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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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격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을 발행합니다. 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서대문형무소 터가 있는 곳이자 8개의 대학이 있어서 젊음이 넘치는 곳, 새로운 대학문화의 부활, 르네상스를 꿈꾸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서대문을 찾았다. 주민참여예산제를 다른 자치구보다 반 템포 늦게 시작했지만 국무총리상을 받은 서대문구, 그 비결이 궁금했다. 서대문 스타일의 주민자치를 펼치고 있는 문석진 구청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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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인 소장(이하 윤): 서대문구의 매력에 대해 먼저 소개해 주시지요.

문석진 구청장(이하 문): 서대문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독립문인데, 독립문은 서대문형무소가 있던 역사적 현장으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서대문구는 또 8개의 대학이 있는 대학도시이고, 신촌이라고 하는 젊음이 항상 넘치는 광장이 있는 도시입니다. 특히 서울의 중심 도심이면서도 안산(鞍山)과 홍제천, 인왕산과 백련산 등 수려한 자연환경이 감싸고 있는 곳으로 쾌적한 주거지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시민사회, 마을공동체, 전문가들이 어우러져 이러한 장점을 잘 살린다면, 우리 서대문구는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과 기회가 많은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섬김의 리더십

윤: 민선 5기 임기가 절반을 넘었습니다. 전반기를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그 이유 등을 함께 소개해주시지요.

문: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네요.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취임식입니다. 아무래도 구청장으로서 처음 시작한 순간이기도 하고요. 취임 전에 희망제작소에서 개최한 시장학교에서 박원순 당시 상임이사가 세족식을 제안한 바 있는데, 그것을 취임식에서 제가 했어요. 기독교인으로 봉사활동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세족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의미 있는 시작을 해보자는 뜻도 있었죠. 세족식에는 저와 실?국장 및 보건소장 등 7명이 참여했고, 우리 서대문구를 대표하는 노인, 장애인, 학생, 주부 등각 계층의 다양한 분들을 모셨습니다. 제가 세족식을 하면서 되새긴 의미는 주민을 섬기면서 행정을 펼친다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과 지난 민선 3기, 4기 서대문구가 부정부패로 얼룩졌는데 그것을 잘 씻고 청렴하게 나아가겠다는 다짐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윤: 지난  2년 여의 구정활동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 본다면?

문: 구정활동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은 ‘100 가정 보듬기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었던 사례인데요, 베트남에서 시집을 왔는데 그 남편이 1급 시각장애인이라 큰 물체 외에는 앞을 못 봅니다. 아이 둘을 낳았는데, 둘 다 선천성 시각장애인이에요. 첫째 낳고는 괜찮았는데, 둘째까지 시각장애인을 낳은 뒤에는 엄청 속상했대요. 더구나 살림형편도 넉넉지 않아서 북아현동 뉴타운개발로 새로 셋방도 구하기 힘든 상황인 거예요. 그래서 100 가정 보듬기 사업 1호로 연희동성당에서 일시불로 500만 원을 지원해줘서 집을 구했는데, 그것이 밑바탕이 돼서 지금은 베트남국수집을 내는 꿈을 안고 열심히 살고 있어요. 또 이런 소식이 알려지고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서 둘째는 안과 수술을 해서 완전히 시력을 찾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 전에는 더 이상 불행할 수 없을 정도로 불행이 계속 겹쳤는데, 100 가정 보듬기 사업을 계기로 전환점이 되어서 이제는 좋은 일만 생깁니다.
 
100 가정 보듬기 사업을 해보니, 이런 게 있어요. 우리 주변에 열심히 살지만 참 어려운 이웃들이 많은데, 무관심 속에 방치되면 정말 수렁에 빠져 전혀 생활개선이 안 되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웃에서 조그만 관심을 가지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사회적 연대가 강화되고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현재 100 가정 보듬기가 135 가정까지 확대되었는데 대단한 성과지요. 그분들에게 평균 30만 원 정도 매달 지원되는데, 자존심 상하지 않고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매달 통장으로 자동이체합니다. 아울러 사회복지팀에서 추가로 필요한 것은 없는지, 다른 어려움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지원해줍니다. 어떤 가정은 매달 30만 원을 지원해주는데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아서 자살을 하려고 해요. 알고 보니 사채를 끌어다 써서 이자도 감당을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하나금융에서 하는 미소금융을 소개해줘서 사채를 갚도록 하고, 거의 이자가 없는 대출로 전환했지요. 그래서 이제는 매달 지원금이 생활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윤: 지속적으로 가정별로 관계를 맺고 관리를 하는 것이네요.

문: 그렇죠. 135 가정을 지원만 하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후원합니다. 다행히 후원자가 대부분 교회나 성당, 사찰 등 단체여서 안심은 하지만, 개인후원자도 있습니다. 혹시나 후원이 끊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대상 가정이 자립할 때까지는 매달 1회 이상 방문 등 지속적으로 돌보도록 합니다.

윤: 100 가정 보듬기 사업을 말씀해 주셨는데, 구청장 취임사에서도 2주년 기념사에서도 복지서대문을 강조하셨지요? 사실 지방정부가 요즘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감세 조처와 복지사업의 매칭 지출 증가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복지서대문 전략은 어떻게 세우셨는지,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정리해주시지요.

문: 가장 중요한 것은 복지체계를 구청이 아니라 생활공간과 가장 밀접한 동(洞)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동 복지허브 개념인데, 예전에는 동 주민자치센터, 동사무소가 행정업무를 단순 집행하는 말단조직이었다면 이제는 생활복지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기능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1월1일부터 충현동과 북가좌동을 시범동으로 선정하여 1년 동안 운영 중입니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동 복지담당자는 호주, 뉴질랜드로 연수도 보냈습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동을 센터 링크 제도로 운영하여 성공한 사례로 소개되고 있는데, 센터링크제는 행정 서비스를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지역주민이 센터에 가면 의료보험이나 실업급여 등 행정에 관련된 것들을 모두 원스톱으로 서비스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앞으로 우리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데, 알고 보니 서울시도 이러한 방향으로 행정서비스를 개편하기 위하여 내년에 시범 구를 2개 운영한다고 합니다.

저는 우리가 하는 실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이것이 성공해야 서울시도 잘 될 것이고 전국 단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복지수요조사가 되어야 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되어야 하며, 생활단위에서 가장 근접한 주민센터에서 처리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행정 기능이 멀티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주민센터에 능력이 우수한 사람을 배치해야 합니다. 사실 그동안은 주민센터에 출산휴가를 앞두었거나 바로 복직한 사람이거나 은퇴를 앞두었거나 지속성이 불확실하고 다소 여유가 필요한 사람을 배치했는데, 이제는 복지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동에서 필요한 제반 업무들을 두루 처리할 수 있는 사람들로 배치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복지 담당자는 복지만 전담하게 해서 수요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 방문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윤: 행정에서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직렬이 따로 있지 않은가요? 자치단체마다 복지수요는 급증하는데 서비스를 담당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 그렇습니다. 그동안 사회복지업무는 사회복지사가 담당해 왔는데, 앞으로 복지 관련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신규 인력을 채용해서 급증하는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요 증가에 맞추어 일반 행정직이 담당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윤: 일반 행정직의 반발은 없는지요?

문: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앞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일반행정이 아니라 복지행정이기 때문에 조직이 거기에 맞추어 변해야 합니다. 마침 서울시도 이런 흐름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계속 공무원들을 설득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당장 행정직이 모든 복지업무를 익힐 수는 없겠지만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예산 부족, 연대로 극복한다

윤: 동 기능을 강화하는 자치단체가 많습니다. 울산 북구나 부산 해운대구 같은 곳도 동을 단순업무 처리가 아니라 주민자치를 강화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역할을 확대하여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동 기능 강화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복지업무를 강화하다보면, 제도적인 한계나 예산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도 많을 텐데, 어떻게 해결방안을 강구하시는지요?

문: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복지정책을 펼치기에 지방정부의 예산은 한계가 분명하지요. 우리 구의 2012년도 예산은 약 2,700억 원 정도인데, 복지예산 비중은 35%(950억) 정도입니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과 복지 매칭사업을 제외하면 구청장이 자체 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6.8%(65억)가 남습니다. 이렇게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매년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요, 한정된 재원이라는 조건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아까 말씀드린 100 가정 보듬기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00 가정 보듬기 사업은 구 예산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구는 중개소 내지 링크 역할만 합니다. 행방불명인 부양가족 때문에 법적 기준으로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세대나 차상위계층 중에서 실질적인 생활여건이 어려운 세대를 찾아서 사회연대의 틀로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사회연대의 틀로서 지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입니다. 이것이 행정기관에서 사례조사를 통해 담당해야 할 중요한 기능입니다. 이것만 담보되면 아직도 우리사회는 사회적 연대로 서로 돕고자 하는 마음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 구만 하더라도 100 가정 정도 목표했는데 135 가정이나 지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외에도 우리 구는 공간 기부라는 개념으로, 사적 공간을 개방하도록 합니다. 구 예산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한정 공적 공간을 늘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특정 시간대에만 이용하는 교회나 성당 등의 주차장이나 회의실 또는 화장실을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구청 공간도 개방하여 일반인들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요, 타 자치단체에서는 대개 조례를 제정할 때 종교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구는 이런 제한도 두지 않도록 했습니다. 제한을 하면 그만큼 이용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이렇게 개방하니까 실제로 지난번 대규모 예배를 보기도 하였고, 법륜스님 강의처럼 일시적으로 대형 공간이 필요한 행사도 구청에서 개최하였습니다.

윤: 재능 나눔이나 자원봉사 활동 중에 의미 있는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주시지요.

문: 서울시가 최근 ‘가로수 입양사업(Adopt-a-Tree)’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미국의 고속도로 입양사업(Adopt-a-Highway)을 원용한 것입니다. 고속도로 입양사업이 무엇이냐 하면, 1984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고속도로가 지저분해지니까 고속도로 청소를 공공기관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 학교에 입양하여 자원봉사로 관리하도록 한 것이지요. 대신 공공기관은 청소에 필요한 도구 정도를 지원하는데, 학생들은 환경보호활동과 자원봉사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고 공공기관은 인건비 등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죠. 선진국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공공시설들을 관리하고 있는데, 가까운 일본은 공원을 이렇게 관리합니다.

우리 구도 지역을 입양시키자 해서 ‘마을 아름지기’ 사업이라 이름 붙였는데, 현재까지 ‘홍제천 아름지기’ ‘안산 아름지기’ ‘골목 아름지기’라 하여 각 구간별 관리를 맡겼습니다. 입양자는 일정기간 동안 간단한 보수나 청소를 하고, 문제가 생기면 신고도 합니다. 대신 구에서는 청소도구를 지원하고 팻말을 만들어 그 단체 이름을 알리면서 명예를 높여주지요. 이런 일들이 한정된 예산이라는 조건을 딛고 찾아낸 사업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요새는 우리가 먼저 사업을 시작하고 서울시가 따라하는 사업들이 제법 많습니다. 물론 시장님은 아니라고 하시겠지만(웃음). 정책기획위원회 같은 경우도 그런데요, 이것도 시장님이 당선되고 나서 똑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서 적용하셨거든요.

다음으로 우리는 홍제천변에 기부를 받아 벤치를 설치했는데, 그 벤치에는 기부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제가 벤치 기부할 때 저렴한 것 아무거나 설치하지 말고, 서울시 디자인공모전에서 당선된 것들을 엄선하여 설치하도록 했어요. 한 30개 정도 설치했는데, 비싸도 그렇게 격이 있는 것으로 해야 관리도 되고 이용자들에게도 홍보가 되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최근 시장님이 의자만 잘 조성해 놔도 좋은 공원이 된다면서 ‘의자 프로젝트’를 하신다고 그래요.(웃음)

윤: 사실 ‘의자 프로젝트’는 오래 전부터 박 시장님이 이야기하던 것이었어요. 어쨌든 이렇게 좋은 정책으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시민들에게 더욱 피부로 다가가는 구정, 시정이 기대됩니다. 아울러 예산집행의 효율화 문제인데요. 서대문구가 행정안전부 주관 2011년 예산효율화 우수사례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는데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어떤 특징이 있는지 소개해 주시지요.

신뢰로 쌓아 올린 자치

문: 사실 우리 구 주민참여예산제는 다른 구에 비해 조금 늦었습니다. 그래봐야 1년 정도 늦게 시작한 것인데, 국무총리상을 왜 주었을까 생각해보니 다른 곳과는 달리 주민 주체성, 자율성이 잘 보장되어서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 구에서는 정말로 주민참여예산제에 관심이 있는 주민들을 공개모집해서 예산학교를 통해 기본교육을 잘 시켰는데요, 교육수료 후 주민들이 각성해서 본인들이 나서서 동마다 찾아다니며 설명회도 하고 교육도 했어요. 그리고 지역마다 대표도 뽑고 지역회의도 개최하고요. 사실 제가 처음에 예산학교를 한다고 했더니 새누리당 구의원들이 구청장이 자기를 지원하는 좌파조직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오해와 의심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완전개방제를 취해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인원 제한을 두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고, 대표도 자발적으로 원하는 사람으로 하도록 했지요. 투표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다수가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 중에 제비뽑기 방식으로 했지요. 회의도 어떤 주제를 논의하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건 저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구의원들의 오해가 풀어졌고, 참여 주민들은 회의를 하다가 해결이 안되면 자기들끼리 호프집까지 가서 토론하고 밤새 논의를 해요. 제가 깜짝 놀랐죠. 이건 보통 열정이 아니구나. 주민들이 자기 개인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위해 일한다는 대의가 있고, 또 참여해서 제안하면 일이 된다고 생각하니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겁니다.
 
주민참여예산 관련 공모에서 유일한 경쟁대상이 대전시였는데, 우리 구는 예산학교 외에는 예산 들어간 게 없는데 대전은 예산위원회 운영에만 5억 원이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행정안전부에서 우리 구를 선정한 이유가 주민 자율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상 받는 날도 농담으로 그랬죠. ‘우리는 일 안하고 상 받는다.’(웃음)

윤: 주민참여예산 사업규모가 아직은 전체 예산의 1% 수준이지요?

문: 사실 1%는 25억 원 정도로 구의 가용예산 규모에 비하면 적은 것은 아닌데, 최소한 1%는 반드시 주민참여예산제 사업으로 집행한다는 의미입니다. 작년에 동마다 우선사업으로 3가지씩 선정했는데, 14개 구니깐 42개 사업을 놓고 우선순위를 정했어요. 위원들이 42개 사업을 전부 현장답사를 했는데, 자기들끼리 토론도 하고 싸움도 하면서 결과를 내놨어요. 그런데 제가 그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어떤 동은 2~3억 원씩 지원하는데, 어떤 동은 500만 원만 지원하고 말아요. 사실 이렇게 동별로 차이가 나면 큰일 나죠. 그래서 제가 처음에는 이렇게 하면 적게 지원받는 동은 난리가 난다고 반려를 했는데, 자기들끼리 다 토론하고 동의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아, 이분들이 자기 지역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공익을 앞세우는 구나!’ 싶었고, ‘우리 구가 참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우리가 국무총리상까지 받았고, 그래서 상금으로 1억 원인가 받아서 다시 주민참여예산으로 돌려주었죠.

바로 이런 자율성이 우리 구 주민참여예산제의 핵심이고요. 이런 자율성이 올해는 또 어떤 변화가 있었냐 하면, 분과회의를 만들었어요. 작년에 지역회의만 하다보니 토건 관련 사업만 제안이 들어온 겁니다. 무슨 도로 확장이니 계단 보수, 음악당 수리 등 전부 시설 유지보수 사업제안만 들어온 것이죠. 그래서 올해는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지역회의 외에 장애인분과와 교육분과를 두어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장애인분과는 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고, 교육분과는 교사나 학교운영위원들, 학부모들이 참여하는데, 제가 그것을 보고 이렇게 1년 만에 또 업그레이드되는구나 싶었어요. 어쩌다 제가 지역회의에 참석해서 인사말만 하고 자리에 앉아보면, 어떤 사람은 참 잘 이야기하지만 어떤 사람은 참 답답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걸 보면서 요건 이렇게 하면 되는데 싶어도 한 템포 늦춰서 기다려보면, 이분들이 한 템포 늦지만 알아서 잘 조정을 해요. 그래서 제가 중요한 것을 배웠죠. ‘아, 이분들이 한 템포 늦지만 기다리고 맡겨두면 알아서 잘 조정하는 구나!’ 그리고 이분들이 자기들끼리 토론하고 논의해서 결정한 것이니 반대를 안 해요. 왜냐하면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누구인지 잘 알잖아요. 저는 이것이 우리 구만의 특징, 차별성,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1%라 했는데, 실제 결정한 사업예산은 12억 5천만 원이에요. 자기들이 다 쓰지도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이분들을 믿는 거죠. 1% 예산을 주면 알아서 잘 선택할 것이고, 설령 1%를 넘더라도 그만큼 필요한 사업이 있구나 생각할 겁니다.

윤: 민선5기 전반 2년의 구정을 평가하면서 10대 키워드를 선정하셨는데, 그 중에 하나가 ‘주민참여 실현’입니다. 주민참여예산제뿐 아니라 정책토론의 장인 서대문 톡, 주민참여평가제, 시민옴부즈만, 정책기획자문위원회 등 주민들이 직접 구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하신 듯합니다. 정책기획위원회 등 몇 가지 구체적인 운영 사례를 소개해 주시지요.

문: 처음 인수위원회를 구성할 때는 연세대학교 정창영 총장님 등을 비롯하여 사회 명망가들이 많이 참여해 주셨는데, 사실 명망가들은 실무적인 참여가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인 일들을 해주셨던 실무자들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 정책기획위원회입니다. 정책기획위원회는 2011년 1월 구성해서 매주 2회씩 회의를 진행했죠. 심지어 별도로 방도 만들었고, 조례를 제정하여 공식기구화 했어요. 그랬더니 보통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비서와 추가 1인 정도만 정무직으로 뽑을 수 있는데, 정책기획위원회가 우리 구 모든 정책을 기획하고 검토하는 역할을 해주는 겁니다. 여기서 많은 것을 만들어냈는데, 서대문 톡도 그렇고, 생활쓰레기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구청이나 현장에서 토론을 하는데, 그분들이 대부분 참여해서 좋은 의견들을 제시해주셨죠. 서대문 톡은 의제를 가지고 주민들과 집중 토론을 벌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니 시민과의 소통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고요.

시민옴부즈만도 잘 운영되고 있는데요. 5명이 참여해주고 있습니다. 감사원에서 일하셨던 분,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서 일하셨던 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하셨던 분들인데 이분들이 형식적으로 이름만 걸어놓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들을 해주시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요청하는 것이 있으면 직접 현장에 나가서 줄자로 측정을 하기도 하는데, 제가 보기에 우리 구 시민옴부즈만은 서울시보다 인적 구성도 그렇고 역할도 잘한다고 자부합니다.

신촌이 살아야 서대문구가 산다

윤: 사실 제대로 운영된다면 네거티브한 시민감사관 제도보다 시민 입장을 적극 반영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시민옴부즈만 제도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직 자치구에서는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 같지 않은데, 서대문구 사례가 잘 확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문제인데요. 요즘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를 둘러싸고 소송이 이어지는 등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서대문구의 지역경제 살리기 대책과 성과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문: 사실 우리 서대문구가 다양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문제인식과 공감대 부족 등으로 오랜 시간 정체의 중심에 놓여 있었는데요. 우선 큰 틀로는 서대문구를 4대 권역으로 나눠서 권역별 특성을 발전동력으로 하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전개하여 미래 서울을 움직일 서북권 경제와 산업, 교육과 문화의 중심축으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신촌권역인데요. 신촌은 한동안 유흥가로 인식되다가,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우리 구는 신촌을 단순한 유흥가가 아닌, 대학문화 관광 상업이 모두 활성화된 지역으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신촌 연세로(신촌 지하철역에서 연세대 정문까지 이르는 약 470m의 거리)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조성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신촌 연세로는 직선 도로에, 유동 인구가 많고, 상점이 좌우에 있어 볼거리가 많습니다. 관광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대기오염 절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우선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차 없는 거리의 사전단계로 ‘대중교통전용지구’라 해서 버스만 다니게 하고, 보행로는 2배로 늘립니다. 그리고 최근 ‘서대문 스마트시티(Smart-city)’라 하여 행정안전부 3억 원, 서울시 2억 원을 지원받아서 스마트기기로 QR코드를 찍으면 모든 관광정보를 알 수 있도록 조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늘어나는 관광수요를 경제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한 비즈니스호텔 건립 등을 핵심으로 하는 관광복합타운 조성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우리는 신촌이 살아야 서대문이 산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서대문사거리 충정로 권역인데, 대기업 사옥이 일부 있기 때문에 이곳은 사무중심의 기업밀집지역으로 조성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은 홍제권역과 가좌권역인데, 홍제권역은 홍제고가를 철거하고 중앙차로를 실시하면서 지역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가좌권역은 서울과 일산 간 교통축과 상암동 DMC(Digital Media City)지역 개발과 연계한 전문쇼핑과 물류유통단지 조성을 대전제로 하여 낙후된 모래내 시장 주변의 현대화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이를 계기로 신촌의 문화상권에 이은 새로운 광역상권으로서 핵심적 역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통시장을 살리는 일인데요. 인왕시장이 노(老)시장에서 청년ㆍ사회적기업의 등장으로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고요. 어떤 사업들을 추진하셨는지 소개해 주시지요.

문: 우리 구에는 인왕시장, 영천시장, 모래내시장 등이 있는데요. 우선 인왕시장이 서울 서북권의 대표적인 시장이었지만 최근 매출이 감소하면서 빈 점포가 3개 생겼어요. 그래서 구에서 직접 시장법인체와 2년간 무상임대 협약을 체결하여 공개모집으로 선정된 사회적기업, 청년창업가들에게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희망가게’ 8개를 만들어 입주시켰죠. 그래서 전통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커피 전문점과 꽃집, 어린이 놀이카페, 설치미술작품 전시 갤러리 등이 입주하여젊은 세대도 찾을 수 있는 다양성과 역동성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였고, 전통시장도 함께 살아날 수 있도록 했지요. 또 중요한 것이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시장에서 구매한 물품을 집까지 무료로 배달해주는 공동배송센터를 운영함으로써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모래내시장은 가좌동 가재울뉴타운지역에 있는 시장으로 예전에는 굉장히 큰 시장이었는데, 뉴타운 때문에 집들이 많이 줄어 아주 어렵습니다. 다만 이곳은 10월부터 뉴타운 3구역 입주가 시작되고 2~3년 내 4구역까지 입주가 되어 주민들이 늘어나면 분위기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신촌권역 개발을 가장 우선과제로 뽑으셨는데, 젊음의 거리 신촌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문화가 있는 신촌, 관광문화 상권 활성화를 위하여 다양한 시도들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소개해 주시지요.

문: 신촌은 대학과 젊음의 거리이지요. 일반대학 8개, 사이버대학 1개가 위치해 있습니다. 대학문화가 살아야 신촌이 살고, 신촌이 살아야 서대문구가 살아난다고 봅니다. 그래서 한때 젊음과 문화의 거리를 상징했던 신촌의 명성을 되찾고자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여 왔는데요, 우선 작년 5월에는 신촌 연세로와 명물거리 일대에서 6개 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신촌대학연합축제를 개최했습니다. 새로운 대학문화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전문기획사에서 행사를 진행하던 것을 대학생들에게 맡겨 자율적으로 기획하도록 해서 대학생이 주축이 된 문화창조기획단 ‘청출어람’이 창설되었어요. 학생들에게 맡겼더니 행사를 3곳으로 나눠 개최하는데 하루 종일 재미있는 공연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요. 그때 저는 ‘자발적으로 판을 벌이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자율성은 재미와 창의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축제기간 동안 연세로 일대에 차 없는 거리를 시범 운영하여 우리 구에서 계획하고 있는 걷고 싶은 거리 신촌의 미래모습을 미리 실험해 보았는데, 차가 안 다녀도 지역 상가들의 매출이 줄지 않았고요.

유명한 인디밴드 ‘신촌부르스’가 신촌에서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시끄럽다고 쫓겨나서 홍대앞으로 갔습니다. 미래를 보는 안목이 없었던 거죠. 작년부터는 신촌 기차역 밀리오레 광장에서 ‘신촌열린문화마당’을 개최하는데, 인디밴드는 물론 비보이 공연, 소규모 라이브 음악회 등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신촌을 방문하는 분은 누구나 편하게 소규모 공연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일상형 문화도시 신촌을 시도하고 있어요. 다만 클럽문화가 아닌 아카데믹한 문화를 만들어보고자 다양한 DB를 구축하고 있지요.

이외에도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늘고 있어서 내ㆍ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안내 기능을 강화하고자 구(舊)신촌역사 안에 관광안내센터를 올해 6월 개소했지요. 다양한 관광안내 자료는 물론, 최첨단 무인 관광안내시스템 구축 및 무료 인터넷 검색서비스 공간을 조성하여 관광객들이 최신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중요한 관광인프라 구축사업으로 신촌 기차역 일대 국공유지에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호텔 유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호텔 건립으로 관광객이 늘어나면 대형 상가와 침체된 뒷골목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윤: 한?중 수교를 한 지도 20년이 되었고,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차이나타운을 설치해보는 것은 어떤지요?

문: 그렇지 않아도 서대문구로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 구는 일찍부터 화교들이 많이 진출해 정착하여 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성화교중고등학교도 위치해 있고, 화교교류협회도 있어요. 한성화교학교에서 체육대회가 있는데, 국내에 있는 화교들은 우리 구로 다 모이지요. 덕분에 우리 구는 화교조직과 교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적 인프라를 잘 활용한다면, 지역발전에 큰 자원이 될 수 있는데, 아직은 지역주민들이 차이나타운 설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듯합니다. 앞으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윤: 구청사 청소용역 분야를 시작으로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대문구의 사회적기업 육성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요?

문: 우선 구에서 다루기 쉬운 청소용역부터 사회적기업으로 넘겨주었지요. 구청 청소는 아무래도 우리가 직영하고 있던 공공서비스라 전환이 쉬웠습니다. 그 다음이 동네 뒷골목 청소인데, 상용근로자 10명이 하던 일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니 상용직원 예산으로 2배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습니다. 이분들이 시범사업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아주 열심히 잘 해요. 동네 뒷골목이 전에 비해 훨씬 깨끗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공공서비스 분야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하천 관리는 전기나 물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어서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창업은 이화여대나 자활단체쪽과 연계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기업이기 때문에 수요가 충분해야 지속가능하며, 창업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많이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윤: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규모는 어느 정도 인지요?

문: 유진상가에 공간이 있어서 활용하고 있는데, 많이 지원은 못하고 상근직원 2명에 회의 공간 및 창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칸막이 자리를 제공해주는 정도입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

윤: 민선5기 전반기 평가 10대 키워드 중 하나가 교육환경 개선인데요. 친환경무상급식에 이어 학교지원사업을 지역특성에 맞게 다양화하고,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는 듯합니다. 어떤 사업들을 추진 중이고 교육현장에 변화가 있다면?

문: 다른 자치구도 학교경비예산으로 기본적인 지원은 해주기 때문에 우리 구만의 특별한 것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제가 임기 초부터 꾸준하게 학교를 방문하면서 교사, 학부모들과 상담을 많이 했어요. 학교에 뭐가 필요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시설 개선 위주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어떤 프로그램을 지원하면 좋겠냐며 프로그램 쪽으로 유도를 하지요. 기본적으로는 자기주도학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원을 하는데, 입시준비를 위한 교과목 중심의 현실적인 지원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한중인 연합수업인데요, 한성고 중앙여고 인창고의 학생들이 방과 후에 모여 3개 학교를 대표하는 교과목 선생님들로부터 특별수업을 통해 부진 과목 향상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일반 학생들은 물론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워 학원을 갈 수 없었던 교육 소외계층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대표사업으로 2009년부터 시작한 관학협력사업인 연세대의 드림스타트 사업인데요, 연세대가 100명의 학생을 선발하여 각각 연간 5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우리 구가 100명의 중고등학생을 선발하여 동성간에 형, 언니 관계로 1:1로 맺어준 뒤 학습은 물론 인성, 문화 등 멘토를 하도록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동기부여도 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지난해 입시에서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이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등 성적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윤: 지역에 있는 연세대가 큰 역할을 하네요.

문: 그렇습니다. 첫 시작은 정창영 총장이 큰 역할을 해주셨는데, 다행히 그 다음 정갑영 총장도 예산을 줄이지 않고 이 사업을 계속해 주고 있는데요.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연세대가 6억 5천만 원의 일반관리비를 들여 매년 사업을 해주니 여간 고마운 게 아니지요. 연세대는 100명의 장학생들에 대해 별도로 대학원생 등 수퍼바이즈를 선발하여 멘토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들의 결과로 우리 구가 대표적으로 자랑할 큰 성과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2011년 서울시 자치구 교육지원사업평가 결과 ‘최우수 구’로 선정되었으며, 시상금으로 2억 원을 받아 학교에 지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에 발표된 2012학년도 전국 지자체별 일반계 고등학교 수능성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구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전국 30위권 이내로 진입하였답니다. 강남 서초 송파구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교육 여건임에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이뤄낸 것은 특별히 교육지원사업의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윤: 지방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대학생 임대주택을 건립하였다고요. 임대료가 월 4만~5만원이라는데, 어떻게 추진하였는지요? 앞으로 계획은?

문: 요즘 비싼 등록금에 치솟는 하숙비까지 저소득층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반학생들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인데요. 우리 구는 대학이 8개나 되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이 2만여 명이나 되기 때문에 하숙집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대학생 임대주택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마침 홍제동 데이케어센터가 청구아파트 꼭대기에 설치되어 어르신들의 접근이 어려웠는지 비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 공간을 대학생들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했죠. TV만 빼고 침대 옷장 세탁기 냉장고 등 모든 설비를 다 갖춰 옷만 가져가면 됩니다. 시설이 구청 재산이어서 관리는 공단에서 일괄적으로 합니다. 다만 시설규모가 작아 16명밖에 수용을 못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겁니다. 그래서 주차장을 활용하여 이 사업을 확대하려다가 주민 반대로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기획재정부가 예전에 내무부 땅이었던 국유지를 활용하여 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종합 임대 기숙사를 짓겠다고 해요. 제가 물꼬를 잘 터놓은 덕분 아닐까요.(웃음) 우리 구의 사례가 KBS 등 여러 언론기관에서 전국 지자체의 모범사례로 보도되었는데,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고충을 다른 지자체와 정부에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윤: 요즘 대학생들이 취업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만, 이들 젊은 인적자원을 잘 활용하면 본인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고 지역사회에도 많은 도움이 될 텐데요.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계는 어떻게 만들고 계신지요?

문: 지역사회 및 대학과는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청년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책 포럼에 관내 대학 교수를 모셔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정책 집행 전에 대학생들을 참여시켜 의견을 듣기도 합니다. 지난해 9월 연세대 창업지원단과 협약을 체결하고, 중소ㆍ벤처기업에 대한 창업지원 및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산학관 협력 및 클러스터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교류사업 중에 꼭 소개해 드리고 싶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화여대 내 문화예술연구센터에서는 여름방학 3주 동안 문화예술기획 아카데미를 개최하는데, 예술가로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기획하는 내용입니다. 이 아카데미에서 우리 구 전통시장인 영천시장을 주제로 잡았는데, 영천시장에는 유명한 꽈배기 달인이 있습니다. 이분을 주인공으로 꽈배기 뮤지컬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고, 시장의 명품, 상인들의 사연이 담긴 보물들을 모아 이대에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기름집은 계속 기름을 짜야 해서 기계틀은 안 되고 대신 틀 뚜껑을, 어떤 사람은 자기가 힘들었을 때 힘이 되어 주었던 낡은 성경책을, 족발집은 일할 때 모자보다 두건을 두르는데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써오던 두건을, 횟집은 보물이 없다고 했다가 수십년째 사용해 오던 기름 종기 등을 내놓았어요.

이 보물들이 다 제각각 사연이 있잖아요. 이것들을 우리들만 볼 것이 아니라 주인공인 시장 상인들이 볼 수 있도록 초청했어요. 그랬더니 그분들이 정말 좋아하며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먹고살기 바빴는데, 구청과 대학이 전시회 한다고 자기들 물건을 하나둘 가져가서 뭘 하나보다 했는데, 별 볼품 없었던 일상 물건들이 예술작품이 되고 자기가 그 작품의 주인공이 되었다 생각하니 자신의 삶이 가치 있는 것으로 재인식되잖아요.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분들의 표정에 삶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나고 모두 만족해하며 돌아갔습니다.

윤: 박원순 시장님이 영천시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요. 서울시 차원에서 영천시장 활성화를 위한 계획은 없는지요?

문: 서울시 계획은 아직 없는 듯합니다. 사실 이대에서 기획한 전시회는 한 번으로 끝내기 아쉬워 추석 무렵에 뮤지컬 공연을 시장에서 한차례 더 하기로 하고, 또 사진으로 담아 달력을 만들려고 해요. 그렇게 사진과 달력을 만들어서 각 점포에 전시하면, 전통시장이 전시공간과 스토리가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잖아요. 보통 전통시장은 마트보다 싸고 개인적 관계도 있어서 찾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운 이유가 생기는 것이지요.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고 이야기가 생기면 전통시장도 활성화되리라 봅니다. 여기에다 배송센터까지 추가하면 영천시장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골칫거리 뉴타운, 출구를 마련하다

윤: 용산과 같은 참사는 없었지만, 서대문구도 서울의 대표적 뉴타운 갈등지역인데요. 현재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뉴타운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계시지요? 다들 어려워하는 문제인데 어떻게 대책팀장을 맡게 되셨고 그동안 어떤 논의들이 이뤄졌는지요? 뉴타운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출구전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요?

문: 제가 구청장되고 가장 큰 현안이 재개발 뉴타운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청장들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도 않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피하고 싶은 사업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늦었지만 이것을 정공법으로 다루자고 했더니, 그러면 당신이 팀장 하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엉겁결에 팀장이 되었습니다. 평소에 제가 회계사 시절에도 재개발문제 감사도 했고 해서 주택조합의 속성도 알고 현장도 좀 아는 편입니다. 아무튼 TF팀에는 13명의 구청장들이 참여하여 논의하고 법 개정운동도 벌였는데, 우리만 논의한 것은 아니지만 작년 11월에 도시개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개정되었어요.

그러나 개정된 법안도 많이 미흡합니다. 개정법에는 재개발추진위 단계에서만 매몰비용이 지원되고, 조합설립단계는 지원이 안 돼요. 사실 재개발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조합설립단계 이후인데, 이것이 해결 안 되면 재개발지역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또하나 이 법의 문제는 2014년 초까지만 유효한 한시법이라는 것이지요. 다들 민원이 많고 복잡하니깐 자꾸 피하려 하는데, 그렇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어쨌든 계속 논의를 해나가고 있는데, 서울시장이 바뀌니 구청만 논의하지 말고 서울시도 함께 참여토록 해서 서울시에 뉴타운대책기획단이 만들어졌어요. 대책단에 제가 구청장 대표로 참석하고 있는데, 서울시 대책에도 우리가 요구한 것이 일부분만 반영되어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합니다.

윤: 요즘 서울시의 화두 중 하나가 ‘마을만들기’,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인데요. 서대문구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요?

문: 마을만들기 사업은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조례를 제정하였는데,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두번째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도 설치하였습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공공시설 개방 시범구’로도 지정돼 지난 7월30일부터 구청사 보건소 자치회관 등 51개 공공시설의 유휴공간을 개방해 지역 커뮤니티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민간시설의 유휴공간을 개방하여 주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대문구만의 마을만들기 특수사업’으로 올해 4월부터 현재까지 관내 7개 교회와 ‘착한 공간 나눔 릴레이’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마을공동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홍제3동 개미마을은 벽화마을로 잘 알려져 있는데, 종근당 고촌재단과 협력하여 개미마을의 주 진입로와 주택담장 등 10여 곳에 벽화를 새롭게 그리거나 보수하여 마을환경을 정비하였습니다. 아울러 관내 자원봉사단체 등과 연계하여 주거환경이 열악한 집을 선정해 도배하거나 소독하는 등 집수리를 지원하는 ‘뚝딱뚝딱 집 고쳐주기’ 사업, 노인정 앞에 동네사랑방 ‘도란도란 이야기 나눔터’ 설치사업 등을 통해 원주민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비롯한 사회적경제는 기업을 몇 개 발굴하는 것보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관 주도로 진행해왔던 사회적기업협의회 모임을 지난 2월에 민간협의체로 전환하였고, 마을기업협의회와 연대를 통해 서대문구 사회적경제협의체로 변화를 유도하는 등 사회적경제 주체간의 네트워크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보제공, 기업별 맞춤컨설팅 지원,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네트워크 공간 제공 등을 위해 서대문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지난 7월25일 문을 열었습니다.

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각종 세금감면 정책과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 등 열악한 재정상황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서대문구의 재정 현황은 어떤지요? 지방분권 및 자치재정 확대를 위해 법?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문: 서대문구의 재정자립도는 40.8%로 일반회계에서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조정교부금과 국·시 보조금 등 의존재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등 자주권이라고는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2012년 세출예산 현황에 따르면 사회복지예산이 95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5.72%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0년 31.74%에 이어 2011년 35.68%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분권 추진계획에 따라 중앙정부 사무 중 일부가 지방정부로 이관되었는데, 수반되는 재정여건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즉 기초생활 급여,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료 확대 등으로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 자치구 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진정한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세 위주의 세원구조를 조정하여 자치구의 자주재정권을 확보해주어야 합니다.

윤: 화제를 바꿔서 서대문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요? 시의원을 거쳐 구청장이 되셨는데, 의원이 아닌 구청장으로서 구정을 바라볼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문: 서대문구와는 연세대에 입학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결혼 뒤 전세금 문제로 고민하다 아무래도 익숙한 서대문구를 선택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시의원은 한 번 했는데 의원은 비판적 입장에서 구정, 시정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의원은 정책 집행자가 아니기에 결과물을 보고 보람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구청장은 정책을 기획하고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니깐 보람이 있지요. 또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있어서 함께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쁨이 있습니다.

윤: 단체장이 성공적으로 자신의 공약을 추진하려면 공무원 조직과 잘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요, 공무원 조직을 잘 이끌고 가는 비법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주시지요.

문: 사실 저도 잘 이끌고 간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종종 화도 내고 하는데요. 결국 공무원 조직은 단체장이 자신의 비전과 전략, 공약을 실현해 나가는 손발로서 동지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혼자 잘나서 앞서봐야 조직이, 손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제대로 실현되는 것은 없습니다. 함께 공감하고 가야 합니다. 주민들은 조금 늦더라도 한 템포 기다리는데, 공무원들에게는 제가 한 템포를 기다리지 못하고 자꾸 한발 앞서가려고 합니다. 같이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항상 고민입니다.

윤: 민선5기 임기가 절반을 넘었습니다. 하반기 주요 구정의 목표와 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계신지요?

문: 조직은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목적을 분명히 세우고 조직이 공유해야 다양한 사업들이 추동력 있게 진행되더라고요. 그래서 전반기에는 복지에 초점을 두고 복지네트워크를 구성하고 100 가정 보듬기 사업 등에 주력했다면, 하반기에는 ‘보행자친화도시’를 목표로 내세우고 가려고 합니다. 우선 신촌에선 대중교통전용지구를 거쳐 단계적으로 보행자 중심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고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탈핵 등 환경의제도 꾸준하게 가져갈 것입니다만, 환경의제는 아직 주민들에게 어필이 잘 안 돼서 보행자 친화도시의 틀에서 추진하려고 합니다.

윤: 바쁘신 가운데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행: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 송정복 (기획홍보실 선임연구원  wolstar@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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