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대 청년보다 활기차고,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미국 시니어, 그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젊은 한국인 경영학도가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 아래 자신의 눈에 비친 미국 시니어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적극적으로 노년의 삶을 해석하는 미국 시니어의 일과 삶, 그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4)  

막상 인생의 참 의미를 찾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어떤 일들이 있는지 모르면 진정한 인생의 새 장을 열기가 어렵습니다. 마치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이 어떤 전공 과목들이 있는지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슴만 두근거리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모르면 새로운 꿈을 현실로 만들지 못하고 머뭇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에도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처럼 새로운 일을 꿈꾸는 분들에게 관련 정보를 알려드리는 단체들이 있습니다. 전에 소개드린 새인생찾기 (Discovering What’s Next)도 이런 단체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두 번째 글에서 잠시 언급한 바 있는 자원봉사자-비영리기구 연결 단체 SOAR 55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하려 합니다.

눈 내리는 4월 첫째 주, 비 내리는 4월 둘째, 셋째 주를 지나 드디어 봄이 온 4월 말 SOAR 55를 찾아갔습니다.

블로그에 SOAR 55를 소개하고 싶다는 연락을 하자 바쁜 스케줄 안에서 가까스로 시간을 낸 단체장 잰 라토르-스틸러(Jan Latorre-Stiller)씨는 친절하게 찾아오는 방법을 이메일로 알려주었습니다.

보스턴 컬리지에서 단체가 위치한 건물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왜 잰 씨가 그토록 자세히 오는 방법을 설명해줬는지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SOAR 55는 사진에 보이는 뉴튼 지역사회 서비스센터 (Newton Community Service Center)가 위치한 Anthony J. Bibbo Youth Center 건물의 뒤편 사무실 몇 개를 빌린 공간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잰 씨의 설명과 앞에 붙어 있는 작은 표시가 없었으면 찾기도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사용자
뒷문을 통해 들어간 사무실에서는 착하게 생긴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생각보다 비좁고 낡은 사무실에 흠칫 놀랐으나 잠시 기다려달라고 부탁하는 직원분의 친절한 말에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사용자
잰 씨는 SOAR 55에서 18년간 일해 온 터줏대감이었습니다. 인터뷰 중 잰 씨는 SOAR 55에서 보낸 긴 시간을 바탕으로 단체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그간의 변화에 대해서도 짚어주었습니다. 잰 씨에게 SOAR 55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했습니다.

저는 단순히 지역사회 산하 단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SOAR 55는 연방정부 산하 공공 기관인 국가 & 지역사회 봉사단 (Corporation for National & Community Service)의 보조를 받는 단체 중 하나였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으시면 여기로).

매사츄세츠 주에만 해도 SOAR 55와 같이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의 일거리를 찾아주는 단체들이 27개 정도 있습니다. SOAR 55는 55세 이상의 사람들을 위한 자원봉사 기회(Service Opportunities After Reaching 55)의 약자로 뉴튼 시와 그 주변 지역사회 55세 이상의 시니어들에게 자원봉사 기회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입니다.

생각보다 허름한 사무실 모습과 달리 SOAR 55는 현재만해도 90여 개 지역사회 비영리 단체와 400여 명의 시니어 자원봉사자를 연결해주고 있었습니다. 웰슬리 공공 도서관, 보스턴 대학(Boston University의 수감자 교육 프로그램, 외국인을 위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 (ESL)등 뉴튼시 와 그 주변 도시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들은 끊이지 않고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잰 씨는 새로 SOAR55와 연계를 맺은 비영리 단체들은 자원봉사자를 소개받기 위해서 대기단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한다고 말하면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하는 미국 시니어들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했습니다.

SOAR 55는 자원봉사자들을 비영리 단체와 연결해줄 뿐만 아니라 영리기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비영리단체에 대해 교육하고, 비영리단체들이 주관하는 여러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 팀원으로 활동하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단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듣고 나니 자원봉사 기회를 찾는 시니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잰 씨는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이 50대~80대까지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50, 60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라 하였습니다. 은퇴를 한 사람들도 있고,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영리 기구에서 경험이 있기 때문에 SOAR 55에서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다고 했습니다. 18년 전 잰 씨가 일을 시작했을 때는 사회 경험도 적은 사람들이 은퇴 후 일거리를 찾아서 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고 도울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는 고학력에 사회 경험도 많기 때문에, 이 세대가 찾는 자원봉사 자리는 18년 전에 인기가 있었던 일들과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18년 전, 가까이로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양로원 노인들의 식사 도우미, 운전 도우미 등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지 않는 자원봉사 자리가 대부분이었지만, 2000년 초부터는 지역 초등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 계획, 음식나눔센터의 마케팅 전략, 평생교육 프로그램 수료자 인구통계 조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자원봉사 자리가 선호됩니다. SOAR 55에서도 이런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 새로운 자원봉사 자리를 찾고, 컨설팅 프로젝트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원봉사 기회도 발굴했습니다.

구체적인 자원봉사 기회에 대해 묻자 잰 씨는 가장 최근 리스트를 보여주었습니다. 보스턴의 한 행정구역 (서울의 구단위 정도 되는 규모) 안에 이렇게 많은 비영리 단체와 자원봉사 자리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최근 들어 가장 활성화되기 시작한 일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수학 선생님 자리부터 성폭력 조사 담당 선생님 자리까지 정말 다양한 자원봉사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감자들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도 크게 활성화 되어 있어서 수감자들의 아이들을 위한 멘토링 기회, 정원 가꾸기 프로그램, 글짓기 프로그램 등에서 자원봉사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지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성향을 반영하듯 재무ㆍ회계ㆍ마케팅ㆍ경영ㆍ테크놀로지ㆍ예술 등 정말 수많은 종류의 자원봉사 기회가 있었습니다.

SOAR 55 첫번째 방문을 마치고 나서 문득 며칠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청취자가 한 말이 생각 났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정말 좋은 것은 이토록 많은 자유가 있다는 거예요. 더이상 돌볼 애도 없고, 눈치를 봐야하는 상사나 직장 동료도 없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찾아갈 수 있다는 그 자유로움, 전 그게 가장 좋아요.”

청소년기를 꿈을 꾸는 시기라고 합니다.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뛰는 시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세번째 장도 제 2의 청소년기가 아닐까 합니다. 자유롭게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인생의 세번째 장이 청소년기보다도 오히려 희망찬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글_ 김나정 (보스턴 컬리지 경영학 박사과정)

”사용자김나정은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조직사회심리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미국 보스턴 컬리지 경영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일터에서 다양한 종류의 변화를 겪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박사 논문 주제로 은퇴기 사람들의 새터 적응기 및 정체성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najung.kim@bc.edu


● 연재목록
1.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2. 인생의 의미, 한 문장으로 간추리면       
3. 낯선 자신이 두려운 시니어에게 
4. 어떤 자원봉사 자리 찾아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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