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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영역에는 딴지쟁이가 많다. 그들은 관성대로 흐르는 사회 인식이나 시스템에 ‘힘’을 가해 변화를 시도한다. 관성이 큰 영역일수록 딴지쟁이들의 쇠고집도 만만찮다. 누군가에게는 불청객일 때가 많아 밀려나는 일도 부지기수지만 멈추지 않는다. 도대체 그들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샘솟는 것일까?

문화예술 영역에도 주목할 만한 딴지쟁이가 있다. 문화예술작업을 통해 지역과 공간, 환경,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안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공공미술프리즘’이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던 청년들이 똘똘 뭉쳐 활보한 것이 10년째다. 강산이 변하는 동안 그들의 딴죽걸기도 확장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공공미술 역사를 새롭게 쓴 단체로 손꼽히고 있으며, 열악한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판에서 자립적 구조를 형성한 몇 안 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 행보는 사회적기업의 정의도 확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DNA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무서운 딴지쟁이다. 그들의 탄생과 현재를 파헤쳐 보기 위해 공공미술프리즘의 유다희 대표를 만났다.


공공미술프리즘은 2003년 7명의 청년 작가들로 시작된 문화예술 단체다. 20대 초, 서울에서 다시 만나 의미 있는 작업을 해 보자던 고향 친구 2명의 약속이 영화처럼 이뤄져 지금까지 지속됐다. 외부 활동과 관계 맺기를 잘하는 한 사람은 대표를, 내성적이면서 꼼꼼한 사람은 사무국장을 맡으며 쿵짝을 맞춰왔다. 유다희 대표와 전유라 사무국장이 그들이다.

오랜 시간 인터뷰를 진행해준 유다희 대표는 대학시절, 누구보다 미술 작업에 열정을 불태우던 미술학도였다. 예술 작업이 시들하게 느껴질 때, 그녀의 열의를 샘솟게 한 것이 바로 공공미술이었다.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던 그녀에게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더불어 유명한 작가뿐만 아니라 젊은 작가들도 공공미술을 시도할 수 있다는 상상이 공공미술 프리즘을 태동하게 했다. 공공미술프리즘이 젊은 작가들과 공공미술을 통해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심을 잡고 있는 근간이 여기에 있다.

”사용자

첫 번째 딴지, 작가 활동의 새로운 판을 열다

배민혜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 이하 ‘배’) : 사람들은 성공의 결과보다 첫 시작을 궁금해한다. 두 분이 결의한 뒤 어떻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가?

유다희 (공공미술프리즘 대표 이하 ‘유’) :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젊은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좁다. 처음에는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프리마켓 작가로 참여하고 대학로 카페에 전시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다 쫒아다녔다. 지금 같은 환경으로 공부하고 시작했으면 못했을 거다. 그냥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하기 전에 20만 원도 채 벌지 못할 정도였다. 둘이 시작한 뒤 끈끈한 멤버가 생겼다. 핵심 멤버 7명 정도였고 자원봉사자들도 많아졌다.

배 : 기억에 남는 첫 프로젝트가 있을 것 같다.

유 : 안산 상록구청 공무원들과 함께 했던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모’ 기회조차도 드문 상황이었다. 되든 안 되는 공모에 신청했는데 선정되어 1,400만 원의 재료비가 생겼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더라. 그런데 즐거움도 잠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해 하루 60통씩 전화를 했다. 예산은 있는 데 공간을 내주는 곳이 없었다. 시청에 전화를 걸면 다들 자기 과 소관이 아니라며 몇 차례 전화를 넘기기만 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때 안산 상록구청 공무원에게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 나와서 채소 장사를 하다가 사회를 바꾸겠다는 목표로 공무원이 된 사람이었다. 담당 과장이 우리 사업에 불만이 많았는데 그걸 다 버텨내 줬다.

우리가 하는 공공미술은 지역 주민이 함께 한다. 70세가 넘은 할머니는 자기가 죽어서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8개월 만삭의 산모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청소년 친구들은 서로의 우정을 위해 열심히 참여한다. 그 작업이 끝난 후 4-5년이 지나서 한 50대 아저씨에게 구구절절한 연락이 왔다. 그분은 ‘그냥 동네 벽화 하나가 생겼구나’하고 늘 지나쳤었다고 했다. 어느 날 너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벽화를 지나던 찰나에 ‘아빠 사랑해’라는 아이의 투박한 글자를 보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힘을 얻어 회사를 다니게 됐다는 사연이었다.

예술가들만이 그리는 것이 아닌, 특정 계층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지역  주민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공공미술프리즘의 메이커다. 한국 공공미술 역사의 첫 시작에 우리가 기록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 : 반면 아쉬웠던 경험도 있을 텐테

유 : 발주처에서 사업의 의미를 모르거나 피해받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릴 때다. 일의 본질은 없어지고 일 그 자체가 되어서 모두가 지치고 고달픈 일이 되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 딴지,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의 자립성을 증명하다

배 : 그렇다면 지금의 공공미술프리즘은 어떤 지향을 갖고 있는가.

유 : 공공미술프리즘의 미션은 크게 3가지다.

1. 지역의 일을 돕는 일(문제 해결)
2. 청년 작가들의 고민을 돕는 일
3.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일

지역에 도움이 되면서도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5-6년간 고민해온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레드툴박스’다. 지역 주민의 공공작업장을 만드는 ‘동네방네 작업장’ 프로젝트, 청소년들에게는 교과로 결합될 수 있는 ‘교과공방’, 인문학적 이야기가 오고가는 ‘이야기 공방’, 전시, 토론, 공방 가게 등 복합적인 동네 놀이터를 형성하는 거다. 이러한 공간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운영 구조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배 : 이곳이 바로 그 첫 시도인가?

유 : 그렇다. 일산 덕이동에서의 경험을 살려 고양시에서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중이다. 고양시 덕이동 패션아울렛은 아파트 단지들이 많이 생기자 대기업의 진출로 상권이 다 죽은 동네다. 공공미술프리즘은 얼어붙은 상권을 살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여 지속가능한 덕이동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공공미술을 통해 상행위 외에도 볼거리, 놀거리를 기획할 계획이다. 600평 부지 중 현재 500평이 남아 있다. 청년 문화 커뮤니티 단체, 예술가 빵집, 연극하는 친구들, 홍대 인디밴드, 사진공방 사진 작가 등 다양한 인프라가 들어올 예정이다.

이미 상인 모임과 아티스트 모임이 형성됐다. 상인들이 모여 함께 교육하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티스트도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역의 여러 네트워크와 함께 상업 활성화를 기획하는 일이 3년 전부터 준비됐다.

사회적기업의 사업 모델로 정착시키기 위한 작업도 병행 중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내부 운영시스템 모델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외부로는 정책을 디자인하는 일도 시행하고 있다.

세 번째 딴지, ‘사회적기업’의 정의를 확장시키다

배 : 한국에서는 취약계층을 고용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기업이라고 정의된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유 : 동네 카페를 만들어서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적기업이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동네 카페와 경쟁만 심화되지 않겠는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사회 기반, 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해 봄으로써 이 시대 사회 변화의 물꼬를 트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거다.

문화예술 단체와 사회적기업은 다르다고 본다. 공공미술프리즘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서라면 우리의 DNA를 바꿀 준비도 되어 있다고 말했다.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사업화 모델을 만들고 수익까지 나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똑똑한 경영자가 되야 가치와 예술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 볼멘 소리를 할 시간이 없었다.

그동안 공공미술프리즘을 잘 운영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지원체계,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본다. 여전히 기존의 질서와 벽을 현실적으로 대면할 때가 있다. 기획자들이 희생하면서 지칠 수밖에 없는 구조. 저가로 인해 결과물도 저하로 나올 수밖에 없는 고질화된 사회 시스템 문제를 깨는 것이 사회적경제를 지원하고 청년을 지원하는 것이 될 거다. 이 전까지는 정권에 대한 운동이었지만, 앞으로의 운동은 사회 기반에 맞서는 일이지 않을까? 사회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거다.

사회적기업가는 그 다음 세대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본다.

인터뷰, 정리_ 배민혜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 jwai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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