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지난달 올해로 3회를 맞은 ‘사회적기업 한일포럼’이 개최되었다. 앞으로 3회에 걸친 연재글을 통해 이번 포럼의 발표내용을 정리하고, 짚어야할 논점 몇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와 둘째 글에서는 포럼 발표 내용을, 셋째 글에서는 참가자와 발표자들이 주고 받은 질의응답, 그리고 시간이 부족해 포럼 현장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발표자들의 답변을 소개할 계획이다.

제3회 사회적기업 한일포럼 다시 보기 (1)

지난 2월17일 ‘사회적기업을 통한 한국과 일본의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라는 주제로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3회 사회적기업 한일포럼이 개최되었다. 희망제작소와 일본의  Japan Forum of Business and Society(이하 JFBS)가 공동 주최하고, 일본국제교류기금이 후원한 이번 포럼은 20여명의 스태프와 13명의 발표자ㆍ패널, 200여명의 참가자가 모인 가운데 시작되었다.

”사용자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만들어진 후, 중앙정부 주도로 대대적인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을 시행한지 5년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칠 수 밖에 없는 초기단계인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정부와 사회적기업 지원조직 내에서조차 사회적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토양이나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사회적기업을 지역 풀뿌리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전략과 비전, 고민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3회 사회적기업 한일포럼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사회적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어떤 구조와 형태의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 사회적기업 지원조직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한 명으로는 성공적인 모델 어려워”

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과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혼다 오사무 소장의 축사가 끝나고 공동주최단체인 JFBS 대표 타니모토 간지 교수의 모두 발언으로 심포지엄이 시작되었다.

”사용자오늘 많은 사례들이 소개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유능한 사회적기업가 한 명으로는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 대학, 기업, 중간지원조직,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합쳐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그리고 소셜이노베이션(Social Innovation) 클러스터(이하 SI클러스터)가 그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사회적기업 성공을 위해 SI클러스터(Cluster: 상호 작용으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을 모아 놓은 지역)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소셜이노베이션, 혹은 사회혁신에는 본질적으로 사회적가치의 창조를 통한 사회변혁,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협력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따라서 소셜이노베이션을 근저에 두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클러스터 형성이 필수적이다.

“SI클러스터로 제약 돌파하자”

오무로 노부요시 교토산업대학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오무로 교수의 발표주제는 삿포로 SI클러스터이다.

”사용자이노베이션의 세 가지 패턴은 ‘근본적인 혁신’, ‘사회경제영역에서의 파생’, ‘동일한 사회경제영역 내에서의 모방’ 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을 실천하기란 사실 굉장히 어렵다. 크게 경영의 제약, 시장의 제약,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제약을 헤쳐가야 하기 때문이다.

삿포로 SI클러스터가 형성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홋카이도 경제가 어려워져 대안 논의가 활발했으며, 사회운동도 활기차게 펼쳐졌다. 생활모임에서 수많은 비영리단체(NPO)가 생겨났다.

원자력 반대운동을 계기로 홋카이도 사람들과 외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이후 행정과 대학연구기관, 자금제공기관, 기업들이 참여해 사회적기업과 관련한 다양한 지원 및 연구활동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복수의 사회적기업이 서로 관계를 맺고 2차 법인을 설립하는 등 진화, 발전이 계속되었다. 일본 NPO의 10% 정도가 이미 이러한 조직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고 있다. NPO법인 네오스처럼, 사회적기업에 의한 사회적기업 인큐베이션 사업도 진행되고 있고, 시민펀드도 만들어졌다.

이같은 SI클러스터가 필요한 이유는 ‘사회적기업의 제약’ 들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서다. 사회적기업과 지원조직이 함께 공부하고 서로를 이해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중소기업 비율이 97%다. 삿포로에서는 이러한 중소기업을 어떻게 하면 사회적기업에 동참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이다.

SI클러스터는 사회적기업 육성에 있어 유효하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면서 정책에 맞춰 사업을 변형시키고 있다. 시장을 중심으로 한 사회경제 시스템에 있어 시장원리를 활용한 SI 클러스터의 구축을 꾀할 필요가 있다.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는 파트너십”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 모델 특성과 발전전략’을 주제로 한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CB)센터 김창환 사무국장의 발표 내용이다.

”사용자
오늘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말씀드리겠다. 왜 시작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완주는 노령산맥과 호남평야의 접경지, 만경강 발원지이면서, 전주와 인접해 있는 도농복합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완주군의 가장 큰 과제는 농산촌 지역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구부족이다. 그리고 산업군도 기형적이다. 제조업이 많지 않고, 도소매 등 다양한 산업군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완주지역 내에서 완결적인 구조를 갖춰가기가 어렵고,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 그래서 완주군은 생산혁신, 유통혁신, 경영회생, 농촌활력, 복지혁신 등을 목표로 5년간 500억의 군비를 투자하는 ‘약속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마을 공동체 관련부서를 통합해, 2010년 ‘농촌활력과’를 신설했다. 또한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지역경제순환센터’를 개관하고 민간전문가들을 고용해 민관이 협력해 함께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마을만들기를 위한 체계적인 사업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발굴→육성→정착→도약→안정화’의 단계별 종합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완주사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행정에서 이러한 사업을 주도하고,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공공섹터 주도’라는 특징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행정이 초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역경제순환센터’ 가운데 ‘완주CB센터’ 에 대해 설명드리겠다. 완주CB센터는 5개 센터 중 유일하게 희망제작소와 함께 ‘민간전문가’들을 고용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8년 일본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를 탐방하고 온 이후, 임정엽 군수의 의지로 희망제작소와 함께 파트너십을 맺고 의욕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완주CB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사람이 부족하다. 인재양성이 시급한 과제이다. ‘커뮤니티비즈니스 매니저 양성과정’, ‘지역리더 양성과정’, ‘지역 주민교육’ 을 올해 핵심과제로 선정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다. 현재 완주에서는 20여 개의 CB사례들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NPO, 연구소, 동아리 등 다양한 기관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지역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완주CB서포터즈클럽’ 을 개최했는데, 우리도 놀랄만큼 많은 분들께서 지역에서 와주셨고 호응을 보내주셨다. 지금껏 이런 교류의 자리,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매월 모임을 가져가면서 지속적으로 협력모델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 아직 정확한 모델을 정립한 상태는 아니지만, 다양한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는 가운데 여러 협력관계와 파트너십이 형성되고 있어 기대된다.

삿포로 사례의 경우,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홋카이도 그린펀드’를 중심으로 협동조합ㆍ노동조합, 대학ㆍ연구소, 홋카이도현ㆍ삿포로시, 외부지역의 사회적기업, 민간기업, 은행 및 다양한 NPOㆍNGO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사용자
시간을 두고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중심이 되는 홋카이도 그런펀드가 시민의 참여로 50억엔을 모은 상태라고 하니, 삿포로 SI클러스터의 경우 어느 정도 기본틀은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삿포로 SI클러스터는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 유럽의 소셜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협동조합과는 또다른 형태의 사회적기업 클러스터로 꽤 주목되는 사례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톱니바퀴

완주CB센터의 경우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형성된 곳으로, 50억엔이라는 시민모금을 통해 조성된 삿포로 SI클러스터와는 반대 경우이다. 그러나 희망제작소라는 중간지원조직 겸 민간연구소(일명 Think&Do Tank)가 초기 기획 및 설계단계부터 밀접하게 완주군과 결합해 설립했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관주도 사업과 구별된다고 볼 수 있다.

완주군의 경우 사업준비단계에서 일년 남짓 완주군 13개 읍면, 103개 리, 293개 마을자연부락을 대상으로 지역자산조사를 마친 후 CB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군 차원에서 CB센터가 장기계획을 세워서 단계를 밟아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 모델은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전망이 밝기는 하지만,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 모델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 또한 많다. 무엇보다 완주에서 아직 탄탄한 네트워크형 클러스터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완주 모델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민-관-학-연-산-지원조직’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서 돌아가야 하는데, 곳곳에 빠진 이가 있는 것이다.

”사용자
탑다운 방식의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홋카이도 그린펀드가 12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갓 3년째에 접어드는 완주CB센터에게 잘 짜여진 클러스터 모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얼마나 잘 짜여진 톱니바퀴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완주CB센터가 풀어야할 중요한 숙제임에 틀림없다.
 
글_소기업발전소 조우석 연구원 (jolly@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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