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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416 기억저장소

▲사진제공:416 기억저장소


왜 사람들을 구하지 않았나요?
– 김미현(자유기고가)

2014년 4월16일, 나는 LA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다.

“한국에서 애들이 물에 빠졌대.”
“어, 그 뉴스 봤어. 근데 다 구할 수 있을 거 같던데..”

2014년 4월 15일(한국 날짜는 16일)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과 나눈 대화다. 속보로 뜨는 한국 뉴스 화면을 보니 배가 기울어져 있긴 해도 주변에 작은 배들이 많이 떠 있어 사람을 구해내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때까진 그랬다. 화면에 전원 구조라는 자막이 뜨는 걸 봤으니 큰 사고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밤이 깊어가면서 배 안에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고,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이며, 이들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사고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전원 구조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리라 믿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고, 또 그 다음날이 되어 골든타임도 넘기고, 에어포켓도 더 이상 희망을 줄 수 없게 되었고, 그나마 시신이라도 찾으면 ‘다행’인 상황이 되었다.

결국 속수무책으로 3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배 안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며칠에 걸쳐 실시간 방송으로 지켜 본 셈이 되었다. 구조되리라 믿고 있는 듯 구명조끼를 입으며 친구들과 재잘거리는 아이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가족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사랑의 인사를 전하는 아이들의 영상을 보는 일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큰 고통이었다.

몸은 멀리 있어도 모든 신경이 조국으로 향해 있는 교민들은 미주지역 커뮤니티 사이트에 속보를 나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풀어놓았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뀔 즈음 혹자는 국민의 생명을 제대로 지켜주지도 못하는 나라의 국적을 이제는 포기하겠다며 그간 미뤄왔던 시민권을 따겠다고 했다. 혹자는 사고 대처도 못하고 원인규명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 현 정권을 소리 높여 규탄하기도 했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을 한 명도 구하지 못했냐고 묻는 외국인 이웃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노라 통탄하기도 했다.

침몰의 원인도 원인이지만 사고 처리 과정은 더 분노를 일으켰다. 왜 처음에 다 구했다고 모든 언론이 일제히 오보를 냈을까? 주변에 많은 배가 있었는데도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것일까?

절망적인 상황을 지켜보던 우리는 ‘뭐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세월호 참사를 널리 알려 한국 정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하자고 뜻을 모으고 이를 위해 주요 일간지인 뉴욕타임즈에 전면 광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한 광고료는 목표액을 훨씬 뛰어 넘어 추가로 워싱턴 포스트에 전면 광고를 한 번 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LA, 뉴욕, 워싱턴DC, 휴스턴, 시애틀 등 미 주요 도시에서 추모집회를 열고, 정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월호를 잊지 말자고 뜻을 모은 사람들이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을 초청해, 미 주요 도시 순회강연과 다이빙벨 영화상영 등을 진행하며 세월호에 대한 사람들의 무뎌지는 기억을 환기시키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나마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기억하고자 함은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그와 함께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출가한 딸이 친정 잘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우리 재외동포들도 우리 조국이 발전하고 그곳에서 사는 국민들이 행복하기를 진정으로 소망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하고, 제대로 책임진 사람 없이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도 배와 함께 물 속에 가라앉아 있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도대체 왜, 정부와 국회는 이런 참담한 현실을 방치하고 있는가?

김미현 님은(자유기고가) 1995년부터 미국 LA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20대 시절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운동에 활발히 참여했고, 이후에는 자유기고가로 여러 매체에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 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후 지난 1년 동안 미주지역 교민 커뮤니티 회원들과 함께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여러 방면으로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느끼고 있는 참담한 심정을 담은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 1makeh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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