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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모의 국회를 디자인하자

2008년 12월 6일 언론은 감사원에서 발표한 ‘주요 국고보조사업 관리실태’를 ‘지자체, 국고보조금 절반 미집행’‘광역지자체 6곳 국고보조금 매년 1조 7800억씩 잠잔다’는 제목으로 보도하였다.

정부 중앙부처가 예산 집행에 필요한 용지 확보 등을 확인하지 않고 국고보조금을 지급해 경기도 등 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매년 1조 7800여억 원의 예산이 제 때 사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중앙정부는 집행 가능성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보조금을 교부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사원은 목포시 공설묘지 조성사업과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사업 등 무수한 예산 낭비 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국고보조 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문제를 지적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감사원은 2007년 5월에 ‘지방자치단체 국고보조금 등 예산 운용실태’감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감사원은 1) 사업계획 및 예산편성 분야 2) 국고보조금 교부신청 및 교부결정 분야 3) 국고보조금 집행관리 및 정산 분야 4) 국고보조금 제도운용 분야에 걸쳐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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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만 들면 2006년도에 12월에 교부한 국고보조금이 건설교통부의 2921억, 농림부의 2004억, 행정자치부의 1185억 등 9183억에 달했다. 이렇게 12월에 ‘밀어내기식’ 국고보조를 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집행을 다음 연도로 넘겨야 하고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이 될 수밖에 없다.

2008년 2월 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민세금 1원도 소중하다’는 예산낭비사례 분석 자료집을 내놓았다. 이 자료집은 예산낭비 유형 다섯 번째로 ‘국고보조금 및 출연금 관리 잘못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들고 있는데 ‘국고보조금 신청서류의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신청대로 지급’, ‘일선 현장의 사업여건이나 집행실적 등을 도외시한 채 종전 방식대로 지원하여 사업부진과 자금사장 초래’와 관련한 여러 사례를 들고 있다. 여기 나오는 예산낭비사례들은 감사원이 결산 감사등을 통해 최근 몇 년 간 모은 사례들이다.

한 마디로 하늘 아래 새로운 낭비는 없다. 비슷한 예산낭비 사례가 지적되고 비슷한 대책이 세워지고 또 몇 년 후 조사하면 역시 비슷한 예산낭비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 뫼비우스의 띠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는 국고보조금 사업은 과감하게 예산삭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국고보조금 낭비 사례가 심한 곳은 담당 책임자와 간부를 징계해야 한다. 감사원이 발표한 국고보조금 예산 낭비 사례를 보면 이건 예산낭비가 아니라 직무유기나 배임에 가까운 사례들도 많다. 춘추전국 시대 이래 상벌은 공직 사회를 규율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감사원과 정부는 주의나 시정 같은 미지근한 조치 말고 과감하게 징계를 요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공무원이 징계를 겁내 복지부동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사람이 있다. 규정과 절차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는 것과 복지부동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지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실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고 예산이 없으면 그런 실적을 올릴 수 없다. 엄격하게 예산관리를 한다 하더라도 예산이 모자라 일 못하겠다고 하는 곳은 많다.

정부 중앙부처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 규모는 2004년 12.7조 원에서 2008년 23.7조 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고보조금은 2008년 당초 지방자치단체 예산 124.9 조 원의 18.9%라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재정집행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나라 돈을 마구 풀고 있지만 그런 효과를 보려면 예산낭비를 막는 밑바닥 토대부터 다져야 한다.

”사용자 정광모는 부산에서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10여년 일하며 이혼 소송을 많이 겪었다. 아이까지 낳은 부부라도 헤어질 때면 원수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인생무상을 절감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국록을 축내다 미안한 마음에 『또 파? 눈 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란 예산비평서를 냈다. 희망제작소에서 공공재정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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