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는 한국일보와 2007년 3월 13일부터 손 잡고 ‘이건 어때요? 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공동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기사는 세 번째 아이디어로 앞으로 1년간 매주 시민분들과 사회와의 소통 판을 벌립니다. 신나시죠? 일상 생활 속의 아이디어나 제안은 저희 희망제작소(3210-3378)나 한국일보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그리고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빙과·술 등 제조일만 달랑 ‘께름칙’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한국일보·희망제작소가 알아봤습니다
표시해도 ‘깨알글씨’ 돋보기 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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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크림·맥주 맛이 영… 유통기한 어딨지?”

유통기한 없이 유통되는 제품은 얼마나 될까. ‘의외로’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빙과류 설탕 소금 얼음 껌 술 등은 제품 포장 겉면에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제조일자 표시로 대체하고 있을 뿐이다. 유통기한이 없는 제품은 조금 과장할 경우 소비자만 모른다면 10년이 지나도 먹고 마실 수 있다는 뜻이다.

식약청과 제조업체에서는 시간이 흘러도 품질 변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제품은 유통기한을 기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흔치는 않겠지만 가게 냉장고 속의 아이스크림이 20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안전성 여부를 떠나 선뜻 집을 소비자는 드물다.

● 유통기한 있어도 알아보기 힘들어

유통기한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불만은 높다. 희망제작소가 지난해 10월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식품 유통기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소비자 4명 중 3명은 식품 구입 때 반드시 유통기한을 확인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제품에 기재된 유통기한을 찾기 어렵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 찾고 싶어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응답자의 72.8%는 유통기한을 눈에 잘 띄는 포장지 윗면 앞쪽에 기재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했다.

식품뿐만 아니다. 주부 김성희(35)씨는 “집에서 쓰는 화장품의 사용기한을 확인할 수 없어 불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화장품은 제조일자만 표기토록 돼있어 사용기한을 알 수 없다. 더구나 화장품 용기에는 제조일자 표시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기재돼 찾기도 힘들다.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포장지와 용기에 사용기한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했지만 면적이 작으면 표기를 생략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따라서 연고 등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사용기한을 전혀 알 수 없는 예가 흔하다.

● 낱개 제품에도 유통기한 표시해야

주류 업체 사이에서 최근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맥주는 유통기한 표기 예외 제품이지만 하이트맥주를 비롯한 국내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음용권장기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제조일자로부터 6개월~1년 이내에 마셔야 가장 깔끔하고 상쾌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안내문을 달아 소비자에게 제품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유통기한을 눈에 띄게 표시한 일부 제품도 호평을 받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제품 포장지 밑면에 유통기한뿐만 아니라 제조일자도 병기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식별하도록 배려했다.

흰색 바탕에 검정색 글씨로 기재된 데다 포장지에 적힌 다른 제품 정보와 비교해 글씨도 크고 색깔도 달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롯데햄에서 만드는 스틱소시지에는 업계 최초로 낱개 제품에 유통기한이 표시됐다. 포장 제품 겉에만 유통기한을 표시해 실제로 소비자들이 포장을 뜯어내고 낱개로 제품을 먹을 때는 유통기한을 알 수 없는 불편함을 해소했다.

● 업체가 자율적으로 나서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아이스크림의 경우 낱개 제품에도 제조일자를 표기토록 지난해 말 고시를 개정했다. 이영희 조사관은 “소비자들 요구가 많아 6개월 동안 유예기간을 둔 뒤 올해 7월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식약청도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유통기한 의무화’ 요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해 유통기한 예외 품목을 가능한 한 모두 없애고 필요하다면 ‘유통기한 필요 없음’ 이라는 문구를 삽입토록 요청했다. 낱개 단위로 포장된 제품은 박스와 개별 제품 모두 유통기한을 표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식약청 이창준 식품안전정책팀장은 “유통기한 표기 명칭, 위치, 글자크기 등을 일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해외 사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년 내에 고시 개정방향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제작소 정기연 연구원은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정보지만 업체가 표기를 소홀히 하고 있다”며 “국가에서 강제 기준을 정할 수도 있지만 업체가 자율적으로 표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입력시간 : 2007/03/26 18: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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