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가 창립 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창립 당시 “2년쯤 해보면 이게 되는 실험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고삐를 바짝 당겼는데, 훌쩍 2년이 다 지난 지금 솔직히 난감한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정신없이 달려오긴 했는데 이제 실험은 끝났다고, 뿌리내리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하긴 아직 이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선지 “왜 그리 바쁜데…, 그래 가지고 어디 제대로 된 희망을 만들 수 있겠어?”라는 주변의 힐책(?)을 들어도 답변이 마땅치 않습니다.

물론 지난 2년 동안 많은 일을 벌였고 성과도 제법 거두었습니다. 외형으로는 눈부시게 발전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짐짓 거리를 두고 관망하는 것 같았던 유능한 인재들이 최근 희망제작소 문을 자주 두드립니다. 이건 분명 희망의 조짐입니다. 그런데 살림살이 곳간은 아직 허전합니다. ‘사람과 돈’만을 기준으로 단순화해 보면 ‘사람은 모이는데 돈은 아직 꼬이지 않는’ 형국이라고 할까요? 희망제작소 3년차를 맞이하는 심경은 그래서 희망과 우려가 교차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다짐하며 호시우보(虎視牛步)로 계속 정진하고자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의 온갖 의제들에 대해 정책적 대안을 연구하고 실천하려는 싱크탱크입니다. 정부나 기업의 자금출연 없이 설립된 독립적인 민간연구소이며, 실사구시의 실학정신으로 연구와 실천을 함께 추진하는 21세기 신실학운동의 모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때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런 희망을 품고 과감한 도전정신과 사회변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지난 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덕에, 이제 우리 주변의 많은 분들이 희망제작소에 대한 관심과 신뢰를 표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대견한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창립선언문에서 밝힌 대로 “신자유주의와 성장지상주의, 맹목적 애국주의가 빚어내는 절망과 갈등, 분노를 희망의 씨앗으로 바꾸어” 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게 너무 많습니다. 특히 정부 출연 국책연구소나 대기업 출연 기업연구소들에 비해 재정이 너무 취약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후원회원 참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재능 기부도 중요합니다. 수시로 저희 홈페이지를 방문해 아이디어나 의견을 남겨주시고, 희망제작소 세미나실에서 연중무휴로 진행될 ‘희망모울’에 자주 참석하셔서 좋은 의견을 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이제 긴 겨울이 가고 새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희망찬 봄을 맞이해야 할 이때 새 정부 출범으로 기대 섞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화하는 가운데 가진 사람들 위주의 정책이 펼쳐지고, 민주주의나 남북관계가 퇴보하지 않을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어깨가 더욱 움츠러들지나 않을지 걱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 펼쳐진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낙관적인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일들도 다 헤치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잃지 않고,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새롭게 만드는 데 전심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눈물과 한숨은 줄여나가고, 기쁨과 웃음이 넘쳐나는 사회를 위해 겸손하게 맡은 바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우리가 희망의 씨앗을 가슴 속에 품는다면, 아름다운 미래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올 것이라 믿습니다.

글_ 김창국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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