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1년 5월 27일, 행복설계아카데미(행설아) 3주년 기념 포럼을 변산공동체에서 진행했습니다.  아침 나절 세차게 내리던 비가 개어 아주 상쾌한 날씨입니다. ‘변산공동체학교’를 찾아가는 길가에 보리밭이 펼쳐져 있고, 병풍처럼 둘러친 산자락엔 산안개가 한가로이 바람결에 흘러갑니다.

”사용자
“저것이 보리냐, 밀이냐?”

행설아 회원분들 사이에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밀이 좀 더 길고 보리가 맞다네요.
시골 길에 나서면 유년 시절을 시골서 보낸 분이 왕초 선생님입니다.
주변 밭작물과 나무들을 꿰뚫으시니까요

십여 분을 걸어 ‘변산공동체학교’에 들어섰습니다.
이층 벽돌집이 보이고 주변에 자그마한 농가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희정(43세) 교장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네요.
우리는 넓은 방에 둘러앉아 자유롭게 묻고 대답합니다.

“저희 학교는 국어, 농업, 근현대사, 여성학이 필수과목이고, 나머지는 선택입니다. 입시교육을 전혀 하지 않으니 아이들이 훨씬 밝게 잘 지내죠.  입학 면접을 할 때 입시 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는다고 알려드립니다. 수업료가 전혀 없어 부담도 없고요. 우리 공동체는 농사가 기본입니다. 여기 농사짓는 분 계세요?  제일 힘든 일이 무엇이죠?”

”사용자김 교장님이 스스럼없이 친숙하게 묻고 들려줍니다. 5분 만에 낯선 집에 온 쑥스러움이 사라지고 모두 호기심어린 눈을 반짝입니다.

“저희는 95년 출발할 때부터 원칙을 세웠습니다. ‘주곡 중심으로 심는다’, ‘농약, 화학비료는 전혀 쓰지 않는다’ 등 이에요. 비닐도 쓰지 않습니다. 유기농업 하다보면 제일 힘든 게 풀매기죠. 농사 처음 지으면 4월까지는 자신감이 넘칩니다. 7월 장마 시작하면서 풀이 감당하기 힘들어집니다. 하하하. 저희는 공장형 축분도 쓰지 않습니다. 화장실 인분을 쌀겨와 깻묵을 이용하여 발효시키죠. 가축은 소 한 마리와 닭을 키우는데 사료를 먹이지 않습니다. 이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이유는 오일피크 시대에 다음 세대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농촌에서 자신이 먹을 걸 자신이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 손으로 하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모내기도 손으로 다 심습니다. 70마지기 정도를 아이들과 함께 짓죠.”

공동체 식구들 문제를 내 문제로 생각하니 대화가 쉽게 이어집니다.

“농촌에서 혼자 농사 짓고 살기는 힘듭니다. 더구나 농사 경험이 전혀 없으면 더 힘들죠. 공동체 장점 중 하나가 여기 들어와 농사 경험을 익히고 나가서 독립 살림을 이룰 수 있다는 거죠. 지금까지 독립한 가구가 열 가구가 넘어요. 농촌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분들이 여기서 농사를 익히고, 여기서 짝을 이루고 자신감이 생기면 독립합니다. 저는 이 안에서 사는 게 행복하니까 이 안에서 살고요. 여기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아이들 교육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고민하고 ‘농촌에서 살 수 있는 아이로 키우자’라는 뜻을 모아 공동체학교를 세웠지요.”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사는데 돈 욕심이 나지 않을까.

“여기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되니까 별로 들지 않아요. 우리 아주 단순하게 살거든요.”

그럼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은 어떻게 풀까, 다른 농가에 비해 일의 강도는 얼만큼일까, 적응 못해서 나가시는 분이 있는가, 호기심이 질문으로 꼬리를 이어갑니다.

“문화생활은 살면서 일하고 나눕니다. 일은 설렁설렁 합니다. 하하하. 일반 농가에서 8시간 일한다면 우리는 5시간 정도 일하죠. 먹는 시간이 많거든요. 하루 세 끼에 새참이 두 번이에요. 그런데도 신기하게 남자들 살이 빠집니다. 100Kg 몸무게 학생이 한 달 사이에 15Kg이 빠지더라고요. 저희 식생활이 밥을 많이 먹고 고기는 가뭄에 콩 나듯이 먹습니다. 인스턴트 식품을 전혀 먹지 않고…. 다들 움직이니까 부지런히 움직여야죠. 컴퓨터가 없으니 앉아 있을 시간이 없어 살이 빠지는 거 같아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입니다. TV나 컴퓨터 없이 일상을 보낸 적이 언제였던가. 어디선가 질문을 던집니다. 주말엔 노나요?

 “주말에 풀이 안자라면 놀죠. 하하하. 여기는 생활공동체입니다. 농사 일이 11월이면 다 끝납니다. 12월부터 3월까지 쉬니까 오히려 개인 시간이 많죠.”

일반적인 잣대로 던지는 질문에 웃으시며 쉽게 대답하십니다.
특수작물을 하면 수확이 많이 나올텐데요….

“제철 음식을 먹어야 철이 드는데 요즘 사람들은 제철 아닌 음식을 먹어서 철이 안 들죠. 하하하.”

즉각 시원스레 일러주는 말씀에 철학이 들어 있습니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개인마다 일하는 능력이 다를 텐데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궁금하고, 독립할 때 살림자금을 떼어주는지도 궁금합니다. 공동체 분들은 날마다 작업회의를 연다는군요. 표결보다는 의견을 조율하고 그래도 결정이 어려우면 농경사회에서 최고령 어른이 의사결정을 하듯, 가장 오래 공동체 생활을 하신 분이 결정을 하신답니다.

”사용자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또 궁금해집니다.

“여자분들이 공동체에서 누리는 게 더 많아요. 식사 당번이 남녀 구분 없이 돌아가니까요. 한 달에 여섯 번 정도만 맡으면 됩니다. 아이 키우기도 해결됩니다. 서로 봐주기고 하고 조금 자라면 아이들과 뛰어 다니며 노니까요. 중학교 이상이면 무조건 기숙사에 들어갑니다.”

모든 주부들의 고민거리인 가사부담, 육아부담에서 해방되다니….
어느 회원분이 “지금 시각이 오후 새참 시간인데 준비 안하십니까?”물으니

 “비 오는 날은 참이 없어요. 하하하.” 또 다시 시원스레 대답이 돌아옵니다.

농사지으러 온 사람들이기에 컴퓨터 관리할 사람이 없어 인터넷 사이트도 없는 공동체.
단순하게 일하고 단순하게 산다고 말하시면서 또 ‘하하하’ 웃습니다
“밭에 앉아 풀 매는데 오만가지 생각한다고 풀이 매지나요?”.
여기서 살다 보니 정말 단순해진다고 하시네요.

김 교장님은 공동체 시스템 안에서는 사회나 국가의 시스템이 끊어져도 살아갈 수 있다고 하시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내가 행복하게 살자’는 생각으로 삽니다. 저도 도시에서 살다가 행복하지 않으니까 여기 왔고 현재 행복합니다. 나 혼자 일하고 사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일하니 즐겁고….  아이들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행복하게 산다고 깨달았고요. 실제로 도시 부적응 아이들이 와서 행복하게 삽니다. 사람의 소유욕도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도시 경쟁사회에서 자라면 경쟁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거죠. 여기선 경쟁이 아니어도 소박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죠.”

변산 공동체에서 합정동 ‘문턱없는 밥집’을 운영합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착한 가격으로 재료를 공급하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자신의 몸뚱이 하나로 먹고 사는 분들이 정작 건강도 챙기지 못하고, 유기농산물을 사먹을 여유도 없으니 기회를 주자는 취지랍니다. 아무래도 다음 행설아 모임을 그곳에서 가져야 할까봅니다.

공동체 식구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을 구입할 시간입니다. 투박하지만, 정직하게 농사지은 각종 농산물을 한 아름씩 사 들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공동체 경험을 하실 분은 무조건 3박4일을 묵으며 함께 일을 해야한다는군요.

”사용자이제 날씨가 완전히 맑아졌습니다. 투명한 하늘 아래서 깨끗한 공기를 흠뻑 받아들이며 변산 바닷가로 이동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고정 관념을 지니고 살고 있는지 깨달으면서요.

글_정인숙 (해피리포터ㆍ행복설계카데미 5기)
사진_시니어사회공헌센터 김돈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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