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미국 비영리단체 Project for Public Spaces (PPS)의 대표 프레드 켄트와 부대표  케시 매이든(Kathy Madden)은 지난 12월 7일 희망제작소를 찾아  ‘Placemaking: creating the city of the future’란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PPS는 1975년에 설립됐으며 35년에 걸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지역사회의 공공 공간을 공동체 형성에 적합한 인간친화적이며 활력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이 날 세미나와 함께 희망제작소와 PPS는 파트너십 형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디자인보다 중요한 것

흔히 좋은 장소를 생각할 때 우리는 어떤 것을 떠올릴까요? 디자인이 아름답고 세련되었거나, 정비가 잘 되어 있는 장소를 생각하기 쉽습니다. 프레드 켄트는 정말 좋은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고, 서로 교류하고, 활동범위가 넓어진다고 합니다. 즉, ‘살아있는’ 공간입니다. 그런 면에서 단순한 ‘디자인’보다 ‘장소의 창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어느 공원이 빼어난 디자인 감각을 바탕으로 조성되었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이 장소를 많이 찾지 않고, 공원 안에서 특별한 활동에 참여하거나 관여하지 않는다면 ‘진짜’ 살아있는 공간이라고 하기 어려울 겁니다.

프레드 켄트는 많은 활동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벤치의 예를 들었습니다. 어떤 벤치에서는 사람들이 5분 간만 앉아있고, 어떤 벤치에서는 20분이나 머무른다면, 후자가 더 좋은 장소인 셈입니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둘러앉아 상호교류가 발생할 수 있는 벤치를 설계한다면, 그 또한 좋은 장소인 것일테고요. 사람들이 편하게 그 장소에서 먹거나, 쉬거나, 얘기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좋은 공간의 정의였습니다. 어렵거나 막연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느껴지는 것들이지요.

프레드 켄트는 바로 지금의 시점이 공공 공간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창조하는 데 적절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보았습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도시를 지역의 자산과 가치 중심으로 재정의하고, 수정해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도시행정 분야 공무원 사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으며, 지역색이 살아있는 주요 지형지물, 건물, 장소를 중심으로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경쟁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핵심적인 개발전략이 ‘공공의 장소’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고요.

뉴욕의 경우도 40년 전만 해도 근린지구의 공동체에 관심을 쏟지 않았고, 도심지역에 인구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근린 공동체를 찾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장소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동유럽, 아르메니아,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PPS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습니다.

장소만들기의 과정을 통해 장소는 그 자신만의 성격과 정체성, 자발적 관리를 달성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그 장소를 소유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장소만들기는 사람들이 직접 리더십을 갖고 공공의 공간을 창조할 수 있게끔 한다는 점에서 “해방 하는 행위”이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며, 사람들에게 진정한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커뮤니티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실행에 옮기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커뮤니티는 이미 자신들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가야할지 모두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레드 켄트는 살아있는 장소가 많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요소를 꼽았습니다. 첫째, 공공의 장소를 중심으로 개발을 촉진하여 전반적인 발전을 이끌고, 둘째, 공공의 영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치’가 프로젝트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것, 셋째, 장소의 자본 (place capital)이 더 큰 목표를 달성하는데 주요한 초점으로서 기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PPS에서 장소만들기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장소를 평가하는 주체인 시민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 들어보도록 할까요?

아이도 알고있다

도시의 근린지구 중 한 장소를, 예를 들어 도로나 공원, 정부 건물, 도서관 등을 생각해보죠. PPS에서는 준비된 다이어그램을 들고 직접 현장에 나가 그 장소를 평가해봅니다. 이것을 장소평가 게임(Place evaluation game) 이라고 하는데, 이 방법을 통해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하나의 장소를 평가해볼 수 있답니다.

평가는 사람들이 그 장소에 대해 느끼는 직관적인 감정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누가 평가하는 가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한 공무원은 어떤 거리에 대해 시에서 2000만 달러를 투자해서 만든 아주 훌륭한 거리라고 평가한 반면, 한 어린아이는  도로를 건너갈 수 없게 되어 있어 엉망이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직관적인 느낌을 작성한 후에는, 객관적인 데이터 자료를 이용해 그러한 느낌의 중요성과 유효성을 판단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직관적인 느낌과 데이터의 연결, 이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0의 힘

PPS에서 사용하는 장소만들기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10의 힘(The Power of Ten)’이 있습니다.

이는 일정한 장소를 생각해 볼 때, 10개의 주요 지점으로 나누어 판단하는 것으로, 좋은 도시에서는 어디에서나 10개 이상의 주요 지점을 찾을 수 있고, 각각의 지점들에서도 다시 10개의 지점이나 활동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장소를 쪼개어 생각하면 매우 구체적이고 인간적인 규모에서 특정 장소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벤치, 버스 정류장, 음식점,  선술집 등이 그런 지점의 예입니다. 더불어 사람에게 친숙한 공간  단위로 사유 대상이 쪼개지기 때문에, 사람들의 참여방안이나 아이디어를 결부시키기도 쉬어집니다.  

PPS는 이런 방식으로 싱가포르와 피츠버그에서 쉽고 간편하게 공공장소를 조사하고 계획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프레드 켄트는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남대문을 찾았을 때에도 거의 500개 이상의 주요 지점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면서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공공 장소로서 새롭게 정의된 곳이라고 해서 꼭 규모가 크거나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작은 지점들에 The Power of Ten을 적용함으로써 소소한 변화만으로도 도시의 주요한 공공 장소로 바뀔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10의 힘’이 대단한 것 같네요.

PPS에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멘토, 미국의 도시계획가 윌리엄 화이트(William H. Whyte)는 1980년대에 발간한 ‘The social life of small urban spaces’ 란 책에서 교외지역의 무분별한 확장과 사회적인 공간, 사람들의 상호작용 등을 다루면서 미국 사회의 도시 정책 경향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고 합니다.

“빈 벽은 단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며, 인류보다 건축의 우위를, 개인보다 건물의 우월함을 선언하고 있다. Blank walls are an end in themselves. they declare the supremacy of architecture over humanity, of a building over a person)”

서울의 마천루와 초고층빌딩 숲에서도 건축이나 건물보다 사람이 우위에 있는, 그런 도시발전을 꿈꿔봅니다.

글_ 뿌리센터 민지혜 인턴연구원
정리_ 뿌리센터 한선경 연구원 (alreadyi@makehope.org)

  • 2makehopes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