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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성의 法 사랑 이야기

화장장 밖이나 사찰에서 화장해도 됩니까?

지난 4월5일 식목일이며 한식날에 있었던 일입니다. 마침 이날은 김수환 추기경님의 추모미사가 용인성직자 묘지에서 거행되는 날이며 우연이지만 불교에서 기념하는 49제에 해당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생존 시 많은 가르침을 주셨는데 돌아가신 후에도 그 그림자가 길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내용인즉, “충청남도 어느 곳의 1만기 정도 규모의 공동묘지가 이전 중인데 충청남도에는 화장장이 홍성군밖에 없어 멀리 떨어진 그곳까지 가야 합니다. 그래서 인근 사찰에 설치한 간이 화장시설이 있는데 그곳에서 화장을 해도 법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동안 추모문화 제도에 관하여 여러 번 글을 쓰고 장사법(장사등에관한법률의 약칭)의 문제점과 대안을 지적하다보니 이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덕분(?)에 이런 질문을 빈번하게 받기는 하지만 막상 눈앞에 벌어진 현실문제에 대해 무어라 답변을 해야 할 지 난감해졌습니다. 필자가 난감해 한 것은 현재 시행중인 장사법(제7조)은 ‘누구든지 화장시설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화장을 금지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사찰 경내에서 다비(茶毘) 의식으로 화장을 하는 경우와 화장시설이 설치되지 아니한 도서지역(島嶼地域)에서 시체를 화장하는 경우에는 화장장 외에서도 화장을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법시행령 제6조)

여기서 심각하게 문제되는 것은 화장장 설치의 가능성 문제입니다. ‘장사법’은 화장장 설치를 신고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형식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국토계획법등 16개 법률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나마도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새로운 시설의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 결과 전국 기초자치단체 230곳 중 47곳에만 설치돼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에도 지역안에는 없고 경기도 고양시에 설치된 벽제 화장장과 성남시 시설을 이용하는데 그 수요가 넘쳐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심지어 화장이 밀려 3일장을 치루지 못하거나 부득이 강원도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기에다 성남시설을 이용하려면 요금 100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

장사법은 왜 국민을 괴롭힙니까?

다시 위의 질문과 관련하여 보면 기존의 묘지를 개장하면서 수습된 유골을 화장하는 것도 신고된 화장장에서만 가능하며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다고 해석됩니다. 그렇다고 인근 사찰에 설치된 간이 화장시설에서 화장을 하는 것은 법이 정한 다비의식과 무관하므로 역시 법에 위반된다고 봅니다. 그전(1998년) 국회에서 매장법을 장사법으로 개정하는 과정에서 잠시 논의된바 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것을 포함하여 일단 현행법에 따른 설명을 해 주는 도리밖에 없어 그대로 설명하면서 앞으로 국회와 정부측에 이런 실정을 설명하겠노라고 말해줬습니다. 그랬더니 ‘그렇다면 법은 국민생활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것인데 왜 국민을 괴롭히고 있느냐?’며 자기뿐 아니라 불교계를 포함한 종교계 인사들도 잘못된 법률로 보고 있다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2007년 6월 유명한 도예가 신정희 선생이 돌아가시자 통도사는 천년고찰의 경내에서 다비장으로 모셨고 2002년에도 하운청 덕성여대 중문과 교수님이 유명을 달리 했을 때에도 그를 위해 다비장을 내준 바 있습니다.[불교신문 2007.6.22] 그렇다면 장사법에서 사찰 내 다비의식 규정은 스님 외 일반 신도들도 다비의식으로 화장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법을 개정하여 사찰(종교시설) 안에 화장시설을 하고 종교행사의 일부로 화장 또는 다비의식에 따라 화장을 하는 것을 불교계에서 공감한다면 화장장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추모문화의 특성은 죽음과 사후관리에 대한 인식과 정서가 법률로 규정해 시행하기보다는 오래동안 전해지는 관습과 종교적 의식에 따르도록 맡기는 것이 더 순리적이고 시행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런 의견을 여러 경로를 통해 국회와 정부측에 전달하기는 했으나 쉽사리 받아지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의료법이나 복지시설 등 큰 과제에 밀려 제대로 검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는 6월이면 음력으로 윤달이 됩니다. 오랜 관습에 따라 묘지를 파 유골을 수습해 화장하는 작업이 전국적으로 벌어질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화장수요를 충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래서 변칙적인 방법이 동원될 것이 뻔합니다. 여러 번 보도된바 있지만, 선인들의유골을 수습하여 드럼통에 넣고 석유불로 태우는 끔찍한 일이 저질러질 것입니다. 법과 정책, 제도의 미비로 일어나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한편에서는 전국의 고속도로는 조상을 찾는 추모행렬로 넘쳐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패륜적인 행위가 벌어져 경건하게 맞아야 하는 한식날이 국민들을 열 받게 하는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의 생각에 따라 법과 정책을 과감히 바꾸면 됩니다

그러면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법과 정책을 국민의 생각에 따라 과감히 바꾸면 됩니다. 그중에는 추모의 정서를 앞세워 혐오성을 배제하여 국민의식을 바꾸는 것도 포함됩니다. 일본의 일부 가정에서 고인의 유골을 집안에 모시는 극단적인 경우는 예외라 하더라도 고인의 유골을 주거지에서 가까운 교회나 사찰에 봉안당이나 자연장으로 모시도록 합니다. 화장장도 화장로 1-2기 정도의 작은 규모로 기초자치단체마다 설치하면 되며 일본의 경우 사설(私設) 화장장이 대부분인 것처럼 법에 정해진 사설화장장을 설치하면 됩니다. 그리고 자치단체에서 대규모 추모시설을 크게 설치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추모시설 자체가 혐오시설임을 인정하고 혐오의식을 조장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망우리묘역에 모셔진 소파 방정환 선생의 묘를 어린이공원에 모시거나 그분의 모교인 서울 미동초등학교의 나무 하나를 골라 수목장으로 모시는 것도 추모문화 발전과 정착에 기여할 것입니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생활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법령에 있는 규제철폐를 주장합니다. 그러면서도 수백년 이어진 전통문화를 외면하고 시행가능성 없는 어설픈 법령을 그대로 두어 국민정서와 생활에 불편을 주고 나아가 국민간의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국회와 정부는 그동안 추모문화제도 게을리 한 것을 인정하고 법령개정에 착수하기 바랍니다. 한식날 열 받은 국민들이 6월의 윤달에 앞으로는 바로 잡아질 것이라는 기대만이라도 할 수 있는지 두고 볼 일입니다.

글_
전기성 (희망제작소 조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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