해 설치한 가교를 끊어버릴테니 상관없다”고 말했다.

“복구공사 첫 삽 뜨는 건 이듬해 봄에나 가능”

▲ 산사태가 나며 굴러떨어진 돌에 가옥이 크게 파손됐다.
ⓒ 정민규

수해 복구가 이렇게 늦어지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여름철 입은 수해복구가 중앙부처와 자자체의 사전심의를 거쳐 어렵사리 예산이 확보되면 통상 겨울이 찾아온다. 당연히 겨울에는 공사가 힘들기 때문에 다시 이듬해 봄으로 공사가 지연된다.

이렇게 해서 10억 이상의 대규모 공사가 착공되는 데 평균 3개월에서 6월까지의 시간이 지난다. 완공되는 시점은 통상 이듬해 겨울이다. 동대리 수해복구 공사 역시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두고있다.

만약 공사 중 집중호우가 찾아와 다시금 수해를 입으면 또 다시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보는 반복되는 재해의 이면이다.

물론 ‘선지원 후정산’ 개념의 재해구호기금과 재난관리기금이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조사와 복구계획 수립이 늦어지면서 집행이 늦어져 비난을 받기도 한다.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는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는 재난의 예방에서 복구 및 지원에 이르는 연구 및 조사를 위해 올 4월 설립된 민간 최초의 재난관련 연구소다. 소장을 맡고 있는 이재은 교수(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를 중심으로 각계 전문가 50여명이 참여했다.

전문적인 시각을 가지고 건축·기상· 복지·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와 유기적으로 결합된 재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번 재해복구 지역 탐사는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과 대안 제시를 위한 재난관리연구소의 첫 대규모 기획이다.

이 달초, 건교부가 파악한 지난해 수해 복구 공정은 평균 52%. 그래도 당장 장마철은 어떻게든 버텨야 하다보니 임시방편으로 복구가 진행된다. 이러니 항구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매년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아냥만 듣게되는 것이다.

이재은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 소장은 “복구 사업의 절차를 단순화시켜 예산지원을 신속히 하고, 주민들도 공사감독에 참여시킴으로써 공기를 단축하고 투명성을 제고시킬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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