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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G20 석상에서 한국은 경제 및 외교 분야 등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영국, 브라질과 함께 의장국단으로서의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함으로써 과도기적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한층 더 끌어 올리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상견례 격인 오바마 대통령과 깊은 우의를 나타내는 가운데 한미 FTA 및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문제, 아프가니스탄 등에 대한 지원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특히,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 정상의 일치된 견해와 굳건한 한미동맹의 재확인 등은 우리 정부가 바라던 가장 값진 성과일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오바마 신정부 출범과 더불어 제기되던 한미관계의 소원함에 대한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킴과 동시에 향후에도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 국가안보의 확립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다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일간 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북한의 우주물체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는데 견해를 일치시키고 국제사회에서의 긴밀한 공조를 위해 양국이 협력한다는데 합의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해서도 거시경제정책의 공조, 보호무역주의 저지와 부실자산 등에 대한 과감한 정리 등과 같은 경기부양을 위한 구체적 가이드 라인의 설정과 이행 등에서의 양국간 긴밀한 공조에 합의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거둔 성과 이면에는 유감스럽게도 ‘옥의 티’와 같은 부분 또한 없지 않다. 일반적으로 ‘득’이 있으면 ‘실’도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그 ‘실’의 최소화, 또는 ‘실’의 발생 방지를 도모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일 것이다. 이와 관련, 이번 G20에서 개최된 한-미 회담과 한-일 회담을 통해서 우리는 굳건한 ‘한미동맹’ 및 ‘한-미-일 3각 공조체제’의 확인이라는 ‘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소원해지기 시작한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더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실’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중 관계의 불협화음은 한국에 있어서 중국의 ‘존재(presence)’를 고려할 때, 매우 우려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겠지만, 한국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국가이며 북한 문제라는 한국의 국가 안보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국가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런던 G20과 관련하여 중국의 언론 매체는 시시각각 런던 발 축제 분위기 전달에 여념이 없었다. G20에서 보여진 중국의 ‘위상’ 과 중국의 ‘성과’에 대한 보도와 다각적인 분석이 회담장의 다양한 소식과 함께 거의 모든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한 것이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런던 G20 정상회의는 마치 중국을 위한 것이라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의 이와 같은 보도는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 일축하기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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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이나 영국의 왕세자 등을 비롯하여 정상회의에 참가한 적지 않은 정상들이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머문 곳을 찾아가 정상회담을 개최하였으며, 전 세계 각지로부터 들려오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중국의 역할 요청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측의 일방적인 ‘오버액션’ 만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의 언론매체에서는 한-중 정상회담이나 한국과 관련된 보도는 매우 짤막한 사실 보도 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정치와 언론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중국 측의 보도를 분석해보면, 이번 G20에서 중-미 정상회담이나 중-일 정상회담 등 과는 달리 한-중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냉랭함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 관계 발전이나 글로벌 경제위기 대처 등의 분야에서는 원칙적인 공감대가 있었지만, 대북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양국 사이의 견해나 인식상의 괴리가 새삼 확인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후진타오 주석은 이명박 대통령의 “한중 양국간 무역거래가 줄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말에 “한중 양국간 경제 무역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적 함의마저 제시하였다.

사실, 중국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중국의 대한 인식은 악화일로에 있다 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류(韓流)니 한류(寒流)니 하던 중국이었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한류(韓流)건 부정적인 한류(寒流)건 이 모두 시기와 질투, 즉 관심과 동경을 의미하는 것이 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 내 대한 이미지는 반한(反韓)을 거쳐 무한(無韓, 한국 무시)과 응한(應韓, 한국이 행하는 만큼 응대한다)으로, 더 나아가서는 보한(報韓, 한국에 보복한다)으로까지 치달을 것 같다 우려된다.

중국 내 크고 작은 언론매체를 통해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한국에 대한 직간접적인 비판적 보도와 이를 접하는 중국 민심의 대한 인식 이반은 중국 내 한국인들의 생활에도 점차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민심의 척도라고 일컬어 지는 중국 택시 기사들은 오랜 ‘단골’ 일본에 대한 비아냥과 비난에서 벗어나 타깃을 한국으로 삼기 시작했다.

한국인이 거주지 등을 임대할 때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 많은 보증금을 요구당하는 일도 등장하게 되었다. 중국 진출 한국인?한국기업 또한 기업 설립 등의 과정에서 ‘한국 역(逆)프리미엄’을 요구당하기에 이르렀으니, 이 상태로라면 향후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인?한국기업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계속해서 파급될 것 같아 여간 우려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이 왜, 어떻게 해서 그들의 이웃이며 세계 무대에서 그 위상이 작지 않은 한국에 대해 이렇게 등을 돌리고 말았을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 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직접 생활하며 느껴지는 원인 중의 하나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로 알 수 있듯,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속성을 적확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칠 정도로 미?일만 중시” 해 온 한국의 외교정책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한미동맹’ 및 ‘한미일 3각 공조’의 강화를 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다양한 반박논리를 대며 부정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다고 해서 엄연한 사실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의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국가안보를 위한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수단은 목표를 위해 부득이 할 때는 적절하게 수정되고 보완될 필요도 있다. 더욱이 여하한 이유에서건 그 수단의 부적절성으로 말미암아 궁극적 목표에 ‘득’만큼의 ‘실’이 초래되거나, 또는 ‘득’ 이상의 ‘실’이 초래될 우려가 있을 때는 그 수단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이나 수정, 혹은 그 이상 가는 조치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현재 우리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취하고 있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 체제는 시의적절하게 분석되고 효율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 같다. 우리 정부의 의도나 혹은 우리 사회 일부 전문가들의 ‘터무니 없는 소리’라는 일축과는 무관하게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만 중시하는 한국에게 무슨 정이 있겠는가.” 며 한국에 등을 돌리고 그 속에서 점점 더 악화되어 가는 한-중 관계 냉각일로의 ‘현실’을 더 이상 도외시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급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경계도 등한시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중국의 또 다른 측면, 즉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국가안보와 경제적 번영에 있어 그 중요도를 계속해서 높여 가고 있는 중국과의 긍정적인 교류에 더 이상의 장애가 초래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이번 런던에서의 G20 정상회의를 중국 측에게는 지나칠 정도라 비춰지는 ‘미?일 중시 외교정책’과 ‘한미동맹’, ‘한미일 3각 공조’의 득과 실 등에 대해 전 방위적으로 다시 한번 성찰해 보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 이들로 인해 빚어지는 부정적 작용 등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히 연구하고 분석함으로써 지금부터라도 ‘실’의 최소화에 적극 나서라는 자각을 위한 옥의 티를 선사한 자리로 삼도록 하자. 우리의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정책기조 설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있어 한-미 관계나 한-일 관계가 중요한 만큼, 한-중 관계도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본문은 <미래전략연구원(4월10일자)>에 기고한 내용을 다소 첨삭하여 작성한 것임)

글_우수근

우수근은 한국출신 ‘아시아인’임을 자처한다. 일본유학(게이오(慶應義塾) 대학 대학원) 중에 아시아를 자각했고, 미국유학(University of Minnesota, 로스쿨(LL.M)) 중에 아시아를 고민하다가, 중국유학(화동사범(華東師範) 대학, 법학박사) 중에 아시아인이 되었다. 좀 더 열린 마음과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국내외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자고 외치는 그는 현재 중국 상하이 동화(東華)대학교 외래교수(外敎)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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