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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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설계하는 시니어들의 배움터 ‘커뮤니티비즈니스 귀농ㆍ귀촌 아카데미’가 지난 4월~5월 진행되었습니다. 기본과정을 수료한 후, 진안에서 진행된 인턴십 과정 ‘마을 일꾼으로 살아보기’에 참여한 장혜경 님께서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뜨거운 여름, 온몸으로 마을살이를 체험한 장혜경 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말이 맞긴 맞는구나 싶다.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꿈만 꾸었던 귀촌이 내 앞에 성큼 현실로 다가오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시작은 이랬다. 희망제작소의 시니어소셜미디어스쿨 교육을 소개하는 메일을 우연히 받았는데 마침 프레지 수업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참여하게 되었다. 시니어소셜미디어스쿨 수업을 듣기 위해 희망제작소를 방문한 날, 우연히 다른 교육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으니, 바로 커뮤니티비즈니스 귀농귀촌 아카데미(이하 CB 귀농귀촌 아카데미)였다. 프리랜서 생활로 웬만해서는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한 달 이상의 교육을 수강하는 일이 그동안 쉽지 않았는데 마치 누군가가 정해놓은 것처럼 시간도 딱 들어맞아 하루 늦게 알게 되어서 빠질 수밖에 없었던 개강일 외에는 개근을 한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우연히 접한 희망제작소의  CB 귀농귀촌 아카데미는 귀촌이라는 꿈을 구체적인 고민으로 바꾸어 놓았다. 강의를 통해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은 지역주민들과의 관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듯, 시혜자의 태도가 아닌 겸손한 자세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사마다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교육 과정 중 진행된 지역 탐방에 참여하면서 보다 구체적인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연 50대 여성인 내가 배우자도 없이 귀촌이 가능할까? 농사 경험이 전무한 내가 귀촌을 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까지의 내가 만들어 온 네트워크를 떠나 낯선 이들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이 너무 외롭고 힘들지는 않을까? 나는 새로운 오프라인 관계망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답이 필요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CB 귀농귀촌 아카데미 교육의 인턴십 과정 ‘마을 일꾼으로 살아보기’에 참여하였다. 진안군의 마을축제만들기에서 재능기부활동으로 인턴 활동이 시작되었다. 지역 탐방 교육으로 버스로 방문했을 때와 직접 운전해서 만난 진안의 느낌은 달랐다. 우리나라에 이런 청정지역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설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진안은 고원지대라 접근성이 떨어져 역사적으로 고립된 지역이라 여러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 이런 자연 여건이 유지가 되었다고 한다. 일면 행운인, 그래서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욱 열려있는 곳이었다.

마을축제의 인턴활동을 시작하면서 진안군의 마을축제가 가진 특성들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다른 지역의 축제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인데, 마을 규모가 작은 진안군의 20여 개 마을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마을마다 주민 중심으로 축제를 벌인다. 귀향객이나 방문객들과 함께 마을 주민이 축제를 즐기는 형식의 기획이다. 마을축제조직위원회에서는 각 단위의 회의를 통하여 전체적인 조직과 홍보를 지원하고 본부 차원의 축제를 준비할 뿐이다. 주민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즐기는 축제는 공동체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육아운동을 해온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모습이었다. 더구나 마을축제를 통해 마을공동체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는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렇게 귀촌이라는 희망이 내 안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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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인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마을축제 홍보 도우미였다. 축제에 참여하는 각 마을을 방문해 홍보 자료를 수집, 제작하고 이렇게 제작된 사진과 동영상 자료를 인터넷을 통하여 홍보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는데, 그 일은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 매우 적절한 활동이었다. 왜냐하면 부분적이기는 했지만 진안군의 여러 마을들을 둘러볼 수 있었고, 각 마을의 축제준비위원장 및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주어졌기 때문이다.

한 달여의 진안군 마을축제 인턴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 중 하나는 아름다운 꿈을 꾸는 젊은이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행운처럼 말이다. 마을축제조직위원회 사무국과 재능기부와 관련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은 예상 외로 2,30대의 젊은이들이었다. 마을만들기 운동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의 활동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과 함께 하면서 뜻있는 젊은이들이 지역의 희망을 발견하려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나의 20대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으며 아름다운 젊은이들과 호흡할 수 있었던 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중 몇몇은 축제가 끝난 이후에도 SNS와 오프라인을 통하여 지속적인 교류를 나누고 있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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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얻은 답은 귀촌을 위해 지금까지의 나의 생활을 모두 다 벗어던지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쌓아온 경력으로 아직은 경제활동이 가능한 상황이기에 그 부분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은 서울과 진안을 오가는 생활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프리랜서라는 내 직업의 특성을 활용해 진안과 서울을 오가면서 진안이 필요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 가능성을 모색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안에 만난 사람들과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통해 진안 안팎에서의 관계망도 만들어지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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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금까지의 이 모든 우연은 필연이었다고 이야기할 그날이 오길 바라며 후기를 마친다.

글 사진_ 장혜경 (커뮤니티비즈니스 귀농귀촌 아카데미 2기 수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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