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학벌사회>

해피시니어 프로젝트는 전문성있는 은퇴자들에게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 에 참여해 사회공익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NPO·NGO에는 은퇴자들의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기구의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희망제작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학생 시민기자단 ‘해피리포터’들이 은퇴자와 시민들에게 한국사회의 다양한 NPO·NGO 단체를 소개하는 코너가 바로 ‘해피리포트’입니다. <편집자 주>
“사실 한국처럼 평등 논리가 약한 나라도 없다.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저 속으로만 말한다. “억울하면 출세해야지!” 그렇다. 그런 노래도 있었잖은가. 억울하면 출세하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그걸 정면에 나서서 바로 잡을 생각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걸 피해가면서 앞으론 그런 억울한 일을 막아낼 수 있는 힘을 키우려고만 한다.” – 강준만, 『서울대의 나라』 중에서

“저기…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

한국사회에서 학벌에 관한 질문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 사회엔 학벌에 한이 맺힌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 ‘한’을 다들 어떻게 풀고 있는가. 뒤늦게라도 대학에 입학하거나 더 ‘나은’ 대학에 편입을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자식이라도 좋은 대학에 보내려 안간힘을 쓴다.

이 ‘한 풀기 방식’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학벌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바꾸려 하지 않은 채 그저 현실에 적응해 살아가려 하는 것이다. 학벌사회가 문제고 이를 바꿔야 한다는 의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학벌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만큼이나 무모하다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 ‘낙숫물로 바위를 뚫겠다’는 사람들이 모였다. 바로 <학벌 없는 사회>의 회원들이다. 지난 2000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햇수로 8년째 2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매월 월례토론회를 통해 학벌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토론한다. 지난 7월 16일에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을 초청해 ‘대선 예비주자 초청 교육정책 강연 토론회’도 열었다. 물론 꾸준히 성명을 발표하여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학벌사회는 차별을 낳는다

<학벌 없는 사회>는 크게 여섯 가지 활동이념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립대 무상 평준화, 서울대 학문 권력분리, 대학입학제도 전면수정, 학벌권력독점금지, 대학의 연구교육 정상화, 교육행정체제개혁’ 등이 그것이다. 그 중 ‘국립대 무상 평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것이 대학 서열화를 깨뜨릴 수 있는 핵심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학서열화가 우리의 교육을 돌이킬 수 없이 황폐화시킨다고 말한다. 또한 폐쇄적인 학벌의식은 우리를 자기도 모르는 새 학벌이기주의에 빠져들게 한다고 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더 생생하게 들어볼 순 없을까. 혼자 사무실을 지키며 <학벌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종횡무진 뛰고 있는 하재근 사무처장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요즘 각종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 덕분에 쉴 틈이 일정이 잡혀있다. 시간을 조율하고 조율한 끝에, 저녁 7시 반이 되어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 내용이 사뭇 도발적인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의 말 속에는 학벌 없는 사회의 지향과 활동이 그대로 녹아 있다.

<학벌 없는 사회>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곳인가요?
“단체 이름에서 보이듯이 학벌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의지로 만든 모임이지요. 그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중점적으로 이루려 하는 부분은 ‘대학 평준화’입니다. 교육은 ‘빨갱이스럽게’ 해야 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교육만큼은 철저하게 국가의 통제 아래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먼저 국립대부터 평준화 시킨 다음, 사립대 재정을 몰수해 사립대도 평준화해야 합니다. 대학 서열화로 인해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입시 기계’로 길러지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은 ‘간판 따기’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중,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되고 대학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 대학 서열화를 깨는 것은 필수입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발전합니다.”

그렇다면, 다들 학벌사회가 문제라는 건 인식하고 있는데 왜 바꾸려고 하지 않는 걸까요?
“대한민국 국민은 노예입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노예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죠. 이것이 문제입니다. 강남 특목고 출신의 아이들이 일류대 학벌을 차치해 사회에 나가 지배층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학벌사회를 바꾸지 않는 한 악순환은 반복될 뿐입니다. 먼저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들이 ‘노예’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바꾸려 해야 합니다.”

현재 단체의 활동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고정적으로 나오시는 분은 20여명 정도입니다. 저는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이 일에만 몸담고 있습니다. 홍세화 선생님 아시죠? 그 분께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사회적 이슈 정도로 보나, 운동단체로 보나 생각보다 적은 인원인데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순 없을까요?
“저희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이번 겨울에 집회를 기획중인데 한 100만명의 시민들이 모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웃음) 가을에 출판하는 걸 목표로 해서 제가 책도 한 권 쓰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의 이념이 조금 낯섭니다. 거부감을 보이는 분들도 있구요. 대학이 평준화 되면 일단 손해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거든요.”

저도 단체의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과연 될까?’라는 의문은 계속 남거든요. 대학 평준화 얘기 나올 때 마다 프랑스의 사례가 나오는데 우리 실정엔 과연 맞을까 싶기도 하구요. 아마 이런 생각 때문에 쉽사리 동참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물론 ‘대학 평준화’를 포기하고 좀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 소수의 인원이나마 굳은 신념을 가지고 우리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알리려 하고 있습니다.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지금이 우리 단체에 있어 바로 그런 때가 아닌가 합니다.”

<학벌 없는 사회> 홈페이지에 있는 ‘안티 학벌 선언’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학벌 없는 사회>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학벌에 따른 차별과 단절을 타파하기 위한 운동입니다. 우리는 마음의 선량함과 성실함이 개인을 위해서나 나라 전체를 위해 가장 가치있는 미덕이며, 사람의 탁월함은 획일적인 시험에서의 우수함이 아니라 자기만의 개성적 소질을 계발함으로써 온전히 발휘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이 출신학교를 따지지 않고 오직 가슴에 품은 뜻과 같이 추구하는 일을 통해 만날 수 있을 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참된 만남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비록 작은 날개짓일 지라도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혜영_해피리포터]

학벌없는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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