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1970년대 초 독일 프라이부르크 근교 뷜에 핵 발전소 건설이 계획되면서 반대 투쟁이 일어났다. (이 반대 투쟁은 녹색대안운동의 기원이 된다.) 핵 발전소 반대 투쟁과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프라이부르크 시 의회는 핵 에너지를 탈피하고 솔라에너지를 주요 에너지로 사용하기로 합의하고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프라이부르크는 생태학과 경제학이 조화를 이룬 도시로 불리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환경과 경제 이야기

프라이부르크는 단순히 환경만을 생각하는 도시가 아니다. 환경 보전과 더불어 녹색시장을 성장시키면서 지속가능한 경제와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로마클럽(Club of Rome)은 “미래의 시장은 녹색이다.”라고 예언한 바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의학, 바이오기술과 함께 환경·환경산업을 주요 학문으로 하며, 1만 2천여 명이 환경산업과 연관된 2천 개의 일터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솔라산업과 솔라연구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프라우언호프 태양에너지시스템 연구소(ISE)와 국제태양에너지학회(ISES), 그리고 Solar-factory, Concentrix Solar GmbH, SolarMarkt AG와 같은 기업들, 이밖에 하청업체들과 서비스업체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테크놀러지파크(Solar Info Center)에 자리 잡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주요 환경정책 중 하나는 교통정책이다. 대중교통 확대와 편안한 보행공간 확보를 위해서, 운행 횟수와 승차감을 높인 현대적인 전차시스템으로 거의 모든 시 구역을 연결했다. 이로 인해 주민의 65%가 전차역이 가까운 곳에서 살게 되었다. 또한 500km의 자전거 도로망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중심 시가지 대부분이 보행자 전용공간으로 정해져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프라이부르크 시 거주자의 90%는 자동차가 시속 30km 이하로 운행하는 구역에 살게 되었다. 매우 고요하고 평온한 도시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도시의 이미지는 그 도시의 경제력과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매력요소이다. 프라이부르크는 솔라테크닉, 교통정책, 환경과 기후 보호와 같은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이는 국제박람회 개최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방문으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군부대가 주둔하던 곳이 생태마을이 되기까지

프라이부르크에 새롭게 조성된 주택지인 리젤펠트마을과 보방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기후 중립 도시로 설계된 친환경생태지역으로 매우 유명하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생태마을 만들기에 나선 보방마을은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

보방마을은 1990년 초까지 프랑스군(연합군)이 주둔했던 군부대가 있던 지역이다. 독일이 통일되면서 프랑스군이 철군하게 되었고, 이 지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 주민들이 모여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프라이부르크 시내 및 보방 지역 주민들은 행정기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그리고 행정이 이를 받아들여서 생태주거지역으로 재탄생될 수 있었다.

보방마을은 인구밀도를 유지하기 위해(대중교통 설치 가능 목적) 단독주택 건설을 제한하고, 다세대주택 형태로 주택을 건설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라 불리는 건축으로도 유명하다. 이를 보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 건축가가 방문하고 있다.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보방마을이 공동체가 함께 사는 지역이라는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보방마을 주민들은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수 있는 마을을 원했다. 집의 전체 면적보다는  단위 면적당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과 도시의 통합적인 기능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이를 실현시켜 줄 건축가를 직접 찾아 집을 지었고, 자신들의 요구를 행정이 들어주지 않을 때는 자치권을 더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차 없는 마을

보방마을 주민들은 휴양지 같은 편안한 공간,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마을에서 살기를 원했다. 이런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자동차 통행을 막아야 되고, 녹지가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공용주차장을 마을 입구에 별도로 만들었다. 마을 안에 차가 다니지 않아서 주민들은 안심하고 걸어 다닐 수 있다. 잠시 짐을 내릴 때는 집 앞에 주차를 할 수 있지만, 보방마을 사람들은 모두 공용주차장에 차를 주차해야 한다. 주민들의 제안으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카 쉐어링도 실시하고 있다.  물론 대중교통도 잘 되어 있다. 마을 안에는 노면전차 정거장이 3개 있는데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350m 이내에 노면전차 정거장을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용자

행정을 움직인 주민의 힘

보방마을은 주민들의 참여로 만든 생태마을로 인정받아, 1996년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엔 정주회의 해비타트Ⅱ에서 ‘모범적인 시민참여와 시민과 시가 협력한 계획 프로세스의 예 보방생태주거단지’로 소개되었으며, 2002년에는 ‘가장 우수한 사례’로 선정되었다. 또한 ‘Green City, Green Life’라는 주제로 중국 상하이 세계도시엑스포에 프라이부르크를 대표해 초청되었다.

보방마을의 주민 참여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건물이 있다. ‘하우스 037’이다. 이곳은 주민 참여로 쟁취한 시민회관이다. 원래 프랑스군의 카지노로 이용되던 곳인데,  1992년 프랑스군 철수 후 주지(SUSI, 주민모임)의 공동식당과 유치원 등으로 임시 사용되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이곳을 계속 사용하는 것을 정부가 동의하지 않았고,  시민회관 건립을 둘러싸고 15년간 보방 주민과 시당국, 시 의회(보수당) 측에서 논란을 벌였다. 결국 유아교육시설의 필요성 등이 받아들여지면서, 현재(2007년 전면 개축) 유아교육시설, 시민회관 등 보방 마을의 중심센터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용자

보방마을이 조성되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 조직과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했다. 아래 그림은 보방마을이 조성될 당시, 다양한 관계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참여했던 모습이다.

행정은 주민 참여의 길을 열어야 한다. 주민이 느끼는 삶의 질이란, 지구환경, 온실가스, 기후변화 같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학교나 매일 장을 보는 곳 같이 쉽게 접하는 곳을 살기 좋게 만들어야 주민이 느끼는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진다.

보방마을의 기본, 소셜 에콜로지

보방마을은 ‘소셜 에콜로지 주택지’라는 개념을 기본으로 조성되었다. 이 개념은 주민 60인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고, 지금은 독일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소셜 에콜로지라는 용어는 서독의 수도였던 본에서 녹색당 담당 연방사무직원으로 일했던 뤼프케(보방생태주거단지 사업의 주요 참여자)와 동료들이 녹색당의 선거 전에 만든 것이다. 이 용어와 60인의 주민이 만든 소셜 에콜로지 주택지 개념과 구상이 보방마을의 조성과 운영에 대부분 반영되었다.

소셜 에콜로지 주택지의 주된 내용은 생태, 사회복지, 경제 개념을 담은 삶의 질을 생각하는 공동체성이다. 생태적 개념으로 군부대가 주둔하던 시절부터 있었던 60년생 가로수를 한 그루도 베지 않는 녹지의 유지와 보호, 환경을 배려한 자재를 사용하는 생태적 건물 짓기, 빗물과 생활배수 재이용과 투수율 높이기, 차 없는 주택지를 만들고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생활환경을 만들었다.

사회복지 개념으로 시 당국이 주도하는 사회복지주택이 아니라 풀뿌리로부터 발생한 자발적인 저가격 주택을 구상했다. 여성을 배려한 계획과 건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시설의 확충, 어린이를 배려한 설계, 자발적 조직에 의한 문화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장소 확보 등으로 구성되었다.

경제 개념으로 주택지 내에 은행이나 외부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융자 시스템을 만들어 투기와 관련된 토지 취득이나 임대 및 분양주택의 건설을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재택근무나 잡 셰어링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직장 제공을 촉진했으며, 인접지역의 미래형 상공업(예: 태양열 집열판 설치 업자, 고 기밀주택 설계회사, 가전수리공장, 재활용업자 등) 유치를 도모했다. 그리고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건축자재나 자원, 식품 등은 글로벌 시장이 아닌 지역 시장에서 얻도록 했다.

효율화+a 주택지라는 개념은 매우 특별하다. (효율화가 아닌) 물질 이외의 것으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주택지를 만들자라는 취지이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과 주택지가 일체화되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질:퀄러티(quality)’과 ‘미:에스테틱(aesthetic)’로 담은 주택지 조성을 지향한다. 돈이 아닌 애착심, 성취감을 만들고 주민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주택지를 꿈꾸며 만든다.

마무리하며

이 모든 과정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행정을 설득하면서 이룬 것은 매우 감동적인 일이다. 또한 이렇게 주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문화와 사회시스템도 인상적이다. 우리는 언제쯤 ‘집’이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닌 나의 정체성과 일치되는 무엇이 되고, ‘마을’이 애착심과 성취감을 만들고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글_ 홍선 (뿌리센터 센터장 theresa@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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