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은 싸움입니다. 비시각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 생활이 그들에게는 하루하루 싸워나가야할 과제인 것이지요. 장애인 주간을 맞아 시각장애인분들의 고충을 전반적으로 짚어보고 그 대안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비장애인들이 일상을 생활하면서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에 맞춰 사회를 디자인해나가고 함께 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車 진입방지 말뚝은 흉기

고무를 덧씌우면 어떨까요
‘장애인 주간’ 시민제안 4… 시각장애인은 이런 게 불편해요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볼라드)들이 서울 종로구 안국동 로터리 인사동 입구에 우뚝 서 있다. 대부분 돌이나 쇠로 된 볼라드는 시각장애인들에겐‘흉기’ 만큼이나 위험하다. 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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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진입 억제용 말뚝(볼라드)에 고무를 덧씌우면 어떨까요?”

시각장애인 전문 라디오방송의 리포터인 양남규(47ㆍ시각장애 1급)씨에게 볼라드는 ‘지뢰’나 다름없다. 16일 퇴근하면서도 서울 서초구 지하철2호선 방배역에서 함지박 사거리 방향의 집까지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었다.

20분 정도 걸리는 이 길에는 네 개의 볼라드가 있는데 이날도 여지없이 두 번이나 부딪쳤다. 무릎과 정강이가 너무 아프다. “또 멍이 들었느냐”고 걱정할 아내가 떠올랐다.

보도와 차도 사이에 자동차 진입을 막기 위해 돌이나 쇠로 박아놓은 볼라드는 그에겐 흉기다. 얼마 전 빗길에 볼라드에 걸려 넘어진 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시각장애인 친구를 생각하면 식은 땀이 흐른다.

그는 “어린이 등도 볼라드에 적지 않게 부딪친다”며 “인도에 차를 들이미는 사람도 없어져야 겠지만 우선은 돌덩이 대신 탄력성 있는 소재로 볼라드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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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시행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은 보행우선구역의 볼라드는 높이 80㎝~100cm, 지름 10㎝~20cm 이내, 말뚝간 간격은 1.5m 이상이 돼야 하고, 재질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재질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탓인지 대부분 시멘트를 사용한다. 시각장애인에게 볼라드 경고 표시를 해주는 노란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다.

건설교통부 이상주 사무관은 “법이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며 “각 지방자치단체도 시각장애인 등을 고려, 보행시설물 설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입력시간 : 2007/04/16 17: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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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이번 주는 ‘장애인 주간’이기도 합니다.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도 이달 초부터 그 동안 접수한 장애인 관련 시민 제안들을 하나하나 검토했습니다.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의 목소리를 먼저 전하기로 했습니다. 4명의 생생한 제안입니다. 개선된다면 시각장애인의 불편과 고통을 크게 덜어 줄 수 있는 일들입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도 19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앞에서 4개의 제안을 힘차게 외치며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버튼 대신 스크린터치 방식 장치들이 점점 늘어나는 데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서울맹학교 점자 교사인 안승준(26ㆍ시각장애 1급)씨는 요즘 은행이나 관공서 문턱이 점점 높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현금인출기(ATM)는 시각장애인들에겐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각종 증명서를 떼는 구청의 무인민원발급기도 마찬가지다. 안씨는 “눌러야 할 버튼이 화면상 그림으로 표시되니 시각장애인으로선 어느 부분에 손을 대야 할지 알 길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기존의 버튼식 ATM도 사실은 쓸 때마다 아슬아슬했다. 은행마다 숫자 등의 배열이 달라서다. 비밀번호를 3회 이상 잘못 입력해 카드를 삼킨 ATM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여러 번이다.

안씨는 “터치스크린 방식도 물론 좋지만 우리들에게는 접근권 자체를 제한하는 것”며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점자를 병기한 버튼식 기기나 음성 안내를 해 주는 기기를 1대씩 만이라도 함께 설치하면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알아봤습니다

금융권도 안씨의 제안을 전해 듣고 ‘적극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 최성일 금융지도팀장은 “현재 금감원의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감독 당국의 지시나 권고보다는 은행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기기 도입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자발적으로 관련 기기 도입을 결정한 은행도 있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6월부터 음성 안내가 되는 ATM 30여대를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점포에 설치키로 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입력시간 : 2007/04/16 17: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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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옥(47ㆍ시각장애인 1급)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 앞에서 반대방향의 횡단보도를 건너 지하철 3호선 대청역을 찾는 데 20분이나 헤맸다. 교통 음향신호기를 울리게 하는 시각장애인용 유도신호 리모콘을 누르자 30~40m 간격으로 떨어진 반대 방향의 두 건널목에서 같은 소리가 울렸기 때문이다.

반대편 건널목으로 건넜어야 하는데 엉뚱한 길로 들어서 막막했다. 되돌아오느라 진땀도 많이 흘렸다. 전씨는”사거리 횡단보도에선 방향에 따라 시간을 두고 다른 소리가 울렸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음향신호가 있는 곳은 그나마 다행이다. 리모콘을 눌러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아 더듬더듬 정확한 횡단보도 위치를 찾아 가보면 버튼구멍이 뻥 뚫린 채 파손돼 있거나 아예 달려있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전씨는 “주위에 사람들이라도 있으면 따라 건너는데 아무도 없으면 자동차 소리만 듣고 10분이든 20분이든 마냥 기다려야 한다”며 “교통 음향신호기가 횡단보도마다 있으면 좋겠지만 우선 설치된 것부터 튼튼하고 고장 안 나게 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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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의 교통 음향신호기는 1만1,944대가 있다. 횡단보도 절반(47%) 정도에 설치돼 있는 셈이다. 설치보다 관리가 더 문제다. 서울시의 경우 전체 4,405개 중 약 1,000여개가 도난 또는 파손된 상태다.

교차로 음향신호는 남녀 목소리로 구분하고 있지만 신호가 동시에 울려 혼동될 우려가 있다.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 대표는 “적극적으로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잦은 고장이나 신호 교란 등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에 음향신호기 인증제 도입을 요청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입력시간 : 2007/04/16 17: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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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음식 무심코 먹을까 늘 겁나요. 저희도 먹거리 유통기한이 알고 싶어요.”

시각장애인청년연합 부회장 오명환(27ㆍ시각장애 1급)씨는 2004년 여름 동네 가게에서 빵을 샀다가 낭패를 봤다. 당연히 괜찮을 거라 여기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맛이 이상했다. 다른 이의 도움으로 확인하니 유통기한이 나흘이나 지난 빵이었다.

오씨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특히 우유나 두부처럼 금방 상하는 먹거리는 시각장애인에겐 두통거리다. 산 뒤 바로 바로 먹어야지 보관했다간 유통기한을 확인 할 수 없어 먹지도 버리지도 못해 난감할 때가 많다.

오씨는 “홀로 사는 이들도 있고 가족이 외출하는 경우도 있어 시각장애인 혼자서도 식품이나 약품의 유통기한은 식별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제품에 적용하는 게 어렵다면 유통기한이 중요한 식품들부터라도 점자로 표시해 주면 어떨까”하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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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하는 제품은 일부 소주와 의약품 등 극소수지만 존재한다. 하지만 유통기한을 점자로 알려주는 제품은 전무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오씨 등의 제안을 받고 논의에 들어갔다. 구체적 방침을 마련한 것은 아니지만 꼭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복지부 장애인정책팀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유통기한 문제가 계속 부각되는 데 공감한다”며 “시각장애인단체, 식약청 등과 유통기간 표시 방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청 관계자도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성 문제로 걸리는 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입력시간 : 2007/04/16 17: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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