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시사IN 기자들이 희망제작소가 제안한 천개의 직업 중 일부를 직접 체험하고 작성한 기사를 시사IN과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 동시에 연재합니다. 본 연재기사는 격주로 10회에 걸쳐 소개됩니다.  


체험, 1000개의 직업 (6)  동물보호 활동가

개똥이 이렇게 무거운 줄 처음 알았다. 놀자고 연방 발뒤꿈치를 깨무는 녀석, 펄쩍펄쩍 뛰어올라 똥 묻은 발을 어깨에 걸치는 녀석, 몸 여기저기를 킁킁거리며 냄새 맡는 녀석…. ‘초짜’ 직원인 기자 뒤를 우르르 따르는 개들 사이에서 개똥 치우기를 완수하려면 일단 ‘힘’이 필요했다. 녀석들이 간밤에 견사 여기저기에 봐놓은 대변을 열 마리분만 쓸어 담아도 쓰레받기를 든 팔이 금세 후들거렸다. 치워놓고 돌아서면 마술처럼 새로운 개똥이 놓여 있었다. 

4월4일, 동물보호 활동가 체험을 위해 경기도 포천의 한 유기 동물 보호소를 찾았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운영하는 이 보호소에는 개 250마리와 고양이 50마리가 모여 산다. 품종·색깔·나이·고향이 제각각인 이들 가운데 어느 한 마리 사연 없는 녀석이 없다. 성대가 제거된 뒤 버려져 쇳소리로 짖는 푸들, 투견으로 쓰이다가 귀가 잘린 채 버려진 도사견, 품종 강아지를 출산하는 번식견으로 살다가 늙은 뒤 식용견 농장으로 떠밀려온 코커스패니얼과 차우차우, 몸 절반에 화상을 입은 채 거제도에서 발견된 백구, 폭격 맞은 연평도 주택에서 구조된 골든 리트리버, 평생 ‘식용견 뜬장’(사육용 철창)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땅을 밟아 어기적거리며 걷는 누렁이까지…. 모두가 텔레비전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나 <긴급출동 SOS>의 한 코너 분량쯤은 너끈히 채울 법한 과거사를 지닌 ‘한 많은’ 동물들이다.  
 ”사용자사람 때문에 죽을 고생을 했어도 여전히 사람만 보면 꼬리를 흔드는 이들이 새 주인을 만나 좋은 곳으로 떠나기 전까지, 이 동물들에게 안락한 잠자리와 풍족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게 보호소 직원의 임무이다. 단 하루 체험했을 뿐인데,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견사를 들고 날 때는 재빨리 문을 여닫아야 온 동물들이 흥분하게 되는 ‘탈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물그릇은 번잡한 견사 속에서도 엎어지지 않을 만한 구석진 곳에 두어야 하고, 사료 그릇은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마리당 하나씩 배치해야 ‘밥그릇 싸움’이 나지 않는다. 제 그릇을 차지하지 못하는 약한 녀석은 내실로 이끌어 따로 먹여야 한다. 박금원 보호소장이 미리 알려준 수칙들을 되새기며 상근 직원 다섯 명과 함께 두 차례 동물들의 배설물을 치우고 밥과 물을 주고 나니 한나절이 훌쩍 지났다. 능숙하게 분뇨 수레를 끌던 이재원씨는 “웬만큼 동물을 좋아하지 않으면 이 일을 오래 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4월6일에는 동물보호 활동가의 또 다른 주요 업무인 ‘캠페인’에 참여했다. 동물자유연대가 서울 명동 거리에서 벌인 ‘캐나다 하프 물범으로 만든 건강보조제 오메가3 불매 촉구 캠페인’에 손을 보탰다. 사무국 직원 조영연씨가 흰 마스크를 쓰고 새끼 물범을 때려잡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동안,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시민에게 홍보물을 나눠주거나 나란히 서서 팻말을 들었다. 생소한 광경에 발걸음을 멈춘 시민들은 ‘오메가3와 모피 때문에 생후 90일 이하 물범들이 몽둥이로 맞아 죽는다는 걸 아십니까?’ ‘하프 물범 오일 수입 세계 1위 대한민국’ 같은 문구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일부는 손으로 입을 막고, 일부는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전경옥 동물자유연대 사무국장은 “이 주제로는 두 번째 벌이는 캠페인인데, 다른 캠페인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이라 시민들이 꽤 놀라고 낯설어한다”라고 말했다.
    
”사용자직접 체험한 유기동물 보호나 캠페인 참여 외에도 학대 동물 구조, 입양 상담, 해외 단체와의 교류 및 자료 조사, 동물보호법 개정 추진 등 우리나라에서 동물보호 활동가가 맡은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의 경우 전화로 걸려오는 동물 구조 요청만 하루 20여 건. 구조 담당 활동가가 상근하지만, 이전 보상비를 받기 위해 수백 마리 개를 방치해 굶겨 죽이거나 서로 잡아먹게 한 ‘인천 장수동 개지옥 사건’과, 술에 취한 여성이 고양이를 폭행한 뒤 고층 건물에서 떨어뜨려 죽인 ‘고양이 은비 사건’ 등 심각한 학대 사례만 다루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산 가축을 생매장하던 구제역 사태 때도, 사람이 떠난 섬에 숱한 동물들이 방치됐던 연평도 피격 후에도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나서야 했다.

동물보호 단체 회원 수 급증하는 등 인식 바뀌어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면 “사람 살기도 힘든 세상에 무슨…”이라며 끌끌 혀를 차는 시민들이 여전히 지나가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이 직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확연히 늘었다”라고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말했다. 동물자유연대의 회원 수는 2년 새 10배로 늘었고, 동물사랑실천협회로 들어오는 입양 상담건도 한 달에 서너 건에서 30∼40건으로 증가했다. 예전 입양 신청자들과 달리, 이젠 크고 늙고 장애를 지닌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단다. 

전경옥 사무국장은 동물보호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색다른 눈’을 습득했다고 말했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세상이 약자를 대하는 태도 또한 알게 됐다.” 하지만 점차 개선되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 직업인에게 가장 필요한 게 바로 ‘담력’이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극한 상황을 많이 목격하고 직접 해결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일을 시작했다간 마음만 다친 채 돌아서기 쉽다. 눈앞의 몇 마리 동물에 급급하기보다는, 전체 동물의 권익을 생각하며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침착함을 지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직업은
대부분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단체를 꾸려나가기 때문에 동물보호 활동가 역시 여느 시민·환경단체 활동가처럼 보수와 근무 여건이 열악한 편이다. 동물사랑실천협회의 경우 상근자 월급이 100만~170만원 수준이다. 캠페인이나 구조 업무는 주말·야간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어떻게 시작할까?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 단체에서는 수시로 사무국·보호소 상근 활동가를 채용한다. 시민단체 경험자·운전 가능자·수의학 전공자 등을 우대하지만, 제1 조건은 ‘동물과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시사IN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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