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지난 1월 18일, 시흥시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들이 원하는 공공서비스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욕구조사 워크숍 ‘우리가 그리는 살기 좋은 시흥’이 열렸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의 진행으로 시흥시청소년수련관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청소년 35명이 함께했습니다.

지역에 필요한 인프라나 공공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꼼꼼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미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알아보기 위해서 교사 및 청소년 지도사 심층 인터뷰와 청소년 설문조사가 진행되었지만, 이번에는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하여 청소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은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사용자 입장에서 공공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입니다. (참고: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디자인’)

본격적인 워크숍 시작에 앞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어색함을 풀기 위해 서로 인사를 하고 사인을 받는 ‘이름 빙고’ 게임을 했습니다. 강의실에는 웃음을 가득 머금은 인사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나눈 뒤 서비스디자인과 워크숍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청소년들의 눈빛이 게임을 할 때와 달리 금세 진지해졌습니다.

워크숍은 여섯 조로 나누어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자신의 하루를 상세히 기록하고, 무엇이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모인 만큼 일상의 모습도 아쉬운 지점도 다양했습니다.

일상을 찬찬히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학원을 갈 때 이동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보충 수업이 재미 없다.” “연습실이 부족하다.” “시흥에 놀만한 곳이 없다.” 등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각 조에서는 토의를 통해 아쉬운 점을 공유하고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것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나의하루

▲ 나의 하루

주제를 정한 후 각 조는 가상의 인물(페르소나)인 아바타를 만들었습니다. 인기가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배우들의 사진을 직접 골라서 성격과 스타일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했습니다. 상상력이 불을 뿜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바타가 앞서 정한 상황에 놓였을 때를 가정하고, 아바타의 여정을 그려보는 ‘고객여정지도’를 작성해보았습니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아바타에 투영하여 직접 겪었던 어려움을 단계별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풀어놓았습니다.

▲ 아바타 만들기

예를 들어 춤 연습실 부족 문제를 맞닥트린 김보영 아바타는, 춤을 연습할 공간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으로 가깝고 저렴한 연습공간을 찾아 보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서 아파트 주차장과 옥상을 전전합니다. 날씨도 춥고 방해요소도 많아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고 감기까지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문제점의 전후 상황에서 아바타가 느낄 감정을 추측해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가장 어려움이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 고객여정지도 만들기

마지막으로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공감했던 부분에 대해 마인드맵으로 해결책을 찾아보았습니다. 댄스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로 구성되었던 조에서는 연습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학교 교실이나 수련관의 에어로빅 교실 등 오후에 이용하지 않는 공간을 개방하거나, 사설학원들이 늦게까지 연습실을 개방하도록 관에서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 해결방법

놀라운 점은 워크숍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예상보다 매우 현실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댄스동아리 청소년들은 밤에 연습할 곳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청소년 관련 법상 수련시설을 10시 이후에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연습시간 확충을 요구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또,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과연 그런 것에 세금을 쓰겠느냐는 자조적인 비판도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철이 없는 요구’를 하는 청소년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무력하기도 하고, 사회에 요구하기보다 ‘내가 열심히 해서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워크숍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열정이 참 대단했습니다. 춤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은 연습 공간이 부족해 겨울에도 공원이나 옥상에서 새벽까지 춤 연습을 하고, 아침에는 몸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 시간이 넘게 차를 타고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도 있었습니다. 마술을 배우러 선생님을 찾아다니는 청소년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이 모였기 때문인지 각 조마다 재미있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청소년들은 서로의 발표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크게 공감했습니다. 어른들의 눈높이로는 알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청소년들에겐 나이와 같이 나름의 위계질서가 있기 때문에 시설이나 공공서비스를 설계할 때는 이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돈 문제도 중요했습니다. 세상의 물가는 어른들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당이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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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흥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바라는 것들을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청소년들과 워크숍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신 시흥시청소년수련관 담당자님께 감사드립니다. 향후에는 짧은 워크숍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직접 작은 문제라도 개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뿐 아니라, 청소년들 역시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글_ 우성희 (뿌리센터 연구원 sunny02@makehope.org), 이엄지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사진_ 이엄지, 허아람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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